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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계방산 조망

 

 

 

 

2013년 2월 3일 계방산

날씨 :흐리고 눈

산행코스 : 운두령-정상-능선-아랫삼거리

소요시간 :4시간 30분

동행 : 귀연 22명

 

 

 

강원도에 갔습니다.

1500고지의 고봉에 서서 첩첩 산세상을 바라보고

정신이 번쩍 나는  차가운 바람을 맞고 후련해져서 돌아 왔습니다.

 

 

눈이 많던 날에 대전 굴지의 산악회들이 앞다투어 계방산에 다녀왔고 이번 주에는 눈 소식이 없던 터라 계방으로  가는

 작은 버스조차 다 차지 않았습니다.

 

벌써 2

무수한 눈 밭을 빠대기는 했지만 눈다운 눈밭을 걸어보지 못해서 설국에 대한 갈망을 아직 사그러 들지 않았습니다.

흰 눈을 가득 이고 선 푸른 주목

그 나무 숲 아래 장딴지 까지 빠지는 눈 밭을 걸어야 이 겨울을 미련없이 보내지

지난 해 제주도와 덕유산의 환성적인 설국이 멋진 눈밭의 표준이 되어버려 웬만한 눈발로는 겨울 갈증이 해갈되지

않습니다.

 

차창 밖으로 갈색의 속살을 드러내던  산들은 강원도에 들어서면서부터 다시 흰옷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지난 번 설국에 내린 비와 포근한 날씨로 강원도의 눈들은 기진맥진한 채 피골이 상접한 몰골로 누워 있습니다.

승냥이의 울음으로 표효하는 서슬푸른 겨울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내 기억으로 계방산에 올라 본 적은 딱 2번 인데  햇수로는 벌써 10년이 넘어간 듯 합니다.

올 때마다 엄청난 적설과 눈 꽃이라 이름 붙이기에는 너무 스케일이 커서 차라리 눈 폭탄을 맞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그런 능선과 나무 숲을 거닐었던 터라 가지에 눈송이 하나 매달지 못한 계방의 모습은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겨울에 일반인들이 큰 위험 없이 겨울 눈꽃 산행의 진수를 즐기기에 가장 적합한 산행지 몇 개 꼽으라면 계방산은 늘

약방의 감초 입니다.

덕유산,태백산,계방산,백덕산,선자령

많은 적설과 시도 때도 없이 피는 눈 꽃으로 겨울에 수 많은 사람들에게 잃었던 동심을 돌려주는 유난히 아름다운

겨울 산들 입니다  

 

위풍당당한 위세는 땅에 떨어졌어도 여전히 설국의 명성은 드높아, 경향각지에서 몰려든 차량으로 아랫삼거리와

운두령은  온통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편안한 산길이라지만 예상치 않은 표변하는 날씨 때문에 겨울산에서 방심은 항상 금물입니다.

제가 안방 같은 계룡산에서 허리를 다쳐 4년을 고생한 것처럼

얼마 전 동네 뒷동산처럼 완만하고 빤한 선자령 등산로에서 갑작스런 눈보라와 광풍 때문에 길을 잃고 결국 체온

저하로 운명을 달리했던 부부의 경우에서처럼 겨울산은 순간의 방심과 소홀한 준비에 날 선 경고를 보내기도 합니다.

 

눈은 순백의 윤기를 잃고 겨울은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다소의 실망감과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우린 운두령에서 산등성이를 차고 올랐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진리는 전적으로 잃기만 하는 건 없다는 거지요

우린 멋진 눈꽃과 엄청난 눈 폭탄을 만나지 못 했지만 일망무제로 펼쳐진 강원 고산군의 장엄한 모습과 파도치는 큰

산의  바다를 만났습니다.

 

대한민국에서 5번 째로 높은 산

1000고지에서 오름을 시작한 덕분에 우린 고작 2시간이 채 안 되는 짧은 발걸음으로 강원 산세상의 중심에 섰습니다.

얼룩 갈기를 휘날리며 어디론가 달려가는 능선들

살아 꿈틀거리는 듯한 대지와 표효하는 무수한 봉우리들  

바람은 거침이 없고 시야는 막힘이 없습니다.

계방의 용골마루에 서서 광대무변한 산세상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침묵으로 더 장중한 웅변을 토하고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내려 놓은 모습으로 오히려 충만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장엄한   대자연 한 가운데 내가 서 있었습니다.

 

마치 거대한 파도가 밀려 오는 듯

장쾌하고 웅장한 산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방사선으로 피노라마 칩니다.

당당한 권위와 카리스마로 드넓은 산세상 위에 군림하는 걸출한 영봉

계방산 정상에는 설산의 강인한 골격과 근육이 뿜어내는 기운찬 힘과  1000고지 고산의 거대한 기가 소용돌이 치고 그

웅혼한 고산설국의 풍경은 무한의 감동을 몰고 왔습니다.

병약한 도시의 콘크리트 숲을 벗어나서 문명이 유리된 거대하고 광활한 대자연의 심연과 거대한 산의 파도를 만난 것

만으로  메말랐던 가슴에서  감동이 되살아 나고 다시 심장이 뜨거워졌습니다.

 

계방 산신령님은 산행 내내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귀연 산신제 덕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부는 무수한 능선 한 귀퉁이 바람을 잠재워 즐거운 식사시간을 마련해 주셨고  능선의 칼바람으로 세상에서 쌓인

답답함을 훨훨 날려주시고 일망무제의 조망을 열어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셨습니다.

그것 뿐인가요?

내려오는 길에 수평으로 불어오는 칼 바람과 멋진 눈보라를 선물하시고 하산하고 나서는 함박눈을 펑펑 내려 주셨습니다.

늘 속세를 떠나 버릇처럼 자연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대자연의 축복과 감동이었습니다.

 

삶의 어느 모퉁이에서 문득 만나는 예상치 못한 기쁨과 감동들

잿빛 둥지에 칩거로는 만날 수 없는 계절의 낭만과 대자연의 축복

살맛과 산 맛이 이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멀리 까지 막히지 않는 멋진 조망과  펑펑 내리는 흰 눈은 계방의 선물이었습니다.

올핸 아직 겨울이 순백의 설원에 써가는  장엄한 대자연의 서사시는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이 겨울이 가기 전

다시 한 번 멋진 동화 속 눈 세상으로 떠나는 겨울여행을 기대하면서 계방의 멋진 추억을 2013년의 책갈피에 소중히 접었습니다.

 

 "꽁시 빠짜이 ! “

중국말로 부자 되세요 !”

펑펑 내리는 눈은 돈을 상징한다는데 오늘 계방산에서 칼바람과 춤추며 내리는 흰눈을 맞으신 귀연 분들 올해 건강하시고

돈 많이 버셔서 더욱 아름다운 2013년  대자연의 기쁨 누리시기 바랍니다.

 

 

PS)

입만 가지고 오라고 해도 자연으로 떠나는 길을 힘들어하는데 많은 사람들의 미각을 위해 늘 번거로운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단비총무와 무거운 등짐과 궃은 뒷치닥거리로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길을 만들어 주는 귀연의 젊은피들에게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1000고지 능선에서 먹는 뜨거운 라면 국물과 김치 찌게 맛

그리고 함박눈 속으로 휘날려 가던 뜨거운 오뎅국물의 김과 부침개의 향기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입니다.

당신들이 있어 선배들은 늘 입 만 가지고도 미각의 즐거움을 누립니다.

팔도 유람하는 한량들처럼 건들거리며 기죽지 않고 품위유지하고 댕깁니다.

 

(입만 가지고 다니는 선배님들이여 가끔 후배들에게 술 한잔 사시라

아님 가끔 등도 토락여 주고 나처럼 말로라도 사랑을 보이시라

입 만 가지고 나오래도 추워서 못나온다고 그러지 마시라

나이 먹은 마누라 퉁명스럽고 뽄데 없는 남편 구박하 듯 좀 더 나이 먹으면 젊은 그 누구도 그대들을 더이상 웃음으로 반기지

 않을지 모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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