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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거부기와 대둔산 (설날 기념 산행)

 

 

 

 

 

 

 

명절이 예년보다 빨리 돌아 왔다.

모처럼의 연휴를 앞둔 행복한 출정인데 연휴 내내 비가 예정되어 있다.

이번 설은 거부기와 대둔산을 타기로 했다.

여러 코스를 검토하다가 결국 수락계곡 원점회귀로 결정을 했다.

비가 온다는데 암릉 길에 굳이 무리할 것도 없다.

거북이도 어제 서대산 길에서 헤메느라 진이 빠졌는지 적당히 타자고 선수를 친다.

오마니가 빨리 오랬다나 오쨌다나….

 

6 50분에 거북을 픽업해서 수락계곡으로 갔다.

날은 잔뜩 찌푸러 있어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것 같은 우울한 날씨에 안개 자욱한 날이었다.

예전 기억으로 4시간 30분 걸린 길이니 5시간 정도면 마무리 되겠다는 생각으로 주차장 한 켠의 개념도를

보는데 월성봉 루트가 눈에 들어 온다.

월성봉과 바랑산을 잇는 능선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고 언제 한번 가야지 생각만 했는데 개념도 상으로

월성봉에서 정상인 마천대 까지 능선을 따라 등로가 연결된다.

들머리는 바로 우리가 파킹한 주차장 인근으로 나타나 있으니 마침 잘되었다.

늘어나는 거리가 4km 채 안되니 1시간 30분 정도 더 걸릴 듯해서 우리는 그 길을 걷기로 했다.

 

 

산 행 일 :  2014 1 30

산 행 지 :  대둔산

    :  안개 비바람  심하다..

    :  16.4 km

소요시간 :  7시간  (식사 및 알바 40)

    :  거부기

 

         

시간

경유지

비 고

07:57

수락산 주차장

 

08:15

계곡 들머리

 

08:16

갈림길 이정표

계곡 길로 올라감 월성봉1.8km 주차장 0.3km

08:24

 

08:55

이정표

월성봉 0.47km, 주차장 1.42km

08:56

정자

소곡주

09:21

월성봉(이정표)

마천대 5.9km,수락계곡 1.36km,바랑산1.46km

09:25

월성봉 (표석)

 

09:49

주차장,수락재 갈림길

알바 20

10:31

수락재

마천대 4.25km , 양촌.오산2.75km 주차장1.35

10:56

헬기장 

마천대 3.1km

11:17

깔딱고개

마천대 2.51km, 구름다리 1.7km (구름다리쪽)

11:32

갈림길 이정표

마천대 1.16km , 수락주차장 2.51km

12:41

마천대

 

13:08

낙조대 갈림길

(계곡길 능선길 갈림길)- 증선길이조금 더 길다

13:48

낙조산장

수락리 마애불 

14:01

낙조대

 

15:15

주차장

하산완료

 

 

 

 

 

우리는 수락계곡에서 월성봉 찍고 수락재를거쳐 마천대로 갔다.

월성봉 가는 계곡과 능선 길은 새벽 안개가 자욱했다.

아무도 없는 길에는 무심한 산 안개가 흘러 다녀서 아무런 조망도 없었지만 새벽 일찍 선계입적이라도 한 듯

우리는 신비로운 느낌 가득한 그 길을 걸었다.

가는 길 구름속 신선이 노닐 법한 정자에서 배낭을 내리고 소곡주 까지 한 잔 걸쳤다..

술 때문인지 안개 때문인지 가는 길에 알바도 했다.

안개의 화폭에 자연이 그려내는 수묵화는 걸작 이었다.

생동하는 듯 붓의 움직임은 변화무쌍하고 힘이 있으면서 분위기는 장중하다.

색다른 느낌의 산행이었다.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더니 마천대 오름길에는 본격적으로 바람이 불며 빗방울이 날렸다.

처음에는 후덥지근 해서 파카를 벗어 버렸는데 고도가 높아지자 들이치는 바람과 비가 너무 차가워서 다시

꺼내 입었다.

우린 그 거센 바람이 불어 가며 비를 뿌리는 능선 한 켠에서 술 한잔 치면서 컵라면과  후식 까지 챙겨먹고

여유롭게 커피 한 잔 까지 마셨다.

거부기가 무거운 보온병에 물을 뜨거운 물을 가득 담아 온 덕분 이었다.

 

아무도 없는 마천대

비바람에 손이 시리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정상에서  세상의 중심을 외쳤다.

멋진 인생의 비결이 불요파 불요회 (不要怕, 不要悔)라 했다.

중년이전에는 두려워 하지 말고 중년 이후에는 후회하지 말란 뜻이다.

어짜피 한 번 뿐인 인생이다.

자신의 능력과 운명이 어떤 길로 인도 할지는 모르지만 인생 길 호주머니는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길에 대한 호기심과 설레임을 채워야 한다.

산행의 내공이 쌓이면 비에 젖는 두려움과 혹한기 설원의 힘겨운 방황이  가득한 행복을 몰고 오듯이 인생의

내공이 쌓이면 지난 시간을 후회하는 것보다 후회 없는 지금을  보내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안개에 휩싸인 오랜 길이다 보니 다시 낙조대 가는 등로를 잘 못 들어섰다.

우리가 길을 잡았던 능선 길은 점점 가파라지면서 희미해졌다.

선답자의 발자국이 사라진 눈 덮힌 내림 길 위에다 도돌이표를 붙였다.

거부기 녀석 내가 당최 신뢰가 안 간단다.

거부가 내 탓이 아니라 안개 탓이고 대둔산신령님이 심심혀서 장난치시는 거다

허구헌날 먼산만 빠대다가 교통이 막히자 대둔산으로 냅싸 왔으니 산신령님이 부아가 나신 게지

너라도 심사가 뒤틀리지 않겠냐 이넘아?

안개와 바람과 비를 풀어 아얘 우리를 골탕먹이려 작정 하시는디 산신령님 괜히 힘빼시지 말어유그래도 우리는

재미 있응께.

 

낙조대를 가는 길은 이동식 간이 매점이 있는 곳에서 계곡 길과 능선 길로  갈라진다.

우리는 계곡 길로 가다가 너무 내려 가는 듯 해서 다시 올라와 능선 길을 잡았다.

능선 길이 좀 더 멀긴한데 그 길의 조망과 풍경이 예사롭지가 않다.

한참 축축하고 미끄러운 능선을 따라 가다가 거부기가 스마트폰으로 위치확인을 하고 낙조대를 지나쳤다고

하는 바람에 다시 낙조대에 인증샷을 남긴다고 능선을 거슬러 갔다

네번 째 알바 - 우린 거친 바람이 자욱한 안개를 흩날리는  무명봉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 왔다

그 곳에서도 낙조대는 한참이나 더 걸렸다.

우리는 비바람치는 능선을 지나 미륵불 부조가 있는 산장에 내려섰다가 다시  낙조대에 올랐다.

 

산친구들이 가끔 비박하는 곳이기도 한 이 곳은 사위가 후련이 조망되고 아름다운 석양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마천대처럼 비바람이 심하지는 않았지만 가득한 안개 때문에 여기도 아무런 조망도 없었다.

재작년 가을 이 능선 길에서 불타는 단풍과 후련한 조망에 내내 탄식과 한숨을 내쉬었다.

날씨가 멋진 풍경에 아름다움을 더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래 산을 다니다 보면 어떤 풍경이나 그 나름의 멋과

운치가 있다.

마치 만나는 무수한 사람들이 각자의 개성과 성품이 다르듯이….

올 때마다  언젠가 이곳에서 꼭 멋진 낙조를 보리라 생각하면서도 막상 산을 내려가면 또 수 많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갈망이 번번히 그 생각을 까맣게 잊게 만든다.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가고 싶은 데는 너무 많은데 벌써 중천을 지난 해가 기울어 가니  괜스레 마음만 바빠지고 부산해

지는 것 같다.

내 인생의 황혼 길목에서 언젠가 만날 풍경이다.

해돋이 만큼은 아니더라도, 서산을 붉게 물들이겠다던 노 정객의 말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인생의 황혼도 낙조대

석양 빛처럼 은은한 아름다움과 낭만으로 가득한 날들이 길 ...

 

낙조대를 지나 석천암 쪽으로 가려 했는데 갈림길에서 이정표를 보니 능선하산길이 500미터 정도 더 짧았다.

재작년 낙조대 산행에서 석천암 쪽 하신길은 가파르고 발도 불편했던 기억이 있는데다가 능선길로 수락계곡은 내려가

적이 없어서 능선 하산길을 택했다.

여전히 자욱한 안개가 사위를 에어 싸고 있는 무채색 능선 이었지만 맑은 날 산세와 조망의 수려함은 능히 미루어 짐작이

간다.    

능선 길은 군데군데 위험구간에 계단이 설치되고 등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우리는 바람 같이 능선을 흘려 내렸다.

16.3km 거리에 아침 8 15분부터 오후 3 15분에 걸친 7시간의 우중 대 장정이었지만 역대 산행에 비해서는 가장 짧은

구간 이었다.

 

미국에서 돌아온 거부기가  예상치 않게 20년이상 홀로 떠났던 명절 산행의 동행이 되었고 우린 4번 째 명절기념 대둔산행

순조롭게 마무리 했다.

2012년 추석 전일 계룡산 종주 9시간

2013년 설날 전일 덕유산 종주 13시간

2013년 추석 전일 충북알프스 2코스 구간  9시간

 

 

바람불어 재수 좋은 날이 있다지만  비바람 불고 안개 자욱해서 더 즐겁고 뽕 맞은 듯 몽롱한 날이었다.

밥만 먹구사나?

가끔 짜장면도 먹고 햄버거도 먹는 거지

소주도 마시고 막걸리도 마시고  쏘맥도 먹는 거지

맛 있는 음식이 입맛에 더욱 살아나듯

산행의 즐거움은 그 기쁨을 누리려는 자의 마음에서 더욱 살아나는 법이다.

 

사랑은 시간을 잊게 하고 시간은 사랑을 잊게 한다.

추억은 우리 삶을 되돌아 보게 하고 우리 삶은 추억과 꿈을 먹고 산다.

우리가 쌓아가는 이 멋진 추억들이 우리의 우정과 멋진 황혼의 낭만적인 이정표가 되어 주리라 믿는다.

수고혔다 거부가

글구 대둔 산신령님 가을에 또 올팅게 그 때는 노여움 푸시고 멋진 풍경 보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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