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일 : 2014년 4월 6일 일
산 행 지 : 덕룡산
날 씨 : 맑고 바람 거센 봄날.
거 리 : 약 7.8 km
소요시간 : 5시간 32분(식사 약 30분)
동 행 : 귀연산우회
시간 |
경유지 |
비 고 |
10;36 |
소석문 등산로 입구 |
정상 3.3km |
12:57 |
동봉(420m) |
소석문 3km , 중간에 30분 식사 |
13:26 |
서봉(432.9m) |
|
13:48 |
이정표(제1탈출로) |
서봉0.4km,수양마을 1.6km |
14:25 |
이정표(제2탈출로) |
서봉1.2km,수양마을 2.2km |
14:42 |
삼거리 |
소석문4.7km, 작천소령 2.6km,첨봉2.0km |
15:16 |
휴양림 갈림길 |
주작덕룡봉 0.13km,휴양림1.43km,흔들바위1.3km |
15:19 |
덕룡봉 정상 (475m) |
주작산 2km |
15:39 |
난농장(작천소령) |
휴양림0.3km, 덕룡산(서봉) 4.7km,오소재 7.3km |
16:10 |
휴양림 주차장 |
빨래 끝 |
세월이 흘러가도 자연은 변함없는 모습으로 거기에 서서 묵언의 영감과 교훈을 전한다.
삼십년을 빠대고 다녔는데 대자연의 샘에는 감동이 넘쳐흐른다.
그 무한한 아름다움의 깊이와 광대함이여 ..!
봄은 삶의 축복이다.
가장 아름다운 봄이 출렁이는 날에 그림 같은 바다와 산을 함께 만났다.
그리움에 길을 물어 찾아온 길 위에서 또 다시 흔들리는 내 가슴을 보았다.
내가 넘어간 능선은 그냥 아름답다는 말로 통칭하는 그 덕룡 주작의 산릉이 아니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가 찾아 낸 단 하나의 풍경
모든 것이 환상적인 타이밍으로 맞아 떨어져야 만날 수 있는 그런 풍경 이었다.
계절과 태양과 바람과 구름 그리고 여행자의 마음까지….
그 날 그 능선을 넘어 선 사람들은 대자연의 화폭에 봄이 그려 낸 아름다운 그림을 보았다.
4월의 눈부신 태양이 축복처럼 눈부시게 쏟아지고 하늘은 드맑다.
지천에 흐드러진 진달래는 무채색의 흰 바위봉을 왕관처럼 장식하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해풍
은 봄의 연무를 모두 날려 시야가 닿는 먼 곳 까지 맑은 풍경을 열어 주었다.
난 한 폭의 동양화 화폭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탄성을 올리고 한숨을 내쉬고 때론 바위 난간에서 넋을 잃고 초록의 바다와 들판 그리고 거대한 해일
처럼 출렁이는 기운찬 바위 능선을 바라 보았다.
다시 돌아 온 그 길에서 아련한 추억이 손을 흔들었다.
아쉬운 세월이 그리움으로 채색한 빛 바랜 기억의 화폭에 황홀하고 눈부신 원색의 봄날이 축복처럼
쏟아졌다.
내가 그 멋진 능선을 다시 넘었다.
꽃비단 아름다운 봄이 어깨춤 춤추는 능선을 따라가며 내 영혼도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맑은 바람을 몇 번 맞은 것 같지 않는데 세월은 많이도 흘렀다.
꼭 다시 돌아오겠노라고 말한 능선으로 돌아오는데 10년이 넘게 걸렸다.
지난 기억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다.
세월의 바람에 쉽게 날아가 버리는 우리 기억의 유한함이여!
그 날의 산행의 흔적은 단지 몇 줄의 글과 무채색 잔상으로만 남아 있었다.
조금 험한 산 이었다는 생각과 멋진 바위와 암릉의 기억만 남아 있는 걸 보면 내가 걸었던 그 날은
진달래가 피기 전 덕룡과 주작 능선이었던 모양이다.
다시 만난 능선은 흐른는 세월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더욱 강건하고 기골이 장대한 모습이었다.
난 이렇게 세월에 풍화되고 침식 되었는데…..
지리산 둘레길에서 이제 막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기 시작한 초짜 수채화님을 오라 해놓고
막상 능선 위에 서니 그 걸출한 능선의 위세에 걱정이 앞섰다.
온통 붉은빛으로 넘실대는 기운찬 능선을 새처럼 날아야 하는데 초장부터 발길이 밀리는 수채화님을
두고 훌쩍 떠날 수가 없었다.
일행들이 다 가고 나서 맨 뒤에서 따라오는 수채화님을 기다렸다가 탈출로에 대한 설명과 내 전화번호
를 재차 확인시키고 다시 길을 잡았는데 얼마 가지 않아 후미를 기다리며 식사를 하고 있는 일행들을
만났다.
“아즉 점심 때도 안되었는데 이렇게 고마울 수가 !”
그 짧은 막간에 많은 일이 진행되고 해결되었다..
사계절님과 마실이가 막 구어낸 맛 있는 삼결살을 포식하고 백세주에 소주에 가시오가피술 까지 마셨다.
한재 미나리와 두룹 그리고 미나리 전에 버섯 전
나는 산우들과 이야기를 나눌 새도 없이 봄철의 맛깔스런 미각을 준비한 산우들에게 고마움의 표시할 겨
를도 없이 산해진미를 폭풍 흡입했다.
내 보온 밥통에 밥은 건들지도 못하고 그냥 내버려 둔 채로…
모든 음식들이 너무 맛있었다.
일용할 양식과 피 같은 술을 나눠주신 산우들에게 뒤늦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아름다운 산에서 걸인의 입맛으로 맛깔스런 음식의 호사까지 누리니 황제가 부러우랴 백만장자가 부러우랴?
중간 탈출로로 내려가신다는 청계님에게 수채화님과의 동행을 부탁드렸다.
해성님과 친구도 후미조로 갈테니 수채화님에 대한 걱정은 이제 덜었고 나비처럼 사뿐사뿐 덕룡 주작능선을
날아 오르면 된다.
늦게 와서 엄청 먹어대고 나서 주작까지 연결할 욕심으로 먼저 털고 일어났다.
덕룡에 나들이 나온 봄처녀에 완전히 홀려 넋이 나가버린 이기적인 무릉객
호기롭게 출발하긴 했는데 한림정은 바람처럼 사라지고 나서도 나는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웬일이래?
아뿔사! 시방 내가 뭔 일을 저지른 거여?
겨울 내내 운동하고는 담을 쌓아서 체중이 3kg가 불었다.
내 삼겹살만 다섯근이 불었는데 다시 삼겹살 한 근 먹고 소주 까지 마신 다음 거친 벼랑 길을 타려는 것이다.
다섯명이 포식할 삼겹살을 지게에 지고 비틀거리며 날카로운 덕룡의 잔등을 타고 넘으니 나비처럼 능선을
나폴거릴 수 있나?
알딸딸하고 배부른 나비는 갈짓자로 능선을 날았다.
게다가 봄처녀의 아찔한 교태와 유혹에 발길과 눈길은 계속 밀리기만 했다.
처음 나를 앞서서 간 건 강원장님과 한림정 두 사람 밖에 없었는데 산 친구들은 하나 둘 씩 나를 추월해 갔다.
그래도 좋았다.
이런 절경을 두고 어찌 서두를 수 있으랴
바위에 걸터 앉아 펄펄 날리는 봄날의 서정을 무슨 수로 만끽하지 않을 수 있으랴?
오랜 세월 떠남이 습관이 되었고 나의 기쁨과 행복을 불러내는 주술이 되었다.
내 몸을 늙어갔으되 세상의 아름다움 속에서 대자연과 교감하는 감각의 촉수는 더 탁월해지고 가슴은 더
부드러워졌다.
기다리던 봄은 다시 돌아 왔다.
덕룡 산신령님은 우리를 위해 최상의 날을 열어 주었다.
도광양회 (韜光養晦) :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
꽃은 바위 틈에서 세찬 눈보라 속에서 그렇게 묵묵히 1년을 기다렸다가 길일을 택해 한꺼번에 피어났다.
그 거칠고 아름다운 능선을 걸어가면서 취기는 기쁨의 여운만 남긴 채 바람에 훨훨 날아가고 내 몸은
나무가 수액을 올리 듯 대지의 진기를 가슴 가득 빨아 올렸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해풍은 거친 길에 달아오른 몸을 식혀주고 내 오장과 육부에 쌓인 노폐물을
남김 없이 걷어 갔다.
봄날의 마술이다.
그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행복해지고 다시 혈기방장해지는 그런 길이었다.
이 눈부신 봄날에 감사한다.
다시 그 길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세상의 무수한 아름다움을 찾아 떠날 수 있었던 지난 세월에 감사하고 여전히 대자연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호기심 그리고 아름다움에 쉽게 흔들리는 여린 가슴을 잃지 않음에 감사한다.
눈부신 태양을 가르는 한 줄기 해풍과 한 조각 구름 까지 오늘은 온통 감사할 일이 많은 날이다.
나는 중간에 내려가지 않고 가장 후미에서 덕룡주작산 까지 들려 작천소령으로 내려 갔다.
빤히 보이는 곳에 주작산이 있었지만 시간도 남아 있지 않았고 아름다운 암릉 길에 대한 더 이상의 미련도
없었다.
그대로도 충분하고 충만한 아름답고 행복한 봄날의 여정이었다.
자연이란 이름의 오랜 친구가 가져다 준 멋진 선물
덕룡산은 열심히 살아가는 어느 날 무수한 세 잎 클로버 밭에서 내가 찾아 낸 또 한 장의 네 잎 클로버였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도는 파랑새가 행복의 꽃밭에서 만난 또 하나의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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