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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과 백대명산

마눌과 추는 춤 - 두타산 (100대 명산 제 64산)

 

 

 

 

 

 

 

 

꿈을 꾼 적이 있다.

꿈이 너무 선명하고 기분이 너무 좋아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던 그런 꿈

 

 

초록이 일렁이는 여름날 홀로 깊은 산 길을 걷고 있었다.

그 길은 백두산으로 가는 길이었다.

분명 처음 가는 길인데 나는 마치 그 길을 잘 아는 듯 추호의 망설임 없이 깊은 산 길을  거슬러 올라 갔다.

 

큰 산의 장엄한 풍경

이리저리 불어가는 맑은 바람이 나무 숲을 흔들었다.

나는 벅차오르는 희열과 설레임  그리고 적막한 자연의 신비감에 휩싸인 채 홀로 묵묵히  그 길을 걸어 갔다.

 

마치 열반에 입적이라도 한 듯

근원을 알지 못할 기쁨과 충만한 느낌이 내내 따라왔다.

그 후로도 오래도록 그 꿈의 여운이 남았다.

 

 

 

마늘과 마눌 친구들과 귀연과 함께하리라 했던 두타산 등정 계획은 어이 없이 무산되었다.

무더위에 빡센 산행일정이라 큰 버스 정족수가 채워지지 못했고   집행부는 예산을 이유로 소형 버스로 바꾸어 버렸다.

오잉   나는 워쩌?”

100대명산 64산 춤

나야 상관없지만 8시간 장거리 버스 이동에  8시간 정도는 산을 타야 하는데 초짜들은 거친 산행과 긴 이동거리를

어뜨케 감당하라구?

더 신청할 사람들도 쑥 들어 가겠다.

"귀연 너무한 거 아녀?  정말 쩨쩨하게 이러기야?  "

양반곰 회장한테 전화해서 다시 버스를 바꾸자고 했다.

다른 산악회 보다 돈은 더 받고 오가는 여정까지 불편하게 만들면 귀연의 인기와 명성에 누가되지 않겠나?.

그리고 귀연 식구들이야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불만과미지 손상은 워쩌구?

양반곰 회장도 그러자고 했는데 아뿔사 대형버스 장기사님이 그 새를 못 참고 다른 곳과 계약을 해 버렸다.

"허긴 요새가 황금의 휴가철이니 귀연에 팽당했다고 가락 빨고 있을 일이 없지..."

할 수 없어서 우린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불평하지 마라 ! 탓하지 마라 !  결정된 모든 건 운명이다."

그 산에 언제 오라는 건 다 산신령님의 뜻인 모양이다.

 

아무튼 우리를 떼어내고 발병도 안나고 귀연은 무사히 다녀왔다.

예상대로 무더운 날씨와 불편한 버스로 엄청 고생을 했다고 한다..

중부권에 많은 폭우가 쏟아졌는데도 사진으로 보는 귀연의 두타산행 길에는 물이 너무 말라서 그 커다란 계곡의

빈약한 모습은 낯설고 애처러웠다.

 

 

 

 

 

 

 

 

 

 

 

 

 

 

 

 

 

 

 

 

 

 

 

산 행 일 :  13.7.20 (토요일)  

산 행 지 :  두타산

산행코스 : 댓재-두타산-무릉계곡 -삼화사

    :  맑고 시원하다.

    :  15km

소요시간 : 등산 8시간

    :  마눌 (소월 산악회)

 

시간

경유지

비 고

10:24

댓재출발

 

10:48

햇댓등

 

       11:39

동해바다 조망처1

 

       11:54

동해바다 조망처 2

 

12:13

두타산 3.3km 이정표

댓재 2.8km

12;27

통골재

 

12;55

두타산 1.3km 전방 쉼터

30분간 식사

14:00

두타산 정상

기념촬영

       14:20

하산시작

 

14:40

바위 조망처

기념 촬영

       15:06

쉰음산 갈림길

 

15:19

멋진 적송

10분간 휴식

15:36

대궐터 삼거리

 

       16:31

깔딱고개 입구

계곡 시작점

       16:47

비밀의 계곡

 

17:10

비밀의 계곡 출발

25분 휴식

17:15

산성 12폭포와 거북바위

 

17:28

두타산성

 

17:47

계곡 갈림길

 

17:56

학소대

 

18:06

삼화사

 

18:11

무릉반석

 

18:22

주차장

 

 

 

7 20일 토요일날 소월산악회에 두타 산행이 떴다.

마침 그 다음날 인 일요일은 귀연 안식일이다.

 

7 18일 오후 4 30분 양구, 화천 지역 호우 경보 발령

7 18일 오후 5 30분을 기해 고성,속초,양양 인제 호우 주의보 발령

        

지화자.

20일은 흐리고 오후부터 비가 예상된다고 했다.

 

산자수명 의 청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무릉계

어쩌면 계곡에 맑은 물이 넘실대고 운무 오락가락 하는 멋진 두타산을 볼지도 모르겠다.

 

모든 건 두타 산신령님 한테 달려 있는 거다.

정해진 일정을 바꾸어 다른 날을 점지해 주시는 거나

어떤 풍경을 만나게 해주시는 거나

 

비가 올지도 몰라 다른 친구들에겐 연락 안하고 둘만 떠나기로 했다.

 

4시에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고 출발 했다.

눈꼽이 채 떨어지지도 전에  밥 한공기 후딱 비울 수 있는 신공의 날은  아직 세월에 무뎌지지  않았다.  

 

휴게소에서 아침먹는 마눌 따라서 가락국수 몇 젖가락 얻어 먹고 과자 한 봉지와 사이다 한 병을 입가심하다.

신문보다 졸고 아얘 코골며 퍼질러 자기도 하고 경치구경도 하다보니 어느덧 4시간이 훌쩍 지나 댓재에 도착

했다.

버스 여행은 그렇게 자유롭고 느긋해서 좋다.

더 좋은 건 나의 고강한 슬리핑 축지법으로 순간이동의 비기를 구사할 수 있다는 거 .

 

산행대장이 부여한 시간은 총 8시간 이다.

우린 청옥산 까지 연결하지 않고 5개 코스 중 두 번째로 짧은 E 코스를  선택할 생각이라 1시간 이상의 여유가

있는 셈이다..

 

댓재에서 물도 사고 이 곳저곳 기웃거리며 사진도 찍고  일행들이 모두 사라지고 난 다음에 천천히 두타산을

향해 출발했다.

 

이게 뭔 일 이래유?

삼복 염천에 한반도 남부가 말라 비틀어져 가는데 두타산에는 가을이 가까이 오고 있다.

 

 

 

환상적인 날씨였다.

지난 포암산보다도 더 맑고 깨끗한 바람

댓재에서 두타산 가는 내내  청량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그 결이 차가운 옥바람이 계속 불어 주었다.

두타산은 부처님이 누어 있는 형상이라고 했던가?

무더위에 두타산 신령님이 부처님에게 보내는 바람이었다.

지구는 항상 나를 중심으로 돌아 가고 있으니 신령님과 부처님이 내게 보내주시는 바람인지도 모르겠다.

 

맑은 파란하늘에는 뭉게구름 떠가고 그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름드리 고목사이로 가는 길은 마치 극락

정토를 헤메는 듯 설레이고 감미로웠다.

목덜미를 휘감는 시원한 바람결과 맑은 대기에  콧노래가 절로 난다.

 

백두산을 향하던 그 날의 꿈 생각이 났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그 때처럼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이 생생히 살아왔다.

난  속세를 떠나 불국으로 들어 간다.

 

대전은 폭염에 지쳐간다는데  거친 큰 산을 오르는 우리는 너무 시원하고 상쾌했다.

바람에 일렁이는 가을의 푸른 숲을 거니는 낭만

우린 꿈 꾸듯 그 길을 걸었다.

 

벌써 오랜 옛날이다.

11년전 백두대간 종주시절 댓재로 내려서던 날은 하늘이 맑은 늦가을 날이었다.

백봉령으로 부터의 12시간 긴 여정 막바지의  기억은 그  길이 꽤 길었다는 것과 멋진 자태의 소나무가

많았다는 것으로만 남아 있다.

옛 기억을 더듬으며 기록을 살펴보니 그 때가 두타산 두 번째 산행 길이었고 나는 그날 아주 좋은  

컨디션에  두타 청옥의 산세에 진하게 감동을 먹었다.

 

댓재를 걸어 내리던 추억은 이렇게 글로 남아 있다.

 

댓재 가는 길은 내리막 만이 아니었다.

꼬박 두시간 30분이 소요되는 6km 이상의 먼 길인데 두타와 연결된  범상치 않은 산세가  기세 좋게 이어지고

몇 개의 봉우리를 더 넘어야하는 긴 여정이었다.

10시간 가량의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마지막 남은 젖먹던 힘까지 요구하는 길고도 긴 하산로가 많은 사람들

에게 고통스럽고 원망스러웠으리라.

오늘 최악의 컨디션인 듯 지금까지 산행에서 가장 힘겨워하는 조부장과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느라 천천히

산을 타긴 했는데 난 별다른 어려움도 아무런 피로감도 없다  

 

가지를 뻗은 아람드리 노송들이 웅자를 뽐내는 수려한 산길.

87년 심야 산행의 추억을 반추하며 그 길을 간다 .

바람이 불어도

바람에 날리는 낙엽들이  다시 솟구쳐 흩어지듯 떠나가는 가을과 함께하는 산행은 서정적 이다.

이 시간 여기 있어 이렇듯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고 그 만남으로 인해 나의 인생은 언제나 푸르고 풍요롭다.

 

순환하는 계절에 따라 나는 늙어 가겠지만

언제나 변함 없는 그 자리와  그 의미를 간직한  산처럼

세월의 흐름과 상관 없이 내 마음은 산을 닮아 가고 있을까?

 

 

세월이 오래 흘러 이젠 한 번쯤 가 본 산 길을 걷다 보니 그 길에 남아 있는 추억이 새롭고 두서없이 갈팡거릴

지언정 글을 남기던 습관이 있어 당시의 나를 돌아 보는 것 또한 즐겁다.

 

이 길이 내가 걷고자 했던 이런 멋진 길이었구나?

그 진한 대지의 감동들은 늘 말없이 나를 산으로 이끌었고 나는 30년 넘게 일편단심 산을 오르고 큰 산의 기와

교훈을 받고 있다.

오매불망 산사랑도 모자라서 요즘은 마눌과 아이들까지  대동하고 다니니 산신령님조차 어찌 내가 반갑지 않으

시랴?.

 

독서백편 의자현이란 말처럼 무수한 세월을  산과 속세를 오갔으니  수 많은 날을 그 곳에서 바람과 산이 묵언과

침묵으로 설파한 삶과 인생에  관한 수 많은 가르침들이 다 걸러지고 날아간 중에도 보이지 않게 가슴에 조금씩

가라 앉아 있지 않겠나?

 

도를 통한다는 게 별건가?.

우리가 크고 거룩한 부처님의 대오각성을 욕심내지 않는다면 우린 날마다 새로운 도를 깨우치고 마음먹기에

따라 쉽게 부처의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

 

범인의 깨우침이란 기쁨과 등을 맞댄 고통의 의미를 아는 것이다.

산 길을 걸으며 세상과 자신을 내리고 대자연의 진기를 받아 고요한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오랜 세월 대자연의 가르침을 받다 보면 어느 때부턴가 산에 들지 않고도 걸었던 수많은 길의 평화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추억하는 것 만으로도 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행복에 젖을 수 있다..

그것이 정녕 도를 통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난 산에서 늘 기쁨과 희망을 만난다.

거기에 복음과 불경이 있고 극락과 천당이 있다.

내가 흘리는 땀과 거친 호흡은 선계 입적을 위한 비자일 뿐

남들이 힘들다는 그 길이 내겐 또 다른 멋진 세상과 나의 행복으로 연결된 길이다.

 

난 오늘도 열반에 들었다.

싱그러운 초록의 숲과 파란하늘, 두타의 아름드리 노송들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몰고 온 두타의 옥바람

그 모든 대자연의 피조물이 내가 아무런 근심 없이 자연의 한 점으로 돌아가 마음의 고요와 평화를 누리게 했다.

 

 

 

 

 

 

 

 

 

 

 

 

 

 

 

 

 

 

 

 

 

 

 

 

 

 

 

 

 

 

 

 

 

 

 

 

 

 

 

 

 

 

 

 

 

 

 

 

 

 

 

 

 

 

 

 

 

 

 

 

 

 

 

 

 

두타산에서 바라 본 평화로운 산세상은 장관이었다.

이런 풍경을 보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은 불행하지 않을까?

우리 살아가는 날 중에 스스로 도를 깨우칠 수 없다면

어느 모퉁이를 돌아 문득 잃어버린 그리움을  만나날 수 있으리란 기대와 희망이  살아 있지 않다면

우리 삶은 마른 모래처럼 흘러내릴 것이다.

말없이 흘러내려 다시 돌아오지 않는 모래시계의 시간처럼…..

 

기념촬영을 하고 산 그늘에서 잠시 다리쉼을 했다.

다람쥐 한 마리가 주위를 서성인다.

미국 땅콩을 하나 던져주니 돌 위에서 한 참을 갉아 먹는다.

그 다음엔 아몬드를 하나 던져주니 홀딱 입안에 넣어 갈무리한다.

몇 개를 던져주어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배를 채웠으니 나머지는 가족들을 위해 입 안에 저장하는 모양이다.

나중에는 아얘 경계심을 풀고  내가 내미는 손에서 땅콩을 받아 간다.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는 한계령 다람쥐 보다 한 수 위였다.

지난번 고양이한테 대드는 황당한 쥐를 보았는데 설치류도 진화하고 있다.

나도 세월에 진화하고 있을까?

우린 다람쥐와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산성 쪽으로 내림 길을 잡았다.

 

이 길은 처음 걸어보는 길이다.

 

 

 

 

 

 

 

 

 

 

 

 

 

 

 

 

 

 

 

 

 

 

 

 

 

 

 

 

 

 

 

 

 

 

 

내려가는 길엔 여전히 수려한 적송들이 자태를 뽐내고 파노라마치며 흘러가는 두타와 청옥의 걸출한

영봉들과 고적대와 갈미봉의  웅자가 한눈에 들어 온다.

그날 그 기운찬 능선에서 느꼈던  감동과  내 젊은 날의 함성은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았었다.

 

두타와 청옥을 뒤로 밀어 내며 능선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는 길이다.

대궐터 삼거리를  지나 소나무 그늘아래 잠시 휴식을 하고 가던 길을 재촉했는데 길의 경사가 가팔라지면서

한참을 내려 가더니 계곡의 물길을 만난다.

 

계곡 물에 잠시 머리를 감고 비탈길에 걸음이 늦어지는 마눌을 기다렸다가 두타 산성으로 가는데 두타산

계곡의 절경은 그 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예리한 감각의 촉수를 세워 길에서 계곡으로 치고 들어 갔다.

무릉도원이 어드메뇨? 나는 옌가 하노라

 

 

뒤따라 오던 마눌을 불러  우리는 바위 계곡에  아얘 퍼질러 앉았다.

나는 옷 입은 채 물속에 뛰어들고 마눌은  발을 씻고

과일도 깎아 먹었다.

 

수량은 지난번 귀연 사진에 비할 바는 없었지만 물의 색깔은 짙은 갈색 이었다.

아마 큰 비가 큰 산의 깊은 기운을 바닥까지 훝어 흘러온 모양이다.

산신령님이 피부미용을 위해  맑은 소에 갖은 약초를 다려 넣기라도 한 듯 화강암의 깊은 소는 탕약처럼

끓고 있었다.

 

주위의 절경이 찬찬히 눈에 들어 오고 바람이 어루만지던 육신의 피로를 이젠 큰 산의 진기를 녹여낸 황금수가

정신 까지 맑게  씻어 내 주었다.

 

나는 다시 도를 통하고 큰 산의 주는 삶의 위로를 받았다.

대자연의 비경과  카타르시스로 난 한 1년은 다시 젊어지지 않았을까?

 

 

 

 

 

 

 

 

 

 

 

 

 

 

 

 

 

 

 

 

 

소에서 메기탕을 즐기느라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이젠 당도할 시간이 빠듯한데 기맥이 통하기라도 한 듯 두타는 그 장엄한 절경의 문을 비로소 활짝 열고

있었다.

거북바위는 신의 조각품이었고 두타산성과 건너편 바위절벽은 억겁을 지켜온 대자연의  경이와 신비였다...

 

원래 웅변(oratorio)의 라틴어 어원은 이성과 지성의 Ratio 이다.

감동은(move) 어원은 움직임의 의미인  Mov 라고 한다.

태고의 바람과 비에 갈고 닦인 풍경 앞에서 이성과 지성이 무슨 필요 있으랴.

화려한 어휘의 수사와 웅변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말없는 침묵이 조용히 마음을 움직이고 무음의 장중한 음악이 가슴에서 울리는데

 

 

 

 

 

 

 

 

 

 

 

 

 

 

 

 

 

 

 

 

 

 

 

 

 

 

 

 

 

 

 

 

 

 

 

 

 

 

 

 

 

 

 

 

 

 

 

 

 

 

 

 

 

시간은 늦었어도 바위 위에서 푸른 솔을 피워낸 소나무에서 사진을 찍고 벼랑아래 풍경은 내려다 보았다.

흰 구름은 푸른 하늘과 가슴에서 동화처럼 떠돌고 태양은 절경에 넋이 나간 아마추어 사관의 기록을 돕느라

구름 속을 들락거리느라  바빴다.

우린 그 넓은 계곡에 다시 발을 담구어 볼 여유도 갖지 못한 채 서둘러 무릉계로 물길 따라 흘러 갔다.

마눌은 열심히 내려가고 나는 여기저기 절경을 기웃거리며 사진을 찍다가 냅다 다시 뒤 쫒아 가고….

우린 예정 시간보다 20분 늦었다.

짧은 길은 걸었던 우리가 최고 꼴찌였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만날 마음의 준비가 늘 되어 있는 꼴찌에게 박수를 …!”

 

맑은 바람과 파란 하늘이 행복을 몰고 온 날 마눌과 함께 춘 신명나고 황홀했던 두타 춤이었다. 

귀향하는 중에도 아직 구름을 타고 천상의 고원을 선회하는 듯 오랫동안 큰 산의 잔상과 그  깊고 장중한 침묵의

여운이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역시 큰 산 이었다.

짧은 코스를 택하고도 가장 늦게 내려왔는데 무더운 날 귀연과 함께 떠났더라면 마눌과 친구들은 무척 고생했을

것이다.

바람한 점 없는 무더운 날씨에  여유도 없이 시간의  쫒기다 보면 두타의 절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고행의 추억만 

가슴에 남을 뻔 했다.

두타 산신령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