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눈부신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으로 온다.,
봄은 들썩이는 엉덩이와 싱숭생숭한 가슴으로 온다.
봄은 청산도를 점령하고 완도에 상륙한 후 완도대교를 지나 파죽지세로 진군 중
달마산 해안에 교두보를 확보하였다.
서슬 푸르렀던 겨울은 봄의 거침없는 위세에 눌려 해안에서 일단 퇴각한 후 달마산 능선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능선 곳곳에서 국지적인 교전을 벌이는 중이다.
봄은 달마산 능선 탈환을 시도 하고 있다.
이미 전세는 기울었다.
겨울은 곳곳의 국지적인 전투에서 패배하여 북으로 후퇴를 거듭하며 다시 재기의 기회를
노리지만 대대적인 반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긴 겨울이 조금씩 답답해진다.
봄을 만나기는 조금 이른 삼월 둘째 날
우린 기다림의 지루함을 참을 수 없어 먼저 봄을 만나러 남도로 떠났다.
봄이 오는 남도의 끝자락은 멀기도 하다.
물끄러미 창 밖을 바라보고 가끔은 책을 뒤적인다.
그러다가 싫증이 나서 한참을 졸고 나도 아직 도착하지 않은 머나먼 땅 해남
밀물을 타고 뭍에 상륙한 봄은 남도의 벌판을 황토이랑 사이 푸른 빛을 흘리고 꽹가리
두드리고 엉덩이를 실룩이며 달마산을 넘는 중이다.
치열한 교전이 진행중인 능선의 전선엔 차가운 겨울바람이 여전히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고 있지만 봄이 점령한 남쪽 능선 아래는 따뜻한 봄햇살이 가득하고 가끔 부드러운
해풍이 불어 주었다.
“봄이 왔네 봄이와!”
쪽빛 바다와 푸른 하늘은 동색으로 동화되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
흰빛으로 달려가는 완도대교 넘어 상왕봉이 우뚝하고 바다를 양쪽에 두고 남도를 가로
지르는 달마산 능선 곳곳에는 봄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날이 너무 좋아 다도해의 섬들이 다 보인다.
신지도, 청산도 , 노화도, 보길도, 진도 땅끝
우리는 꽈배기 뒤틀리 듯 암릉 사이 곡예를 하는 길을 따라 도솔암으로 간다.
불국 중심에 수미산이 있다 했다.
그 수미산 꼭대기에서 달구지로 한나절 거리에 오욕에서 벗어나 지족과 복락을 누릴 수
있는 불국정토 도솔천이 있다.
세사의 시름과 미망에서 벗어나 따뜻한 햇살과 부드러운 봄 바람을 목에 두르고 달마산
도솔암 가는 바윗 길이 불국 도솔천으로 난 길이었다.
오늘
무언가를 내려 놓기 좋은 날이다.
세상에서 쌓인 삶의 찌꺼기
그리고 답답한 가슴들
무언가로 채우기에 좋은 날이다.
맑은 하늘과 후련한 바다
부드럽고 투명한 바람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봄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1941~)
우리 살아가는 날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 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은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 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생명이 피어나는 봄의 기운이 달마산 바위 봉에 넘쳐나고 그 길은 걸어 가는 사람들은
계절과 대지의 축복으로 새처럼 즐거워 진다.
봄처녀가 조용히 다가와 가슴을 흔들었다.
간지러운 언어로 속삭이고
감미로운 입술로 부드럽게 입맞춤 한다.
달마산에서
수줍은은 봄처녀의 유혹과 교태에 빠져 정신이 혼미해졌다..
“난 가슴이 메마른 줄 알았어
바다에서 갓 올라온 봄바람이 코맹맹이 소리를 해도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어
너의 눈부신 미소만으로 난 다시 아이처럼 촐랑거리며 바다새처럼 멋지게 날면서 달마
능선을 비행했지 “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
무릉객이 남쪽으로 간 이유는 ?
거기 달마산이 있다.
봄이오는 달마산 바위 암봉에 올라 달마의 지혜를 얻는다.
인생이란 여행길을 즐겁게 만드는 방법과
봄을 먼저 만나고 또 쉽사리 달아나는 봄 처녀와 오래 사랑을 나누며
삶의 배낭을 더 가볍게 만드는 것에 관하여…..
바람피고 돌아오는 발길이 이리 가벼워도 되나?
엊그제 까지 겨울여인을 쫓아 무수한 설산을 방황했는데 …
세월은 흐르고
계절은 변하고
사랑은 움직인다.
2월 덕유산이 겨울여인과 추었던 마지막 탱고 였다.
겨울 여인은 울며 달마산을 넘어 지리산으로 떠났다.
산 행 일 : 2013년 3월 3(일)
산 행 지 : 해남 달마산 (489m)
날 씨 : 맑고 쾌청
산행코스 : 미황사-달마산-도솔암 – 마봉리 주차장
소요시간 : 약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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