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이 날 빤히 바라본다.
기특한 녀석
나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가끔은 날 춤추게 하는 녀석
만수산 이슬이 내게 말했다..
내게서 슬픔은 거품으로 걷어내고 기쁨만 따라 마시세요
나를 좋아하시되 내게 빠지지 마세요…
억지로 나와 친구하려 하지 마세요
슬픈 일에는 날 부르지 마세요
난 웃음과 즐거운 연회를 좋아한답니다.
허약한 몸으로 날 부르지 마세요
나는 몸도 마음도 건강한 당신을 좋아합니다.
당신이 싫어하는 자리에 나를 불러내는 건 정말 질색입니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그 때 날 불러 주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친구라면 나도 아무 조건 없이
기꺼이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 년까지 누리리라.
아녀! 백살은 너무 지겨웅게
팔팔팔팔이삼사 까지만 하고 갑세다.
우리전부 팔팔하게 88세 까정 살다 이삼일만 앓다 가세 .
.
아는가?
질긴 드렁칡 꽃이 이쁘기도 하다는 걸
이 봄엔 그렇게 많은 꽃이 피어났어도 아직 필 꽃이 남았어
아카시아
이팝꽃
개양귀비
패랭이꽃
달맞이 꽃
그리고 웃음꽃
행복한 삶의 비밀은
어느 누구도 영원히 사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거.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사람은 신이 아니라 나라는 걸 아는 거
많은 것을 갖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에 얽매이지 않는 거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즐기는 것
시간, 자연, 좋은친구,
나여 !
어제 늦게 왔다고 고부기 주리를 트는 봉규
아쩌면 이제 우리가 걸어야 할 싦의 길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이 될 것이다.
잎새가 무성한 여름 길도 지나고
단풍잎이 곱고 열매가 탐스러운 가을 길도 지나고…
우리 길 위에 풍경은 조금씩 바뀌어 간다.
황량한 바람에 나뭇잎이 한 장 두장 떨어져 길 위에 뒹굴고
나목은 목쉰 음성으로 세월의 바람에 운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고갯마루를 넘어 서는데 석양은 뉘엇뉘엇 저물어 가고
갈 길은 아득한데 빈 하늘엔 서글픈 흰 눈발이 바람에 날린다.
말 없는 세월은 쉼 없이 흘러갔고 격정의 파도는 잦아들었다.
돌아오는 것 보다 떠나는 것이 더 많은 인생의 가을날
품 안에 자식도 저마다의 둥지를 찾아 떠난다.
거친 산야를 종횡하던 열정과 체력마저 우리 곁을 떠나고 나면
우리에겐 무엇이 남을까?
가려운 등 긁어 줄 늙은 마누라 하나.
그리고 오래된 친구들….
이젠 어디로 가는 가는 중요하지 않다.
길은 갈래길 없는 외줄기….
바람이 내게 물었다..
남은 그 길을 누구와 함께 가는가?
그리고 그 길을 어떻게 걸어 가는가?
고부기 사진첩
HIOF 춘계 2차 모임
장 소: 만수산 휴양림 : 꾀꼬리, 잉꼬 숲속의집 예약 약 10평(4인용) 각 6만
1일차 일 정
14:00 휴양림 도착
14:00~17:00 휴양림 산책 및 휴식
취나물 채취 및 비로봉 산행
17:00~18;00 야외 가든 파티 준비 ( 밥짓고, 테이블셋팅)
고부기네가 늦게 와서 쌀을 받아서 취사하느라 밥이 늦어짐
18:00~ 10:30 만찬 및 환담
고 고부기 올 때 기다린다고 숯을 미리 피워 놓지 않아 봉규가 늦게 불을피우느라 애먹음.
황 황찬과 봉규가 일정대로 만찬 테이블 셋팅 확실히 하였음.
두 사람이 굽는 것도 도맡아 했고 고부가가 나중에 쪼금 도와 주었음.
난 일정대로 계속 빈둥거렸음.
마 마눌들 숯불 기다리느라 배고파서 후라이판에 소고기 800그램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구워 먹음 (남자들은 눈치껏 얻어 먹음)
돼지 기름이 많이 흘러 자주 불길이 치솟았지만 숯불로 구어 낸 삽겹살 맛 정말쥑였음
난 정해진 일정 대로 굽지는 않고 술 마시며 계속 먹어댔음.
소고기 돼지고기 배부르게 먹고 해물탕도 끓여서 밥 까지 말아 먹었음.
채우엄마가 가미 요리했는데 국물 맛 끝내줌.
모두 오랜만에 만나 즐겁게 얘기 나누며 배부르게 맛있게 먹었음.
그 것도 모자라 어포도 먹고, 삶은 계란도 먹고 오징어도 구워 먹었음.
계속 먹어대는 불가사리 먹성의 정말 위대한 친구들
마눌들 들어가고 우린 늦은 시간 까지 대짜배기 맥주 두병에 대짜배기
소주 세병 그리고 대짜배기 양주 반병에 포도주 까지 마셨음.
황찬은 풍류와 우정에 먼저 취해서 혀가 꼬부라지고 먼저 잠들었음
고부기는 계속 먹으면서 안자고 더 놀자고 계속 땡깡 부렸음 .
2일차 일 정
07:00~09:30 아침 산책
당초 6km 아침 산책 계획을 3km로 변경하여 남자 모두에 은비 엄마까지 참석하였음
근데 다른 사람 안 오길 정말 잘했음
무량사 암자 옆 흔적조차 희미한 고라니 길로 올라 장군봉에 올랐음
너무 가파를 급경사라 장단지 알집이 터져 나오는 줄 알았음
바람 좋고 흐린 아침 이었는데 능선에 올라 설 때 까지 땀이 비오 듯 쏟아지고
심줄이 튀어 나오고, 콧김이 팍팍 새 나왔음
이건 아침 산책이 아니라 리북 특수팔군단 산악훈령 과정 같았음
콧노래 부르며 산보할거라고 잠자던 복장으로 따라 나선 은비엄마 에상치 못한
개고생에 아연실색 그리고 혼비백산
장군봉 찍고 능선을 돌아 만수봉 찍고 무량사로 하산하였음
그려도 능선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 하산로는 기분이 좋았음
무량사는 유서 깊은 절로 포스가 대단함
고요한 침묵 속에 태고의 무게로 좌정한 깊은 명상
아름드리 노송과 고색창연한 대웅전이 인상적이었음
부처님께 삼배 올리고 풍경소리 청아한 아침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간밤의 술이 아직 깨지 않아도 너무 기분이 좋았음
경내를 두루 구경하고 돌아 나오니 매표소 할머니도 아연실색…
분명 드가는 걸 못 보았는데 사람들이 떼거리로 쏟아져 나오니 눈이 휘둥그래지고…
드가는게 아니니 입장료를 받을 수도 없어 속고 쓰리고….
우야튼 그렇게 술 마시고도 빡센 아침산행 할 수 있는 위대하고도 대단한 친구들
위도 크지만 머리도 단단하고 체력과 정신력도 막강한 내 친구들 …
10:00~11:10 아점 식사
내가 아침 식사 당번인디 채우엄마가 김치 찌게 다 끓여 놨음
모할라꼬 그러셨수? 내가 와서 하믄 되느디?
근데 내가 안 끓이길 정말 잘했음 (수원댁표 김치찌개 너무 맛있어서)
내가 끓여서 뽄떼를 한번 보여야 하는디…
그려야 담부턴 취사장 근처엔 일절 얼씬거리지 말라 할텐디..
성일 엄마 식탁에는 뜯어먹다 버린 돼지비계가 산처럼 쌓였음
내가 봤는디 김치찌개는 고부기네가 진짜 젤루 많이 머것음
근데 고부기 모처럼 밥값 했음
어제 밀린 설거지 다 고부기가 했음
수박도 안 먹고 설거지만 계속했음
난 태어나서 처음 고부기 설거지 하는 거 보았음
근데 수박도 고부기가 젤루 많이 먹었음
계산에 능한 고부기
설거지 다 끝내도 엄청 많은 수박이 남아 있으리란 걸 설거지 하면서도
다 계산한 고부기…
우린 즐겁게 아점을 먹고 기념촬영 까정 마치고 서동테마파크로 떠났음
12:00~13:30 서동요 테마파크 산책 및 관람
호수의 산책로 풍광과 백제 문화와 풍물을 돌아 볼 수 있는 곳
부여관광지 안 가본 데는 여 밖에 없는디 선뜻 가자곤 못하고 애둘러
고부기 한테 야글 했더니 부여출신 고부기도 안 가봤다고 가자는 바람에
급하게 찾아 간 곳
생각보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풍광이 아주 좋았음
길만 보믄 좌우당간 걸어야 하는 몰지각한 친구들 땜시 호수를 한바쿠
다 도는 바람에 일부 인사들은 정작 테마파크를 돌아 보지 못했음
아줌씨 한 분은 볼일 보느라 관람을 못 하구 다시 가야된다구 뒷북 까지 쳤음 ㅋ…..
어제 늦게 왔다고 백제 관아에서 봉규가 고부기 주리를 틀었음
백제의 주점 2층 누각에 앉아 술 없는 잔을 기울여 풍진세상의 삶과 처세를
논하다 돌아 왔음
13:30~14:20 부소산성 주차장 이동
14:20~16:00
부소산성 산책 및 고란사 낙화암답사,유람선 승선
백제의 아들 고부기 시작할 때 거창하게 지도 펼쳐 놓고 백제의 역사와
유적에 대해 브리핑 해대더니 정작 고란사 가는 길을 못찾아 감
봉규한테 지름길 있다고 우기고 거꾸로 막 가서 휴게소 옆길로 갈라 하는데
길도 없는 거기로 왜가냐고 아줌마 한테 막 혼 났음…
할 수 없이 가다가 떼거지로 되돌아 봉규길을 따라 갔옴 …
원래 등잔밑이 어둡고 고부기는 산길보다 바닷길에 더 능한 것 같음
잘 가꾸어진 정원처럼 울창한 수림이 산책하기 좋은 코스였음
백옥정과 낙화암에 올랐다가 고란사에서 잃어버린 친구들과 재회
안그래도 걸어다니면서 늘 사진 찍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느라 바쁜 고부기인데
알바까지 하는 바람에 봉규와 함께한 일진들은 고란사에서 많이 기다렸음
걸어서 주차장으로 되돌아 오려면 백옥정에서 만나야 하는디 고란사에서
만나는 바람에 모두들 힘들다고 배타자 하였음
아깝긴 하지만 그것도 부여의 낭만일 시…
좀 아쉬운 건 황포돛배를 타야 했는디…
헤엄쳐도 건널 짧은 길이 인당 오천원….
부여 까지 왔으니 배타고 강바람도 맞아 봐야쥐
세월도 흐르고 우리의 인생도 흐르고 백마강도 흐른다.
그려 ! 여그 부여까지 ..오늘 하루 이만 하믄 되얏지 .
16:00~16:30 도보로 주차장 이동
16:30~17:20
개성집에서 50년 전통 명태요리로 저녁 먹다.
막걸리 까지 한 잔 치고 즐거운 이틀의 여정을 자축하고 헤어지다.
인생 뭐 별거 있나?
잘 살아 가다가 가끔 좋은 친구들가 만나 풍경 좋은 곳을 떠돌고
바람 좋은 곳에 퍼즐러 앉아 술 한잔 치며 사는 거지
그렇게 사는 거지
그래도 좋은 친구들과 함께한 이틀간의 낭만적이 여정 이었지
우린 오래 함께하고 또 오래 함께 할 된장 같이 곰 삭은 친구들
수고혔다 아우들아
글구 제수씨들 여그 저그 끌려 다니시느라 고생들 많으셨수…..
좋은 날 또 만나유
밖에 나오면 마당쇠로 갑자기 순하게 변하는 남정네들이 다 알아서 챙겨줄테니
걱정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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