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 황석산을 가려했는데 함양 인근은 하루종일 비가 예정되고 대전은 오후에 개이는 것으로
예보되어 출정을 보류하고 대전 둘레길을 다녀왔다.
9월 첫번 째 토요일
이번 주말도 비가 온단다.
“황석산 가가 힘드네 “
다만 이번엔 함양 쪽이 오후에 개이는 것으로 나와서 비한 번 맞을 각오로 마눌카를 몰고 출정하다.
황석 신령님의 멋진 세레모니가 기대되는 날
다행이 가는 길 내내 찡그린 하늘은 비를 뿌리지 않았다.
지난 주 귀연팀과 기백산 금원산 종주를 했다.
이번 황석산은 지난 가을에 귀연팀들과 함께 다녀왔지만 마눌과 함께하는 백대명산 산행길은 기백산
금원산 종주와 함께 연결하고 싶었다.
덕유산 때문에 폄하되고 있는 서로 마주보는 함양의 웅장한 산릉
대진 고속도로를 따라 여유롭게 유동마을에 도착했다.
마을회관 앞에 차를 주차하고 이정표를 따라 오르는 길
산 행 일 : 13.9.7 (토요일)
산 행 지 : 황석산
산행코스 : 유동마을-황석산-산내골-령암사-유동마을
날 씨 : 맑고 시원하다
거 리 : 정상 4.5km 령암사 이후 임도 및 도로 따라 1시간
소요시간 : 등산 약 7시간 30분
동 행 : 마눌
시간 |
경유지 |
비 고 |
09:08 |
유동 마을회관 파킹 |
|
09:10 |
들머리 이정표 |
황석산 4.5km |
09:57 |
이정표 |
황석산 3.0km |
10;17 |
오름길 운해 |
|
10:43 |
이정표 |
황석산 정산 1.9km |
10;56 |
이정표 |
황석산 정상 1.5km |
11;08 |
황석산 전위봉 |
|
11:30 |
전위봉 능선 식사 |
약 30분 소요 |
12:10 |
이정표 |
정상 0.6km |
12:43 |
황석산 정상 |
약 25분 소요 |
13:11 |
이정표 |
거망산 4.2km |
13:24 |
석문 |
|
|
능선주유 및 회귀 후 하산 |
|
15:35 |
영암사 |
, |
|
계곡알탕 |
약 15분 |
16:38 |
유동마을 |
|
마을 길엔 벌써 사과와 밤이 익어가고 오미자가 탐스러운 붉은 망울로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마눌과 둘이 왔으니 시간에 쫒길 일이 없다.
거망산 까지 힘이 부치면 중간에 내려가면 될 일이다.
길섶에 떨어진 밤도 까먹고 야생화도 하나하나 사진 찍어가면서 쉬엄쉬엄 오른다.
지난 번 우전마을 오름 길도 처음에는 부드럽다가 가파르게 일어나 있었지만 유동 마을 오름 길은
처음부터 된비알을 이루고 있었다.
산행로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었다.
9월 날씨는 아직 무덥지만 오전 까지 내린 비에 축축해진 산행로가 그나마 더위를 식혀준다.
앞에 부부가 먼저 갔는데 울창한 수풀 에서는 잎이 머금은 빗방울이 쏟아져 내리고 산행로에서
거미줄이 척척 얼굴에 감긴다.
앞선 부부는 갈림 길에서 멀리 돌아가는 다른 길을 따라 간 모양이다.
여기가 어디메뇨?
바람 없는 골짜기 오름길 이라 땀이 많이 나는데 산 중턱 나뭇 잎 사이로 건너편 산 풍경을 흘깃 보다가
이내 마음이 바뻐진다.
어쩌면 가장 멋진 황석산을 만날지도 모르겠다.
황석산 전위봉 전 이정표
마눌을 뒤에 두고 급한 마음에 서둘러 먼저 전위봉에 올랐다.
산천은 의구하고 인걸은 간데없다.
아무도 없는 산하에 구름만 무심히 피어난다.
야호 !
황석산이 건너다 보이는 능선 봉우리에서는 후련하게 사위가 조망된다.
멋진 황석나라
역시 가장 아름다운 산세상은 비가 그치고 난 후에 만날 수 있다.
산색은 푸르고 대기는 청명하다.
온통 파도치는 산릉과 넘실대는 구름바다
산과 구름 사이로 퇴화된 인간세상은 그 흔적이 미미하다.
능선 위에서 아이처럼 가슴이 벅차 올랐다.
황홀경
자욱했던 운해는 우리가 능선을 오르는 사이 머리를 풀고 하늘로 올라갔다.
비온 후 낮게 깔린 운해가 신명난 바람을 타고 산자락에서 춤을 춘다.
그 곳은 신선의 나라였고 우리는 신선의 나라에 출입허가를 받은 단 두 사람이었다.
탄성을 올리며 자연이 보여주는 최상의 퍼포먼스를 감상한다.
하늘 가운데서 해가 구름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먼산의 운해는 조금씩 엷어져 갔다.
신의정원 풍광 좋은 테라스에 앉아 산상만찬을 즐기는데 몇몇의 산님이 환호하며 올라 왔다.
모두 자연의 조화에 감동하고 궂은 날씨에 만난 예상치 못한 행운에 즐거워 했다.
바람과 구름이 암릉을 살아 꿈틀거리게 한다.
구름이 오락가락하는 황석산에 올랐다.
마치 선계에 올라 인간세상을 내려다 보듯 가득한 신비감 속에서 신의 정원을 배회했다.
구름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대자연의 화폭에 새로운 진풍경을 그려냈다.
거망산으로 이어지는 구름에 가린 황석능선
유동마을에서 올라온 능선길
황석능선 주유
거망산 가는 길은 우회길 갈라 지는 쪽에서 능선 길을 따라 올랐다.
귀연 과의 우천산행 때 계곡 쪽 우회 길을 따랐던 터라 마눌을 대동했음에도 가지 않은 능선길을 가
보고자 했다.
헐~~~ 생각보다 훨씬 험한 능선 길에는 제대로된 등로가 없다
능선 길은 갈수록 험해졌다.
구름마저 오락가락하는 암릉 길은 안전시설없이 자연상태 그대로 남아있는 위험한 길이었다.
우회하는 길도 만만치 않았지만 능선 길을 버리고 모두들 아래로 우회하는 이유가 있었다.
젊은 친구 몇몇이 앞에서 능선을 타다가 난코스에 막혀 전전긍긍하고 있다.
등로는 점입가경이다.
잘못하면 오도가도 못하는 교착상태에 빠질 수도 있겠다.
마눌을 독려하며 힘겹게 앞으로 나가고 있는데 바위 난간을 부여잡고 벼랑길을 돌아 오르는 곳에서
참고 따라오던 마눌이 도저히 갈 수 없다고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바위난간을 부여잡고 까마득한 벼랑 길을 돌아가는 시범을 보이면서도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마눌한테는 무리긴 무리였다.
지금껐 어렵게 암릉을 타고 온터라 되돌림도 쉽지는 않지만 도저히 안된다고 판단한 곳에서는 과감하게
되돌아 가야 한다.
돌아오기 어려운 난코스를 극복한 후에 우리 능력으로 갈 수 없는 길을 만나면 중간에 오도가도 못할 수 있다.
아쉽지만 우리는 막바지 절벽길에서 회귀를 결정했고 다시 고분분투를 하며 어렵게 걸어온 길을 되집어
돌아 갔다.
판단은 빨라야 하고 아무리 긴 시간의 되돌림이 있어도 항상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원래의 우회 길은 우리가 지나 온 길을 한참 더 되돌아 가서 능선좌측 길로 내려서야 하는데 우리는
되돌아 온 능선 중간 쯤에서 만난 우측 갈림길도 우회 길이라고 생각하고 그 길을 따라 갔다.
내림길이 한동안 계속되어 아랫쪽에서 산허리로 넓게 우회하는 길이려니 했는데 내림김은 점점 가파라지고
능선은 점점 더 멀어졌다.
그 길은 하산 길이었다.
길은 온통 돌 투성이인데 유동마을 오름 길보다도 더 거칠고 가팔라서 위험했다.
지도를 확인해보니 황석산 조금 지난 곳에서 희미하게 갈라지는 산내골 하산 루트였다.
좌측으로 능선을 우회하여 가다가 뫼재에서 내려가면 산내골로 하산할 수 있는데 우리는 능선으
로 진행함이 없이 엉겹결에 초단거리 하산루트를 선택한 셈이 되었다.
무슨문제 있으랴?
우리는 성공적으로 황석산 등정을 마무리 했고 구름과 바람이 빚어낸 보기드믄 멋진 풍경을 만났다.
또 하나의 아름다운 산에 우리의 추억과 발자욱을 남기고 남들보다 먼저 계절의 낭만과 향기를 느껴 보았다.
내려가는 등로가 거칠었지만 길에서 만나는 야생화와 버섯을 살펴보면서 천천히 흘러 내렸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어서 내림길 령암사 모퉁이 푸른 계곡소에서 알탕을 했다.
마눌은 옆에서 망을 보고 나는 마지막 하산 의식을 치루고…..
계곡물은 뼈에 사무치도록 차가웠다.
온몸이 얼어붙는 차가움을 참고 오래 몸을 담그니 나중에는 몸에서 열이 확확 올랐다.
심산 주유와 알탕 세례
내겐 그것이 충전이고 운동이고 보약이었다.
남은 길은 포장된 임도와 도로로 가파른 등산로에서 힘들게 내려오다 보니 평지를 걷는 편안함을
알겠더라
우리는 임도와 도로를 한시간여 더 걸어서야 유동마을로 돌아갈 수 있었다.
9시 10분 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해서 4시 38분에 유동마을에 도착했으니 7시간 30분 소요된 긴 여정이었다..
.
다이나믹한 동작과 빠른 템포의 춤
극적인 반전스토리로 숨가쁘게 엮어낸 격정의 66번 째 황석 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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