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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금남정맥

대동금남 10구간 (미산재-대명산-만경산=고봉산-용화산-칠거리재)
















































































































톨스토이가 그랬다.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이 필요하다. 그들은 하느님 말고는 무엇이든 가졌기 때문이다.

다수의 사람들에게도 하느님이 필요하다. 그들은 하느님 말고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신은 넘을 수 없는 산에 존재 한다.

내가 사랑하고 내가 느끼고 호흡하는 산에는 신이 아니라 내가 존재한다.

그 곳에서 나는 잃어버린 나 , 깨달음에 다가가는 나를 만난다.

 

나는 언제나 가지 않은 먼 산을 동경 한다.

난 그 곳에서 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신과의 소통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다.

신은 오늘도 너무 많은 사람들의 하소연에 정신이 없다.

언젠가 신이 내게 소망과 행운을 나누어 주겠지만

행복을 위해서 꼭 먼 산과 높은 산에 올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하늘에도 무수한 파랑새가 난다.

 

가슴에 푸른 하늘과 소슬한 바람을 담고 술잔에는 퓽류와 사랑을 담을 수 있다면

내가 시인일까? 신선일까?

 

 

산 행 일 :  2018 1 14일 일

산 행 지 :  대동금남정맥 10구간

    :  미산재-대명산-만경산-고봉산-용화산-칠거리재

    :  맑았다 흐림...

    :  15.5km

소요시간 :  6시간 소요

    :  귀연산우회 대간꾼들 13 

 

         

 

시간

경유지

비 고

09:30

출발

산행시작출발

10:27

대명산

알바 10여분

11:08

만경산

 

10:14

28번 국도

 

11:10

다리실 고개 육교

11:36

고봉산

헬기장 식사 약 50

13:29

128봉 정자

 

14:22

군남상고

 

14:56

용화산입구

 

15:15

용화산정상

 

15:25

산행종료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몇 번을 빼먹고 걸어가는 그 길

눈 덮힌 그 정겨운 길이 아름다워서 백두대간 때처럼 이빨 빠진 그 길을 다시 걷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가까우니 따뜻한 봄날엔 쉽게 다녀올 수도 있지 않을까?

날은 제법 차가웠지만 산길을 걷는 내내 훈훈하고 마음이 따뜻했다.

내 고향마을 같이 푸근하고 아늑한 산들….

 

등로는 까치멀권 역이 있는 창안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좌측 길로 접어들어 눈덮힌 들판을 가로 지르고

외딴집을 지나 동네 뒷동산으로 올라 붙기 까지 평지길을 설설 기어간다.

그리고 잠시 임도를 따르다 산길에 올라 대명산에 오른다.

그 곳에서 능선을 따라 15분 정도면 도착 할 거리에 망경산이 있는데 우리는 무수한 표지기

가 손을 흔드는 소나무를 본체만체하고  멀건히 지나쳤다.

많은 사람들이 초장부터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당한 알바 !

선두그룹은 얘기에 빠져서 갈림길을 보지 못하고 내쳐 가고

뒷사람은 앞사람이 가니 그냥 따라가고….

정맥에서 너무 흔한 유형의 고전적인 알바 였다.…

낮은 포복으로 진행하는 정맥길일수록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근데 그렇게 길에 신경 쓰다 보면 풍경이 눈에 안 들어 오고 걷는 재미가 없어지는데

 

만경산에서 등로는 군산시 개정면 도암리에서 임피면 창안리로 넘어가는 고갯길인 다리실재로 떨

어진다.

그리고 멀리 고봉산을 앞에 두고 비산비야의 산길을 따라 6~7분 진행하다가 27번 국도를 관통하는

다리실재 육교를 만나고 이후 등로는 구불길 임도를 따라 고봉산 까지 진행한다.

거의 임도 끝까지 가서 좌측 길로 오르면 그 곳이 고봉산이고 우측이 헬기장이다.

우리는 활력소 산대장의 일사분란한 인솔하에 비중간에 임도를 버리고 대차게 산길로 올라서서

고봉산을 향해 진군했다.

군산 시설이 있는 봉우리를 휘감아 가는 길

 

비록 짧아서 다행이긴 했지만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조성된 눈 덮힌 그 길은 철조망을 타고 도는

난코스로 멧돼지나 다닐 법한 그런 길이었다.

우린 미끄러질세라 철망을 부여잡고 그 길을 휘돌아 기어코 철망 위에 휘날리는 표지기와 고봉산

표지판을 확인했던 것이다.

미리 알았으면  돌아 갔겠지만  우린 이렇게 말한다.

정맥주유의 기본 정신에 충실해서 악착 같이 마루금을 사수하려는 귀연의 비장한 각오였노라고

 귀연 파이팅!”

 

헬기장 콘테이너 앞은 양지바르고 따뜻했다.

오늘 코스도 그다지 길지 않고 시간도 많으니 우린 그곳에서 오래 머무르며 겨울날의 따뜻한 햇

살과 즐거운 만찬을 즐겼다.

뜨거운 굴 짬뽕 국물에 라면에….그리고 뜨거운 밥에….

빵만으로도 거뜬히 정맥을 주유하는 산세상님이나 서서서님 같은 돌연변이들도 있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즐거운 노가다도 다 밥심으로 하는 것이다

 

 

식사 후 등로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긴 했지만 바다쪽을 바라보고 좌측방향으로 올바른 길을 찾

산행을 이어갔다.

등로는 광법사 100여 미터 남겨 놓은 곳에서 구불 길을 버리고 우측 산길로 접어들어 진행하다

가 경치 좋은 무명산 정자에서 잠시 휴식하고 임도를 따라 철봉산 삼거리를 지나간다.

별능선이 비료포대 썰매를 타던 그 곳

우린 넓은 임도를 따라가다가 또 다시 우측 산길을 지나쳤다.

마치 후식이라도 먹듯 한층 더 자연스러워진 알바

소화를 촉진 시키는 알바를 한 번 더 하고 우리는 우리는 그렇게 28번 국도에 내려섰다.

 

이후 등로는 28변 국도를 지나 개정면 팻말이 있는 건너편 야산 길로 한번 더 올라섰다가 정상부

근 정자를 지나 군남상고 옆 길로 떨어진다.

그 곳에서부터 정맥을 들판을 기어간다.

굳이 정맥이라고 할 수 없는 길에는 철길과 도로와 건물들이 뒤엉켜 도시가 형성되었고 우린 정맥의

흔적이라고는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는 어정쩡한 도시의 길을 가로질러 멀리 보이는 작은 야산인

용화산을 향해 걸어갔다.

백두대간도 평지길을 잠시 기어 가는 곳이 있으니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도 어쨌든 옛 금남기맥이고

현 대동금남 정맥 길임에는 틀림없다.

근데 기어도 너무 오래 긴다. (조물주 께서 대동금남 정맥을 빚다가 너무 오래 조신모양)

헬레산과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걷긴 했어도 길은 용화산 들머리 표지판에 도달하기 까지

평지 길을 40여분은 족히 걸어야 했고 옥산 삼거리를 지나서야 비로소  잠에서 깨어난 금남 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부터 등로는 잠시 정신을 수습하여 고개를 쳐들고 용화산에 올랐다가 동네 뒷

작은 산을 하나 더 넘어서야  오늘의 목적지인 칠불재로 떨어져서 일정을 마감한다.

 

 

큰 산에서 느낌과 또 따른 정겹고 푸근한 길이었다.

그리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수더분하고 넉넉한 시골아낙의 얼굴 같다.

길은 들판을 지나고 낯은 산길을 휘돌아 이어졌다.

어떤 산 위에서는 멀리 바다와 눈 덮힌 들판이 그림 같이 펼쳐졌다.

우린 그 길에서 동심으로 돌아간 듯 즐거웠고 그 길 위에서 다시 마음이 편해졌다.

 

우린 가끔 길을 잃었다.

선답자의 길에서 30미터를 벗어나도 알람은 여전히 울리지 않았다.

핸폰을 들여다보면 길을 벗어나 있으니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면 되니 편리하긴 한데

가끔 알바하 던 추억과 그냥 헤메면서 길을 찾던 그날들이 그립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길을 잃을 염려는 별로 없지만 또 손바닥 만한 기계에 비치는 길에 신경을 쓰느라 길 위의

풍경과 낭만을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

몇 번을 헛돌고 물어 물어 찾아가던 친구의 시골 상가집이 아련한 옛 추억이 된 것처럼….

차마 말을 잊지 못하고 목소리만 확인하고 슬그머니 전화기를 내리던 그 애틋한 연모처럼….

많은 새로운 것들로 인해 무수한 낡은 것들이 사라지고 궁극에는 낡은 내가 사라져야 세상의 길은

끝이 날 것이다.

 

늘 그렇듯이 정맥길에는 어디 곳이나 무덤들이 많다.

산 사람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바글바글 모여 있지만 정맥 길을 걸으면 무수한 망자의 집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오늘 정맥 길은 여느 때 보다 무덤이 더 많다.

유난히 명당이 많은 곳이라 살아 있을 때 방구깨나 뀌었던 사람들이 많이 누워 있는 곳이란다.

명당이란 주산에서 갈라진 능선이 비산비야의 낮은 구릉을 이루다 볕이 잘 드는 남쪽 기슭으로 떨어지는

낮은 능선의 끝자락에 많다고 한다.

명당의 자리는 평탄하고 앞은 답답하지 않게 트인 곳으로 마치 매미가 양 날개를 펼치는 듯, 황금닭이

알을 품는 듯 포근하고 아늑한 기운이 감돌고 날개자리는 단단한 두둑으로 둘러 쌓인 곳에 위치 한다.


산 자의 눈에 비치는 망자의 거처는 죽어서도 그 귀천이 뚜렷이 구분되는 듯 보인다..

죽어서도 좋은 곳에 누운 그들은 살아서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누렸을까?.

죽어서 차지한 더 큰 봉분과 한 뼘 더 넓은 땅이 무슨 소용 있을까?

명당조차 살아서의 부귀와 영화를 염원하는 산자의 욕심과 집착일 뿐

무덤은 그냥 내게 살아 있는 동안 더 뜨거워야 하는 삶을 이야기 할 뿐이다.

 

도시를 걸어가며 조금씩 흐려졌던 하늘은 우리가 산행을 마치자 점점 더 스산해지고 을씨년스러워졌다.

그래도 항구의 바람은 그리 세지는 않았다.

모처럼 군산에 왔으니 회한사라에 술 한잔 치렸더니 어시장은 냄새 나고 자리는 불편한데 자릿세는

또 만만치 않아서.우리는 회를 떠서 버스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홍시가 너무 싸서 가져갈 불편함도 생각지 않고 덥석 샀는데 이건 싸도 너무 싸다.

12개들이 세박스 한 묶음에 5000

감 농사가 너무 잘 되서 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트랙터로 갈아 엎는다고 하더니만 한국에서 농민으로

살아간다는 건 참으로 힘들고 고단한 삶인 듯 하다.

 

예상치도 못한 풍성한 뒷풀이였다.

제철음식은 자연의 선물이고 우주의 기운이다.

비닐하우스로 자연을 조작하고 계절을 강요하는 요즘은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더 멀어져 있다.

자연과 계절로부터 점점 단절되는 사람들은 우리처럼 이렇게 산길을 걷거나 찾아 다니며 제철

음식을 먹지 않으면 자연의 기를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오늘도 즐거운 날이다.

대지의 혈맥을 따라 우리강산의 주유하고 제철 병어, 좌판에서 잘 숙성된 병어를 좋은 친구들과 나누는 오늘

계절의 미각과 대자연의 기가 몸으로 마구 쏟아져 들어 왔다.

많이 웃을 수 있었고 살아가는 날의 답답함을 훌훌 털어냈던 그 길


우리 사는 가까운 곳에 있는 그 짧은 길이 또 끝나려 한다.

젊은 이들이 외면하는 자연은 불편한 곳이 아니라 참으로 아름답고 푸근한 곳이라는 나의 생각을 더 명징하게

보여 주었던 그 길

우리 사는 곳 가까이로 난 그 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