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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과 백대명산

마눌과 추는 춤 - 물 맑고 산좋은 내연산 (100대 명산 제 42산 보충산행)

2009년 내연산  (100대 명산 제 42산)

산행기 : http://blog.daum.net/goslow/17939296

 

 

 

 

 

 

 

 

 

 

거북이는 내연산에 간다고 했다.

친구들과 동부인하여 횡계 팬션에서 하루를 유하고 강원산간을 주름잡으리란 계획은 막판에 깨어졌다.

조용히 자숙의 기간을 갖기로 했다.

어디론가 떠남이 내 삶과 휴식의 방법이지만 지난 겨울과 봄에는 너무 멀리 떠돌았다.

뜨거운 태양의 열기에 사색과 명상이 숨죽이는 계절에는 그저 숲이 무성한 계곡이면 족하다.

 

엊그제 제법 큰 비가 왔으니 대청호 오백리길 이어가기도 좋고

화양동 계곡에 은거한 도명산도 좋겠다.

땀 한번 좍 빼고 그대로 물 속에 자맥질하는 거지

그리고 목젖이 얼얼한 맥주 한 잔으로  

깐죽거리는 초여름을 들배지기로 내던져 버리는 거야

 

마눌에게 물었다. 내 계획이 워떠냐고?

마눌 왈  먼소리여 . 100대 명산 가야지…”

 

뭐라고라?”

때이른 불볕 더위를 아랑곳 않고 마눌이 자진해서 대찬 역습을 감행하잖다.

마눌도 이제 슬슬 산이 내리는 모양이다.

근데 이제 스므개정도 남았는데 가까이에 갈만한 데가 있어야 말이제

남은 100대 명산에 배를 띠운 산악회도 없고 뜨거운 날 몇 시간 씩 운전을 하고 갈 수 있냐는 말이다.

머눌이 마지막 쐐기를 박아 버렸다. “ 내연산 가면되지

오래 전에 댕겨와서 이미 공식 통계에 잡혔고 명색이 아래 쪽 동해안이라 산 타는 시간보다 산행지

이동 시간이 더 많은 곳

 

그러고 보니 마눌과 함께했던 내연산에는 정상 사진이 없다.

5년 전 가을에 휴가를 냈었다.

내연산은 포항을 경유하는 동해안 여행길에 잠시 들러 계곡을 따라 연산 폭 까지 갔다가 저무는 날

따라 되돌아 왔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

에어컨 빵빵한 산악회 버스 타고 졸며 쉬며 포항가서  미완성 100대 명산 춤 마무리하고  계곡물에

풍덩 뛰어들었다 오면 되겠네.

사실 한여름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에 내연산 만한 여름 산행지도 드물다.

지리산 금지구역 계곡들은 단속이 심하고 수도권의 계곡들은 휴가철 이전부터 이미 교통편이 몸살을

앓는다.

 

마지막 남은 꼴랑 두 좌석을 우리가 꼴지로 채웠는데 마눌은 수단 좋게도 선입금을 조건으로 제일

앞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비수기 한국 대표계곡으로 가는 소월 마차는 인산인해였다.

거북이와 정현이네와 반가운 인사를 하고 졸며 자며 포항으로 갔다.

 

산 행 지 :  내연산

    :  무덥다

    :  

산행코스 : 보경사 문수봉 삼지봉 은폭포 연산폭포 보현폭포 - 보경사

소요시간 :  5시간 36  

    :  민수 산악회

         

시간

경유지

비 고

10:54

주차장 출발

 

10:58

보경사 일주문

 

11:21

산행로

대전 3리 마을회관 (경로당)

12:00

능선 이정표

문수봉 0.5km(20)  문수암 1.0km(40)

12:07

이정표

삼지봉 3km(1시간 20), 보경사 1.9km(1시간)

12:19

문수봉 (628m)

 

12:34

이정표(수리더미갈림길)

삼지봉1.7km(1시간), 문수봉0.8km (20)

12:35

이정표(은폭포갈림길)

삼지봉1.6km(40), 문수봉0.9km (20)

은폭포 2.7km (1시간)

13:03

삼지봉(710m)

 

13:37

식사후 출발

 

14:30

계곡가

능선 하산 후 도착

14:50

20분 휴식 후 출발

메기탕

15:07

은폭포

 

15:29

연산폭포

 

15:44

보현폭포

 

16:06

보경사

 

16:20

경내 구경 후 출발

 

16:30

주차장 도착

 

 

 

 

 

 

 

 

기억도 나지 않는 까마득한 시절에  내연산은 친구들과 두어번 다녀 왔다.

향로봉에는 한 번도 오르지 못했고 친구들이  계곡에서 물장구 치는 동안 번갯불에 콩튀겨 먹듯이

삼지봉 까지 다녀 왔었는데 능선의 기억은 별로 남아 있지 않고 깊고 푸른 계곡에 철철 넘치던

폭포와 소의 기억만 가득했다.

그리고 엊그제 같은 그 날

하늘 드맑은 어느 가을날의  포항 여행길에 마눌과 둘이 홀연히 인적 없는 내연산 계곡에 들어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하는 계절의 정취에 흠뻑 젖었었다.

그 날 위로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다.

 

처음 그 길을 걸으며 해안가에 면한 그리 높지 않은 산으로 둘러 쌓인 계곡이 그렇게 깊고 수려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다시 그 길을 걸어보니 전체 능선 산행로가 숲이 울창하고 발바닥이 편안한 전형적인 육산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비탈을 치고 오르는 문수봉 가는 길이 그나마 힘든 구간이긴 한데 흙길 인데다가 시원한 바람까지 솔솔

불어주어서 그리 힘든 줄 모르고 올랐고 문수봉에서 삼지봉 가는 길은 아얘 넓고 편안한 산책 길의 연속

이라 별다른 무리가 없었다.

제 흥에 겨운 거북이는 처음부터 날개를 달고 훌쩍 날아가 보이지 않고 마눌은 정현이엄마와 함께 후미

에서 천천히 따라왔다.

같은 아파트에 살았으면서도 처음 인사를 나누는 정현 아빠와 이런 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산길을 걸었는데 군살 없는 호리호리하고 날렵한 체구라서 그런지 앞장서서 빠르게 걸으면서도 별로 힘든

기색이 없었다.

정부청사에서 서기관으로 근무하니 언중에 매사 치밀하고 꼼꼼한 면모가 엿보인다.

우리가 삼지봉에 도착했응 때 거북이는 이미 선두그룹과 식사를 마치고 떠날 차비를 하는 중이었다.

우리는 기다려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원래 시간이 늦어지면 오던 길로 조금 되돌아가서 계곡쪽으로 하산할까 했는데 능선도 그리 험하지 않을

것 같아서 향로봉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햇살 머금은 초록빛 굴참나무가 싱그러운 능선 길도 흙 길이라 그리 험하지 않았고 발도 편했다..

길은 산허리를 휘돌아 가는가 싶더니 가파르게 계곡으로 떨어졌다.

 

계곡 건너편에는 길이 있었는데 오른쪽 방향은 삼지봉에서 향로봉 쪽으로 계속 진행하다가 능선 중간으로 내려서거나

좀더 가서 향로봉에서 지릉을 따라 시명리로 내려서면 만나는 계곡 길이다.

 

계곡이 그리 깊고 큰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산세를 보니 문수봉과 향로봉 매봉을 잇는 길고 숲이 울창한 능선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타원형으로 휘돌아 가며

삿갓봉과 천령산의 걸출한 봉우리를 마주보고 있다.

울창한 숲을 품은 채 양쪽으로 흘러가는  장대한  능선이 구비 무수한 폭포와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풍부한 수량의

물을 흘려 보내는 것이다.

 

부인들과 보조를 맞추려하지 않고 빠르게 진행하는 정현이 아빠를 따라가다 보니 시원한 바람이 숲길을  들락날락

하는 중에도 몸에서 땀이 매어 나왔다.

계곡은 상당히 넓었고 산님들이 여기저기 앉아 땀에 젖은 얼굴과 손발을 씻고 있었다.

 

어짜피 사방이 노출이 되어 알탕은 물 건너 갔다.

뭐 생각할 것도 읍는거야 !”

상당히 긴 계곡이라 두어 시간은 족히 내려가야 할 터라 만패불청하고 옷입은 채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아는가? 메기탕

원시의 야성과 멘탈정화의 쾌감을 일깨우는 멋진 세리모니 !    

지난해 여름 지리산 둘레길의 폭염을 즐길 수 있었던 비장의 필살기

차가운 물속에 담구었다가 나와서 햇빛에 몸을 말리는 사이 마눌과 정현엄마가 도착했다.

 

나는 젖은 몸으로 계곡을 불어가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마치 가을산행을 하듯 여유롭게 계곡의 아름다움에

탐닉했다.

 

내연산의 매력은 아름다운 계곡의 풍광이다.

폭우가 휩쓸고 간  하루 이틀 뒤 어느 무더운 날에  새벽 일찍 서둘러 매봉을 올라 향로봉을 찍고 시명리로

내려와 폭포수의 물살을 따라 보현사로 여유롭게 흘러 봄직하다.

가끔 무더위가 답답하거나 땀으로 몸이 달아 오르면  옷 입은 채 탕탕한 계곡수 속으로  자맥질 한번씩 하면서

몸과 마음에 쌓인 세속의 진폐를 씻어낸다면  한여름 최고의  보신산행이 될 것이다.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 동해바다와 내연산 그리고 울진 금강송 숲길 연계 탐험은 멋진 여름 여행의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풍경에 발길이 밀려 연산폭에서 마눌을 만났는데 폭포의 풍경사진을 찍다 보니 마눌이 없길래 먼저 내려갔나

보다 하면서 홀로 내리는 길

계곡의 출중한 풍경은 급한 마음을 아랑곳 하지 않는다.

나는 비경을 품은 폭포와 소 그리고 거대한 바위들은 한번씩 죄 올라 풍경을 감상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물길

따라 흘러갔다..

정해진 시간은 넘어가고 있는데 마눌과는 연락이 두절된 차에 향로봉 쪽으로간 거북이와 몇몇 일행이 아직

뒤에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보현사에 들러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다 여유롭게 경내를 둘러 보았다.

 

보현사에서 일행들을 모두 만났다.

거북이는 있는 대로 욕심을 부려서 향로봉 찍고 보현사까지 내려왔다.

돌연변이 거북이 녀석

나도 소시적 그런적이 있으니 욕심 사나운 것 누가 탓하랴 만은 그 수려한 계곡에 노닐지도 못하고 시간 내에

내려오려 노심초사하면서  꽁지빠지라 앞만 보고 내달리는 산행이 지천명을 훌쩍 넘긴 나이에 어울리느냔  

말이다.

나이든 벗 두고 굳이 피둥피둥한 젊은 넘을 따라 늙어가는 객기를 호되게 다그쳐야 직성이 풀리느냐 말이다.

아서라 거북아 살아가면서 늘 물살을 거스를려고만 하면 세상사 너무 힘이 많이 드는 법이다.

가끔은 목과 어깨에 힘을 빼고 저 계곡물처럼 여유자적하게 흐를 일이다.

고부가 성님 말쌈 알아 듣겠냐?”

 

우린 산행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이동했다.

아무리 이동시간이 길다 해도 자고 싶을 때 자고 신문도 보고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들여다 볼 수도 있으니 

시간이 그리 지루한 것도 아니다.

올 여름 통산 두 번째의 멋진  계곡수 세례의 여운과 아름다운 계곡 풍경의 잔상을 간직한 채 그렇게 대전으로

돌아 왔다.

시민회관 앞 버스에서 내려서 마눌카가 주차되어 있는 시민회관 까지 가는 사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시원한 비의 시원한 세리모니 까지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진 즐거운 여름여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