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이유를 달지 말라고 했지요
삶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봄에 이유를 달지 마세요
봄과 아침에 공명할 수 없다면
우리 젊은 날은 이미 떠나 버렸습니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정말 외롭게 살아가는 당신
짧은 인생길 이렇게 빠른 세월에
잊지 않았던 봄날을 몇 번 이었습니까?
이제 몇 번의 봄날이 남았습니까?
당신만 모르고 있습니다.
봄이 다시 다가오고 있음을…
당신의 가슴에 꽃이 피고 있음을….
그리움에 길을 물어 봄이 찾아 옵니다.
떠나세요.
바다가 보이는 산 혹은 고립된 섬으로라도
어디라도 어디로라도….
삼월
기다림과 그리움의 끝에서 살며시 봄이 다가 옵니다.
수줍은 얼굴로 다가와 잠시 미소 지으며 마음만 싱숭생숭하게 해 놓고 어느 날 훌쩍 떠나버린 그 아쉬운 봄이
다시 돌아 옵니다.
돌아 올 교통편이 마련된 산우들은 남도의 미조항으로 떠났습니다.
어제 남도에는 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히 내렸습니다.
욕심 많은 사람들입니다
답답한 도시에서 병약한 모습으로 다가 올 봄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성질 급한 사람들
누군가 집 두고 한데 잠을 자는 것을 청승이라 했는데 그들은 비가 온다는 날에도 굳이떠났습니다.
한 술 더 떠서 구태여 비를 그을 처마가 있는 민박을 택하지 않고 축축한 대지 위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남도의 눈부신 햇살과 부드럽게 불어오는 봄바람으로 만족할 수 없어서 ….
뿌리 깊은 나무가 대지의 기운을 빨아들여 신록과 개화를 준비 하듯 대지의 봄 기운을 온 몸으로 빨아 올려야
올 한 해 행복한 인생의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처럼…
쉴 새없이 거친 파도가 울어대는 온통 바위 뿐인 절벽을 차고 한 마리 수리가 거친 괴음산을 날아 올랐습니다.
어제 비가 내려 공기는 깨끗하고 햇빛은 더 없이 눈부신 날
남해 바다 저편에서 금오도에 올라 비렁길 바람을 타고 날아 든 남도의 봄이 앵강만 동백과 홍매화를 피우고
능선 위에 그 향기를 날립니다.
잿빛 둥지를 차고 오른 수리는 푸른 연무 사이로 스멀거리는 봄을 먼저 만나고 답답한 가슴을 풀어 헤쳤습니다.
능선 위로 불어가는 부드러운 봄바람을 타고 후련한 바다를 굽어 보며 낮게 낮게 날았습니다.
저공비행
평화로운 세상이 한 눈에 내려 보입니다.
부대끼는 삶의 거친 소음과 고단함이 사라진 고요한 세상
여긴 삶의 비무장 지대 입니다..
봄은 날개를 접었던 한 마리 수리를 날게하고 바다는 메마른 가슴에 다시 뜨거운 피가 흐르게 합니다.
여기서는 아우성치는 봄과 흔들리는 가슴과 내 심장의 고동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 들리지 않습니다.
능선은 괴음산으로 솟아 올랐다가 송등산과 호구산을 향해 환형으로 굽이칩니다.
수리는 괴음산을 지나 잠시 휴식하고 다시 날아 올라 능선을 따라 낮게 낮게 날아 갑니다.
다정마을 분기봉에서 능선은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서 허리를 한껏 낮추었다가 다시 송등산으로 솟구치고 이후
능선은 휘어져서 호구산을 향해 완만하게 흘러 갑니다.
앞 길에 성벽처럼 호구산이 솟아 있습니다.
호구산을 목전에 두고 능선은 다시 등을 굽혔다가 푸른 바다가 둥둥 떠오르는 호구산으로 기운차게 솟구칩니다.
수리는 마지막 거친 호흡으로 높이 높이 날아 올라 호구산 봉화대에 날개를 내렸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강원도 폭설에 미세먼지에 여전히 차가운 날에
봄이 그렇게 깊이 들어왔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남도 호구산 가는 길에 해맑을 봄이 손을 흔듭니다.
파란 보리밭과 웃자란 마늘 밭에서 그리고 밭둑의 붉은 홍매화 가지 위에서…
“안녕하세요 !”인사합니다.
호구산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와 해안의 풍경에 눈이 시렸습니다.
아 내 마음에서도 봄이 움트고 있었습니다.
봄과 마주한 호구산에서 가슴이 마구 부풀어 오르고 둥둥 거리는 북소리의 환청이 들렸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봄
기꺼이 새벽의 들창을 열고 회색도시를 박차고 날아 올랐기에 먼저 만날 수 있었던 눈부신 봄날 입니다.
산 행 일 : 2014년 1월 26일 일
산 행 지 : 외금마을- 괴음산-송등산-호구산-용문사
날 씨 : 화창하고 바람 부드럽다.
거 리 : 약 10km
소요시간 : 약 6시간 (호구산 약 20분 , 용문사 20분))
동 행 : 귀연 산우회 16명
시간 |
경유지 |
비 고 |
10:05 |
외금 마을회관 |
|
10:32 |
축산 협동 단지 |
|
11:38 |
괴음산(605m) |
|
12:13 |
다정마을 분기봉 |
이정표 있음 |
12:55 |
송등산(617m) |
|
13:13 |
남면 두곡 분기이정표 |
남면두곡 분기 / 염불암 방향진행 |
13:21 |
능선 안부/ 분기이정표 |
호구산0.9km,다정마을2.7km,송등산1.7km |
13:40 |
염불암 분기 이정표 |
호구산0.1km,염불암0.7km,송등산 2.5km |
13:47 |
호구산 정상(619m) |
약 20분 휴식 |
14:09 |
용문사 분기 이정표 |
정상0.3km ,용문사1.4 km, 석평 3.4km |
14:27 |
돗틀바위 |
|
14:31 |
산성 |
|
15:03 |
임도 삼거리 이정표 |
용문사 2.7km, 앵강고개2.2km ,호구산 2.1km |
15:29 |
용문사 일주문 |
|
16:00 |
주홍다리 펜션 |
그 아래 정자 베이스 캠프 |
남해읍 평리 내금마을에서 내렸어
들머리 한우 협동 단지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이상한 이 넝쿨나무는 키위 나무라네
봄을 만나러 온 건 맞는데 이렇게 빨리 만날 줄 알았나?
올라가는 내내 코를 간지르는 향기는 따뜻한 봄볕에 때를 기다리며 곰삭아 가는 두엄냄새...
오늘은 진짜 가족산행 - 모두 열한명이야
살다 살다 눈달리고 처움보는 초라한 인원의 귀연 유람단 비박팀 제외11명
호구산을 정말 호구로 아는 거지
무릉객도 호구여 .... 흥행부도 수표
안녕...정말 여긴 봄이야...
귀여운 녀석 - 아자씨 여기 넘어 오면 확 깨물어 버릴겨..
11명의 상춘단
알바
남해군 한우 협동단지 - 요 까지는 잘 왔시요
임도 본선을 버리고 지름길이라 생각하고 샛길로 들어선 것이 잘못이었어
분위기 있는 오솔길이 이렇게 바뀌고 ...
호구산이 호구가 아님에 통절해하고 우리는 유격 훈련중
우리가 기는 곳이 길이여
호구산을 호구로 보았다가 개고생 - 귀연 유격 훈련
키큰 진달래 군락 --- 3월 말경이면 이면 볼만 할 듯
간신히 길의 희미한 길의 흔적을 찾다.
멧돼지 길인 듯 ...
무릉객왈 - 사람들이 정말 안다니는 길이네. 괴음산은 정말 호구여
호구산 군립공원에 속해 있되 알려지지 않고 찾는 이가 없어서 군에서도 등산로를 방치하고
당최 신경을 쓰지 않았군.
이정표도 없고 군립공원이 무색하다고? 남해군청 공무원들 순전히 날라리라고?
그리고 십분쯤 있다가 등산로에 신경을 안쓴 건 우리였고 군청공무원들의 유능함을 뼈저리게 깨닫다.
무성한 관목의 숲을 헤치고 나가서 한우협동단지 쪽에서 올라오는 괴음산으로 난 신작로 같은 등산로를 만나다.
그 길이 얼마나 넓은지 경운기도 다니것다. - 약 30분 지체되었지만 우린 호구산에 체력장 테스트 까지 받았음
괴음산 전위 능선 - 바다가 둥둥 떠오르고...
선두그룹은 기다리지 않고 봄빛 속으로 떠났다.
내려다 보이는 장평 소류지와 다정마을
11시 30분
일찍 내려가서 국수 삶아 먹으려면 지금 점심 먹어야 혀
마실이가 라면 끓이고...
괴음산을 지나 다정마을 표지판 삼거리 봉에서능선은 우측으로 휘어지며 내려선다.
휘어지는 능선을 따라 우측으로 내려 서며 바라본 송등산
송등산이 호구산을 향해 춤추며 흘러간다.
우측으로 휘어지는 능선을 내려서서 송등산 으로 다시 솟구치는 너덜 길을 걸어가다.
멀리 보이는 설흘산과 응봉산 그리고 우측의 면 사무소가 있는 당황리와 죽전리
좌측 내려온 다정마을 갈림길 봉우리
우측 봉우리가 호구산 정상
송등산 오르는 암릉길 구간
등로를 되돌아 보다
지나온 괴음산 그리고 다정마을 분기봉 그리고 휘어져 올라오는 송등산 능선길
우리가 올라 온 송등산 능선 길에서 좌측으로 분기되어 흐르는 귀비산 능선길
송등산에서 분기되는 등로가 많다.
가는 길 우측으로 귀비산 등로가 분기된다.
길 좌측 다정마을 방면 풍경 - 다정 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어느 덧 가까이 보이는 앞 쪽 해안의 설흘산 ,그리고 뒤의 응봉산
부드러운 육산에, 암릉에 억새길 까지 - 봄과 동행하는 지루하지 않는 길
아름다운 앵강만
화계마을과 작은섬 목단도가 내려다 보인다. - 앞 쪽의 큰섬이 노도
목단도를 넘어 정면에 보이는 산이 보리암으로 유명한 남해 금산
우측으로 분기되는 두곡 방향 청룡산 능선
한참 내려 갔다가 가파르게 올라쳐야 하는 호구산 - 난 호구가 아니란 말여
내림길 안부의 이정표
호랑이 언덕으로 가기 위해 열심히 올라야 하는 바위 길
절벽으로 솟아 있는 호구산
인고의 마지막 깔딱 바위
야호 ! 드디어 호구산 정상에 도착
바로 아래 내려다 보이는 다정저수지와 다정마을
우리가 걸어온 산릉은 유장하게 구비치고..
유배의 섬 노도
님은 왜 한창 때 돌아 가셨을까?
이전투구의 정치에서 물러나 이 눈에 시린 풍광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다시 찾으셨을 텐데....
서포 김만중은 조선 때 문신으로 노론에 속했는데 당시 치열한 당파싸움에 휘말려 노도에 유배되었다가
이곳 (현지인들은 삿갓섬이라 부른다)에서 56세의 젊은 나이로 아까운 생을 마감하다.
서포는 송강 정철, 고산 윤선도와 함께 한국 3대 고전 문학가로 추앙되며 구운몽,사씨남정기, 서포만필 등의 작품을
남긴 조선의 대표적인 문인이다.
역
역시 나만의 봄날이 아니었어 !
석평리와 이동사무소 쪽 풍경
호구산(호구산)은 호랑이호와 언덕구자를 쓰는데 북쪽에서 보았을 때 원숭이가 웅크린 형상이라 호구산이라
불리웠다 전하고 진짜 지리산에서 내려 온 호랑이가 살았었다 한다..
표지석은 납산(猿山) 이라 써 있다. 한글은 납산, 한자는 원산 납은 원숭이의 옛말이라 하는데 이정표에도 몇 군데
원산이란 표시가 있어서 잠시 헷갈리기도 한다.
첫번 째 용문사 갈림길
우측은 최 단거리 용문사 하산 길 - 1.4km 내려가면 용문사가 나오나 계곡 쪽으로 내려서기 때문에
후련한 해안 풍경과는 결별이고 가파른 암릉과 절벽 길을 내려서야 한다.
이 곳에서 돗틀 바위를 지나 약 1.6km 능선을 따라 가다가 임도를 거쳐 용문사로 연결되는 등로로 강추
- 우리가 진행 하는 길
돗틀바위 쪽으로 내려가면서 바라 본 앵강만의 아름다운 풍경
앵강 고개로 이어지는 이 능선 길이 더 없이 아름답다.
호구산에서 반드시 걸어보아야 할 아름다운 길이다.
석평리 방면 풍경
돗틀바위 오르기
돗틀바위에서 바라 본 호구산 사면
석평리 풍경 - 이동면사무소와 남해 고등학교가 보인다.
아래 용문사로 분기되는 임도 , 그리고 앵강고개로 쭉 연결되는 능선
내림길에 바라 본 노도
측백나무 숲 길
드뎌 임도 도착
우측 임도길 따라가다 보면 나타나는 공동묘지
폭설에 꽃샘추위 작렬하는데 언제 이렇게 자랐어?
나른한 봄 - 평화
용문사 일주문
부처님 무릉객 왔습니다 - 대웅전에 들어 3배를 드리다.
늘 가고 싶은데 가면서 즐겁게 살게 해주세요!
용문사 : 남해 3대 사찰 성철스님도 여기서 수행 / 호구산과 남해 12경중 11경
남해군에서 남해 삼사 순례 라는 제목으로 책 발간
호구산 용문사, 고현면 망운산 화방사, 상주군 금산 보리암
신라 문무왕 3년 원효대사가 남해 금산에 세웠다는 보광사를 옮겨온 절
임진왜란 때 승병으로 활약한 공로로 숙종때 수국사로 지정 왕실의 보호를 받다.
남해 12경 찾아가기 | |
제 1경 |
금산과 보리암 |
제 2경 |
남해대교와 충렬사 |
제 3경 |
상주 은모래 비치 |
제 4경 |
창선교와 원시어업죽방렴 |
제 5경 |
남해 관음포 이충무공 유적 |
제 6경 |
가천암수바위와 남면해안 |
제 7경 |
서포 김만중 유허-노도 |
제 8경 |
송정 솔바람 해변 |
제 9경 |
망운산과 화방사 |
제10경 |
물건방조어부림과 물미해안 |
제11경 |
호구산과 용문사 |
제12경 |
창선.삼천포대교 |
남해 용문사는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지장도량 가운데 하나다. 지장보살은 지옥에 들어가 고통받는 중생을 교화하는 구원자다.
지장보살을 모시는 지장도량에서 죽은 이의 넋을 기리는 천도재가 자주 열리는 까닭이다. 용문사에서도 거의 매주 천도재가
진행된다.
용문사는 802년(신라 애장왕 3년) 창건했다. 남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사찰이다. 원래는 원효대사가 지금의 금산에
보광사라는 이름으로 세웠는데, 1662년(조선 현종 2년)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용문사라고 이름을 바꿨다. 명부전에 모신
지장보살을 원효대사가 손수 조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용문사는 또 호국사찰로도 이름이 높다. 임진왜란 당시 승병 활동의
근거지로 쓰여 훗날 조선 숙종이 수국사(守國寺)로 지정하기도 했다. 지금도 용문사에는 왜란 때 사용했던 삼혈포와 승병의
끼니를 담았던 목조 구시통이 남아있다.
용문사는 남해 남쪽 호구산(650m) 기슭에 들어서 있다. 용문사 뒤편 호구산 기슭에 조성한 차밭에 올라서면 멀리 손바닥
같은 남해 바다가 보인다. 용문사를 양쪽으로 둘러싼 산세나 멀리서 살짝 보이는 바다, 사찰을 끼고 도는 계곡까지 용문사가
들어선 터는 풍수지리학에서 말하는 명당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 용문사는 남해 12경(景) 중에서 11경이다.
보리암이 남해를 찾는 관광객의 명소라면, 용문사는 남해 주민들에게 친숙한 절집이다. 1980년까지만 해도 남해군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용문사가 들어선 호구산으로 소풍을 왔었다. 호랑이가 누워있는 모습이라는 호구산은, 산세가 크기는 않지만
남해에서도 숲이 깊고 계곡이 맑기로 유명했다.
용문사를 대표하는 풍경은 차밭 근처에 조성된 자생식물단지다. 치자·비자·유자 등 남해를 대표하는 나무부터 구절초·도라지
등 수목 20여 종이 심어져 있다. 자생식물단지를 지나면 성철 스님이 수행했다는 백련암이 나온다.
용문사 템플스테이는 여유가 있다. 힐링명상 템플스테이(1박2일 7만원)와 휴식형 템플스테이(1박2일 4만원)로 나뉘는데,
긍정명상·치유명상·108배 등의 프로그램이 있는 힐링명상 템플스테이도 일정이 빡빡하지 않다. 경남 남해군 이동면 용소리
868번지, yongmunsa.net, 055-862-4425, 070-8867-4425.
글=손민호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남해 호구산)
경남 남해 호구산은 지도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군립공원이라는 타이틀에도 이름이 없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이유를 알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원래 산 이름은 ‘납산’ 또는 ‘원산’이었다. 산의 북쪽에서 바라보았을 때 ‘원숭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라 하여 원숭이 원(猿) 자와 원숭이의 옛말인 ‘납’자를 사용해 원산 또는 납산이라 불렀다.
후대에 지맥 형태가 ‘호랑이가 누워있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해서 호구산(虎丘山)이라 불렀고, 송등산, 괴음산을 묶어 1983년
호구산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대구에서 출발한 지 3시간여, 삼천포대교를 가로지른 차량이 산행기점인 용문사에 도착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찰
진입로와 주차장 시설이 열악하여 찾아들기가 힘들었다. 요즘은 대형 주차장이 들어서 있어 접근이 쉬워졌다. 용문사는 남해
에서 제일 큰 사찰이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금산에 세웠다는 보광사의 사세(寺勢)가 융성해지면서 근처에 들어섰던 많은
절들과 같은 시기에 지어진 것이다.
◆용문사 임란 때 승병 근거지```성철 스님도 수행
임진왜란 때는 승병활동의 근거지로서 숙종 때 수국사로 지정, 보호받기도 했다. 현재 사찰은 임란 때 불탄 것을 재건한 것.
문화유적으로는 대웅전과 석불좌상, 명부전, 천왕각과 조선 인조 때 학자 유희경의 시집 촌은집을 간행하기 위해 만든 판목
‘촌은집책판’이 있다. 등산로는 사찰 왼쪽 시멘트 포장길로 올라가면 된다. 이 길은 독립선언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인
용성 스님과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석우 스님, 성철 스님이 머물러 수행을 했다는 백련암으로 이어진다. 절 주위를 둘러싼
아름드리 소나무와 상록수림들이 막 연두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등산로 주변의 운치가 한층 싱그럽다. 5분여 쯤 오른다.
오른쪽으로 차밭이 보이고 염불암과 앞뜰의 동백나무가 반갑게 맞이한다.
대웅전 오른쪽을 돌아 대나무 숲을 지나자 산길은 숲속으로 이어지고, 6, 7분 후 ‘송등산 정상’, ‘원산’을 가르는 갈림길과
만난다.
직등하면 원산으로 가는 지름길. 전망이 좋지 않을 것 같아 송등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왼쪽 등산로를 택한다.
봄 대기는 청량하다. 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귐. 봄도 살랑바람으로 화답한다. 나뭇가지에는 연둣빛 새순들이 싹을 터뜨렸고
군데군데에는 진달래가 한창이다. 올 진달래는 유난히 곱다. 연분홍빛 군무에 불혹의 나이마저도 흔들린다.
가파른 길을 15분여 오르면 주능선이다. 왼쪽은 송등산, 괴음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오른쪽은 원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5분쯤 걸었을까. 기암괴석과 어울린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시원한 해풍에 땀을 훔치며 호구산 정상 주변의 바위병풍을 잠시
바라보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옛 성곽 터와 다정저수지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난다. 무수한 리본들이 나뭇가지에서 흔들린다.
길은 다시 두 개로 나눠진다. 어느 쪽으로 가든 정상으로 연결된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 길은 정상을 북쪽에서 공략하는
코스다. 급경사의 바위 길과 아슬아슬한 전망과 스릴을 맛볼 수 있는 길이다. 바윗돌과 나뭇가지를 잡고 5분여간 힘들게 오르니
정상이다.
◆응봉산, 설흘산, 금산 등 남해 명산 한눈에
정상에는 봉수대가 들어섰다. 사방이 확 트여 일망무제 조망이 펼쳐진다. 북쪽에는 망운산과 남해읍이, 동쪽으로는 창선도와
사천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남쪽으로는 금산이 뚜렷하고 남쪽으로는 앵강만과 설흘산, 응봉산이 조망된다. 서쪽으로는
송등산과 괴음산 속으로 핑크빛 진달래 군락이 희미하다. 호구산의 높이에 대해선 지도와 자료마다 다르다. 정상 표지석에는
‘납(猿)산 626.7m’라고 새겨져 있고, 남해군청 문화관광 보물섬지도에는 617m, 다른 지도첩에는 619m로 표기돼 있다. 이곳
봉수대의 역할에 대해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동쪽으로는 금산 봉수대, 남쪽으로는 설흘산 봉수대, 서쪽으로는 본현(현
이동면에 위치)과 통한다’고 적고 있다.
정상에서 중식 후 하산 길을 잡는다. 봉수대 남쪽에 위치한 표지석 앞쪽 바위를 내려선다. 정상과 염불암, 석평을 가리키는
안부 이정표에서 석평 쪽으로 따른다. 가파르던 길은 곧 평탄해진다. 여기서부터 꿈결 같은 등산로가 연결된다. 아름다운
곡선의 등산로가 융단을 깔아놓은 것처럼 푹신하다.
헬기장을 지나면 바위지대다. 이 산의 하이라이트인 돗틀바위 부근이다. 돗틀바위는 기암괴석의 거대한 군락 속에 포함되어
있지만 어느 바위를 특정하고 있지는 않다. 돗틀바위 주변에는 자연지형을 그대로 이용한 성벽의 흔적이 지금도 뚜렷이
남아 있다. 핑크빛 진달래 물결과 조화를 이뤄 황홀하기 그지없다.
◆앵강만 은빛 물결```꿈처럼 아늑한 노도
등산로를 벗어나 한 바위에 오른다. 치마폭처럼 펼쳐진 앵강만에 햇빛이 반사되어 은빛처럼 쏟아진다. 앵강만은 꾀꼬리
앵(鶯) 자와 강(江) 자를 써 ‘새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한 강과 같다’는 뜻을 가진 바다다. 옆에는 서포 김만중이 유배 중
‘사씨남정기’, ‘서포만필’을 집필하고 생을 마감했던 노도가 떠있다.
아기자기한 내림 길을 20분쯤 내려선다. 편백나무 숲이 나타나고 곧이어 임도이다. 능선을 직등하거나 왼쪽의 임도를
따르면 길은 앵강고개로 이어진다. 일행은 오른쪽 임도로 발걸음을 옮긴다. 임도에서 바라보는 돗틀바위 주변은 거대한
철옹성의 성곽 같다.
용문사 주차장까지는 비교적 평탄한 산책길. 중간지점인 공동묘지에는 할미꽃들이 군락을 이루었다. 곧 돌장승이 보이고
왼쪽 작은 길로 빠져나오면 바로 출발지점인 주차장이다. 용문사를 들머리와 날머리로 잡아 등산을 나서면 총 등산거리는
약 8㎞에 3시간 정도. 여유 있게 등산하면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좀 더 긴 거리의 산행을 원한다면 앵강고개를
시작으로 돗틀바위-호구산-송등산-괴음산-평현고개를 잇는 5시간 이상의 코스도 만들 수도 있다.
호구산은 북쪽과 남쪽으로 각각 망운산과 금산을 마주보고 있다. 두 산의 유명세에 가려 지금까지는 덜 알려졌지만 곧
빼어난 아름다움과 아기자기한 등산로를 무기로 두 산을 추월할 지도 모른다. 사시사철 언제 찾아도 좋은 산이다.
황사다, 방사능이다 하여 하루가 멀다하고 온갖 악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눈을 조금만 교외로 돌리면 이런 환경오염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다도해 풍광에 산벚꽃으로 천상화원을 펼쳐 놓는 호구산도 그 중 하나다.
◆교통=구마고속도로를 타다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탄 후 하동IC에서 내린다. 19번 국도를 타고 남해대교를 건너 남해읍을
지나면 호구산군립공원 이정표가 나온다.
◆먹을거리=지나가는 여정에 들르는 삼천포회시장에서 싱싱한 활어회를 즐길 수 있다
글`사진 지홍석 san3277@hanmail.net (수필가`산정산악회장)
경남 남해 용문사는 남해 12경의 하나
[중앙일보] 입력 2013.03.29 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