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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이 중독적인 노래가 그저 인터넷에서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실질적으로 빌보드 차트의 상위권에 오르며 미국 주류 시장에 안착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강남 스타일>은 빌보드 싱글차트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곧 1위 입성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빌보드 싱글차트는 10위권에만 올라도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미국 아이튠즈에서 싱글 한 곡은 1.29달러에 판매가 됩니다. 아이튠즈 1위곡은 하루 5만번 이상 다운로드가 되는데요, 열흘간 1위를 하면 5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셈이지요. 이처럼 외국어 노래가 미국 빌보드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일들은 드물게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1963년도에 <스키야키>라는 제목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랐던 사카모토 큐의 <위를 보고 걷자>(上を向いて步こう)와 전세계에 마카레나 춤 열풍을 일으킨 로스 델 리오의 <마카레나>가 있죠. 그렇다면 외국어 영화에 박하기로 유명한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둔 외국어 영화는 뭐가 있을지도 한번 알아봅시다.
역사상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은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입니다. 이 영화는 2000년 12월 북미 전역에 와이드 릴리즈 된 뒤 오랫동안 차트를 지키며 결국 1억2800만 달러의 흥행 기록을 거뒀습니다. 이건 정말이지 놀라운 기록입니다. 심지어 [와호장룡]은 역사상 1억 달러 이상의 북미 박스오피스 성적을 올린 유일한 영화로 지금까지 남아있습니다. [와호장룡]은 중국 개봉 시 크게 성공을 거두진 못 했습니다. 그간 중국에서 만들어진 무협영화들과는 달리 선과 악의 경계도 희미할 뿐더러 영화 중간에 거의 스토리를 방해할 정도로 툭 밀어 넣은 플래시백이 지나치게 예술영화적으로 대담했던 탓도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이안 감독은 고전적인 무협영화라기 보다는 자신만의 색채로 재창조한 무협영화를 만든 셈이었지요. 그러나 90년대 이후 발전한 테크놀로지를 이용해서 만들어진 중국산 무협영화를 처음 와이드 릴리즈로 접한 당시 미국 관객들은 와이어 액션에 열광했고, [와호장룡]은 거의 이변이라 할만한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와호장룡]이 자막 읽기를 그토록 싫어하는 미국 관객들의 외국어 알레르기에도 불구하고 1억달러 이상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가 단순히 재미있는 영화였기 때문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따지고 말하자면 [와호장룡]은 순수한 중국 영화가 아닙니다. 이안은 이미 [센스 앤 센서빌리티] 등의 영화로 할리우드에 안착한 감독이었고요, 무술감독 원화평도 [와호장룡] 바로 전 해 [매트릭스]에 참여하는 등 이미 할리우드 깊숙한 곳에 진출한 상태였지요. 게다가 [와호장룡]의 제작비를 댄 것은 할리우드의 콜롬비아 영화사고, 당시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던 미라맥스는 거대한 자본력으로 이 영화의 와이드 릴리즈를 밀어붙였습니다. 그러니 [와호장룡]의 성공은 이 작품이 사실상 할리우드와 중화권의 거대한 합작영화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와호장룡]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북미 박스오피스 성적을 올린 작품은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이 연출하고 주연한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입니다. 1998년 10월에 개봉한 이 영화는 5756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게다가 [인생은 아름다워]는 이듬해 오스카에서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세 번째로 높은 미국 박스오피스 수익을 기록한 외국어 영화는, 꽤 놀라실 수도 있습니다. 이연걸 주연의 [영웅]입니다. 2004년 여름 북미 개봉한 이 영화는 무려 5371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영웅]의 성공에는 몇 가지 당연한 이유가 있습니다. 3년 앞서 개봉한 [와호장룡]의 거대한 성공 이후 미국 관객들은 그만한 규모의 중국산 무협영화를 갈망하고 있었고요, 이연걸은 이미 제트 리 라는 이름으로 할리우드에서 몇몇 성공작들을 내놓은 상태였습니다. [와호장룡] 이후 중화권 무협 블록버스터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으며 기술적으로 큰 발전을 거듭하던 때였고, 이연걸 주연의 [영웅]은 북미 박스오피스를 그야말로 제때 공격했던 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네 번째로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외국어 영화는 멕시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가 만든 스페인어 영화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입니다. 지난 2006년 12월에 개봉한 이 영화는 모두 3763만 달러의 수익을 북미에서 거뒀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성공에는 물론 기예르모 델 토로라는 이름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멕시코, 스페인과 할리우드를 오가며 활동하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이미 [미믹], [헬보이]같은 흥행작들을 통해 북미 관객에게도 잘 알려진 이름이었고, 그만의 고딕적인 장르영화에 대한 마니아들도 꽤 많은 상태였죠. 다섯 번째로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큰 성공을 거둔 영화는 [아멜리에]입니다. 2001년 11월에 북미 개봉한 이 영화는 모두 3323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감독인 주네 형제가 이미 [에이리언 4]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 한번 놀랄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여섯 번째로 북미 박스오피스 수익이 좋은 외국어 영화는 이연걸의 [무인 곽원갑]입니다. 2006년 9월에 개봉한 이 영화는 북미에서만 무려 2463만달러의 수익을 남겼습니다. 사실 우리에게는 성룡이 중화권 무술영화 최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북미 박스오피스만 따지자면 이연걸은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중화권 무협 배우입니다. 일곱 번째로 북미 박스오피스 수익이 높은 외국어 영화는 이탈리아 영화 [일 포스티노]입니다. 1995년에 개봉한 이 작품은 2185만달러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여덟 번째 영화는 멕시코 영화인 1993년작 [달콤 쌉사름한 초콜릿](수익 2167만 달러), 아홉 번째 영화는 프랑스 영화인 1979년작 [라카지](수익 2042만 달러)입니다. [라카지]는 1979년 북미에서의 대성공 이후 [버드케이지]라는 제목의 미국판 영화로 리메이크된 바 있고요,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럼 대망의 열 번째 흥행작은? 주성치의 [쿵푸 허슬]입니다. 2005년 북미 개봉한 [쿵푸 허슬]은 1711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다소 낯선 이름이던 주성치를 북미 관객들의 가슴에 아로새겼습니다. 그 외 언급하고 넘어갈 20위권 작품들은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견자단 주연의 [철마류], 멕시코 영화 [이 투 마마], 스페인 영화 [귀향], 이탈리아 영화 [시네마 천국], 독일영화 [특전 유보트]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리스트를 보면 몇 가지 키워드가 보이지 않습니까? 북미에서 가장 높은 흥행수익을 기록한 외국어 영화 중 무려 일곱 편이 영화사 미라맥스가 배급한 작품들이고요, 중화권 영화(특히 무협영화!)가 모두 다섯 작품이나 됩니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비영어 영화를 만들어서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성공을 거두고 싶다면 딱 두 가지만 지키면 됩니다. 첫째. 중국에서 무협 영화를 만들고, 둘째, 배급과 홍보를 미라맥스에 맡기세요. 물론 여기에는 문제가 둘 있습니다. 북미 시장에서 중화권 무협영화의 인기가 예전만 못 하고 미라맥스 영화사의 파워도 거의 숨이 죽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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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어 영화 중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좋은 수익을 올린 영화는 뭔가요?
한국 국적의 영화로 따지자면 1097만달러를 벌어들인 심형래 감독의 [디 워]일겁니다. 그러나 [디 워]는 할리우드 배우들이 등장한 영어 영화였다는 점에서 이 리스트에서는 잠시 빼두는 것이 맞겠죠. 순수 한국어 영화로서 북미 시장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작품은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입니다. 2004년 개봉한 이 영화는 예술영화 전용관에서의 장기 상영을 통해 238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두 번째 작품은 220만 달러를 벌어들인 봉준호 감독의 [괴물], 세 번째 작품은 111만 달러를 벌어들인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 네 번째 작품은 80만 달러를 번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그리고 다섯 번째로 높은 수익을 거둔 영화는 71만 달러를 기록한 박찬욱의 [올드보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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