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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과 백대명산

마눌과 추는 춤 - 머나먼 화악산 (100대 명산 제 80산)

 

 

 

 

 

 

 

무척 더운 날이었다.

민수 산악회와 함께 가기로 한 화악산이 좀 껄쩍찌근 하다.

A코스 B코스를 나누어 운영하고 B코스를 택해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1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는 말에

낙점을 찍긴 찍었는데 영 신뢰가 안 간다.

 

인터넷을 조회해 보니 주 등산로가 관청리 쪽이다.

화악산 정상은 군부대가 있어서 통상 중봉을 정상으로 친다..

관청리 쪽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가 계곡 2/3 지점 쯤에서 등로가 양쪽으로 분기되는데  우측길로

올라 우측 편 애기봉 능선에 올라서서 중봉 까지 오르고 내려 올 때는 언니통봉 쪽 좌측 능선을 따르다

다시 계곡을 따라 원점회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루트를 따를 경우 오름 길이 3시간 30  하산길이 3시간 정도 걸려서 통상 6시간 30분 소요되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민수는 계곡초입에서 오른쪽 능선에 올라 애기봉을 거쳐가면 한 시간 더  걸린다면서

그 산행루트의 예상 소요시간을 5시간 30분이라고 공지했다.

사람들이 계곡길로 6시간 30분이 걸린다는데 애기봉을 들렀다가 능선을 따라 중봉에 가면적어도 7시간은

주어야 마땅하지

민수산악회는 늘 산행시간을 실제 소요시간보다 훨씬 타이트하게 부여하여 중간쯤 내려오는 사람들 조차

시간을 못 맞추기 일쑤인데 좀처럼 그 전통(?)을 허물어뜨리려 하지 않는다.

오늘도 애기봉을 거치는 능선길이 계곡길보다 시간 소요가 많다면 모두들 6시간 30분 안에도 들어오기는

힘들 것이다.

 

하여간 민수대장 이상한 셈법과 시간배정은 익히 알고 있으니 그려려니 하긴 하는데

시간을 의식하다 보면 산행의 재미를 놓칠 수 있고 오늘은 또 마눌과의 동행산행이니  다른 사람들보다는

짧은 코스를 택하는 것이 좀더 여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때가 때이니 만큼 청정 계곡 산행의 맛도 꽤 쏠쏠할 것이다.

바쁠 일 없이 유유자적하는 물의 여유로움과 그리고 시원한 알탕

 

민수의 산행시간 안배가 틀릴 확률이 크고 무더위의 긴 이동과 긴 산행이 될 것은 확실하지만 계곡 길을

따른다면 다른 사람들보다는 좀더 시간 여유가 있을 테고 언젠가 한 번은 가야할 곳이니 오늘 내친김에

한 번 가보는 거다.

내 젊은 날의 성지에서 마눌과 한바탕 열정의 삼바춤 한 번 춰보는 거다.

 

 

산 행 일 :  2014 6 14 

산 행 지 :  화악산

    :  무덥다

    :   11.6km (왕복)

코    스 : 관청리 - 중봉 - 조무락 계곡 -거운리38교 

소요시간 :  6시간 26  (등산: 3시간 20 /하산 3시간 6) – 하산 알탕 약 15  

    :  민수 산악회

         

시간

경유지

비 고

11:53

들머리 표지판(관청리)

 

12:21

이정표(애기봉갈림길)

중봉:3.8km, 관청리 1.2km, 애기봉 2.0km

12:47

이정표

중봉2.8km, 관청리 2.2km

13:23

이정표(지워짐)

중봉 2km, 관청리 3km

13:59

능선안부 이정표

중봉 1.7km, 관청리 3.7km

14:57

삼팔교 갈림길 이정표

중봉 600m, 적목리 삼팔교 6km

15:16

애기봉 이정표

중봉:100m,  애기봉 3.5km

15:20

중봉

15분 소요

15:46

삼팔교 갈림길 이정표

삼팔교 6km, 중봉 600m

16:20

계곡 이정표

삼팔교 5.4km, 중봉 1.2km

16:55

석룡산 갈림길 이정표

삼팔교 4km, 석룡산 1.8km, 중봉 1.9km

17:19

복호동 폭포 갈림길

삼팔교 2.9km, 석룡산 3km, 복호동폭포 50m

17:40

알탕소

15분소요

18:00

이정표

삼팔교 1.5km, 석룡산 4.4km, 복호동폭포 1.4km

18;19

거운리 삼팔교

하산 완료

 

 

버스에다가 어깨 걸이 가방을 놓고 내려와 되돌아가서 가져오느라 초장부터 완전히 후미로 밀렸다.

가다 보니 일행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날씨는 참으로 무더운 날이다.

군복무 시절 화악산을 많이 오르내렸지만 모두 군용도로를 이용한 것이라 이 산행로는 처음 올라본다.

그 시절의 향기와 추억을 떠올릴 실마리를 찾으려 했지만 낯익은 물상이나 풍경은 아무 곳에도 없다.

화악산의 지근거리 명월리에서 25개월의  군생활을 마무리했다.

화악산에는 5월에도 굴 속에 얼음이 남아 있고 그 아래 사창리는 한국의 냉장고로 유명한 곳이다.

우스개 소리로 겨울밤  외곽보초 서러 나가서 소변 한 번 보면 근무시간의 반이 훌쩍 지난 다는 곳

맹추위에 얼어죽지 않으려 껴 입은 옷이 너무 많아서….

 

입대한지 얼마되지 않은 쫄병시절  화악의 가을 속으로 수색정찰을 떠났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래 집을 떠나 먼 타향에서 머물면서 혼자 살아가야 세상을 배우기 시작하던 그 때

홀연히 산과 화악의 가을이 가슴으로 뛰어 들었다.

민간인 통제구역에서 홀로 불타던 단풍의 숲은 전율처럼 다가와 새로운 세상에 대한 두려움 가득한 젊은

병사의 가슴을 여지없이 흔들었다.

쓸쓸한 마음으로 만나는 화악의 처연한 가을은 내 가슴 속에 오랫동안 잊지 못할 감동의 여운을 남겼다.

 

사창리를 떠나고 난 다음  고향 같아진 그 산을 오래도록 그리워 했다.

병이 깊어 갈 때 쯤 견디다 못해 엄하사와 그 곳으로 떠났다.

28년 만에 그곳을 여행하며 그렇게 오랫동안 옛 추억을 되돌아 보지 않았음에 새삼 놀라워했다.

 

그 때 엄하사와 차를 가지고 화악산에 올랐었고 지금의 반대편 계곡 화악리 쪽 계곡에 발 담그며 어두워

질 때까지 옛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치다가 늦은 시간에 사창리로 내려와 하룻밤을 유했다.

다음날은 젊은 시절의 추억을 더듬어 가며 우리가 땀 흘렸던 훈령장이며 부대 그리고 옛 마을까지 하나

하나 돌아 보았는데  그 세월도 벌써 4년이 흘러 갔다.

 

 

가다 보니 계곡 우측으로 민수표지기가 놓여 있다.

모두 그리 지나간 모양이다.

마눌과 둘이린 일행들의 흔적이 사라진 화악산 계곡을 연어처럼 조용히 거슬러 올라갔다.

 

아랫 쪽은 계곡이 넓어 가뭄으로 수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올라 갈수록 맑고 깨끗한 물이 고인 웅덩이가

많아서 무더운 날씨에 알탕을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결국 산행 초장에 등산화만 벗고 옷을 입은 채로 차가운 소에 뛰어들어 메기탕을 하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산을 올랐다.

메기탕은 무더운 여름과의 교전에 탁월한 효과가 입증된 내 비장의 여름나기 필살기다.

무더운 날씨지만 가끔 깊은 산중 골짜기 까지 찾아와 준 바람이 젖은 몸을 스치고 지나면 마치 차가운

물속인 듯 다시 서늘한 한기가 몸으로 전해왔다.

계곡에는 우리 외엔 사람의 그림자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1000고지가 넘는 산이데다 한 시간여 진행해도 큰 오름 길이 나타나지 않아 큰 산의 위세가 어림짐작

되었는데 오랫동안 길은 그다지 가파르지 않게 완만한 상태로  편안하게 이어졌다.

인터넷에 누군가 시종일관 깔딱고개의 진수를 보여주는 산이라 했었다.

한 시간여 넘어서자 완만하게 올라가던 길이 갑자기 솟아 오르며 수직 본능으로 가파르게 솟구치기 시작

하더니 길은 시종 연속되는 오르막으로 바뀌었다..

당초 갈래길에서 우측 애기봉 쪽 능선 오름길을 따르려 했는데 무심코 길을 따르다 보니 좌측길로 올라서

언니통봉 쪽 능선길로 오르게 되었다..

갈림길을 크게 의식하지 못한 걸 보니 언니통봉 쪽 능선으로 갈라지는 길이 더 뚜렷했던  모양이다.

 

언니통봉 능선에 닿기 전에 2개의 이정표를 지났는데 거리표시가 모두 지워져 있다.

장난기가 발동한 사람이 스테인레스 판에서 숫자를 긁어 버린 건지  군사지역이라 군인들이 보안상 지운

건지 잘 모르겠지만  지워진 이정표에다가 앞뒤가 맞지 않는 거리표시 등 화악산 등산로 안내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거리표지도 지워진 이정표를 지나 능선 위에 도착했다.

능선 위에는 훨씬 넓고 편안한 등로가 나 있었는데  좌측방향은 언니통봉을 거쳐 관청리 쪽으로 하산하는

능선길이고 오른 쪽은 중봉 가는 길이다..

 

조금 오르니 벤치가 있는 공터가 있다.

도착시간이 2시 였으니  들머리 입구 표지판  출발 후 2시간이 걸린 셈이다.

능선 위 좋은 길을 만나자 이제 다 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웬걸 중봉은 그 곳에서 1.7km를 더 치고 올라야

한다.

이정표를 보니 중봉까지 남은 거리가 1.7km 정도라  1시간만 더 오르면 되겠다 싶었는데 중봉 까지는 1시간

20분이나 걸렸다.

계곡 내에서 아무도 만나지 못하다가 이 곳에 이르러  비로소 중봉에서 하산하는 아버지와 아들을 만났다.

 

결국 우린 중봉 정상에 오르는데 3시간 27분 걸린 셈이다

역시 민수보다 인테넷에 산행기를 올린 어느 산님의 기록이 정확했다.

민수 대장 말대로 우측 능선 길이 1시간 더 걸린다면 그 길을 따라 중봉에 오르면  일반속도로 4시간은

걸린다는 얘기인데 계곡산행의 진수를 보여주기 위해 당초 예정했던 언니통봉 능선 하산이 아니라 더 긴

조무락 계곡 길로 하산을 조정 했으니 6시간 30분의 시간도 빠듯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참을 올라 가니 이정표가 하나 선다.

중봉 600미터 전방이다.

좌측으로 가면 오늘 우리의 하산로인 조무락 계곡으로 적목리 삼팔교와 연결된다.

우린 중봉에 올랐다가 다시 이 길로 되돌아 와서 조무락 계곡으로 내려 서야 한다.

 

하산로 방향에 표지기가 없는 걸 보니 애기봉 쪽으로 갔던 선두그룹도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다.

지금 우리 페이스로도 이미 민수대장 하산시간에 맞출 수 없지만 선두 그룹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면

나머지 일행들은 더 늦어질 테니 목표하산 시간은 이미 무의미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중봉 정상 100미터 전방에 이정표가 있다.

이곳에서 애기봉 까지 3.5km

애기봉을 갔다 온 산님들은 이길로 나올텐데 여기도 민수 표지기가 없으니 우리가 중봉에 제일 먼저

발도장을 찍었다.

 

어쨌든 우리는 따가운 햇살이 내리 쬐는 중봉에서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100대 명산 80 번 째   

내 군대 생활의 땀이 배어 있는 그 산을  마눌과 함께 100대 명산 공식기록 여든 번 째로 오른 것이다..

 

중봉 표석 옆에는 이기자 부대 초소가 있고 초병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파도치는 능선의 파노라마를 바라보며 잠시 감회에 젖다가 사진을 찍어 줄 사람이 없어서 마눌과 각자

인증샷을 하고 그늘에서 좀 쉬었다 가려 했더니 누군가 헐레벌떡 중봉을 오르는 이가 있다.

 

소월 산악대장 등고선님

이번 주 소월 가이드를 두 번이나 하고 블랙야크 50대 명산 도전하느라 다시 화악산에 오른다는 68세의

젊은 오빠로 오늘 애기봉 쪽 일행 중 가장 먼저 중봉에 도착한 사람이다.

소월에서 처음 만낫을 때 나이드신 분이 너무 말이 많다 싶었는데 몇 번 그와 함께 산행을 하면서 참으로

인생을 유쾌하게 사시는 분으로 산에 관한 한 굉장한 내공의 소유자임을 알게 되었다.

 

요즘 나이드신 분들 왜이러시는지

매암님은 70세를 훌쩍 넘기고도 하루에 지리산 종주를 끝내는 강철 체력을 자랑하시고..

거부기는 허비한 청춘을 보상받으려는 듯 일주일에 백대 명산 3곳을 마무리 하는 기염을 토하며 인생

후반부를 광분하며 질주한다.

 등고선님은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거부기보다 한술 더 뜬다.

거부기 보다 10년 이상 더 연배가 위이신 분이 일주일에 거친 산을 세 개나 오르면서 오늘도 1등으로 중봉에

왔으니 참으로 대단한 체력이다.

용불용설이 맞는 걸까?  타고난 체력 탓 일까?

하여간 이쯤되면 나이로 체력을 가늠하는 것은 별 타당성이 없을 듯 싶다.

 대한민국의 넘쳐나는 젊은 노인들

어쩌면 가장 바람직한 모습으로 늙어 가는 우리의 귀감이요 추구할 미래상 일지도 모른다.

 

어째든 아무도 없는 중봉에서 사진을 부탁할 사람이 나타나주어 다행스러웠다.

마눌과 기념사진을 찍고  홀로 불랙야크 50대 명산 주유 프랑카드를 펼쳐든 등고선님의사진을 찍어 드렸다.

 

등고선님은 민수 산악회에 혀를 내두른다.

안내산행이면 산행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가이드를 해야 하는데 너무 준비가 없고 주먹구구 식이라는

거다.

허기사 모든 사전안내는 민수대장이 하고 산행의 선두에서 사람들을 이끌어 갈 사람에 대한 아무런 소개와

언급이 없다는 것도 산행대장에 대한 존재감과 무게감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의 하나일 것 같다.

그 산행대장이 스스로 느끼는 책임감도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자신은 그 길이 아니라고 했는데 선두 산행대장이 우겨서 엉뚱한 길로 갔다가 길을 잃어서  애기봉 능선을

길 없는 곳으로 치고 오르느라 쌩고생 했단다.

모두들 뿔뿔히 흩어져서 태반이 길도 없는 곳으로 능선에 올라 애기봉도 가지 못하고 중봉으로 오는 중이라고

했다.

ㅉ ㅉ  길이 있는 곳을 따라 오르기도 험한 산길인데 그 가파른 길을 길 없는 곳으로 치고 올랐으니 그 고생은

짐작 하고도 남음이 간다.

 

인증샷을 마친 등고선님은 우리가 오르던 길을 되짚어 내려가 바람처럼 사라졌다.

가는 길에 조무락 계곡 쪽으로 소월산악회 표지기를 한장씩 남기고

우리는 민수산악회 따라와서 홀로 산행하고 소월 산악회 표지기를 따라 하산을 했다.

 

당초 공지된 언니통봉쪽 능선하산을 조무락 계곡으로 바꾼 것은 뜨거운 여름날을 고려한 민수대장의 배려였다.

무더운 날 계곡의 물길 따라 여유롭게 내려오면서 한국 대표 청정골의 아름다운 풍광과 시원한 알탕을 즐기라고

 

우린 오르던 길을 되돌아 이정표 있는 곳에서 마눌이 얼려 온 차가운 맥주로 오늘의 화악 등정을 자축하고 하산

길을 재촉했다.

 

하산 초반부는 관절이 시원찮은 사람은 아주 조심해야 할 길이다.

화악산 자체가 완만한 오르막을 만들다가 후반부에는 가파르게 솟구치기 때문에 어느 길이나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조무락 계곡의 하산 길도 언니통봉 갈림길에서 부터는 계곡의 낙차가 급하게 깊어져서 경사가 심한데

비라도 내려서 길이 미끄러운 날에는 상당히 위험스런 길이다..

 

조무락계곡은 석룡산과 화악산 사이에 깊게 형성된 골짜기이다.

내려가다 보면 석룡산 오름길이 분기된다.

계곡 입구 쪽에서 석룡산 쪽으로 주로 오른다는데 계곡이 길고 거칠어서 한여름에도 산행객은 별로 없고

모두들 계곡 아래쪽에서 피서를 즐긴다고 한다.

 

해마다 갈수록 피서 인파가 몰려서 계곡입구 쪽은 피서인파와 차량으로 몸살을 앓는다고 한다.

석룡산 갈림길에는 커다란 스테인레스 이정표 판이 서 있어 석룡산이 2.2km이고 우리의 하산 목적지인 삼팔교가

3.8km 남았음을 알려주었는데 그 옆 산비탈에 서 있는 이정표는 삼팔교가 4km, 석룡산이 1.8km로 표기되어 있다.

오름 길에 이정표 거리도 아귀가 잘 맞지 않더니 여긴 내놓고 부실을 광고한다.

.

중봉에서 2.8km 내려온 지점이다.

중봉에서 여기까지는 1시간 30분 걸렸으니 내림길임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험로인 셈이다..

 

갈림길에서 부터는 제법 넓찍한 임도길이 형성되어 발이 편해진다.

우리는 비로서 본래의 여유로운 마음으로 되돌아가 청정계곡의 풍경을 즐기면서 느긋하게 하산했다.

중간에 몇몇  무리의 산님들이 우리를 치고 나갔다.

 나는 호랑이가 엎드린 듯한 형상이라고 해서 길 옆에서 50미터 들어간 곳에 위치한 복호동 폭포를 다녀오고  알탕

한다고 한 15분 정도 여유를 부리면서 천천히 물길을 따라 흘러 내렸다. 

 

하산에 2시간 50분 걸리는 꽤 멀고도 긴 계곡길 이었다.

 

내려오니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산님들도 꽤 있었는데 모두들 길을 잘못 들어 너무 고생 했다고 입에 거품을 문다.

당연히 애기봉에는 되돌아 갔다가 올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단다.

당초 계곡 초입에서 애기봉 쪽 능선을 오르면 능선에서 거꾸로 길을 거슬러 애기봉을 다녀와야 하는데 왕복

30~40은 더 소요된다는데 그 시간은 절약이 된 셈이다.

 

어쨌든 우린 막걸리 한잔으로 내 젊은 날의 추억이 남아 있는 화악산의 성공적인 등정을 자축했다.

우거진 숲과 깊은 계곡으로 오지의 느낌이 팍팍 살아 나는 화악산의 두 계곡을 아우르고 중봉에서 80번 째 명산

주유 인증을 하고 돌아 왔다.

 

누군가 길을 잃어 보지 않으면 여행의 참 맛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지만 굳이 길을 잃지 않아도 좋다.

정말 잃어 버리고 싶지 않은 건 산과 자연에 대한 사랑과 떠나는 것에 대한 갈망일 것이다.

 

 


* 애기봉 1055.3m *

가평에 있는 애기봉은 화악산(1468m) 남쪽에 솟은 산이다
.
명지산과의 사이로 가평천이 흘러 내려가면서 명지계곡을 비롯해 익근리계곡, 백둔리계곡을 이룬다.

산 전체에 숲이 울창하고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
산행은 선바위를 기점으로 애기고개·정상·주봉리를 거쳐 건들내로 내려오는 코스와 버들아치를 기점으로

애기고개·정상과 능선 안부(鞍部)를 거쳐 관청리로 내려오는 코스가 있다.

중봉·애기봉·수덕산을 잇는 능선은 양쪽으로 가평천과 화악천을 끼고 있기 때문에 중서부 지역 대부분의

산을 조망할 수 있다.

주변에 청평호, 대성리국민관광지 등 관광지가 많다.

*
화악산 중봉
1423.7m *

경기도 최고봉인 화악산(1,468.3m)은 백운산((904m)에서 국망봉(1,168m)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상의

937m(일명 도마치봉)에서 남동쪽으로 가지를 친 능선 상에 솟아 있다.
937m
봉에서 남동으로 가지를 치는 능선은 경기도 가평군 북면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경계를 이룬다.

이 능선은 도마치에서 잠시 가라앉은 다음, 서서히 고도를 높여 석룡산(1,155m)을 들어올린다. 이어

계속 동진 하면서 쉬밀고개에서 잠시 고도를 낮춘 다음, 세차게 들어올려 놓은 산이 화악산이다.

한북정맥에서 분가해 나왔지만, 화악산은 오히려 한북정맥 상의 어느 산보다도 광범위하게 많은 산들을

거느리고 있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가지를 치는 능선 상의 애기봉(1,055m)과 수덕산(794.2m)과 더불어 계속 동쪽으로

주능선을 밀고 나가는 산릉은 실운현에서 잠시 고도를 낮춘 다음, 응봉(1,043.6m)을 들어올리고는 남쪽

으로 방향을 틀어 촉대봉(1,125m)을 빚어놓고는 고도를 낮추며 동쪽으로 휘면서 홍적이고개에 이른 다음,

힘을 실어 몽덕산(690m) - 가덕산(858m) - 북배산(867m) - 계관산(710m, 일명 큰 촛대봉)을 빚어 놓는다.

계관산에서는 남쪽 작은 촛대봉(690m)에 이른 다음. 능선을 두 가닥으로 나누어 남서쪽으로는 월두봉(453m)

보납산(330m)까지,  남동으로는 석파령을 지나 삼악산(645m)까지 세력을 분산시키고, 가평천과 북한산에다

여맥을 모두 가라앉힌다.

가평천과 화악천을 품고 있는 화악산 일원에는 오염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주목과 산삼이 산에서 자라고,

물에서는 얼음치가 서식하고 있다.
옛부터 화악산은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정중앙으로 알려져 왔다. 우리나라 지도를 볼 때 전남 여수에서 북한

중강진으로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선이 국토자오선(동경 127 30)이다. 그리고 북위 38도선을 그으면,

선이 만나는 곳이 바로 화악산 정상이다

평북 삭주에서 경남 울산으로, 백두산에서 한라산으로 선을 이었을 때 그 두 선의 교차점도 화악산에서

만나는 것이 신기하다.
옛날 운악산, 송악산, 관악산, 감악산과 함께 경기 오악이었던 화악산은 풍수상으로도 조선의 심장에 해당하는

대길 복지 명당으로 전해오고 있다.
또한 6.25 이후 입산금지구역으로 묶여 민간인 출입이 전혀 안되고 있는 화악산 정상을 옛날에는 신선봉으로

불렀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대체로 화악산 정상은 국립지리원 발행 지형도에도 그렇고, 이곳에서 여러 대를 이어 살아온 토박이

주민들도 가운데 중() 자를 써서 '중봉' 이라 불러 왔다.

화악산은 100여 년 전 동학농민혁명 때 일본군과 관군을 피해온 동학(천도교) 교도들이 화전을 일구던 산이기도

하다.

화악2리 칠림계곡 상단부 해발 700m 지점인 지금의 천도교 화악산수도원이 그곳이다.
화악산은 관광개발로 가평천과 화악천을 끼고 이어지는 도로가 포장되면서 예전에 비해 태고적 자연미가 다소

손상됐다. 그러나 도로와 거리를 멀리한 골짜기나 산등성이에 오르면 그런 대로 심산유곡의 신비함을 아직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 많다.

화악산 등산로는 관청리에서 큰골을 경유하여 해발 1,420m인 중봉으로 오르는 코스가 가장 편리하고, 많이

이용되고 있다.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중봉은 화악산과 남서쪽으로 이웃해 있는 산으로 화악산 정상부가 군사 통제구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등산인들이 오를 수 있는 경기도내의 가장 높은 산이다.
정상 주변은 군사지역으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가까운 곳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지금은 정상 서남쪽 1km거리에 있는 중봉 산행으로 화악산 정상을 대신하고 있다

대부분 중봉 산행은 관청리 큰골 계곡으로 올랐다가 다시 큰골로 하산하는 경우가 많은데 산행경력이 있다면 가림

에서 출발하여 가파른 능선을 타고 오른 후 큰골로 하산하는 것도 괜찮다. 가림마을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돌집수련원

입구에서 시작되는데 초입부가 오솔길처럼 평탄하다고 해서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된다.
750m
고지를 오르면서부터 산길이 급격하게 가파라 지고 험준한 길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 구간쯤에 이르면 명지산

에서부터 국망봉, 백운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와 피로를 잊게 해 준다 (한국의 산천에서 퍼옴)

<
건들내
>
마을명 : 건들내

이 마을은 화악2리 회관으로부터 북쪽으로 약 2Km지점에 있으며, 현재 4가구가 거주하고 있고 2만평의 농경지가

있다.

마을의 주소득원으로는 산나물이 있으며, 주민의 90%가 임업 및 산나물 채취에 종사하고 있다. 옛날 이곳 절골터에

고인돌이 있었다고 하며, 이 고인돌은 흔들리기는 하나 떨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건들(흔들)거리는 고인돌이

있는 동네라는 뜻으로 건들내라고 한다.
이 마을은 화전민 철거 전에는 약 200가구가 거주하였으나, 1973년 이후에 다 없어지고 지금은 4가구가 거주한다.

이 곳의 넓고 긴 계곡 주변은 옛날 화전 밭으로 많이 이용되었으며, 특히 감자 채종포(採種圃)로 유명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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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