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일 : 2016년 12월 18일
산 행 지 : 진안 구봉산
산행코스 : 주차장-1봉~8봉-8봉 갈림길-9봉-8봉갈림길-주차장 원점회귀
동 행 : 마늘과 두리
소요시간 : 약 5시간
날 씨 : 흐린 후 맑음 / 아침엔 다소 춥다, 능선에 차가운 바람
겨울 날씨가 좋다니 구봉산엘 가야지
10년은 되었지 싶다.
연석에서 운장을 거쳐 구봉으로 내려서던 그날은…
2년전인가 출렁다리가 놓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했다.
그냥 겨울엔 차량 이동거리가 두 시간 이내가 좋고 근교산이 좋다.
신체의 건강리듬을 잃지 않으려면 특히 겨울엔 산행을 한 주라도 걸러서는 안 된다.
나야 그래도 운동량이 많은 편이지만 마눌은 주말마저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점점 쇠약해질 것이다.
그럼 60 넘어서 세계여행은 불가능하다.
그 땐 나 혼자 떠날 수 밖에 읍따.
노후대책 1순위는 당근 부부 건강관리여야 하는데 몸이란 건 마음을 따르는 것이니 매사 먼저 마음이
편안하고 운동에는 즐거움이 따라야 한다.
꾸준한 산행이라지만 건강을 위해 억지로하는 운동이 아니라 자연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행길이니 그 자체가 삶의 활력과 힐링이 된다.
그 한 번의 땀이 일주일의 건강을 지켜주고 즐거운 여행습관이 평생의 건강을 지켜줄 것이다.
구봉산 가는 길
날씨가 풀렸다더니 웬걸 새벽공기는 너무 차갑고 체감온도는 엊그제 추운날 보다 더 낮은 것 같다.
차창밖으로 안개에 쌓인 금산 국도변 풍경을 탄성을 올리며 감상하다 급기야 금산과 전라도의 경계
지점에서 멋진 상고대에 홀려 갓길에 차를 세우다.
다른 사람에게는 별다른 감흥이 없겠지만 적어도 내겐 그냥 무턱대고 찍는 사진이 아니라 느낌이
이끄는 찰라의 미학이고 훗날 추억의 실마리가 되는 소중한 기록이다.
자욱하게 퍼져나가 아침의 고요한 물상과 풍경을 이방인으로부터 감추던 안개는 구름사이로 황금
햇살이 몇 번 일렁이자 신비의 베일 아래 조금씩 실루엣이 드러난다.
수변공원 너머 건너다 보이는 강가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국도변 정자나무 아래 차를 세우고 아얘
물가로 내려가 고요한 아침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본다.
구봉산
연석산과 운장산으로 부터 거침없이 연결된 장쾌한 산줄기는 복두봉을 거쳐 구봉산 제 9봉으로
이어진다.
구봉산은 이 거대한 능선상 9봉에서 폭포수처럼 급격히 고도를 낮추어 1봉으로 낮게 파도치다 주천벌로
자즈러 진다.
사실 산세로 보면 9봉은 다른 이름을 붙여 별도의 산으로 편입시켜야 하고 구봉산은 8봉산으로 불러야
마땅할 듯 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구봉산 주차장에 산행을 시작하여 1봉과 2봉 사이 능선으로 올라 붙은 다음 제법 깐깐한
1봉을 다녀와서 암릉으로 연결된 주능선을 따라 8봉까지 진행한다.
그리고 마지막 8봉에서 까마득한 9봉의 위세에 눌려 장부상 주봉으로 잡힌 9봉의 등정을 포기하고 하산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야?
백대명산에 빛나는 무릉객 부부가 아닌가?
우린 1봉에서 8봉을 모두 아우르고 8봉에서 내려선 갈림길 삼거리에 배낭을 벗어 두고 9봉을 향해 올랐다.
9봉 까지 거리는 500여 미터에 불과하나 거칠게 일어나 앉아 있는 산비탈을 따라 가뿐 숨을 몰아 쉬며 쉼
없이 40여분을 올라야 한다.
대차게 치고 오른 곳이 이제 마지막 봉우리 일 것이란 곳에서 다시 한 봉우리를 휘돌아 올라야 하지만 그
곳에서 내려다 보는 기골이 장대한 구봉나라 풍경은 가히 압권 이었다.
12년 전에도 그 풍경을 바라 보았겠지만 이미 희미한 잔상마저도 세월에 훨훨 날아가 버렸는지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정상에는 정상의 위엄에 걸 맞는 커다란 표석과 벤치 그리고 연결되는 능선의 개념도 표지판이 하나 서
있었다.
아무도 없어서 기념사진을 못 남길 줄 알았는데 해발 1002미터의 고봉에서 일대의 조망을 즐기며 천천히
시간을 보내다 보니 다행히 반가운 부부산님이 올라와서 간신히 기념사진을 한 장 건졌다.
구봉산의 매력은 멋진 암릉의 봉우리에서 바라보는 일대의 후련한 조망이었다.
1봉 가는 길의 북쪽 조망과 1봉에서 바라 본 남쪽의 산세상도 훌륭했지만 5~6봉 사이의 출렁다리에서 일망
무제로 펼쳐지는 사위의 조망과 거칠 것 없는 바람은 후련한 힐링과 멋진 겨울의 추억을 일깨워 주었다.
최고의 풍경은 제 9봉을 한굽이 남겨 놓은 바위봉 소나무 아래서 내려다 보는 구봉산과 주천벌 그리고 멀리
용담댐 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조망 이었다.
원점회귀에는 5시간이 걸렸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내려온 길 구봉산 가든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고 고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8봉을 따라 1봉으로 진행하는 역방향 등산로를 따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눈이 쌓인 겨울 날을 택해 피암목재를 올라 운장산과 복주봉을 거쳐 운일암 반일암 계곡으로 겨울산행도
한번 해보고 싶다.
거부기와 봉규와 함께하면 장쾌하고 후련한 산행이 될 것이다.
내려와서 뜨거운 오뎅국물과 오뎅 2개 그리고 번데기 한 컵을 사서 먹었는데 막간의 시장기를 틈탄 그 맛이
또 가히 일품이다.
월요일 결혼 29주년 기념이라 아들녀석을 불러내어 군산에서 아구찜과 문어숙회를 시켜 한 잔의 소주와 함께
뒤풀이겸 무탈하게 잘살아온 29년 결혼을 자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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