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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15번 째 (송정마을-목아재-농평마을-당재)

 

 

 

    

                                        섬 진강                                          이형권

 

                                        봄날 나는

                                        두억시니에 들린 사람처럼

                                        섬진강 어디를 헤매고 있었으니

                                        장구목에서 함허정을 지나 하동포구까지

                                        하염없는 그리움뿐이었다.

 

                                        情人 기다리던 여인의 마음처럼

                                        지리산 달빛은 대숲에 스며

                                        긴 밤을 뒤척이고

                                        얼음 풀린 강물에는

                                        서러움뿐이었다.

 

                                        사라진 옛 주막에 앉아

                                        저녁바람에 실려 온 매화꽃향기를

                                        술잔에 띄우노라면

                                        그리운 것들이 여울져 흐르던

                                        강변 어귀

                                        다시 대숲바람이 몸을 일으켜

                                        어둠 속에 자맥질하였다.

 

 

 

 

 

 

                                 

 

 

 

 

 

 

정신 없이 돌아 가는 세상에 온통 신경 쓰다간 그저 돌아버린다.

수억의 정자 경쟁력을 뚫고 태어나서 기 한 번 제대로 펴 보지 못하고 제명에 못 죽으면 얼마나 억울할까?

너무 민감하게 세상의 시끄러움에 비분강개하고 세상의 고민을 자신이 짊어지는 것은 자신 의 삶을 건조하고

메마르게 할 뿐이다.

세상은 언제나 가득한 변화의 기류에 휩싸여 있다.

항상 시끄럽고  경제가 좋다는 이야기가 나도는 시간 보다는 개판이라는 소리가 떠 돌던 시간이 훨씬 많았다.

세상은 그 수많은 사건과 우여 곡절 속에서도 나름대로 진화해가고 그 변화에 맞추어 적응하는 사람들은

안락함과 즐거움 속에 이 세상 살아가기를  즐기고 있다.

어쨌든 쉼 없이 시간은 가고 우리 사회는 굴러 간다.

누군가는 남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 치는 시기에 소리 소문 없이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고 누군가는 사회가 흥청

거리는 호시절에 조용히 몰락 해 갔다.

어떤 이는 엄청난 부를 이룩하고도 건강을 잃어 자식 존일 만 시키고 서둘러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부와

명예를 팽개치고 초야에 묻혀 안빈낙도의 즐거움을 찾기도 한다.

 

한 개인이 어떻게 살아가야  행복한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수 있다.

자신의 삶의 목적과 목표가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어느 길을 걸어갈 것인지….

 

성공도 명예도 돈도 모두 상대적인 가치일 뿐이다.

더 많이 갖고도 아직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면 더 갖지 않고 충분하다고 느끼는 사람보다 덜 행복할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돈이 제일 소중한지 알고 평생 돈을 쫓았는데 돈 많이 벌어 놓고 놀려 다닐려니 그 재미란 놈은 친구들과 벌써

떠나고 없더라

 

세상일이 다 마음대로 되더냐?

돈을 쫓는다고 돈이 따라오고 명예와 지위를 원한다고 배경과 노력 없이 내려오더냐?

부귀영화는 원래 쫓는 사람이 너무 많고 경쟁이 치열해서 쉽사리 얻기가 어려운 법이다.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다고 더 잘사는가?

IQ 보다 JQ(잔머리지수)가 높은 친구가 더 빨리 출세하기도 하고 술 마시는 거 좋아하고 사람들하고 잘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 친구가 어느 날 CEO가 되고 국회의원이 되기도 한다.

부자가 되었다고 다 행복할까?

부자가 되고 높은 지위에 오르면 분명 살맛 나고 삶의 만족도와 행복의 승수가 올라 가겠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부귀

영화를 꿰찬 모든 사람들이 다 행복한 건 아니다.

늘어나는 재물과 지위만큼 걱정과 고민 또한 늘어나서 초야에 묻힌 사람보다 더 불행할 수 있고 남들을 의식하는

인생을 사느라 정작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지 못할 수도 있다.

 

인생이란 내 앞의 접시보다 늘 남들  접시 위에 놓인 빛깔 좋은 떡이 먼저 눈에 들어 온다.

나는 늘 열심히 살고 노력하는 데도 지독히도 재수가 없다.”

정작 남들은 이미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당신을 부러워 하는데 당신은 불행할 수 밖에 없는 오만가지 이유를

가지고 있다.

부모님이 부자가 아니고 내 머리가 좋지 않고 내 운빨은 늘 안 좋아서 하는 일 마다 댕댕 꼬인다고?

때때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서 어쩐다고 ?

책임과 의무만 잔뜩 키워 놓고 나서  보따리 싸고 밥숟가락 놓을 수 있나?

짧게 지나갈 시간인데 불평불만만 하고 신세 한탄만하다가  좋은 인생 다 보낼 건가?

 

인생이란 원래  잘 풀리는 두루마리 화장지 같은게 아니다.

그 무수한 이유들의 무한한 조합에 사사건건 시비를 붙을 필요가 없다.

거긴 내 탓도 있고 조상 탓도 있지만 최악의 길 위에도 최선도 있고 차선도 있고 또 우회 선도 있다.

 

국가부채 1000조 가계부채 1000조를 만들어 더 이상 경기부양을 할 수도 없고 서민들 일자리 창출도 못해서 소비

침체와 경기악화를 가속시킨 무능한 정치인들 탓이다.

자갈밭을  진득히 가지고 있지 못하고 일찍 팔아버린 아버지 탓이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쓸데 없이 늘어난 평균수명 탓이다.

다들 잘 살려고 눈이 벌개 노력하는 호락호락하지 않는 세상을 너무 만만만하게 본 것이다.

남들의 노력은 과소평가하면서 자신의 노력은 과대평가하는 이기심 때문에 노력 없는 결과만 집착하는 내 탓은

아닐까?

 

어쩌면 나는 능력은 있으되 스스로를 비하하고 이미 가진 것도 많은데 욕심이 사나워서 그 풍요를 보지 못하며

안 풀리는 일보다 잘 풀리는 일이 많은데 부정적인 사고와 패배주의에 젖어있는 지도 모른다.

 

경제가 힘들건 어렵건 내가 잘났건 못났건 어쨌든 내 복이고 내가 안고 갈 내 인생이다.

세상은 내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 지지도 않고 내가 원한다고 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내 능력 범위에서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경기에 참가해서 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노력해도 그걸 이룰 수 없다면 그뿐이다.

그냥 경기자체를 참여해서 즐기면 되지 않는가?

우리는 발 아래 핀 꽃은 외면 한 채 늘 먼 곳과 높은 곳만 바라보고 있다.

 

할 수 있는 만큼 열쓈히 노력하고 안되는 일은 냅싸 두어라

거기 까지다.

그렇게 준비된 그 길을 나의 인생이라 하는 것이다.

 

 

짧고 아쉬운 인생 길이다.

다시 돌아 가는 날 까지 어쨌든 잘 살아야 한다.

폼 나지는 않아도 즐겁게는 살아야 한다.

 

기죽지 마라 !

욕심부리지 마라 ! 비교하지 마라!

사는데 다소 힘이 부치고 광이 나지 않아도 꿈과 희망은 여전히 남겨두어야 할 내 인생이다.

어떤 삶보다 고귀하고 소중한 나의 삶이다

 

당신은 무엇이 부족한가?

비 피할 집이 없는가?

때거리를 고민 하는가?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없을 만큼  건강하지 않은가?

떠날 자유를 구속 당하는가?

 

 

당신은 누군가  간절이 바라는 내일의 소망을 모두 가지고 있다.

마음만 빼면 당신은 이미 그 옛날 어느 조상보다도 더 부자다.

정작 부족한 것은 당신의 작은 가슴에 들여 놓을 사랑 뿐이다.

자신에 대한 사랑

그대의 가슴에서 들끓고 있는 욕심과 질투와 분노만 내리면 그대는 언제나 부자로 살아 갈 것이다.

자연이 도와 줄 것이다.

자신의 길에서 무수한 즐거움과 행복을 만날 수 있는 방법에 관하여….

 

이제 욕심의 바구니를 내려라

멋지고 즐거운 세상은 출렁이며 도도히 흘러 가는데 쓸데 없는 것만 쫓다가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이제 비워 있는

행복이라는 작은 바구니를 채워보자.

이런 건 어떨까?

, 맑은 바람 ,       

 

세상의 소란과 변화는 잠시 잊어도 좋다.

가끔은 골치 아픈 것들은 한 쪽으로 밀쳐 좋고 떠날 일이다.

아름답고 행복하고 즐거운 변화가 다가 온다.

그 멋진 유혹이 흔쾌한 일탈과 변화를 몰고 사뿐 사뿐 다가 오고 있다.

마음 속에서 욕심과 분노가 스멀거릴 때 그 때는 지리산으로 떠나는 것도 좋겠다.

 

 

 

 

 

 

 

 

 

 

 

 

 

 

 

 

일 자 : 2014년 3월 9일 (일요일)

장 소 : 지리산 둘레길 16구간

코 스 : 송정 - 목아재(3.4km) - 당재(7.8km)

난이도 : 중

거 리 : 11.2 km

소요시간 : 약 4시간 30분

 

 

 

징크스다.

지리산 올 때면 술을 대차게 먹던지 몸이 아프던지...

어쩌면 지리산을 믿고 천방지축 나대는 지도 모르겠다.

아무 말없이 그 품에 얼굴을 묻고 돌아오면 지친 심신도 세상 사는 답답함도 아무렇지도 않게 사라지고 마는

신비의 치유력

서로가 일정이 맞지 않아 계속 어긋나다가 토요일 모든 일정을 유보하고 조사장과 늦게 까지 술을 마셨다.

상대가 상대니 만큼 물러섬 없이 두주불사 할 수 밖에 없는 맞고 자리.

3시 반에 만나 새로 지은 공장을 둘러보고 12시 까지 마셨으니 다래끼도 나아가고 요즘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엔간히 마신 셈이다.

거기다 마눌 기사 까지 있으니….

 

구례로 가는 버스에서 계속 입 벌리고 잤다.

추워진대서 칭칭 감고 나왔다가 더워서 내친 김에 자켓을 벗어 던지고 출발하기로 했다.

 

다시 돌아 온 송정마을 이다.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지난주 호구산에서 맞이한 봄 날씨 와는 확연히 다른 날씨다.

남도 해안은 그렇다 치고 지리산 자락 깊숙한 내륙 까지 쉽사리 내어 줄 수 있나?

이미 해안 깊숙히 까지 밀고 들어온 봄에 대항하기 위해 구축된 방어진은 제법 견고한 듯 보인다.

퇴각하는 겨울도 자존심이 있는 터라 내륙 깊숙이 까지 고분고분 내어 주기에는 벨이 뒤틀렸을 게다.

하늘은 세찬 바람에 비를 뿌리다가 눈발과 진눈깨비를 날리기도 하면서 심술을 부렸고 태양은 눈치를 보느라

구름 사이를 들락거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봄이다.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 가듯이 강원도 동해안에 폭설이 난무하고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삼월은

벌써 봄을 노래한다.

성급한 봄바람은 내 가슴에서  2월부터 싱숭생숭 불어 내렸다.

 

삼월의 눈발이 날리는 길

목아재로 치고 오르는 가파른 길 위에서도 사람들은 하나 둘씩 자켓을 벗어 던졌다.

길가에는 버들강아지가  피어나고 복숭아 나뭇가지에는 새 순이 움트고 있다.

동백 꽃과 매화는 벌써 호시탐탐 개화를 서두르며 조용히 꽃몽오리를 벙글고 산동마을에는 노란 산수유가 반쯤은

피어 났다.

 

오늘은 원래 지리란 둘레길 17구간으로 송정에서 목아재를 거쳐  당재 오르는 구간이다.

4월의 15구간 가탄 송정 구간의 벚꽃 길을 위해 일정을 두 번이나 조정하다 보니 15번 째 출정에 17구간을 먼저

걷게 되었다.

 

이 구간은 송정마을에서 제법 가파른 산길을 올라 산허리를 둘러 목아재로 간다.

산허리를 끼고 목아재 까지 휘돌아 가는 호젓한 오솔길을 만날 때 까지는 계속 오름 길을 치고 올라야 하는데 흡사

힘든 산을 오르는 것처럼 다소 거친 숨을 몰아 쉬어야 한다.

오름 길이 끝난 능선에서 목아재로 연결되는 산 길은 그리 길지 않지만 섬진강이 내려다 보이기도 하고 일부 구간

목책 까지 설치해서 둘레길 다운 아늑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둘레길은 목아재 부터 임도를 따라 내리며 원기마을,신촌마을,남산마을,평도마을,당치마을,농평마을을 거쳐 당재로

이어진다.

평도마을과 남산마을은 연곡천 따라 좌 우로 나뉘어 위치하고 당치마을과 농평마을은 아스발트 포장도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 가야 한다.

목아재에서  몇 개 마을을 거쳐 당치마을이 분기되는 도로 까지는 임도와 도로를 따라 천천히 내려가는 편안한 길로

멀리 지리산 주릉과 목가적인 전원의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흘러 내릴 수 있는 힐링 구간이다.

 

평도마을을 지나면 갈림길에 당치마을 방향 이정표가 선다.

당치마을 까지는 계속 포장된 도로를 따라 1km 올라야 하고 농평마을은 당치마을에서 그 길을 따라 다시 1.5km

거슬러 올라야 한다.

우리는 당치마을에 베이스 캠프를 마련하고 비무장으로 농평마을까지 걸어 올랐다.

 

이번 구간에서 지나는 길에 손을 흔들던 버들강아지와 반쯤 피어나던 매화 꽃과 동백꽃도 너무 반가웠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농평마을이다.

우린 전혀 예상치 못한 고지에서 평평하게 조성된 꽤 넓은 땅과 그 땅을 차지하고 있는 제법 큰 마을을 만났다.

산꼭대기 아래 정말 넓고도 아늑한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파른 도로를 오르면서 길 옆의 공간이 있는 곳이면 비좁은  비탈길에 축대를 쌓아 공간을 다지고 그 위에 불안하게

위치한 외딴 집들을 보았던 터라 그렇게 해발 높은 곳에 넓은 땅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당치마을에서 산을 감고 올라가는 그 넓은 도로는 순전히  농평마을을 위한 도로였다.

 

뭐랄까 그 마을에는 아늑한 평화의 기운이 감돌았다.

그건 내가 영주 부석사나 봉화 청량사 절에서 느끼고 경험했던 마음의 고요와 편안함 같은 것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그 길이 예전처럼 오솔길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눈오는 날 지리산 삼신봉을 거쳐 농평마을에 들렸다가 황장산 능선 길을 걸어 가탄마을 까지 조용히 흘러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상과 사유의 길에서 산이 주는 빛나는 침묵이 나의 영혼을 흔들던 어느 특별한 날 처럼 그 길은 세상에서 잃어버린

평화와 감동을 다시 찾게 해 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