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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통영둘째날 -비진도

















































새는 한쪽 날개로는 날아갈 수가 없다.

사람은 원래 한쪽 날개를 가지고 태어난다.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 만나 세월의 거친 파도를 함께 넘나들며 깊이 사랑할 때 비로소 한쪽 날개가

나와서 높은 산을 훨훨 날아 올라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 갈 수 있다.

 

떠나지 않은 자들은 알 수 없다.

세상이 얼마나 넓고 아름다운지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기쁨과 행복이 아무렇지도 않게 길 위에 뒹굴어 다니는지….

 

 

우린 홀가분하게 섬으로 갔다.

고독이란 가끔 그리움처럼 우리 가슴에 밀려들기도 하고

섬이란 그 망망함으로 둘러 쌓인 고립 속에 답답한 일상과 복잡한 가슴을 비워내기 좋은 곳이라

….

남도의 섬들은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나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사량도 , 욕지도, 연화도, 임자도

 

하지만 섬의 또 다른 이름은 외로움과 기다림이었다.

가지 않은 섬에 대한 기대와 소망은 늘 마음에 그리움으로 남아 있어야 했다.

조막만한 땅덩어리 작은 섬마저 다 빠대고 나면 나의 늙은 날에는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가

내 머릿 속에는 섬이란 더 늙을 날을 위해 유보되어야 하고 새 희망에 부풀어야 할 봄날을 위해

준비된 약속의 땅이어야 했다.

 

세월은 늘 우리의 생각보다도 시위를 떠난 화살보다 더 빨랐다.

50의 고개를 그리 쉽게 넘고

그렇게 쉽게 인생1막을 접어야 하고

그렇게 쉽게 아이들을 더 넓은 세상으로 방생해야 했다.

난 또 그렇게 쉽고 아무렇게지도 않게 할아버지 소리를 들을 거고

지천명보다 더 빠르게 이순의 땅거미가 스믈거리며 다가올 것이다.

 

내 기력이 쇠해지는 것은 별 문제 아니지만 나의 의욕과 열정이 사라지게 되면 어느 날 내 머릿

속 보물지도가 무슨 소용일까?

떠날 수 없는 날의 지도란 박제된 독수리의 풍화된 추억

지나간 젊은 날의 편지에 붙여진 낡은 우표 같은 것

지나간 사랑처럼 조금은 슬픈….

 

비진도

풍부한 해산물과 아름다운 풍광이 가히 보석에 비견할 만한 아름다운 섬으로 갔다..

날씨는 조금 흐리고 태양은 가끔 구름밖으로 얼굴은 내밀고 섬은 조용하고 한적했다.

우린 내항에서 올래길을 따라 외항으로 갔다.

날씨는 봄날보다 더 따뜻했고 섬에는 노란 유채와 진달래가 꽃을 피우고 푸른 시금치와 배추가

아직 지천이었다.

우린 느리게 산호 빛 섬길을 걸었고 외항에서  망부석 전망대를 거쳐 비진도 선유봉에 올랐다가

푸른 바다가 내내 따라오는 북쪽 해벽 길을 따라 다시  외항으로 돌아 왔다.

우린 후련한 바다를 바라보며 이젠 가슴에 남겨질 것도 없는 삶의 짜꺼기들 마저 시원한 해풍에

훨훨 날려 버렸다.

 

우리가 세상에 좀더 너그럽고 여유로울 수 있었던 건 늘 자연과 함께한 시간 때문이었다.

자연은 마음 속에 푸른 숲과 출렁이는 바다가 있게 한다.

그곳에서 답답한 사고의 경게가 허물어지고 사유의 지평을 더 넓어진다.

더 좋은 에너지와 기운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와 우리를 다시 싱싱하고 활력 넘치게 한다.

 

아름다운 비진도를 돌아보고 떠나갈 때 갈매기 한 마리가 오래도록 우릴 따라 왔다.

살아 가면서 많은 것을 잃고 또 떠나 보내야 하지만 가장 오래도록 내 곁에 두어야 할 건 건강한

마눌과 늘 변함없이 아름다운 이 시린 자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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