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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과 백대명산

마눌과 추는 춤 - 신불산 (100 명산 제 67산)

 

 

 

 

 

세상일은 미리 예단하거나 겁먹을 필요가 없다.

어떤 일의 한 단면만으로 호불호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세상에는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으로  

통제되지 않는 일들도 무수히 많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길을 걷는 다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희망과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다.

가끔 보이지 않는 힘이 우리를 의도하지 않는 낯선 곳으로 이끌어간다.

그 길의 풍경은 너무 적막하고 황량해서 길을 걸어 갈 용기와 의욕을 잃어버리게 하기도하고 때론 넋을

잃을 만큼 아름답기도 하다.

하지만 그 길을 걷다 보면 보이는 풍경이 전부가 아니다.

길과 풍경은 뒤바뀌기 일쑤다.

의도하지 않은 어떤  길 위로 인도하는 보이지 않는 힘을 우린 운명이란 말로 표현한다.

그 힘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길을 어떻게 걸어갈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

무릇 길은 좋은 길도 있고 나쁜 길도 있겠지만 어느 길도 돌길과 가시밭길로만 이루어져 있지만은 않다.

.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결국 궁극의 목적지는 한 곳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삶이란 수 많은 갈래 길에서 때로는 운명이란 것에 이끌려 때로는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어떤 길을

걸어 간다.

궁극의 목적지를 향한 그 길은 천차만별이지만  그 길을 걷는 방법도 수만 가지가 있다.

 

 

누군가는 길가의 풍경을 바라보며 삶의 기쁨에 젖고 누군가는 멀리서 다가오는 폭풍우와 비구름을 바라

보며 비탄에 젖는다.

누군가는 평탄한 숲길에서도 다리 아프다고 주저앉고 다른 누군가는 험한 바위 길 위에서 스릴과 희열을

느낀다.

 

우리 삶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우리의 삶에서 더 중요한 것은 어떠한 길을 선택 하느냐 하는 것 보다 어떠한 태도와 마음으로 그

길을 걸어가느냐에 의해 달려 있기도 하다.

 

무지개를 만나려면 비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경험상 가장 멋진  산 풍경은 비가 그친 후 눈부신 태양이 빛날 때 만날 수 있다.

 

마눌이 오래 전에 신불산행을 신청해 놓았다.

간밤에 비가 내리고도 떠나는 날 아침 까지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버스를 타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더

굵어진다.

한참을 자고 나니 울산 가까이 까지 왔는데 비가 내리지 않는다.

이게 무신 조화여?”

 

어쨋든 비를 각오하고 왔지만 출발부터 비에 젖지 않으니 운좋은 날이다.

영남 알프스 산신령님들 2006  9 11봉 종주길에 올랐던 무릉객을 기억하고 계시는 모양이다.

 

7년 전 10 1 2일의 긴 여정 끝에서 마지막 배내봉의 술렁임을 뒤로하고  개선장군처럼 배내고개로 내려

섰었다.

막걸리의 취기였는지 승리의 환호였는지 이미 그 길의 기억은 세월에 훨훨 날아가버렸다.

내림길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거친 길에 쏟아냈던 땀의 자부심으로 영남알프스 마지막 봉우리를 넘어

내리던  발걸음은 날아갈 듯 가벼웠던 것 같다.

오늘 역으로 오르는 그 길은 생각보다 가파른 비탈 계단 길이었다.

흐린 날 시원한 바람이 간간히 불어주긴 했어도  가파를 등로에서 솟아나는 굵은 땀방울을 씻어주기에는 역

부족이었다.

 

 

 

 

 

 

 

 

 

 

 

산 행 일 :  13.9.14 (토요일) 

산 행 지 :  간월산,신불산

산행코스 :  배내고개 배내봉-간월산-간월재-신불산-신불재-신불산휴양림

            - 청수골 산장

 

    :  폭우 후 흐리고 맑다.

소요시간 :  7시간

    :  마눌 & 한밭산사랑

 

 

 

 

 

시간

경유지

비 고

10:57

배내고개

산행들머리 간월산 4.0km

11:31

이정표

배내봉 0.4km 간월산 3km

11:39

배내봉(966m)

       13;17

간월산(1,069m)

간월재 0.8km

13:23

식사- 간월산 능선

20분 소요

14;00

전망대

14;09

간월재

배내봉 3.4km, 간월산 0.8km,신불산0.9km

14:33

전망대

신불산 0.9km  15분 휴식

15:08

신불산

신불재 0.7km , 간월재 1.6km

       15:36

신불재

17:08

신불산 자연양림

       17:55

하산완료

 

 

 

 

 

 

 

 

 

 

 

 

 

 

 

 

 

 

배내봉

영남알프스 완주의 기쁨으로 환호작약하던 마지막 봉우리 배내봉

다시 그 봉우리 낯선 표석 앞에 섰다.

내 젊음의 영광과 전설이 머무는 봉우리이다.

한줄기 바람과 피어나는 구름처럼 흘러간 세월이었다.

7년 만에 다시 찾은 배내봉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갔다.

 

그날의 감회에 젖으며 잠시 다리쉼을 하려는 찰라 갑자기 후드득거리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

순식간에 사위가 온통 컴컴해지고 주먹덩이 만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예비동작도 없이 거친 바람이 불고 폭우가 퍼붓기 시작하는데 온통 정신이 없다.

땀으로 젖었던 터라 웬만하면  비를 맞으려 했는데 처음부터 그 비를 고스란히 맨몸으로 받아내면

체온저하로 산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바람결은 세차고 빗발은 차가웠다.

서둘러 방수포를 씌우고 우의를 꺼내 입었지만 이미 배낭과 옷은 모두 젖어버렸다.

순간에 표변하여 광포한 얼굴로 평화로운 세상을 뒤엎어 버리는 대자연의 서슬에 모두 혼비백산 했다.

하늘은 먹장구름으로 뒤덮힌 채 쉴새 없이  으르렁거리고 세찬 바람을 탄 비는 정면과 사방에서 들이

치며 얼굴이며 몸통을 사정없이 후려 팬다.

한치의 앞도 보이지 않고 따가워서 얼굴을 들 수도 없다.

영남알프스 산신령님들 환영세리모니 정말 거하다.

 

 

 

 

 

 

 

 

 

 

 

간월산 가는 길

순식간에 1000고지 산길은 흙탕물 도랑으로 변하고 등산화 속으로 한 번 들어오고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빗물은 점점 더 불어나며 걸을 때마다 개구리 울음소릴 냈지만 으르렁거리는 천둥소리와  우비를 두드리는

빗소리는 등산화의 철퍽임과 개구리 울음소리를 모두 삼켜버렸다.

마눌의 얼굴은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어쩔 줄 몰라 했다.

 

내겐 이런 비가 처음이 아니다.

나처럼 수 많은 비에 대한 수 많은  추억을 간직한 사람이 또 있을까?

 

하루종일 맞고 걸었던 백두대간의 비

결국 벽소령에서 회군하게 만들었던 지리산 종주길의  폭우

책여산 우중산행

아빨을 부다닥 거리게 했던 한여름 낙동정맥의 얼음 비

 

지리산 태극종주 길의 폭우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오늘은 많은 산님들과 폭우 속의 산길을 함께 걸어 가지만 지리산 태극종주 길에서는 나 홀로 한여름 폭우와

조우했다.

컴컴함 하늘에서는 무수한 번개가 내리치고 터질 것 같은 굉음은 온 산을 쩌렁쩌렁 울렸다.

벼락맞을 까봐 스틱을 내던지고 은폐물도 없는 혼자 어쩔줄 모르다가 나중에는 배째라하고 가던 길을 재촉했는데 

그장엄함과 처절한 비장미는 영화보다 더 극적이었다..

  

혼돈스런 그날의 짜릿하고도 후련한 쾌감과 비 그친 풍경의 아름다운 잔상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무더위는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잠시도 서 있을 수 없는 추위와  부지런히 움직임을 몰고 온 폭우 속에서도 전율처럼 날카롭게 다가왔던

그날의 장엄한 추억이 되살아 났다.

역설적인 야릇한 쾌감  

오히려 충격의 영상과 감동의 예감이 젖은 옷 속으로 스믈거리며 기어 올랐다.

멋진 대자연의 향연을 예고하는 산신령님의 식전 축하 세리모니 였다.

삼십여분 세차게 퍼부어 대던 비는 조금씩 고개를 떨구고 바람은 조용히 목소리를 깔았다.

 

우수에 찬 흐린 하늘엔 서늘한 바람이 불어간다.

한참을 오락가락하던 안개는 산허리를 휘감아 골짜기 아래로 내려서기도 하고 아얘 머리를 풀고 능선비탈을

따라 하늘로 올라간다.

 

 

 

 

 

 

 

 

 

 

 

 

 

 

 

간월산

비 개인 장엄한 산릉을 어떻게 묘사할까?

한 폭의 맑은 수채화 ?

가끔 너울거리는 하얀 운무가 살아 있는 화폭을 만든다.

후련하게 사위가 조망된다.

영남 알프스의 장엄한 산군을 다시 대하니 감회가 새롭다.

젊음의 패기와 도전이 신화처럼 떠도는 이 곳.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 투명한 대기와 깨끗이 씻기운 산들은 해맑은 모습으로 웃고 있다.

감히 대적할 수 없는 대자연의 변화무쌍한 조화라 아니할 수 없다.

어느 날 우리를 새로운 세상으로 내모는 보이지 않는 힘을 만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머리를 조아려 대자연에 경배하는 것이다.

궁극의 조화와 무궁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조화와 변화가 주는 기쁨을 즐기는 것이다.

비가 그치긴 했지만  첩첩 산 주름 사이사이 안개를 피워내며  우수에 젖어 있는 간월산

망루에서 점심을 먹었다.

 

 

 

 

 

 

 

 

 

 

 

 

 

 

 

 

 

 

 

 

 

 

 

 

 

 

 

 

 

 

 

 

 

 

신불산 가는 길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정말 천연덕스럽게 해님이 구름 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나는 얼굴이며 팔등에 서둘러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바른다.

하얗게 변한 채 산릉사이로 넘실거리는 뭉개 구름과 초록이 대지가 눈이 부시다..

자연은 순식간에 먹장구름과 악마의 비명을 거두고 무음의 장중한 화음이 흐르는  부드러운 천상의 화원을

만들었다.

우리는 하늘 위 구름 길을 걸어가 듯 가볍게 그 길을 따라 갔다.

간월재에서 신불산 가는 길은 초원 길에서 아직 몽글거리는 솜털이 나지 않은 어린 억새가 손을 흔들었다.

한 폭의 그림같이 깨끗하고 맑은 풍경이었다.

우리가 간월재에 내려서서 신불산에 오르는 사이 그렇게 맑게 빛나던 간월산과 간월재는 자욱한 산 안개에

뒤덮여 버렸다.

마치 산신령님은 우리가 지난 길의 흔적을 모두 지워 버리려는 듯….

 

 

 

 

 

 

 

 

 

 

 

 

 

 

 

 

 

 

 

 

 

 

 

 

 

 

 

 

 

 

 

 

 

 

 

 

 

 

 

 

 

 

 

 

 

 

 

 

 

 

 

 

 

 

 

 

 

 

 

 

 

 

 

 

 

 

 

 

 

 

 

 

신불산

안개가 우리 뒤를 따라 오더니 우리를 질러 신불산으로 먼저 올라 간다.

영남 알프스 종주길 2일차에 힘이 펄펄 살아나 신불평원을 가로질러 파죽지세로 치달았던 그 신불산이었다.

신불산에도 커다란  표석이 다시 세워져 있었고 누군가 견고한 돌탑을 더 크게 쌓아 놓았다.

내림 길에  7년전 만났던 반가운 표석이 안개 속에서 아는 체를 한다.

그래 바로 너였구나    그날의 나의 승리와 빛나는 웃음을 지켜 보았던 건… “

찡한 반가움이  밀려왔다.

거대한 표석에게 밀려 한 켠에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이 조금은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

화이팅!  신불표석 !”

나는 이렇게 흰머리가 늘었는데 그래도 넌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이잖아!

거친 산길을 사랑하던 오랜 산 친구들은 언제나 널 잊지 못할 거야

 

우린 함께 흐르는 안개 속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그 날의 함성과 친구들은 모두 사라지고 난 마눌과 함께 그 길 위에 다시 섰다.

난 다시 온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친구여 언제 술 한잔 하세 !” 하는 말처럼 공허한 메아리가 될까봐

안녕 친구! “

또 만날 날이 있으면 좋겠군

바람 길에 세 번 스쳐 지났던 무릉객을 기억해 주시게….

 

 

 

 

 

 

 

 

 

 

 

 

 

 

 

 

 

 

 

 

 

 

 

 

 

 

 

청수골 하산길

신불재 가는 길에는 안개가 가득했다.

몽환의 운무가 억새 밭에 내려 앉아 신비 가득한 세상을 만들었다.

대자연의 변화란 얼마나 황홀한가?

예측할 수 없는 무수한 변수에 의해 언제나 새로운 얼굴로 다가 오는 자연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고혹의 여인이다.

그 분위기에 끌려 우리가 후미란 생각도 잊은 채 안개 흐르는 신불평원을 아쉬워했다.

마치 싸이렌의 요정에 끌린 듯 이리저리 산안개를 몰고 다니는 신불재의 바람을 따라 억새 밭 능선

중턱까지  올랐다가 점점 더 자욱해지는 안개와 찬 바람에 화들짝 놀라  산길을 내려섰다.

 

내림길은 지루한 임도 길이었다.

나누어준 지도도 보지 않은 채 신불산 휴게소에서 산행대장과 전화통화만 하는 바람에 엉뚱한 길을

잡았다.

우리는 콘크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30여분을 더 걸었다.

우리만 그랬으면 그래도 괜찮았울 텐데 애궃은 후미 산님이 우리를 따라오느라 곤욕을 치루었다.

버스 출발도 우리 때문에 늦어졌다.

귀연 산행대장 무릉객 완죤 스타일 구겼다.

7년만에 다시 찾은 반가운 무릉객부부 발길을 조금 더 잡아두려는 신불산신령님의 도술이거나  내가 신

불산 풍경에 넋이 나갔거나

 

마눌과 함게 춘 행복한 67번 째  넋나간 신불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