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도 웰빙등산로
4시간 이동하고 4시간 30분 해안등산로 트레킹하고 다시 4시간 차를 타고 돌아 온다.
사람들은 그런다.
몇시간 걸으려고 그 멀리 까지 가느냐고?
그럼 난 이렇게 대답하지.
“하하 봄일세
봄에는 그냥 떠나는 거지
어다라도 어디로라도
자네는 회색도시에서 늙어가고 나는 봄의 기운을 받아 다시 회춘하고…”
머나먼 미지의 남도 해안 길
봄이 올라 오고 있다는 그 소식만으로 기대와 설레임을 안고 떠나는 길이다.
진도의 동석산,첨찰산 운림산방,금골산,부용산등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남도의 산들은 언젠가 한번쯤
가보아야 할 내산하 오지의 산들이다.
오늘은 진도와 연결된 접도 남망산 웰빙트레킹 루트에서 봄을 마중하기로 하다.
창밖 들판에는 눈부신 햇살과 봄의 기운이 완연하다.
이향의 설레임과 함께 초록의 봄이 번져가는 들판을 바라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회색도시를 떠나는 그 순간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다 마눌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책을 보기도 한다.
졸리면 잠을 자도 좋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훌쩍 흘러가고 우린 지루할 겨룰 없이 남도의 끝자락에 도달하는 것이다.
“새벽과 봄에 공명하지 않으면 우리의 젊은 날을 벌써 지나간 것이다.”
늙고 젊음은 한갓 나이테에 머룰지 않는다.
봄이 왔는데 떠나지 않는 그 날이 내가 늙어가는 날이다.
진도대교가 세워진 울돌목에서 잠시 그날의 분노와 함성을 떠올려 본다.
아무리 미화해도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우리의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다.
여전히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우린 고뇌하고 이순신처럼 청렴하고 애국심 가득한 난세의 영웅을 기대
하지만 백마를 탄 초인은 오지 않는다.
양의 탈을 쓰고 번갈아 나타난 늑대들이 온통 평화로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그렇지 않아도 살기가
서민들의 삶을 멍들게 하고 있을 뿐.
“자앙군~~
풍전등화의 조국을 굽어 살피소서.
다시 돌아오실 수 없다면 흑마를 탄 야차라도 보내셔서 국가와 국민을 능멸하는 파렴치한 인간들을
모두 도륙내소서”
ㅋ 내가 너무 비분강개했나?
범인의 어리석음이야 최대의 피해가 패가망신이지만 지금 같은 세계질서 속에서 위정자들의 어리석음
이야 말로 허울 좋은 독립국가의 명분아래 허구헌날 눈치밥으로 연명해야 하는 삼류국가로의 전락이다.
세계 경제대국 15위, 행복지수 58위
잘사는 나라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추고도 앞으로 얼마나 더 불행의 나락
으로 떨어져야 하는가?
접도 남망산 웰빙등산로는 천천히 5시간 가량 소요된다.
우린 수표항에서 아기벤바위 아홉봉을 거쳐 여미지 주차장으로 내려섰다가 해안을 따라 여미지 사거리에
오르고 말똥바위,작은여미지해안, 솔섬해안을 거쳐 솔섬바위에 올랐다.
그곳에서 능선을 따라 병풍바위계곡,거북바위 쥐바위를 돌아보고 이동 베이스캠프가 있는 여미지주차장
으로 다시 돌아왔다.
올봄 처음 피어나는 진달래를 만났다.
산길에는 꽃망울을 맺고 있는 춘란이 지천이고 산자고, 노루귀,앵초, 등은 아직 갈색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산길에서 앙징 맞은 꽃들을 자투워 피워내고 었었다.
내가 좋아하는 봄꽃 할미꽃과 산자고
산자고를 아는가?
산에 사는 자애로운 시어머니란 뜻의 이름을 가진 소박하고 우아한 봄 꽃
학명 Tulipia edulis
우리말로 까치무릇이라고 하는데 꽃말은 봄처녀
단아하고 기품은 있으되 별로 수줍어 하지는 않는 그 봄처녀를 오늘 처음으로 만났다.
그래도 능선에서는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 주었다.
난 그림 같은 섬길에 자유를 서명하고 푸른바다와 하늘에 사랑을 낙관(落款) 했다.
바다와 연결된 아름다운 길 위에서 변함없이 아름다운 자연과 아직 늙어갈 생각이 없는 내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다운 접도의 감상 포인트
바다를 굽어보며 진행하는 산길
동백숲길
말똥바위 풍경
작은여미지 해안과 솔섬해안
솔섬 전망바위에서 내려다 본 해안 풍경
쥐바위 조망
우린 혹시나 뒤풀이 막걸리가 동나지 않을까 걱정되어 점심시간 이외에는 별다른 휴식 없이 걸었고
같은 방향으로 진행한 산우들 중에서는 꼴찌, 전체로는 꼴찌에서 네번째로 귀환했는데 시간은 4시간
30분 소요되었고 막걸리와 김치찌게는 많이 남았다.
오히려 늦게 와서 국물은 진국이었고 고기는 아래로 많이 가라 앉아 포식을 했다.
막걸리 여섯잔에 배식용 큰국자로 김치찌개 세국자.
그것 만으로도 오늘 여행의 피로는 훨훨 날아가고 봄날의 나른함과 포만감 그리고 봄날의 평화와
기쁨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8시간 차타고 4시간 산길을 걷는 것이 즐겁고 막걸리 몇 잔에 푸른 봄 속을 훨훨 날아 오를 수 있다면
초로의 삶이 이만하믄 됏지 더 뭘 바래나?
육지와 붙어버린 진도와 다시 진도에 접붙여진 접도
마눌과 함께 또 하나의 아름다운 우리 산하를 돌아 본 즐거운 봄날이었다.
2017년 3월 19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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