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9일
가끔 혼자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도 없는 설산에서 혼자 덩그러니 쇳소리나는 바람과 눈밭 속에 남겨져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을
되돌아 보고 싶은 그런 때가…
애초에 민주지산 해돋이를 만나고 석기봉을 거쳐 삼도봉으로 내려오려 했다.
오랜만에 휴가를 냈는데 그날은 전국적으로 흐려서 해가 뜨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도 모두 신의 뜻이려니…
아쉽지만 시간을 조금 늦추어 새벽 6시에 어둠의 휘장을 걷어내고 홀로 민주지산으로 떠났다.
황간 나들목을 나와 물한리로 가는 길은 제법 미끄러웠다.
무한리 주차장에는 두어대의 차가 주차해 있다.
홀로 산길을 오른다.
오르다 생각하니 물을 한 통도 가져오지 않았다.
“괜찮아 사람 없는 눈밭과 계곡물은 시리게 깨끗할 걸…”
매서운 바람에 떡가루처럼 바닥의 눈이 날리더니 눈이 내린다.
흐린 오늘이 아쉽긴 해도 멋진 눈밭에 대한 기대가 펄펄 날린다.
발자국이 하나 나 있다.
다져진 눈길 위에 어제 눈이 내렸고 30분 전쯤 올라 간 외로운 발자국 하나.
고독한 하이에나의 입냄새….
내리는 눈은 다시 그 발자국을 덮고 있다.
홀로 민주지산에 올랐다.
눈을 뜨기 어려운 거센 바람 그리고 휘날리는 눈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봉우리는 온통 무채색의 침묵이 감싸고 있다.
석기봉 쪽으로 난 발자국이 없다.
등로의 희미한 흔적 위에 다시 가득한 눈이 쌓이고
바람이 세찬 능선 곳곳에서 눈은 허리 까지 쌓이고 길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뒤돌아 보니 내 발자국도 지워지고 있다.
“민주지산 산신령님께서 다시 돌아가라 하신다.”
석기봉 쪽으로 1/3을도 움직여 가지 못한 채 나는 다시 돌아 나온다.
눈을 뜰 수 없는 눈보라
그리고 늑대울음을 내는 바람소리 말고 아무런 소리 들리지 않는다.
오랜만의 혼자 여행
민주지산 과 삼도봉 능선을 모두 휘돌지는 못했지만 그 여행길에서 마음이 맑아지고 편해졌다.
난 상촌마을에서 능이 칼국수를 한 그릇 비우고 다시 도시로 돌아 왔다.
길이 완전 막혔어
.
눈의 능선을 헤치며 여기 까지 왔지만 더 이상 진행불가 !.
지나온 내 발자욱 - 그 위로 다시 쌓이는 눈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들과 예산 가야산 (0) | 2015.06.02 |
---|---|
3월의 거제도 둘째날 (노자산-가라산 종주) (0) | 2015.03.23 |
2014 한가위 기념산행 -(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 (0) | 2014.09.10 |
백두대간 출정 사전 미팅 및 화합산행 (0) | 2014.09.01 |
친구들과 갈기산 (0) | 2014.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