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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지리산 칠암자 순례

 

 

2006년 지리산 칠암자 순례기

http://blog.daum.net/goslow/5860880

 

 

 

 

2014년 5월 6일 부처님 오신날

무릉객 8년만에 거북이하고 둘이 다시 지리산 칠암자 순례하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날이다.

 

2015년 부처님 오신 날

2006년에 귀연과 칠암자 순례를 했었다.

산에 푹 빠져 있을 때라 미답의 심산을 헤집고 다니는 것 자체가 마냥 신나는 일인데 마치 산중 보물찾기처럼

풍경 좋고 지세 좋은 곳에 은거한 암자들을 찾아가는 그 행복한 순례의 여정이야 말로 딱 내 적성에 맞는 일이라

흐린 날씨에도 내내 즐거웠고 그 여행길의 여운은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었다.

그리운 옛 추억을 돌아보고 싶어서  작년 가을 귀연 운영회의에서 칠암자 순례를 강력히 주장해 성사시켜 놓고도

정작 회사일로 출정하지 못했다.

비록 출입금지로 인해 2개 암자를 다녀오지 못했지만 산우들이 찍어올린 황홀한 가을 빛에 휩쌓인 아름다운

지리산 옛길의 모습은  애석하고 아쉬운  마음에  바람구멍마저 숭숭 내고 말았다.

 

부처님 오신날에는 모든 암자의 길이 다 열린다고 했다.

부처님 오신 날 달포 전에 충일에서 칠암자 순례 일정이 떴고 초장에 만패불청 신청을 해 놓았는데 거북이가

같이 간다고 했다.

마눌까지 데리고 가면 좋긴한데 예전에 7시간이 넘게 걸린 길이었고 같이 같던 일행들 중 꽤 고생했던 사람들의

기억이 있어서 따로 훗날을 도모하기로 했다.

 

신록으로 피어나는 대지는 매혹이고 중독이다.

봄날의 마법은 끊임없이 나를 유혹하고 불랙홀처럼 내 영혼을 깊게 빨아들여  주말에는 정신줄을 놓은 몽유병자처럼

산이고 들판이고  온통 쏘다녀야 한다. 

 

부처님 오신 날에 맞추었던 100대명산 37산 팔공산에서  마주했던   출렁이는 신록의 바다.

그 휘몰아 치는 수림의 녹색 파도는  내 머리에 각인되어 지워지지 않는다.

다른 곳에 가는 것보다 초록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것이 더 행복하니 으레 봄이면 내가 먼저 온통 초록물이

들어버린다.

 

 

산 행 일 :  201456일 화 부처님 오신 날

산 행 지 :  지리산 칠암자 순례

    :  맑고 바람 시원하다

    : 18.3  km

소요시간 : 약 약 5시간 30

    : 거북 (충일 산악회) 

 

         

시간

경유지

비 고

09:26

음정마을 이정표 출발

벽소령 8.4km, 대피소6.7km

09:40

임도

 

09:50

이정표

음정 :1.8km, 벽소령 4.9km

10:29

도솔암

 

11:02

영원사 날머리(계곡)

 

11:09

계곡

영원사( 15분 식사)

12:08

상무주암

 

12:06

삼정산

 

12:35

다시 상무주암

 

12:53

문수암

15분 소요

13:20

삼불사 

 

13:41

진주강씨 묘

 

14:12

약수암

 

14:42

실상사

 

14:54

실상사 출사

 

15:00

주차장

 

 

 

 

날씨는 화창하고 하늘은 드맑다.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주고 시야는 맑은 아름다운 봄날 추억의 길을 걷는다.

 

길은 8년 전 역순으로 잡았다.

음정마을에서 시작하여 도솔암 영원사- 상무주암 삼정산 문수암 삼불사 약수암 - 실상사로 내려 왔다.

처음 음정마을에서 도솔암 가는 길이 임도를 따라  가다가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고 이후 영원사 까지는 내리막이

계속된다.

영원사에서 상무주암 가는 길도 제법 오르막 길이다.

상무주암 바로 앞에서 삼정산 오르는 길이 있는데 400미터 정도 가파르게 올라야 한다.

상무주암 이후는 산 봉우리를 휘돌아 내리면서 문수암 삼불사 약수암을 거치고 비로소 평지에 호젓한 실상사에서

순례를 마무리 한다.

 

원래 느긋하게 산행을 하려 했는데 돌연변이 거북이 녀석 앞에서 휘젓으며 가는 통에 뿔나게 뒤따라 가다 보니

앞서간 산우들 거의 다 추월하며 선두로 치고 나갔다.

나중에는 가장 가파른 도솔암을 경유하지 않고 산행했던 2군들도 모두 따라 잡았다.

일행 중 삼정산에 오른 사람들은 몇 명 없는데 사진 찍을 것 다 찍고 삼정산 봉우리 까지 찍고 나서도  90명 순례객

중에 열댓 번 째로 내려왔으니 가히  일진광풍처럼  휘몰아 친 광속 산행이었다. 

산이 내려 몸이 근질거리는 거북이 땜시 엄청 광분한 셈이다.

그래도 전성기 속도산행의 쾌감이 되살아나서 좋았다.

 

백두대간이나 낙남정맥 시절은 늘 선두 그룹에서 날라다녔다.

사진도 별로 찍지 않고 고강한 재야 무림의 고수들과 동행하며 내 체력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속도의 쾌감을 즐길

때이니 물불 안 가리고 돌진하는 산행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당시에는 사진 한 컷 찍거나 소변 한 번 보고 나면 동료들은 멀리 사라져 버렸다.

 

이젠 세상에 좀더 둥굴어 가는 나를 본다.

속도의 쾌감 대신 느림의 미학이 더 큰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길에 남겨진 추억들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산 길에서 만나는 소박하고 사소한 것들이 자꾸 이야기를   걸어 오니

발 길이 밀릴 수 밖에 도리가 없다.. 

마눌과 함께하는 산행이 더 늘어나고 멋진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는 즐거움을 빠진 이유도 있겠지만 어짜피 마지막

그 누군가가 내려와야 버스는 떠날 수 있기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맑은 숲의 향기 속에 머물고 싶은 욕심 때문이기도

하다. 

 

늦게 산바람이 든 거북이 녀석은 한참 때의 나를 닮았다.

솜처럼 지칠 때 까지 쏘다녀야 바람기를 잠재울 수 있는 발정난 숫캐의  발정기가 늦게 도래한 셈이다.

어쨌든 거북이도 넘치는 열정과 욕심으로 신바람 나는 세상을 경험하고 있을 터이다.

 

8년전 마지막에 올랐던  도솔암은 처음 올라서 타는 갈증을 콸콸 솟아나는 시원한 샘물과 부드러운 감주로 해갈 했다.

그날 관홍님이 대표로 스님한테 무지하게 혼났었다.

조용히 수행정진하시는데 난입해서 씻고 떠들고 난리법석을 피운다고

사실 우린 금지구역을 무단 칩입했으니 관리공단 직원들한테 적발되었으면 크게 벌금을 물었어야 하는 도둑 산행을 

한 셈인데 불한당 같이 난입하여 기본 예의도 없이 산중의 적막과 불국의 평화를  깨뜨려 버렸으니 참다 못한 스님이

노하신거다.

 

내림 길 아름들이 전나무 숲은 모두 생각이 났다.

파도타기 하듯 넘실대는 초록의 파도에 휩쓸여 기분좋게 떠내려 갔다.

 

흐리고 비뿌리던 그 날, 사람의 흔적조차 볼 수 없었던 명찰 영원사에는 절밥 먹는 산님들로 넘쳐났다.

거북이는 먼저 와서 식사중 이었다.

11시가 좀 넘어서 시장기가 도는 참이었는데 준비해간 점심을 꺼낼 겨를도 없이 보살님들이 주는 야채 비빔밥을

한 양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비워냈다.

가마솥에서 부글부글 끓던 된장국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상무주 암 가는 길은 해발이 높아서 인지 여기저기 파릇한 풀이 막 솟아 오르고 철쭉이 봉우리를 맺고 있었다.

삼정산 능선 높은 곳은 이제사 겨우 나무에 새움이 트고 있어서 산색이 다소 황량한 곳도 많이 눈에 띄었다.

정말 긴 봄이 실감이 났다.

2월말부터 누린 긴 봄이지만 아직도 여긴 이제 막 시작하는 봄이었다.

 

안개에 잃었던 삼정산과 상무주암 그리고 문수암의 풍경도 되찾았다.

그것도 연초록으로 시리게 푸른 아름다운 모습으로…..

특히 멀리 지리산 주릉이 건너다 보이는 문수암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풍광은 압권이다.

 

문수암 스님은 풍채가 더 좋아 지셨다.

8년전 삼불사에는 호위병 개와 함께 은거 수행하시던 여스님이 계셨다.. 

우리 일행들은  홀로 정진하시는 여스님한테 감자를 얻어먹고 산꼭대기가 대표로 쟁반을 갖다 주러 갔다가 백구

한테 물렸다.

지금 생각하니까 스님의 정진을 방해하고 감자 까지 얻어먹은 사람들이 시주는 한 푼도 하지 않은 채 빈 쟁반만

 덜렁거리며 가지고 오니 부아가 난 백구가 확 깨물어 버린 것 같다.

그 당시  문수암 에 들렸을 때 지금 스님이 개에게 물린 산꼭대기 상처를 치료해 주셨는데 그걸 기억하고 계셨다..

오랜 풍경과 추억을 만나니 가슴이 푸근하고 따뜻해 왔다.

거북이는 샘터의 바위를 실루엣으로 산님들에게 문수암 예술사진을 찍어주느라 정신이 없어서 정작 문수암에서는

오래 지체했다.

 

삼불사에서 초롱꽃차와 떡을 얻어 먹었다.

반을 먹은 지도 그리 오래지 않았는데 독특한 향을 머금은 달콤한 차의 맛이 잠자는 미뢰를 깨웠는지  두 잔의 차에

곁들여 다량의 기주떡과 절편을 먹었다.

 

시야가 갑자기 트이는 진주강씨 은렬공파 무덤을 거쳐 약수암으로 내려왔다.

아래로 빤히 보이는 약수암은 산길에 울타리를 쳐 놓아서 산죽길을 길게 휘돌아 들어가야 했다.

 

8년전 안개 속에 굳게 잠겨 있어서 보지 못했던 약수암의 보물 421호 목조탱화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었다.

감개무량하고 즐거운 날이다.

지리산 깊은 곳 조용한 암자 마다  부처님의 평화와 기쁨으로 술렁이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다.

 

약수암에서 시원한 샘물을 마음껏 들이키고 우린 실상사로 여유롭게 내려섰다.

실상사는 너 댓 번은 족히 온 것 같다.

마눌도 델구오고 친구들도 델구오고 산행길에도 들렀으니 이젠 어릴 적 고향집처럼 편안하기만 한데 칠암자 순례를

마무리하면서 내려섰으니 기분이 날아갈 듯  상쾌했다.

실상사는 마치 측제장처럼 흥청이며 들떠 있었고 그 동안 보수공사로 볼 수 없었던 실상사 보물제 41호 철제여래

좌상까지 경내에 잘 안치되어 있어 경내를 두루두루  여유롭게 돌아보고  베이스 캠프로 귀환했다.

 

충일은 신청자가 많아서 버스 두 대나 끌고 왔는데  화장실에서 땀을 씻고 막걸리 까지 세잔 마시고 나서도  한참을

지나서야 내려온 산님들이 한 대의  버스를 다 채웠다.

 

1호차 버스는  4시가 조금 넘어 아직 해가 중천에 있는 벌건 대낯에 대전으로 출발했다.

거북이는 일찍 대전에 도착하고도 연휴 인파에 고속버스 표가 없어서 9시가 넘어서 천안에 도착했다.

고부가 원래 장미에도 가시가 있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행복은 긴 고행과 수행의  길 끝에서 만나는 법이다.”

 

5월의 눈부신 대지에 불국의 평화가 훨훨 날리던 행복한 날이었다.

친구와 함께 아무런 미망과 번뇌 없이 멋진 날 그 길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내년에는 부처님 오신 날 마눌과 함께 다시 그 길을 걷고 싶다.

거북이가 따라 올지 모르겠지만 내년에는 배낭에 떡 몇 개와 빈 물통만 넣고 홀가분하게 떠날 것이다.

그 때는 거북이 아무리 빨리 달아나도 쫓아가지 않을 것이다.

 

걱정이다 . 난 늘 어머님 점쾌에 천수를 누린다는데  이렇게 대자연의 기가 왕성한 시절에 온 산을 돌아 다니며 

대지의 기운과 부처님을 기를 몰아 받고 있으니 벼름빡에 똥칠할 때 까지 살까봐….

 

무얼 걱정하랴

자연이 다 알아서 할 것이다.

나는 광대무변의 자연 속에 날아든 한 마리 작은 나비이어늘 .

 

 가슴 시린 짧은 봄을 몇 번의 작은 날갯짓으로 마음껏 누려야 한다.

봄날은 간다.

꽃과 향기 그리고 맑은 바람과 햇살에  취하지 않고 보내기에는 너무 아쉬운 짧은 봄날은 간다.  

내가 물이고 바람이다.

자연은 거기 있고 나는 짧은 인생의 봄날을  헤적이다  나비처럼 떠나야 한다.

 

짧게 사라지는 것들이 모여 억겁을 살아내는 자연을 만든다.

자연은 무수한 계절의 변화를 겪으며 아무렇지 않게 희노애락을 포용하고 영고성쇠와 생로병사를 .

마주하고 생멸한다.

그  순환의 섭리를 이어가면서 자연은  스스로 정화하고 아름다워진다...

영겁의 세상을 우아하게 활공하는 나비의 작은 비상도 아름답지 않은가?

짧은 날개 짓이기에 더 황홀하고 눈부시게  빛나지않는가  ?

 

  

 

 

 

 

 

 

 

 

 

 

 

 

 

 

 

 

 

 

 

 

 

 

 

 

 

 

 

 

 

 

 

 

 

 

 

 

 

 

 

 

 

 

 

 

 

 

 

 

 

 

 

 

 

 

 

 

 

 

 

 

 

 

 

 

 

 

 

 

 

 

 

 

 

 

 

 

 

 

 

 

 

 

 

 

 

 

 

 

 

 

 

 

 

 

 

 

 

 

 

 

 

 

 

 

 

 

 

 

 

 

 

 

 

 

 

 

 

 

 

 

 

 

 

 

 

 

 

 

 

 

 

 

 

 

 

 

 

 

 

 

 

 

 

 

 

 

 

 

 

 

 

 

 

 

 

 

 

 

 

 

 

 

 

거북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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