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속리산 전지훈련 계획은 9월로 연기했다.
태풍 솔릭 한 방에 그냥 깨갱 깨갱
지나간 젊은 시절이 그립다.
비건, 어둠이건, 추위건, 아무 것도 두려운 것이 없던 시절 …
그리움의 창 속에 아직 남아 있는 평범하지 않은 날이 몰고 오는 뜻밖의 감동들… .
하루 꼬박 비를 맞으며 백두대간을 걸었던 그날들 위로 벌써 15년의 세월이 퇴적되었다.
그만큼의 세월이 더 지나면 난 산에 오르지 못할 지도 모른다.
태풍의 중심에서 다시 맛볼지도 모르는 젊은 날의 짜릿한 기대와 흥분은 그렇게 물건너 갔다.
내 기억으로는 태풍 루사와 매미 속으로 떠났던 날에 훨씬 멋진 풍경을 만나고 .
더 가슴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만났었는데..…..
그래 사람은 이렇게 늙어가는 거다.
이건 아얘 한반도가 태풍에 날려가고 폭우에 휩쓸려 가는 수준…
세월호가 많은 걸 바꾸어 놓았다.
사람들의 분노는 쉽게 증폭되고 전염된다.
그것은 여론에 편승하기도 하고 정치바람을 타기도 하면서 유기체처럼 스스로 증식해간다.,
커가는 분노가 사람들 사이의 연민과 사랑을 먹어 치우기 시작하면, 분열은 조장되고 결국 세상
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도가니에 빠지기도 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 뚜껑 보고도 놀란다. ?
작은 분노가 파도처다가 해일처럼 일어나 정권의 벽을 허물고 대통령을 삼켜 버리는 것을 보고
나서 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 하나에 온 나라가 떠들썩 하다.
기상청장이고 장관이고 총리고 대통령이고…
하다 못해 유치원 선생들까지….
예측불허 그리고 변화무쌍한 기상 난동 속에서 혹여 나중에라도 빌미와 분란에 휩싸이지 않으
려면 기상청은 늘 최악을 미리 상정해 놓아야 하고
정부나 단체는 안이한 대책에 질타당하거나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해 성실히 그리고 열씸히
대비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오지 않은 태풍에 미리 올라탄 매스컴은 물 만난 고기처럼 겁나게 펄떡 & 껄떡 거린다.
전문가의 입을 빌어 공포를 조장하고, 먼 나라의 태풍 사례까지 들먹이고, 젊은 기자를 아얘 태풍
속으로 내몰아 그 경로를 따라 움직이게 한다.
“그려 이번 기회에 JTBC에 뺏긴 시청률을 빠짝 올려 야쥐 !”
그렇게 기상청과 언론이 무시무시하게 만들어버린 태풍이 빌빌대고 영 맥을 못추어도 노 프러브럼!
그냥 “아니면 말고 !”
시방 문제될게 모시가 있것어 ? 아군 피해 없이 다 조용히 지나 가는 거지…
태풍도.. . 미흡한 대책에 대한 문책과 성난 여론도...
늙는다는 건 괜히 걱정이 많아 지는 거다.
다른 사람들을 신경 써야 하고 세월 따라 낡아가는 몸도 챙겨야 하고…
그래서 시원해서 좋은 바람은 위험 해지고
흠뻑 젖는 후련함은 감기 걸리는 날궃이가 되어 버린다.
우린 그만큼 씩 늙어 가고 있다.
허여사님 긴 유럽 외유 때문에 호흡도 제대로 맞춰보지 못하다가
지리산 종주 이후 2달 반 만에 멤버가 1명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야 우린 다시 만났다.
23일 간을 동숙을 해야 하는 긴 여정인데 가기 전에 전원 속에서 1박을 하면서 의기투합할 좋은 기회가 사라져 다소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하루일망정 더불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긴 여행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거고
조금씩 서로의 마음을 열 수 있게 하지 않을까?
우린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함께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여행은 즐거워야 할 것이다.
자연은 사람의 마음을 둥글어지게 하고 너그럽게 만들어 준다.
날씨도 청명하고 발길도 가볍다.
몇 번 오른 적이 있는 상환암쪽 등로를 따라 속리 주릉에 오른다.
사실 안나푸르나 라운딩의 완만한 오름 길과는 다소 동 떨어진 급격한 낙차의 거친 산길이지만
체력과 팀웍 훈련이니 장소가 굳이 문제될 것은 없다.
올라 갈 때 보지 못한 꽃을 내려올 때 본다고 노래한 어느 시인의 꽃처럼
계곡의 후미진 곳에서 조용히 좌정하고 있는 암자가 갑자기 눈에 들어 왔다.
조용하고 아늑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작은 절
그래서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지는 .....
산우들은 쉬지 않고 길을 오르고
그리 먼 길이 아니고 서두를 일 또한 없으니 난 그 동안 스쳐지났던 상환암을
찬찬히 돌아 본다...
절벽에 기댄 노송과 산신각이 인상적이다.
새심정- 상환암-주능선 -신선봉- 문장대-세심정
장소와 택일은 나름 기막힌 셈이었다.
그래도 출정일이 재수 좋게 허여사님 시부모 기일 바로 다음날과 맞아 떨어지고 폐쇄되지 않은
신선봉 휴게소에서 당귀 막걸리를 파는 바람에 우린 싸가지고 간 것은 별로 손도 대지 못하고
제사음식과 동동주만으로도 풍성한 산상 만찬을 즐겼다.
안나팀 임금의 수랏상에 걸인의 입맛으로 초대되다.
1000고지 신선이 노닐던 봉우리
거친 운동후의 출출함과 허기를 부르는데 거기 산해진미가 준비되어 있다.
신선이 별건가?
멋진 풍경이 있고, 좋은 산 친구가 있고 한잔의 술이 부르는 기분 좋은 취흥이 있으니
오늘은 내가 속리의 신선이지
우린 문장대에 올라 세속에서 멀지 않되 또 이름처럼 깊은 속리의 세상을 내려다 보고 휘돌아 내려 왔다.
기분 좋은 산행의 여운이 남아
속리 찻집에서 차박사와 헤어지고 우린 다시 출출해질 때쯤 신탄진으로 와서 날이 이슥할 때 까지
즐거운 속리의 기억을 죽죽 잡아 늘렸던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삶의 궁극을 향하여 가는 도정에서 만나는 무수한 기쁨들이 우리의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인지 모른다.
알프스를 넘어 안나푸르나가 솟아오르고 그 너머에는 또 다른 멋진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갈 수 없는 먼 나라의 꿈과 아직 돌아보지 않은 많은 세상의 아름다움이 있어 우린 쉽게 늙어갈 수가 없다.
내가 걸은 수 많은 길이 나의 인생을 만들고 인생길에서 만나는 그 기쁨과 슬픔의 빛깔들이 오늘의 나를
채색해 간다.
내가 더 웃거나 , 더 울거나 상관없이 인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도히 흘러갈 것이다.
춤추고 노래할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젠 막춤이라도 신나게 춰야지…
돼지 멱따는 소리라도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는 거다.
우리는 안나푸르나에 간다.
높은 산 위에 사는 신과 만나고 내 영혼의 구성진 노랫소리를 들을 것이다..
심산의 가슴을 오가며 입산 수도한지가 어언 몇 년인가?
그 동안 연마한 삶의 내공으로 어느 거친 길인들 즐겁게 걷지 못하리?
그래서 인생의 황혼 길에 걸어가는 안나푸르나가 어쩌면 더 아름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회이팅 안나팀 2018년 9월 8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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