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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2018 덕유 일출 유람기


































































































































































































핸펀 사진첩



































2018년 덕유 일출  유람기

 

올해가 60이여

세월이란  눈 깜박할 새에 흘러가는 것이라드만 그래도 너무한 거 아녀?

무릉객이 벌써 이순이라니  ~~

 

아직 새벽 일출을 대할 열정이 남아 있을까 걱정했는데.

별스러울 것도 없다는 듯 마음은 무덤덤~~~

새해가 왔으니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새날을 맞는 건 당연한 거지

전 직장일 때야 노바닥 직원들과 함께 보았지

고사 까지 리딩했으니 더 바빴구….

 

작년에는 대학 친구들하고 대천에서 해넘이 보구 오서산 송년산행 하구나서

다음날 새해 아침 친구들을 몰아 성주산으로 해맞이 갔는데  동편하는 언저리를 물들이는가

싶더니 그냥 주저 앉아버렸어

그러더니 계화에술공원에서 뒤늦게 떠올랐어

 

올해는 덕유산으로 혼자 갈 생각을 했어

재작년에 고부기와 일출 산행 실패의 아쉬움도   있구

후련한 칼바람과 멋진 설경도 만나고 싶고….

내려 놓을 것도 많고 빌고 싶은 것도 많은 2018년이라

고부기가 전화 와서 오디갈꺼냐고 묻더니

집사람 재가 받아야 한다고, 물어보고 다시 전화 한다더니 소식이 없었어

당연히 반대 했겠지….

엊그제도 30km 한남정맥 마지막길 길 빠대고 온 놈이 명절날 시댁 내려가서 또 심야에 설친다믄

좋아할 여자가 누가 있것어

나헌테 산을 전수받고 이젠 나보다 더 나대고 설치는 넘

고부기 따라 오면 동엽령 하산도 만족 못하고 내쳐 가자믄 요즘 내 몸 상태로는 쌍코피

터져야 가능한 일이야

 

우짜튼 초저녁에 잠을 자고 출발해야 하는데 TV 드라마 나쁜 녀석들 보구 네비게이션 지도 업그레이드

시킨다고 법석을 떨다가 12시에 잠자리에 들었어

비몽사몽 제대로 잠두 못자구 새벽 2 20분에 기상

 

~ 근데 그 시간에 배고픈 거 있지..

1 ,  1,  단감즙하나,,먹었어..

더 먹고 싶지만 어짜피 인삼랜드에 가서 라면 1개 먹고 가야지

3 40분에 집을 나와 흘러간 옛 노래를 틀고 안영  톨게이트로 가는데

24시 양평 해장국 간판이 눈에 쑥 들어 오네….

라면보다야 해장국이 훨 낫지…”

사람들이 무지 많았어

아직 야심한 밤인데 국밥과 안주 시켜 놓고 소주를 마시는 사람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양평해장국 한 그릇 비우고 출발

 

컴퓨터 산행

배를 든든히 채우고 흘러간 내 인생 같은 옛 노래를 들으며 구천동 삼공리로 출발

삼공리에는 정확히 4 30분에 도착하여 35분 매표소 통과

 

 

백년사 가는 길

냉기를 머금은 차가운 바람이 이곳은 설천임을 상기시켜 준다.….

길에는 흰 눈이 딱쟁이 져 있고 길섶에는 흩날린 엷은 눈발이 보인다.

백두대간 동계산행 때와 같은 복장

등산파카에 털모자, 목두건 그리고 스패치

난 오리털 파카를 입고는 산행을 못하는 스타일 이다.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털모자와 목두건 방한용 장갑만 있으며 끝이다.  

 

평일 구천동과는 사뭇 다른 양상

평일 날은 아무도 없는 컴컴한 산 길을 혼자 올라야 하는데

오늘은 돈은 안 받지만 매표소에도 불이 훤하고 

삼삼오오 이마에 등불을 걸고 오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가로등도 모두 켜 있어서 한참 동안은 랜턴을 꺼도 되는 환한 구간도 많다

내 헤드랜턴 성능 짱이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4 5천원 주고 산 충전용 LED

밝기에서 가히 따라 올 자가 없다.

머리를 돌리면 숲이며 계곡이고 다 훤하게 비춘다..

지난 가을 설악산 공룡능선 등정 때 손전등 들고 갔다가 무거운 배낭지고 스틱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오름 길에 너무 힘들어서 하나 장만했다.

 

 

퇴직하고 벌써 두 해가 훌쩍 지났다.

올해는 난 6학년으로 승급(?)이다.

은퇴하고 먹는 나이는 갑자기 날라오는 교통범칙금 통지서 마냥 불편하고 찜찜하다.

그건 평소와 다름없이 살아 가는 어느 날 회계장부에 기표되어 추가손실이 확정되었음을 상기시

키는 감가상각 계정 같은 거 

성능은 아즉 짱짱한데 내용년수 경과 딱지가 붙은 기계 같이`````

다 교활한 인간들의 작품이지

나무처럼 그냥 몸 안으로 흔적을 남기면서 자연스레 세월을 보내고 고향으로 돌아가믄 되는데 

크고 작은 달력에 세월을 무수히 쪼개어 마킹하고 한 해가 간다고 한 잔, 한 해가 온다고 한 잔 

쌩 난리를 피우니 원~~

그렇지 않아도 KTX급 급행열차가 된 세월호가 간이역을 지나칠 때 마다 유난을 떨면서 통발을

넣는 거지

이무기야 너 이제 몇 년 묵었는디 인자 한 살 더 묵고~~  아그야 인자 마이 묵었다 아이가

세월의 창 밖에는  해 떨어 지기도 전에 흰 눈이 날린다.

 

부부를 앞에 두고 따라 간다.

속도가 비슷해서 말이라도 붙이며 갈까 하다가 아서라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며 올라 가다 보면 모처럼 누릴 수 있는 호젓한 사색과 명상은 달아 날 테니

그래도 부럽다.

마눌과 100대 명산 주유하던 날도 있었지만 부부가 함께 덕유산 해맞이 할 열정과 체력을 가지고

있으면 부러운 게 무에 있을까?

초딩 딸아이와 함께 가는 아빠를 만났다.

해돋이를 보러 나왔을 텐데 속도와 시간을 계산하고 오르는 걸까?

새 날의 감동과 의미를 사랑하는 딸과 나누고 싶은 아빠의 그 마음을 난 안다.

딸에게 장하다고 칭찬해주고 파이팅을 외쳐 주었다.

설천의 차가운 공기가 온몸으로 느껴지긴 하지먄 이 정도면 아주 쾌적하다.

몸에서 나는 열기가 차가운 설천의 냉기와 바람과 만나서 땀도 나지 않고 그렇다고

추위가 느껴지지도 않는 최적의 균형 상태

다만 원천 봉쇄된 입김만이 잔뜩 올려진 목두건을 동태처럼 뻣뻣하게 얼리면서 반기를 든다.

몇 몇을 추월해서 지나갔다.

백련사 못미처에서 두명이 나를 앞질러 간다.

배낭이 없는 젊은이들

떡 한 덩이로 공룡을 타던 내 젊은 날처럼 무모한 그들이지만 그래서 오늘 덕유산 산장에는 

물과 먹을 게 많을 터이니 그것도 나름 괜찮은 방법이다.

또 한 사람이 지나간다.

나처럼 홀로 산행하는 홀산자````  처음 만나는

작은 배낭 하나 메고 경쾌한 발 놀림으로 빠르게 앞서 간다.

 

백련사 일주문에는 많은 사람이 웅성 거리고 있다.

함께 온 일행들인 모양이다.

1 1일에 구천동에서 향적봉을 오른 것은 처음이지만 사람이 이렇게 많은 구천동 새벽은 처음 보았다.

 

백련사 일주문

눈 덮힌 계곡의 물소리와 그리고 어둠에 쌓인 길에 홀연히 나타나는 일주문은 자못 성스럽고 신비롭다.

늘 어둠 속에서 말 없이 나의 새벽 수행을 지키던 백련사.

부처님은 오늘도 내가 온 걸 알고 계시겠지….

 

수은등이 밝혀진 조용한 경내를 지난다.

몇 명의 일출객들이 종각에 기대어 본격적인 오름길에 대비해 아이젠을 차고 있다.

백년사 도착이 6 15분 전이니 시간은 충분한 셈이다.

 

향적봉 가는 길

수행과 순례의 길이다.

덕유산은 평생 내 가까이를 지켜 주는 기도 도량이다.

내 살아가는 동안 바랑하나 짊어지고 숱하게 이 길을 올라 그 유장한 능선을 걸어 갔다.

그 길은 걸을수록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답답한 가슴도, 복잡한 머리도 후련하게 풀어 헤쳐 주는 길이다.

향적봉에서 중봉과 덕유평전을 따라 남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풍경 중의 하나였다.

,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 풍경이 모두 머릿속에 그려지는 고향 같은 산

그 멋진 설경과 칼바람을 맞지 않고는 봄을 맞기에는 너무 아까운 산이다.

덕유의 설경과,여름 야생화 화원을 보지 못하고 대한민국 아름다운 산을 말하지 말라.

 

길은 점점 가파라 지고 수행에 게을렀던 몸은 거친 호흡과 고통을 보시하며 부처님의 자비와 불국의

평화를 염원한다.

차가운 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서슬 푸른 냉기는 집요하게 얼굴이며 몸 속으로 파고 들었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데도 발과 손이 시리다.

언제 내린 눈인지 적설이 꽤 많아지니 비탈에서 발이 자꾸 미끄러 진다.

내리막이 아니라 위험하진 않지만 체력소모가 커지니 할 수없이 바람을 막아주는 등로 한 켠에서

아이젠을 했다.

좀 힘든 길이기도 하지만 도시에 잔뜩 웅크리고 있었던 몸과 잠을 한 숨도 못 자고 오르는 길이라

예전의 등정과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6학년 진입의 축하 세리모니는 아닐테고….

우야튼 몸처럼 정직한 건 없다.

 

누죽걸산을 아는가?

누구나 죽자고 걸으면 산다.

누으면 죽고 걸으면 산다.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세월에 많은 걸 네다바이 당할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은 큰 산에 올라 기를 받아야지 또 쌈판에 뒹굴 수 있는 거지….

환갑에 무박으로 200km 지리산 태극종주를 완성한 그리운산님이나 70세 노령에도 지리산 선두그룹

에서 지리산 무박종주를 하시던 매암님 만큼은 안되더라도 난 73세 나이에도 아즉 짱짱한 나선생을

닮으면 좋겠다.

70세 중반까지 거친 산을 마음대로 다닐 만큼 건강하고 그 이후에는 한국의 수많은 올레길을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근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소아마비 다리를 절며 백두대간을 종주하신 청계님은 73살의 나이에 벌써 큰 산을 은퇴하셨고

많은 선배들은 중독 같았던 젊은 날의 크고 작은 후유증으로 허허로워야 할 산길에서 비자발적

구조조정을 당하고 있다.

분명히 정해진 길이지만 예측할 수 없는 시간표라 건강한 몸으로 누려야 할 자유와 평화는 갈수록

귀하고 아까워 질것이다.

게다가 세월이란 넘은 쿠폰발급도 없다.

오늘 걷지 않고, 오르지 못했다고 내일로 그 권리가 이월되거나 유보되지 않을 것이다.

산은 거기 그대로 있지만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가고 싶은데 있으면 아직 짱짱한 오늘 가야지…..

 

나는 언제 까지 설산에서 해맞이를 하고, 지리산 종주를 할 수 있을까?

이 또한 다 신의 뜻이고 나의 운명이려니…..

하지만 몸보다 마음이 먼저 늙어가지 않기를…..

 

많은 것을 내리기로 한 올해는 역설적으로 내게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많이 하는 소중한 한 해가 될

것이다.

Exciting & Unregretting

올해 무릉객의 캐치플레이즈 !

 

난 인디언 켈트족 기도문을 이렇게 주문처럼 외운다,.

 

모든 건 당신의 뜻이지만

내 발 밑에 언제나 길이 나타나기를……

바람은 언제나 내 등뒤에서 불고

내 얼굴에는 항상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길….

이따끔 내 길에 비가 내리더라도 곧 무지개가 뜨기를

 

능히 바람을 즐길 수 있기를

내 길에 내리는 비를 웃으며 맞을 수 있기를….

 

 

다른 데는 괜찮은데 손이 너무 시려워 방한용 장갑으로 갈아 끼웠다.

삼공리에서 둥근 불빛으로 앞서가던 부부의 모습은 오래 전에 사라 졌고 일단의 젊은 이들이 나를

추월해 갔다.

앞서 가던 다른 부부 산님 중 남자가 길바닥에 대자로 누워 버린다.

바람은 사방에서 몰아치고 황당한 부인은 아무데나 눕는다고 면박을 주고 일어나길 채근해도  아랑곳 없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체력이 바닥난 모양이다.

그래도 식지 않는 저런 열정이 있어 힘든 인생길도 즐거울 것이다.

시간이 충분하니 무리하지 마시고 천천히 오르세요한마디 말을 어둠 속에 남기고 난 떠난다.

불빛에 반짝이는 눈가루가 더 많아 졌다.

눈인지 아니면 결빙된 덕유의 이슬인지

 

능선이 가까워 지면서 점점 적설이 많아지고 눈꽃을 이고선 나무들의 형체가 어둠 속에서 드러난다.

조금씩 날이 밝아진다.

동편 하늘엔 붉은 여명이 감도는데 순식간에 운무가 밀려와 뒤 덮기를 반복한다.

얼음 바람은 소용돌이 치며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먼 하늘은 맑디 맑은데 덕유를 둘러 싼 구름과 안개는 바람을 타고 변화 무쌍하다.

 

향적봉 200미터 아래에는 7 15분에 도착했다.

삼공리 매표소에서 2시간 45분 만이다.

5분만 오르면 향적봉인데 바람과 추위는 엄청날 것이다.

20분여분 이상 기다려야 해가 뜰 것이라 시간은 여유가 있다.

 

엄청난 인파들….

덕유산에서 신들의 거쳐는 사라졌다.

스키 슬루프를  만드느라  1000년 주목이 베어져 나간 날 부터...

설천봉에 곤도라가 설치된 날 부터...

쌍방울은 신들의 저주를 받아 방울소리도 울리지 못한 채 북망산천으로 떠났다.

덕유산은  욕망에 가득 찬 우리 시대의  아픔 이었고 우리 선조들이 가장 어리석은 뼈아픈 실수 였다.

절대 되돌릴 수 없는...1000년 주목들의 원혼들은 덕유의 산기슭에 떠돌고 회복되지 않는 상처는 대물림되어 유전될

것이다.

 

새해 첫날은 덕유산에서 장엄하게 밝았고

승냥이처럼 바람이 운다.

곤도라가 실어나른 일축객들로 향적봉 정상은 입추의 여지가 없다.

사람들은 오랜 시간 날바람을 맞으며 얼마나 추웠을까?

인간의 길로 표시된 가로대 길을 헤집고 오르다가 해가 나오길래 가로대를 넘어 눈밭으로 뛰어들었다.

소용돌이 치는 바람과 운무가 떠오르는 해를 뒤덮었다가 보여주기를 반복했다.

신비로운 대자연의 황홀경이었다.

운무 속에서 조금씩 따오르다가 붉을 모습을 통째 드러내는가 싶더니 이내 큰 구름덩이 속으로 숨어

버렸다..

우린 칼바람 부는 고원에서  해가 구름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렸다.

일부 사람들을 추위를 견디지 못해 하산하고 .

구름은 뜨는 해와 같은 속도로 한참을 위로 움직이더니 다시 찬란한 태양이 새날의 축복을 그렇게 그름 밖으로

토해 냈다.

 

욕심부리지 않겠습니다.

2018년도에도 제 가는 길을 지켜주소서

뜨거운 가슴과 튼튼한 두 다리를 잃지 않게 하시고

항상 기쁨과 행복 속에 살게 하소서.

나와 세상에 대한 사랑을 잃지 말게 하시고

늘 필요한 사람으로 남게 하소서….

 

어머님 남은 여생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도록 해주시고

딸래미 아기 순산해서 좋은 할아버지 되게 하소서

집사람 건강하고 아들이 저의 길을 탄탄히 다질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형제들과 가족들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 가는

한해 되게 하소서

 

동엽령으로 하산은 포기했다.

후련한 덕유 주릉을 걷고 싶긴 하지만 또 많은 시간을 대중교통으로 허비해야 하는 불편과 시간낭비가

아까워서

대신 덕유 능선의 가장 아름다운 구간인 향적봉과 중봉 구간을 주유하고 다시 향적봉에서 설천봉

구간의 눈 꽃 까지 여유롭게 감상했다.

눈 꽃은 아름다웠지만 사람 꽃이 너무 많이 피어서 조용한 고원의 낭만과 호젓함은 사라졌다.

나 혼자만 누릴 수 있는 황홀한 설경은 큰 눈이 내린 다음 날 새벽에 일찍 올라야 한다.

덕유의 가장 멋진 설경은 중봉에서 등이 떠밀리는 바람을 맞으며 남으로 웅혼하게 구비치는 덕유주릉과

덕유 평전을 내려다 보는 것이다.

그 풍경 하나에 덕유의 역사와 전설 그리고 산과 함께 한 내 삶의 스토리가 함축된다.

나는 여전히 자유롭다.

오늘도 덕유의 중봉에서 이렇게 세상의 중심을 외친다.

 

배에 걸구가 들어 앉았는지 또 배가 고프다.

향적봉 대피소에 들렀는데 입추의 여지가 없다.

그 복잡한 와중에서 라면을 끓이는 사람들이 많다.

아침부터 돼지고기 삼겹살을 굽고 소고기 차돌박이에 소주 한 잔 까지 곁들이는 젊은이들 도 있다.

나도 저런 날이 있었지

두겹 상추에 삼겹살 세 장 올려 싸먹던 날…..

역시 우리 민족은 음풍농월의 유희와 옥반가유의 주연에 능한 민족이여

계산이 빗나갔다.

원래 대피소에서 뜨거운 컵라면을 하나 먹으려 했는데….

다른 산장은 모두 컵라면을 중단하고도 이곳에서는 팔더니만 오늘은 컵라면도 없다.

물은 완전히 얼어 버렸고 그나마 배낭 깊숙히 넣어둔 우유가 있어서 삼립 크림빵 2개에 일본 단팥빵 한

개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어쨌든 배를 채우고 마주한  향적봉-설천봉 구간의 설경은 눈부신 태양과 파란 하늘 아래서 더욱 돋보였다.

나는 얼마 동안 묵상하는 시인처럼, 삶을 고뇌하는 철학자처럼 칼 바람 부는 덕유의 능선을 떠 돌다가

그 승냥이 바람소리와 흰 눈을 이고 선 나무들과 작별을 고했다.

설천에 눈이 많이 왔다고 소식이 오면 곧 다시 찾아 올 것이다.

나는 어둠 속에 남겨진 길을 되짚어 조금씩 녹아 가는 나무숲 길을 걸어서 다시 삼공리로 돌아 왔다.

 

나의 신년 해맞이 순례는 그렇게 끝이 났다.

갈수록 조금 씩 빛 바래 가고 써내려 간 페이지보다 남은 페이지가 더 적어지는 내 인생의 책장에서

이젠 더 많은 여백을 남기고 싶다.

이젠 그렇게 빨리 휘갈기거나 그렇게 촘촘히 써내려 가지 않고 싶다.

나의 가슴을 흔드는 내 얘기를 더 많이 쓰고 싶다.

올해는 더 많은 사랑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대자연의 빛나는 감동과 기쁨은 오래도록 다시 만나고 싶다.

 

 

Ps)

고부기 녀석은 혼자 지리산에 갔다.

마누라 재가를 받자 생각이 또 달라 진 거다.

나랑 같이 가면 산을 조금 밖에 못 탈 까봐~~

신년 벽두부터 지리산을 종주하며 멋진 천왕봉 일출 사진을 보냈다.

대단한 놈~~

허구헌 날 나대는 놈

스승을 뛰어넘어 이순 넘은 나이에 점점 더 내공이 깊어지는 못 말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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