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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제 17번째 (오미 -방광)

 

내가 잡은 지리산길 바람

 

 

 

 

 

 

 

 

 

 

 

 

 

 

 

 

 

 

 

미쳐버리고 돌아버린 다는 말을 아십니까?

감당하지 못할 충격이 가해질 때 인간의 뇌와 감정은 자가보호를 발동하고 기능을 정지하여 스스로 그 고통과

아픔을 차단합니다.

그건 정신이 견딜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서 도저히 극복할 수 없다는 자율적인 신호체계의 판단에 근거합니다.

그 선을 넘어서기 전에 내리는 마지막 결정은 자살이겠지요.

 

어떤 경우든 고통과 슬픔은 사라집니다.

모든 의무와 책임은 면제됩니다.

하지만 삶에 대한 빛나는 열정과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자신이 행사했던 모든 권한마저 이양되었습니다.

다만 당신이 찾은 평화와 기쁨은 다른 사람의 비탄과 슬픔으로 고스란히 유전 되었습니다.

당신의 역사는 허물어지고 당신은 나약하고 비겁하게 죽어 갔습니다.

 

설령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 해도 파도에 휩쓸려 세월에 표류하고 난파당한다면 당신은 스스로 자존을

허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아픔을 줄 것입니다.

그리고 궁극에는 세상과 사랑하는 누군가의 짐이 될 것입니다.

 

잘 살아 가야지요

눈 깜짝할 만한 시간에 흘러가버리는 세상

한 번 태어났으니 즐겁고 행복하게 잘 살아야지요

 

제발 미치지 마세요

미칠 것 같으면 악쓰고 소리치고 데굴데굴 구르기라도 하세요

꺽꺽이며 울음을 참지 말고 소리쳐 울어 버리세요.

몸은 병들면 고치면 되지만 마음의 병이란 쉽게 낫지 않는 법입니다.

 

살아가면서 종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종교보다 지신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더 중요합니다.

몸을 다스리는 운동보다 마음을 다스리는 마음공부가 더 중요합니다.

종교이건 운동이건 궁극적으로 다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고 자신을 위한 모든 것을 이끄는 동력이 바로 마음

입니다. 

 

세상에 자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는데 어떻게 마지막 한계에 이를 때 까지 스스로를 방치하고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나요?

실패는 할 수 있지만 좌절과 포기는 용납될 수 없는 죄악 입니다.

 

잠시 인생의 성난 파도에 휩쓸려 물 좀 먹었다고 다 죽는 게 아닙니다.

어느 순간에도 삶을 포기해서도 안되고 정신줄을 놓아서도 안됩니다.

죽을똥 살똥 헤엄쳐서 살아나야 지요

아니면 죽을똥 살똥 헤엄치지 않아도 되게 수영을 배워 놓으시던지요

미리미리 구명조끼와 구명 보트를 준비해 놓으면 파도를 오히려 즐길 수도 있을 겁니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누군가는 단지 그 짧은 고비를 견디지 못 할 뿐입니다.

그 파도에 나약한 기가 먼저 꺾인 것 입니다.

성난 파도가 지나가면 바람도 자고 세월의 바다는 다시 잠잠해 집니다.

정말 파도가 높았던 게 아니라 스스로 설정한 인내의 기준과 임계점이 턱없이 낮았을 뿐입니다.

살아 온 수많은 날들

당신은 그 많은 세월을 지내오면서 세월이 깨우쳐준 지혜와 바람이 전하는 말은 모두 잊었을 뿐입니다.

세월과 역사 속에서 배울 수 없다면 무수한 시행착오를 다시 겪어야 할 것이고 그러기엔 남아 있는 인생 길이

너무 짧아 보입니다.

한가지만 잊지 마세요

세상의 모든 희로애락은 당신의 작은 가슴에 모두 들어 있습니다.

 

당신은 정말 많은걸 가지고 있군요.

나약한 정신, 새가슴, 작은 간덩이 , 호들갑, 패배감 

혹시 비탄과 공포는 당신 스스로가 애지중지 키우지 않았나요?

 

정말 돌아버릴 만한 고통과 아픔이기나 한 건가요 ?

당신이 오늘 미쳐버릴 것 같은 고통과 시련도 누군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껴안고 갑니다.

당신이 돌아버릴 것 같이 울부짖는 현실이 누군가에게는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미래의 소망 입니다.

 

죽는소리 하지 마세요

엄살부리지 마세요.

당신을 믿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서 

 

몇 년을 살았는데 아직도 고통과 아픔에 이골이 나지 않았습니까?

이제 살 날이 지나온 날 보다 더 적게 남았는데 다가오는 슬픔은 힘껏 걷어차고 도망가는 기쁨은 뒷머리를

휘어잡고 끌어내는 그 흔한 격투기 기술조차 아직 터득하지 못했습니까?

남들은 세상의 고민까지 죄 짊어지고 가슴에 털이 숭숭난 채 잘 살아가는데 당신은 스스로 조차 다스리지

못하고 늘 노심초사 전전긍긍하십니까?

 

신은 감당할 만한 시련만 주신답니다.

당신 안에는 시련을 극복할 거대한 능력과 잠재력이 있는데 당신은 늘 부정적인 기운이 먼저 발호하게 합니다.

 

백날 누군가 긍정의 힘과 자신감을 떠들어도 무슨 소용이 있나요 ?.

말을 강까지 끌고 가도 물을 먹일 수 없듯이 당신의 마음으로 느끼지 못 하는데

세상에 아무리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도 소용이 없습니다.

당신이 들으려 하지 않으니….

당신은 수많은 밝은 곳을 외면한 채 애써 어두운 곳만 두려움으로 바라봅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세요

감사하고 행복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참으로 말고 깨끗한 봄날 입니다.

당신은 살아 있습니다.

아픈데도 없고 건강합니다.

마음을 닫아 두었기에 세상 일에 그다지 신이 나지 않고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하려 하지 않을 뿐입니다.

어쩌면 타성과 세상이 세뇌하는 그릇된 교육 때문일 뿐입니다.

지금까지 추구해온 것과 살아온 방식이 변화를 싫어하고 변화로 인한 불편과 걱정을 만들고 싶지 않을 뿐

입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당신이 살아온 경험과 지혜로 그리고 대자연의 교훈으로 세상에서 작아진 가슴과 간을 더 크게 키우고 세상에서

잃었던 호기심과 감동을 다시 찾으세요.

 

당신은 누군가의 우주 입니다.

당신이 흔들리면  당신이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우울해 집니다.

당신이 실의에 빠지면 당신을 믿는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빠집니다.

당신이 이러건 저러건, 또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건 세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단지 당신의 어리석음과 약한 마음이 지레 겁먹고 뒷걸음 질 뿐입니다..

밝은 길은 옆에 두고 굳이 구태여 어둡고 힘든 길을 걸어 가는 것 뿐입니다.

그 작은 마음 하나가 당신의 인생을 송두리 째 바꿀 뿐입니다.

힘내세요

 

오늘은 도시에 머물지 마세요.

습관적으로 불평불만하고 쉽사리 비관에 빠지는 너무 많은 사람들 틈에 있지 마세요

먼저 높아 있는 산과 하늘을 올려다 보세요

하늘이 얼마나 맑고 푸른지 ….

조용히 억겁의 세월을  스쳐 온 대자연이 얼마나 깊고 아름다운지

그리고 산과 하는 말  바람이 전하는 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자연이 주는 기와 활력으로 온몸을 노폐물을 몰아내고 좀더 희망과 의욕에 충만한 사람들과 어울려 보세요.

 

한 줄기 바람이 지나 듯 순식간에 흘러갈 세월이지요.

인생이란 오는 듯 지나 가는 짧은 봄날을 날아가는 여린 나비의 날개 짓

짧아서 더 아름답고 더 아쉬운 여행길 입니다.

 

아까운 시간은 흘러 갑니다.

배추밭에 앉아 헐떡이지 말고 멋지게 날아올라 짧은 인생의 봄날을 마음껏 누리고 즐겨야지요,.

 

 

 

 

 

 

 

 

 

 

 

 

 

 

 

 

 

 

 

 

 

 

 

 

 

 

 

 

일 자 : 2014년 5월 11일 (일요일)

장 소 : 지리산 둘레길 19구간

코 스 : 오미마을(운조루) - 용두갈림길(1.0km) - 하사마을 - 상사마을(1.7km) - 지리산탐방안내소(4.9km) -

         당촌마을 - 수한마을(3.2km) - 방광마을(1.2km)

난이도 : 중

거 리 : 12.2 km

소요시간 : 약 4시간 30분

 

 

 

 

흐리고 비가 온다고 했다.

어제 천마산에서 흡사 유월의 여름 같은 뜨거운 태양을 만났으니 조금은 우수에 찬 멜랑꼴리한 지리의 얼굴을

대하는 것도 낭만적일 것 같았다.

 

처음 흐리던 날은 누가 먼 소리를 했냐는 듯 맑게 개이는가 싶더니 흡사 6월의 뜨거운 여름같이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그 맑고 시원한 바람이 대차게 불어주지 않았으면 우린 아작이 났을 거다.

틈만 나면 자연으로 돌아가니 그런 바람도 만난다.

화창한 햇빛 아래서 춤추며 불어가는 맑고 깨끗하고 시원한 바람.

마음과 몸이 한꺼번에 모두 정화되는 듯한 바람은 시작부터 끝까지 여정을 함께했다.

지리산 신령님의 축복이었겠지만 우린 가슴까지 후련하게 해주는 그 맑고 깊은 바람의 호위를 받으며 순례자

처럼 산꾼들의 성지 지리산 그 언저리를 떠돌았다.

그냥 걷는 건 만으로도 가슴에서 기쁨이 넘쳐 나는데 가는 길마다 날리는 아카시아 향기와 찔레꽃 향기 그리고

싱그러운 솔숲의 짙은 소나무향은 편안한 사색과 더불어 걸으면서 대자연의 위안과 삶의 카타르시스를 모두

느끼게 해주었다.

 

산꼭대기 산행대장이 몸이 좋지 않아 출정을 하지 못하는 통에 임시 산행대장을 맡았다.

나 역시 지리산 둘레길이 초행길이니 산행대장의 의미가 무색하긴 하지만 이정표가 잘 되어 있으니 굳이 산행

대장이 없다해도 문제될 건 아무것도 없다.

산우들은 저마다 그 길을 즐기고 예정보다 일찍 내려 올 것이니 나는 나대로 지리의 넓은 가슴 속에서 즐겁게

노닐면 될 일이다.

 

길은 천하명당이라는 오미마을에서 시작하여 하사마을과 상사마을, 당촌마을,수한마을을 거쳐 방광마을에서

끝이 난다.

그러면 다음 마을은 요도인가? 그리고 그 다음은?  ㅋㅋ

 

출발점 오미리는 남한의 3대 명당 중 한 곳으로 꼽히는 길지이다.

원래 오동이라 불리다 조선 중기 유아주가 이주하면서 오미리라고 개칭했다는데 오미는 다섯가지 아름다움을

의미한단다.

월명산,방장산,계족산오봉산,섬진강

가까이에 오산은 내 알고 있어도 월명산,계족산 오봉산은 당최 모르겠다.

방장산은 고창벌의 그 방장산일 테고 대전의 계족산과 춘천의 오봉산은 내 일찍이 그 풍류에 감탄사를 쏟아낸 적

있으되 구례 인근 동명의 그 산들에 관한 아름다움의 명성은 금시 초문이다.

허기사 건들거리면서 풍류나 즐기는 한량이 그 역사의 깊이와 안목까지 갖추려면 퇴화된 두개골에 연결된 실핏줄이

터져나지 않겠나?

 

지난번에 오미마을에서 길을 마무리하면서 운조루에 들렀지만 애당초 운조루와 오미리에 관한 사전지식이 없었다.

지리산 길이란 다 고향같고 편안한 길이지만 지난 악양벌을 걸을 때처럼 평화와 기쁨이 바람 길에 마구 휘날렸다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알아차린 그 마을에서  운조루와 마을의 유래에 대해 이야기를 뒤늦게 전해 듣고 나서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다.

가보면 안다.

넉넉한 들판에 번져가는 풍요로움과  그 대지의 기운이 몰고오는푸근함과 따뜻함 

오산과 오미마을과 운조루는 이 땅에 사는 이라면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으로 강추한다.

 

시원하지만 다소 거센 바람이 많이 부는데 운조루 앞에 할머니 세분이 앉아 계서서 인사를 드리니 길가에 한창

익어가는 앵두나무를 가르키며 가서 따먹으라 하신다.

지리산 둘레길 때문에 피해를 보는 농가들이 하도 많아서 어디가나 농작물에 손대지 말라는 표지판이 서 있어 늘

조심하는 터라 혹여 마을사람들에게 혼나지 않겠냐고 걱정스레 물었는데 괜찮다며 마음대로 따먹으라 하신다..

보기 좋게 익어가는 물앵두는 정말 싱싱하고 맛있었고 우린 벌떼 같이 달려 들었다.

앵두를 따먹느라 정신이 없는 산우들을 애써 끌어모아 출정 기념촬영을 했는데 사진 찍기가 끝나자 마자 다시 모두

앵두나무로 달려갔다.

 

길섶에 앵두가 익어가도 거들떠 보지 않는 마을

길손들에게 기꺼이 고향의 정과 훈훈한 시골의 인심을 느끼게하는  여유로움  

오미리! 역시 부자마을이다.

 

오미리는 옛부터 금환낙지(金環落地) 형국을 한 부자마을로 통했다.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곳으로 부귀영화가 샘물처럼 마르지 않는 풍요로운 곳

할머니들은 떼거리로 급습한 벼메뚜기들의 준동을 흐믓하게 바라보시고 바람은 봉두난발한 나뭇가지가 막춤을

추게하는 즐거운 봄날 아침이다.

 

하사마을은 도로를 따라 간다.

그림 같은 저수지를 끼고 있는 마을인데 이인이라는 사람이 승려 도선에게 모래위에 그림을 그려 뜻을 전한 곳이라

하여 사도리라 불렸다 하는데 윗마을과 아랫마을을 구분해 상사리와 하사리가 되었다 한다.

멋진 당산에 정자가 있어 쉬어 가기가 좋은데 갈 길이 바쁘다.

이 마을도 보통 부자 마을이 아니다.

정자는 다 유리창 문을 달아서 TV와 냉장고를 비치하고 경로당은 아얘 여성 전용 경로당이 따로 있다.

안봐도 뻔하다.   불쌍한 할아버지들

할머니들 등쌀에  삼식이는 고사하고 이식이도 힘들것다.

우리의 전통이 살아 있는 시골마을에서 까지  할머니들이 집단 반발하여 할아버지들 뒤치닥거리 않겠다고 독립선언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면 도시의 할아버지들은 밥은 자시고 사시는지....?. 

무너진 동방예의지국의 서까래에 눌려 신음할  우리와   후손들의 미래가 자못 걱정스러워 진다.

 

길은 평화롭고 풍요로운 구례들판을 내려다 보면서 지리산 자락과 마을길을  구비구비 따라간다.

도로를 따라 가면 마을과 마을은 코 앞인데 둘레 길은 뭐그리 급할 거 있냐는 듯 마을 뒤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숲과 마을을 이어가고 구례읍과 구례들판은 둘레길이 마무리될 때 까지 변함없는 모습으로 느리게

느리게 우리를 따라 왔다.

 

황전마을은 화엄사 입구 집단 시설지구다.

우린 계곡 좋고 물 좋은 황전계곡 정자나무 아래서 식사를 했다.

전날에 이어서 열무 비빔밥.

써니 총무가 오뎅탕 재료을 가져왔는데 양반곰 버너로 끓여서 뜨거운 국물까지 곁들여 먹으니 소박한 식단이

늘 걸인의 시장기와 어우러져 황제의 성찬을 만들어 준다.

봄날과 자연의 마력이다.

이렇게 앞뒤 안 가리고 먹으면 맛 있는 뒤풀이는 물 건너 간 셈이고 야심차게 시작한 2014 체중감량 프로젝트도

난항에 부딛힐 것이다

 

그냥 단순하게 살자.

입 맛 동하는 대로 먹고 불편하면 운동량을 늘려서 빼는 거다.

배부른데 계속 먹기야 하겠나?.

떠나고 싶은 날은 훌쩍 떠나고  먹고 싶은 건 먹고 사는 거다.

그래야 더 늙어서 별로 먹고 싶은 것이 없을 때 덜 후회하지 않겠나?

미지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열정이 아직 시푸루둥둥 살아 있으니 아직 살이

내릴 기회는 많이 남아 있을 게다 

  

황전마을은  전원 촌 한가운데 우뚝 선 사막의 라스베이가스.

민박촌을 포함한 각종 숙박시설과 식당들은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관광지와 다름없다.

조선 시대 형성되어 황둔마을로 불리다가 일제 때 바로 옆 우전마을과 합쳐져 황전마을이 되었다 한다.

현 지리산 호텔 자리에 여러 가구가 있었는데 어느 해 일어난 산사태로 마을전체가 몰살 당한 아픈 기억이

있는 마을이다.

 

황전마을에서 당촌마을과 수한마을 가는 숲길은 정말 멋진 길이다.

온통 소나무 숲으로 이어지는데 세차게 부는 바람소리와 바람에 날리는 솔향기가 상쾌하기 그지 없다.

오늘은 가히 바람과 향기의 산행이다.

어느 길에서나 아카시아향과 찔레꽃 향기가 코를 찌르고 구비구비 이어지는 솔숲 길에는 싱그러운 소나무

향이 가득차 있다.

 .

휘적이며 걸어 가는 데 먼저간 산우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농수로에 모여 있어 다가가보니 물속에 뱀이 헤엄치고

있다.

흡사 물뱀처럼…..

농수로가 가파른 산비탈아래 만들어진 탓에 산아래로 내려오던 뱀이 떨어져 내리는 모양이다..

농수로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고 물이 차 있어서 뱀들이 떨어지면  빠져 나갈 수가 없고  결국 물속을 헤메다

체온이 떨어져서 죽어 나가는지  퉁퉁 부은 뱀의 시체도 있었다.

살아서 빠져 나가려고 안깐힘 쓰는 산 뱀이 세마리나 헤메고 있어서 건져줄라고 해도 마치 자신들을 위해하는 것으로

판단해서  어떤 녀석은 죽자사자 물속을 헤엄치며 도망가고 또 어떤 녀석은 머리를 꽃추세우고 겁을 주는 통에 우리는 

결국 나무 둥치만 내려주고 구조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 중 한마리 뱀은 건드리면 흡사 독사처럼 머리를 들고 머리도 삼각형이라 산우들이 독사라 했는데 독사도 꽃뱀과

같은 연두색과 붉은색을 띠고 있는 종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뱀들을 사지에서 구하지 못해서 못내 아쉬웠다

뱀들은 그래도 재수 좋은 날인 지도 모른다.

만약 산용님이 오셨다면 녀석들은 순식간에 양파 망태기에 갇혀 황전마을이 아닌 황천길을 재촉했을 것이다.

 

수한마을은 선조 25년 경 임진왜란을 피해 남원에서 이주한 경주김씨 3대가 정착하면서  형성된 마을이라 한다.

본디 물이 차다하여 물한리로 불리다가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수한마을이 되었다.

마을어귀에 520년 된 당산나무가 있는데 동네 아주머니 말로는 마을을 보호하는 나무로 600년이 넘었다고 한다.

당산나무 잎이 일시에 피면 풍년이 들고 2~3회 나누어 피면 흉년이 든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는데   매년 마을에서

당산제를 지내 마을의  평안을 빈다고 한다.

그 나무 아래 앉으니 세상의 시름과 근심이  모두 내일이 아닌 듯 편안해 진다.,

 

수한 마을을 지나 길은 용전마을을 거쳐 방광마을로 간다.

밭에는 자운영 같은 보라색 농작물을 재배하는데 이름을 물어 보려구 해도 밖을 나다니는 마을사람이 없다.

방광마을은 천은사와 지리산 성삼재 가는 길목마을로 소로 변한 사미승이 여물대신 밥을 먹고 싼 똥으로 곡식이

잘 자라 방광마을이 되었다 한다.

당시 우번대라는 암자에 사미승과 노승이 살았는데 어느날 사미승이 남의 밭에서 조를 세알 훔치는 것을 본 노승이

3년간 일해서 갚으라고 사미승을 소로 변하게 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마을이다.

 

바람은 거세게 불었다.

우리는 그 맑고 깨끗하지만 세찬 바람을 즐기며  5월의 향기에 휩싸여 즐거운 산행을 마무리 했다.

삶에서 우리가 스스로 고립될 수 있는 섬을 만들고  세상에서 멀리 떨어져 삶을 관조할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아무런 걱정 없이 이렇게 피어나는 대지의 기쁨을 흔쾌히 누릴 수 있음이 얼마나 축복받을 일인가?

거기 산과 자연이 있다.

오늘도 나는 거기 다가가 기꺼이  묵언의 수행을 하고 위안과 교훈을 얻는다.

 

 

원래 식당에서 뒤풀이를 할까 했는데 짧은 시간에 트레킹이 끝나면 그 또한 시간과 음식의 낭비가 될 것 같아 두부와

순대를 안주로 뒤풀이 술자리를 부탁했는데 인근에 순대집이 없었는지 오이와 두부만 준비되었다.

바람이 너무 드세서 우리는 사방을 막은 마을 회관에 들어가서 조촐하게 뒤풀이를 마무리하고 귀로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