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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금남정맥

대동금남정맥6구간 (소룡고개-옥녀봉-꺼치봉-작봉산-쌍계사)


















































































비가 왔으되 가뭄은 해갈되지 않고 물은 마셨으되 목마름은 더 심해진 채 5월이 지났어

삼천리 금수강산에서 물값이 이리 비싸고 방방곡곡이 물이 귀한 정도를 넘어서 뻑하믄 이렇게 타들어

갈지 누가 알았어?

 

물을 댄 논에 심어진 애기모가 이리 아름답고

내 목을 휘감는 바람은 그리 부드러웠지

초록이 무성한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황금햇살이 그렇게 싱그러운 날

 

오랜만에 대하는 야생의 산하가 그리 짠하고

두 달 만에 만나는 산친구들은 왜 그리  반가운겨?

무릉객 인자 늙어 가는 겨?

 

5월은 산을 힘들어 하는 옛친구들과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하느라 바빴어

음풍농월에 산해진미를 섭렵하는 즐거운 여행 길이었지만 2% 부족했던 5

산엘 들었으되 산 맛과 살맛이 펄펄 살아오르지 않았어

그래 들개처럼 산야를 종횡하는 야성이 빠졌던 거야

땀 한번 쭉 내고 목젖을 꿀럭이며 숨도 쉬지 않고 넘기는 차가운 맥주의 카타르시스가 빠졌던 거지

산꾼은 한 여름에도 산에서 거친 숨을 몰아 쉬어야 행복한 거야

쌀아 있네

 

물에 빠진 고기()와 물에 빠진 고기()의 어마무시한 차이

물고기는 물을 떠나 살 수 없고 무릉객은 산을 떠나 살 수 없고

 

두 달만의 출정이니 귀연의 올드보이들도 모두 오랫만이지만

마실이, 그리고 산골타잔과 제이비는 참말로 롱타임 노씨

게다가 원스어폰 어타임 전설의 허여사는 몇 년 만이여?

귀연은 그래서 좋은 거지

남들은 이제 내가 객이라고 하겠지만 우짜튼 대처에 마실 갔다 가끔 시골집으로 돌아오면 이렇게 고향

찾아 돌아오는 반가운 사람들 얼굴도 한 번씩 보는 거지.

이제 그렇게 사는 거지

 

귀연 가는 길에 사진기 한 대가 없다.

귀연 찍사들 단체농성 중

청산님,무릉객,한림정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사진기 놓고 오고

정인 찍사는 아얘 불참

그래도 귀연 종산기자 본분은 다해야지

귀연 역사에 남을 스마트폰으로 단체 기념촬영하고 출발!

 

요즘 2차 대간종주 후  회춘하는 중이라 금남길에서는 선두그룹을 유지 했었지

컴퓨터산행 청산님,  인간네비 산꼭대기, 뽀인트산행의 대가 서서서, 백두대간 산행대장 한림정, 등등

기라성 같은 귀연의 거물들과 함께 어울려 댕겼는데 2회 연속 알바의  수모(?)를 당했지

그렇게 등로가 뚜렷한 산 길에서….

오늘은 정말 정맥스러운 길

경운기도 다닐만한 운장 고원의 아우토반에서 멋진 조망에 취하며 걷던 기억만으로 그 여름의 정맥길

추억을 까맣게 잊었어

할키고 긁히고 뜯기는….

한 시간여 함박봉거쳐 옥녀봉 가는 길 그리고 말목재 하산 길은 말 그대로 울창한 코리아 밀림이었어

멋대로 가지를 뻗은 잡목들 아래 길의 흔적은 희미하고 온갖 잡풀과 가시덤불이 몸과 다리는 휘감는 길

여름 정맥길은 긴팔에 긴바지는 기본이구 소장한 옷 중에 가장 낡은 옷들을 입고와야 하는데

피학의 메조키즘을 즐기려는 반팔에 칠부바지 차림의 젊은 이도 있었고 반팔 새 옷을 입고 온 사람들도

아주 많았어

 

먼 타국땅을 배회하다 홀연히 고향으로 돌아온 한 여인이 있었어

에베레스트 언저리에서 비박하고 크루즈 타고 지중해를 항해하며 산타루치아 노래를 부르던 여인

이름도 없는 대한민국 금남정맥길을 너무 얕잡아 본 걸까?

반팔에 토시도 안 가져오고 스틱도 놓구 오구

금남길이 양팔에 무수한 문신을 해 주었어

몸은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 속을 떠돌아도 마음은 항상 코리아 산길을 잊지 말라고

그 여인이 그랬지 세상의 높은 산들보다 코리아 산길이 정말 힘들다구…”

거칠게 오르내리는 금남정맥 길에서 급기야 발가락과 장단지에 쥐까지 났어… (증거사진 있음)

양반곰이 발라준 유통기간 경과된 젤리 바르고 순식간에 낫긴 했지만

 

옥녀봉으로 올라 함숨 돌린 등로는 목가적인 삼전리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벌목지대를 지나 말목재로

떨어졌지

그 능선 사면 등로는 여름 정맥길의 고전처럼 수풀이 우거져 거의 길의 흔적이 없었어

또 길을 잃고 헤메거나 알바를 할 뻔 했는데 허여사의 위성지도 덕분에 제대로 길을 잡았지

앞서서 휑하니 날아간 사계절님은 수림 울창한 이 내림길을 못 찾고 계속 능선을 따라가다 길을 잃고 한

시간은 헤멘거지

 

그 맛 알잖아 혼자 하는 알바의 뒷골 땡기는 서늘한 맛

떼로 하는 알바는 그래도 위안도 되고 의지도 되지만 들풀이 휘감는 비등에서 혼자된다는 건 좀 당황스럽고

초조해지는 거

늙어가면서 양기가 너무 하늘로 뻣치는 것도 정말 문제여….

 

점심을 거하게 먹고 까치봉을 향해 가는 길

선두팀들은 순식간에 날라가고 우린 간신히 후미만 면한 상태에서 그리 서두르지 않고 정확히 길을 잡았지

후미에 총무와 타잔파 젊은이들이 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는 후미팀의 다소 불안정한 여유를 즐기면서 

쉬엄쉬엄 천천히 가는데 기다려도 그들은 오지 않았어

까치봉에서도 깃대봉에서도

작봉산 가는 길에 송담님만 따라 붙었어

과일 잔뜩 짊어지고

젊은이들이 먹어야할 잘 시아시된 과일은 그들을 기다린다는 명분으로 퍼질러 앉아 우리가 다 먹어버렸어

우린 순식간에 후미로 밀려났지.

결국 젊은 팀들은 길을 잃고 헤메다 말바를 포기하고 하산하여 버스로 베이스캠프에 귀환했다네

알바 사건 뒤에는 항상 별능선 총무가 있었지

그 엣날 백두대간 시절 진서처럼 ….

 

까치봉에서 작봉산 가는 길도 꽤 낙차가 있었지

까치봉을 지나서 또 작봉산이래 (까치작 봉우리봉)

업어치나 메치나 엉덩이나 방뎅이나

이젠 기다리는 사람들의 질타와 원성을 한 몸에 받아야 할 최고 꼴등조라 마음이 급해졌어

 

작봉산에서 쌍게사 입구 까지 2.9 km

중간에 산꼭대기 산행대장이 표지기 따라 쌍게사를 거치지 말고 바로 오라 했는데 양반곰회장이 옛

기억을 되살려 잔머리를 굴렸어

쌍계사 뒤 골짜기를 따라 막바로 내려가는 지름길 비상루트

멧돼지 길 같이 희미하긴 해도 산꾼의 감각으로 감이 오는 길이라 모두 따라 내려섰지

1km 이상은 족히 단축하고 쌍계사 구경하고

꿩먹고 알먹고

역시 산에서는 동행을 잘 만나야 돼

제대로 아귀가 맞는 산행이었어

위성 지도로 정맥루트를 정확히 짚어내는 산친구가 있고, 약간 허함을 느낄 때 시아시 잘된 과일로

원기회복을 도와준 친구가 있고 흔적 없는 길에서 정확히 지름길을 찾아내는 산 친구가 있었지

보약 같은 산친구들

 

느굿하게 내려선 쌍계사의 고색창연한 단청이 기품있고 우아 했었어

유서 깊은 명찰 명당의 기운이 온몸을 휘감아 왔지

이렇게 신토불이 산하의 좋은 기를 받으니 이 가뭄에도 비 맞은 풀처럼 싱싱한거지

 

운장산에서 내려와 납작하게 엎드리고 군데 군데 버짐처럼 파헤쳐진 산하가 안스러웠지만 금남점

맥 길은 우리 사는 가까이에 있는 허파 같은 길

소박하고 정겨운 길이었네

오랜 산친구들과 함께 걸어서 더 즐거웠고 목젖을 얼리는 시원한  쏘맥과 입에 쩍쩍 달라 붙는

메기 메운탕이 있어 더 행복했던 어느 유월의 하루였어

 

 

                                                                               2017년 6월 11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