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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행

도솔산 해돋이















20161 20


오늘은 내 생일 이브 날이다.

날씨가 겁나게 춥고 차갑다.

아직 어둠이 내린 산길을 따라 도솔산길을 걷는다.

난 봉규와 태연과 설악산에 오르기로 하였다가 뒷동산에 오른다.

참으로 아쉽긴 하다.

내 생일날 대청봉 해돋이를 보는 건데….


환경에 따라 마음이 달라지긴 하지만 어떤 마음으로 길을 걸어가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우리 인생은 시간표 대로 흘러 가지 않는다.

그런 의외성이 또 단조로운 삶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오늘도 새벽의 어둠을 가르고 도솔산의 해돋이와 함께 아침을 열었다.

주체할 수 없는 역마살에 늘 멀리 돌아 다니다가 느닺없이 맞닥드린 내 집 거실과 들창 밖 처마 밑 풍경들..

그 사소하고 미세한 일상과 풍경이 오히려 낯설고 신선해 지는 건 이젠 휴식이 필요했던 걸까?


어둠에 깔린 차가운 산길을 걷는 건 사색이고 명상이다.

무수한 산길을 오르며 쌓은 내공 탓이기도 하지만 차가운 새벽의 들창을 열어젖히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고

작은 길 위에서도 마음이 고요해지고 편안해진다.



설악산 대중교통 여행계획은 모두 내가 입안하고 준비했다.

전체 일정은 이랬다.

19일 한계령에서 중청에 올라 친구들과 술 한잔 치고 20일날 아침 대청봉 일출을 감상하고 공룡을 타고

마등령을 거쳐 설악동으로 내려선다.

저녁에 속초 대포항에서 싱싱한 회 한사라 놓고 친구들과의 성공적인 설악여행을 자축하고 내 생일을

축하하면서 멋진 뒤풀이를 마무리한다.

그날 친구들은 속초에서 서울행 고속버스로 귀경하고 나는 하루 더 속초에서 묵은 다음 그 다음날 혼자

호젓하게 정동진과 추암등을 돌아보고 후련한 동해 바닷바람을 맞고 느긋하게 강릉에서 고속버스로 귀향한다.


033-636-7700 설악산 관리사무소

1 19일 중청대피소 3명을 인터넷 예약: 21,000

1 19 08:30분 발 서울 동서울 터미날에서 한게령가는 버스 49,500

한계령에서 11시 까지 입산을 해야하니 더 늦은 버스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날 대전에서 동서울 터미날 가는 나의 버스


고지대의 화력이 문제되어 버너도 하나 새로 샀다.

19일 오르는 중 점심은 즉석 떡국

19일 저녁은 돼지고기 삼겹살에 오리로스 라면 그리고  소주

20일 아침은 오뎅탕에 햇반

20일 점심은 빵과 라면


파채,+파채소스, 각종쌈용야채, 마늘, 풋고추,삼결살 1, 훈제오리바베큐600g, 펫트병참이슬 640ml 2,

참이슬포켓용 200ml1, 햇반,라면,오댕,즉석떡국

먹거리 준비물 도합 5 8800


야심 차고 낭만적인 계획이었지만 산신령님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아서 우린 그 멋진 겨울의 추억을 다음

으로 미루어야 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차질없이 오란 메시지를 던졌는데 봉규가 전화가 왔다.

한파 경보가 내렸는데 계획을 강행할 거냐고?

날씨가 추워진다고는 했지만 오잉 이젠 와서 웬 뜽금없는 소리!”

고부기도 난색

관리공단 사무소측도 내일은 아직 통제는 아니지만 바람이 너무 불고 체감온도가 너무 내려가서 안 오시는 게

좋을 듯하다고....

이제 와서 나보고 어떻하라구?”

소심한 자슥들…”

난 결국 분노에 차서 여행의 무산을 선언했다.

위약금을 물고 산장과 버스 예약을 취소하고  준비한 모든 건 아이들과 먹어치웠다

스트레스 받은 불가사리처럼….


다음날 한파로 인해 설악산과 오대산 치악산 입산은 통제되었고 설악산에서는 60세되신 산객 한 분이

저체온 증으로 사망했는데 바람이 심해서 헬기가 뜨지 못한 채 전날의 산객들은 시체와 함께 하루를 지새웠다고 한다.

그 일행중 1명과 구조대 한 명은 체감온도 50도의 날씨와 세찬 바람에 얼굴에 동상이 걸리고

뉴스를 보면서 마눌도 안가기를 잘했다고 하고 어머니는 당신 아들이 또 황천길 먼저 갔을까봐 한 걱정이되어

전화를 해 대셨다.

친구들은 뿔따구난 날 위로하느라 연신 카톡으로 실황중계하고….


산신령님 왜그러셨어요?  무릉객 퇴직기념 생일기념으로 볼따구 얼얼한 바람 한찰 제대로 맞고 정신좀

차릴려구 했는데…”

그래서 난 내 생일 전 날  처음으로 10년을 넘게 살았던 우리 뒷동산인 도솔산의 해돋이를 제대로 보았던 것이다.

어쩌면 파랑새는 가까운 데는 날고 있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오늘 도솔산 해돋이를 시작으로 시간 나는 대로 대전 인근 산에서 해돋이는 모두 한 번씩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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