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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과 백대명산

마눌과 추는 춤 - 백덕산 (100대 명산 제 58산)

 

 

 

 

 

 

 

 

 

산 행 일 : 2013 1 19

산 행 지 : 백덕산

산행코스 : 문재-사자산-당재-백덕산-먹골삼거리 먹골

소요시간 : 5시간 10

    : 가끔 맑고 대체로 흐림

    : 마눌과 충일 산님들

 

 

셋째 주는 자유의 날이었어

마눌과 떠나기 좋은 날

 

근데 신호가 와야 하는데

산신령님의 싸인이 있어야 하는데

 

백대명산 58번 째는 백덕산으로 사실 낙점하고 있었지만

도무지 싸인이 안 나는 거야

4400개의 산이 있는 대한민국이라 어짜피 한 번 보면 또 언제 갈지 기약이 없는데

제철 음식이 몸에 좋듯이 제대로 된 설경을 보려면 타이밍을 잘 잡아야지

 

목요일에 백덕산신령님의 신호가 왔어

강원도 폭설 50cm

 

야호 !”

망설임 없이 우린 백덕으로 떠났다..

 

약간 신경쓰이게  토요일 날은  포근해 진다네

혹시 잘 못되면 눈 꽃과  상고대는 신기루처럼 날아 가버릴 지도 몰라

속으로 신령님께 빌었지

백덕산 오를 때 흰 눈 좀 펑펑 내려 주셔용… “

 

근데 충일은 왜 이렇게 게으른거야

평송수련원  출발 7 30분이 머야?

11시부터 산에 오르면 그나마 남아 있는 눈꽃 훨훨 하늘로 날아 가겠다.

 

이틀 잠자는 시간이 적어서인지 버스에 타고부터는 비몽사몽이었어

마눌은 선잠 자고 나는 푹 잠자고

마음 먹으면 언제든지 잠 잘 수 있는 거

이거 행복한 여행 반쯤 따고 들어가는 거야

 

차량은 거북이 걸음 이었어..

강원도에 한바탕 폭설이 내려서 스키장 인파가 엄청 몰리는 모양이야

 

도착하니 스산한 날씨에 바람이 드세네

근데  “50cm 적설은 다 어디 갔어?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어 버렸어?

 

50cm 적설은 백두대간 바닷가 쪽 지역에만 해당하는 개벼

 

백덕 산신령님 싸인 직구가 아니라 변화구였네

다음에도 무릉객 부부 한번 더 보고 싶으신 모양이야….

 

산행대장이 버스 너무 늦게 도착했다고 등산시간 달랑 5시간 주었어

딱 표준 산행시간

그래야 루즈타임 30분 적용하드래도 오후 5시 까지는 모두 내려올거라는 잔머리 겠군

하여간 놀멍쉬멍  여유시간은 없다는 거

어짜피 차가운 설산에서 밍그적거릴 일은 없으니 별다른 문제 없이 다들 서둘러 내려오지 않겠어? 

 

작전명령을 요약하면

시방타임 11 30분 먹골까지 12km 거리 오후 4 30분 까지 내려오라 !”

그럼 우린 5시 까지 내려오면 되는 거야

산행 에티켓에 벗어나지 않을 30분 정도 루즈타임을 안고  5시간 30여분 정도 백덕 눈세상을

감상하며 휘돌아 내리면 되는 거지

 

안내판 개념도상 등산로는 능선을 한 바퀴 휘돌아 내려오는 단조로운 루트였어

나중에 먹골에 내려서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

등산 개념도를 축약하여 저렇게 단촐하게 그릴 수도 있는 거구나 !”

 

 

등산 초심자들도 한국 대표설경을 탐낼 수 있는 부드러운 눈 길이 몇 군데 있지

덕유산,태백산,계방산,선자령,

정말 제대로 된 눈이 올 때 한 번씩 가면  10초 감탄사를 남발해야 하는 환상의 겨울산행지야

 

떠나기 가장 좋은 날이 언제 일까?

강원도 폭설이 한 번 내리고 나서 몇 일 있다가 다시 눈 소식이 있는 날

그날 강원도로 내려가서 인근에서 민박을 하는 거지

만약 산신령님이 입산을 허락한다면 다음날 아침이면 백색의 설원에서 멋진 눈 꽃의 향연을

만나면서 탄성을 지르겠지

 

백덕의 눈 꽃은 아름다운 이슬이 되어 훨훨 날아 갔어

전반적인 산세는 부드러운 육산으로 겨울 산행에 최적화 되어 있어서 위험한 구간은 별로 없었어

하나의 능선은 넘으면 다시 능선이 나타나면서 삼거리 까지는 계속 오름 길이야

능선에 올라서서는 칼바람이 휘몰아 쳤지

태양은 구름사이로 들락날날락 하고 산신령님은 가끔 맛배기로 눈 발을 휘날려 주셨어

그게 바람에 날리는 나뭇가지의 눈인지  구름 위에서 뿌려주시는 눈인지 모를 그럴 눈.

감질이 나지만 워쩌겠어

산신령님 맴이지

습기를 머금은 찬바람 덕분에 그래도 능선 가까이에는 빈약하나마 가녀린 눈 꽃이 피어 있었어

그것마저 없었으면 너무 서운할 뻔 했지

 

백덕산 가기 전 능선 바람 잠잠한 곳에서 점심을 먹었어

1000고지 설산 고원의 한끼 식사

바람을 참아 주시는 산신령님 덕분에 마눌과 둘이 여유롭고 훌륭한 산상 만찬을 즐겼어

멋진 야생의 자연 레스또랑….

사방이 트인 능선에서 바람마저 잔잔해 주는 센스 까지

우린 뜨거운 보온 밥에 굴전에  후식으로 뜨거운 커피 까지 챙겨먹었지

 

백덕산 정상은 먹골 넘어 가는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500미터를 더 가야 했지

왕복 1km

해발이 더 높아서인지 가는 길엔 유난히 바람도 드세고 눈꽃의 풍경도 더 화려해졌어

설악 설산들의 웅자가 파노라마 치는 백덕산 정상의 풍경은 오늘 여행의 백미였어

 

약간 아쉽긴 했어도  우린 떠나길 잘했지

백덕 용골마루에 서서 기운차게 흘러가는 산 세상을 한 번 굽어 보고 차갑고 맑은 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 마시니 가슴이 다 후련해지는 거 있지?

강원도의 힘

그 겨울 명산의 진기를 온 몸으로 받은 거야 

일본의 설산 다이센도 가지 못했는데 백덕산이라도 오르지 못하고 한 주를 보내면 너무 억울할 뻔 했지

 

그래도 여전히 겨울의 목마름은 해갈되지 않았어

지난해에는 겨울 조입에 덕유의 웅장한 카리스마에에 감동먹고 예상치 못한 2월 제주도의 장엄한

비장미에 압도되어 겨울 산의 갈망과 기대는 조용히 꽁지를 내리고 패를 접었어

깨갱 깨갱 제주도 이후 더 이상의 설경은 없다.”

 

올해는 ?

아직 비장의 카드가 남았어

설날 전날의 덕유산 홀로 산행

그리고 어쩌면 마눌과 함께 할 1박 지리산 천왕봉 일출과 제석봉의 황홀한 설경

올해 지리산 신령님도 기대를 저버리시지는 않으실 거야….

 

먹골 하산 길은 적설이 더 많았고 제주도의 엉덩이 봅슬레이를 떠올리는 구간도 있었지

눈 덕분에 더 편하게 내려올 수 있었는데  작전시간보다 10분 밖에 늦지 않았어

근데 우리가 꼴찌로 내려온 거 있지 ?

점심 먹은 거 말고는 제대로 쉰 적이 없어서 중간 쯤은 내려올 거 라고 생각했는데  완죤

예상이 빗나갔어

충일 산꾼들 완전 준족들일세….

 

비닐하우스를 임대해서 멋진 뒤풀이 장소를 만들어 놓았더군

2잔의 막걸리와 한 그릇 가득한 오뎅김치찌개

멀리 퍼져가는 찌개 냄새와 막걸리 향에 시장기는 준동하고

마지막 까지 은근한 불로 진국으로 우러난 가장 맛 있는 찌게 성찬을 마눌과 둘이 오붓하게 즐겼지

이 정도면 늦은 하산이 오히려 약이 되었지

더 오래 멋진 겨울 풍경 속을 소요하고 더 많은 백덕의 기를 받았지

맛난 요리는 은근한 불에서 더 오래 숙성 되었고

 

우리가 차에 오르자 마자 버스는 떠났지

고속 리무진 버스는 편안했고 참으로 조용했어

최소한의 간섭과 고요함으로 여행의 자유와 휴식을 보장하는 여행방식

그것이 충일 성공의 비결 아닐까?

 

귀연

왁짜지껄한 장바닥처럼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긴 하는데

우리끼리의 리그가 오랜 친구들을 위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긴 한데

조용하고 편안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지도 모르지

그래서 가끔 귀연을 찾은 사람들이 한 번 문을 빠끔이 열어보고

다시 조용히 문을 닫아버리는지도 몰라

 

다 장단점이 있는 여행의 방식이야

사실 내게는 이런 여행도 좋고 저런 여행도 좋아

원래 사람이 그렇잖아

어떤 때는 간섭 없이 조용하고 편안한 여행을 즐기고 싶고

어떤 때는 친구들과 왁자지껄하면서 소속감과 연대감을 느끼면서 함께하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기도 하지

물론 산이라는 주제에서 이탈해서 본말이 전도되어서는 안되지만

교감의 1순위는 항상 나와 산과 자연이어야 하니까

 

더 나이가 들면 산 친구들이 더욱 필요할지도 모르지

삶의 카테고리가 제약되고 행동반경이 줄어들면 가끔씩 지금보다는 더 외로움을 느끼지 않겠어?

10년 이상 묵묵히 산 길을 함께 걸었던 친구들….

.10년을 더 걸어야 할 친구들

그래서 인생의 동반자 마눌이 가장 좋은 산 친구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지

 

세월이 세월인 만큼

가끔  노후 준비는 잘 되어 가나요?”하는 친구나 후배들의 질문에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있어

뭐 특별한 노후준비랄게 있나?  그냥 열씸히 잘 노는 거지

난 매주 나랑 같은 쪽을 바라보고 산를 닮아 가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거든

그리고 아직 열심히 다리심을 키우고 있고

먹구 싶고 하구 싶은 것들이 많아서 아직 늙어갈 생각도 없구

 

늙어서 내 소박한 삶의  방식이야 크게 변할게 있을까?

이침 일찍 일어나 회사에 가지 않는 것 말구

가끔 도서관 가구, 산에 가구 여행가구 하면서 살면 되지

돈 떨어지면 날품팔이 알바하구

근데 내가 하는 것들이 별로 돈 들일 없잖아

퇴직과 함께 만기되는 펀드로 세계일주 한 번 하고 나서

무수한 대한민국의 산들을 놀이터로 삼으면 되지

 

힘에 부치면 워킹보다 비박에 더 비중을 두면 되고

그러다 다리심 빠지면 친구들과 올레길 걷구

그러다 더 힘들어지고 눈도 귀도 침침해지면 바람처럼 훌쩍 떠나는 거지

인생 뭐 별거 있어?”

 

돌아오는 길에도 마눌과 이런 저런 얘기 나누다 또 흔들리는 버스에서 잠들었지

자다 보니 3시간도 채 안  걸려서 버스는 휑하니 대전에 도착했네

 

편안하고 여유로웠던 백덕산 여행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