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78ENG 2017년 송구영신 모임
일 자 : 2016년 12월 31일 ~2017년 1월 1일
장 소 : 보령시 대천 일원
행 사 : 칠갑산 천장호 산책
칠갑산 장곡사 순례
오서산 등반
2016년 해넘이 – 대천 해수욕장
해수 사우나
송년회 – 1차, 2차
2017년 해맞이 – 성주산
계화조각공원 관람
참 석 : 차전환.김성환,우항식,홍양표,임동윤,도영욱
매년 1월 정기모임 날짜를 잡다보니 2016년 마지막날과 새해첫날을 잡게 되었다.
웬만하면 미룰까도 생각했는데 모임지가 대천이라 해넘이와 해돋이를 함께 볼 수 있다면
아쉬운 한 해를 마무리하고 또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도 각별할 것 같을 거란 생각이 들
었다.
모두들 사정이 있어 함께하지 못하고 5명만 참석가능하다 했는데 학교 일이 바쁘다던 성환이 아침에
느닷없이 합류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대신 숙박은 어렵고 친구들과 산행만 함께하겠노라고….
성환이 오늘 귀향해야하니 4명이 차 두대에 분승하여 이동하다.
우린 가는 길에 천장호에 들러 호숫가 출렁다리 까지 산책하고 장곡사에서 양표,동윤과 합류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장곡사 벚꽃 길은 청춘의 먼 길을 지나 조용히 서산마루를
넘어가는 우리의 뒷모습을 닮았다.
장곡사의 유서 깊은 경내를 둘러보고 동동주를 곁들인 버섯찌게 전골로 식사를 하면서 그간의 회포를 풀다.
식사 후 오서산 휴양림으로 이동했다.
퇴직 후 자유를 만끽하다가 잠시 무릎에 무리가 온 항식과 그 동안 산행을 별로 하지 못
한 차박사를 고려해서 휴양림에서 명대계곡을 따라 정상으로 오르는 단거리 루트를 선택했다.
천장호에서 아침은 꽤나 쌀쌀했는데 점심을 지나자 날은 흐렸지만 날씨는 많이 풀렸고 짧지만 상당히
가파른 오름길을 치고 오르다 보니 금새 몸이 더워져서 자켓을 벗어야 했다.
능선에 오르자 일대의 후련한 조망이 눈에 들어오고 거침없는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왔다.
차가운 바람과 흐린날씨 속에서도 가끔 태양은 구름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우리는 오서산 정상에서 우리의 오랜 우정과 또 한해 곰삭은 삶을 기념하며 남아 있는 가장 젊은 날을
추억으로 남겼다.
능선에는 눈이 많았다.
올라갈 때는 괜찮았지만 내림 길은 미끄러워 아이젠을 해야 했는데 아이젠은 내가 가져간 거 달랑
2개 뿐이었다.
차박사가 없다 해서 2개를 가져간 것인데 매주 산을 타는 성환이 마저도 배낭에 챙긴 줄 착각하고 그
냥 왔다.
눈이 내린 지 꽤 되었기에 많이 녹았으려니 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아이젠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건
사실 내 불찰이었다.
성환,항식,전환과 나만 한 짝 씩 아이젠을 하고 내원사 쪽으로 내려 가는데 경사가 너무 심해서 우린
올라온 길을 되짚어 다시 월정사로 내려갔다..
무릎이 아픈 항식과 아이젠이 없었던 동윤이 꽤 고생을 했다.
2016년 병신년의 답답하고 암울한 국내정세를 반영하듯 구름 속을 들락거리던 2016 태양은 끝내 서쪽
바다로 붉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우린 해수탕에서 사우나를 하고 동윤 와이프가 예약해놓은 구광장 해마루횟집에서 거나한 뒤풀이겸
무탈히 보낸 2016을 자축했다.
대천 기름종이 동윤이의 통 큰 와이프 덕분에 좋은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멋진 송년의 밤이었다.
“수한이 엄마 선물 잘 받고 저녁 잘 먹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동윤이 너 집사람한테 마이 배워야겠다. 제대로 한방 쏴서 강한 인상과 여운을 남기는 임팩트 있는
처세술…
오늘이 지나면 우리가 또 한살을 먹는 거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거긴 하지만
어허 근디 세월이 많이 흐르긴 흘렀나 보다.
중후한 무게감이 어마어마한 대학 교수 두 명이 떡 버티고 전직 국장 항식이 머리에 염색도 안 했으니
영락없는 할아버지들 계모임으로 보였나 보다.
내가 테이블에 올라가 재롱을 피는 아기의 사진을 찍자 젊은 애 아빠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큰소리로
할아버지들한테 가보라고 아이의 등을 떠민다.
“ 흐미 여긴 아즉 할아버지 한 명도 없는데…”
그나마 내가 유일한 할아버지 후보인데….
우린 충남대 임해연수원에 여장을 풀고 그 여세를 몰아 2차 뒤풀이 까지 하면서 새해를 맞이하였고
대천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다.
사실 전날 노년기 친구들을 많이 혹사시켰는데 본의 아니게 2017년 해맞이 까지 몰아댄 상황이 되고
말았다.
갈 사람만 깨워 출발하려고 부시럭 거리며 설레발을 놓으니 모두들 잠이 깨어버린 통에 할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함께 나섰는데…
“아흐! 일헐수가!”
체면이 말이 아니게 어렵게 오른 성주산에서도 2017년 새아침의 태양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해는 뜨지 않았다.
하지만 어떠랴!
해는 이미 새벽을 깨운 우리 마음에서 떴으니까?
새해는 눈부신 태양의 햇살을 타고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빛나는 눈빛과 뜨거운 가슴을 타고 오는
것이니까.
그건 우리가 더 힘차게 살아가야 할 삶의 이유와 방식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남아 있는 날들은 늘 새해처럼 맑고 아름답게 닦아야 할 것이다.
많은 좋은 날들을 보냈지만 더 소중하고 아까운 시간이 우리에게 남아 있기에…
어쩌면 우린 우리의 전성기를 아직 누리지 못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우리의 젊은 날과 길고도 짧은 삶의 역사를 함께 나눈 오랜 친구들과 한 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다.
우린 오래 잊지 못할 또 하나의 멋진 추억을 만들었다.
뒤늦게 밝게 빛나던 바닷가 맑은 아침의 소리를 들었는가?
네가 건강함에 감사하라!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과 좋은 친구들이 네 곁에 있음을 늘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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