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시간이 정해진 여행길….
우린 여행길에서 무수한 풍경과 사람들을 만난다.
폭풍우와 거센 파도를 만나고 험한 가시밭 길을 걷기도 하고
때론 녹양방초 우거진 길을 걷기도 한다.
오래 길을 걷다 보면 꼭 아름다운 풍경의 길 만이 가슴을 뛰게 하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된다.
태초에 어둠과 슬픔이 있었다.
어둠이 있어 빛은 더욱 찬란하고
슬픔이 있어 기쁨이 더 빛나는 법이다.
어둠과 빛, 슬픔과 기쁨은 늘 등을 맞대고 있었다.
고난과 역경의 험한 산을 넘어야 가슴을 흔드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여행의 내공이 쌓이면 좀 더 흥미로운 모험이 가득한 낯설고 먼 세상을 꿈꾸게 된다.
밋밋하고 아름답기만 한 길보다 더 높고 험한 길에서 진정한 여행자의 기쁨과 희열을 누린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흐른 어느 날 눈보라 치는 먼 길을 웃으며 걸어 가는 자신을 본다..
여행의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여행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이 나를 만들고 그 여행이 나를 좀 더 현명하게 하고 세상에 둥글어
지게 한다.
내가 걷는 길이고 시간이 정해진 짧은 여행이기에 내가 선택한 어느 길이건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 넘치던 시간의 샘물은 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젠 홀가분한 마음으로 더 행복해야 할 때
이랬으면, 저랬으면…
이것만 있으면 , 저것만 있으면 행복할 텐데…
이젠 그런 우스꽝스러운 말이나 생각 따위는 하지 말자.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지금 있는 곳에서 행복하자.
숱한 세월을 보냈으니..
비바람에 풍화되고 시간이 강물에 둥글어졌으니
이젠 알아차려야 할 때…
세상과 여건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였음을…
우리가 그렇게 구했던 삶의 진리와 지혜는 내 안에 있었고
그렇게 오래도록 쫓았던 파랑새는 나의 집 처마 끝에 둥지를 틀고 았었음을….
삶이란 시간이 정해진 여행길….
여행길은 즐거워야 한다.
모험과 스릴,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세상을 붙잡고 누리는 것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
멋진 봄날의 연휴
지난주에 보길도를 다녀 오고도 다시 가슴이 울었다.
신께서 다시 초대장을 보내신 거다.
봄의 교향악이 온 섬에 울려 퍼지고 있을 봄의 들판으로 돌아 오라고
조도 1일차
남도 땅끝 진도에서 배로 40분…
우린 7시 40분에 대전을 출발했다.
가는 길 목포 북항 활어회시장에 들러 광어회 1kg을 떴다.
진도항이나 조도에서는 회를 뜨기가 쉽지 않고 설혹 가능하다해도 비쌀 것이다.
3시 20 배로 들어갈 에정이니 식사시간을 포함해 두 시간 반 정도의 시간 여유가 있어 1984 촬영지인
시화마을을 둘러보았다.
다순구미 시화마을
다닥다닥 붙은 비탈진 어촌마을의 투박한 벼름빡에 걸려 있는 삶
가난한 다순구미 어촌마을의 애환이 담긴 시화들과 주민들의 진솔한 글들이 가슴에 짠하게 와 닿는데
다 읽어볼 시간이 없어서 나중에 찬찬히 읽어보려 사진에 담아 왔다.
동피랑을 벤치마킹하는 어촌 마을…
아직은 투박하고 다듬어 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별 볼거리 없는 목포에 그나마 기대주로 부상중이다
다순구미 어촌마을을 돌아보고 낚지 요리 맛집인 뜰채에 들러 점심으로 연포탕 한 그릇 씩 먹고
진도항을 향해 출발했다.
출항 40분전에 세월호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진도항(구 팽목항)에 들어서니 벌써 배에 오를 무수한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줄지어 서 있다.
도저히 이 번 배로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아 중간에 빈 공간이 있어 일단 새치기를 했다.
사실 의도적으로 새치기를 하려던 건 아니었다.
긴 줄이 진짜 조도 가는 배들 안지 의심스러워 여객선 매표소가까이 까지 와서 부근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는데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친절하게도 비어 있는 자리에 차를 대라고 가르쳐 준 것이었다.
줄의 구멍은 아마도 승선 시간을 변경한 누군가의 이탈 때문이었으리라…
“무릉객은 얌체가터…”.
그나마 차 안에는 사람들이 들어 잇지 안아서 베지를 받거나 빈축을 사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조도 가는 배는 차를 60대나 싣고 갈 수 있단다.
헐~~~
“세월호가 정말 이런 차들 무게 땜시 가라 앉아 버린거 아녀?”
빛 바래고 때가 낀 노란 리본이 팽목항을 바라보며 나부끼고 있다.
너희들은 거기 슬픔만 남기고 흔적없이 떠나 갔다.
통곡과 슬픔은 단지 남은 자들의 몫이다.
임자 없는 빈 괸 위에 수의가 덮히고 나서 세월은 벌써 그 위에 5년의 먼지를 쌓았다.
그들이 가라앉고 있을 때 난 무학산 진달래 그늘을 걷고 있었다.
그들의 가족은 아픈 세월을 보내고 난 아무렇지도 않게 나의 작은 상실들을 아파하면서 그들의
죽음을 무심히 바라 보았다.
팽목항은 여전히 장례식장 분위기처럼 무겁고 쓸슬하다.
“망자들이여 고이 잠드소서 !
채 못다 핀 어린 꽃들… 그리고 이름 모를 여행객들….
산자들이여 모진 세월을 모두 잊어 버려라
어린 학생들의 아버지 어미니…
어린 꽃들의 죽음 사이에서 울음마저 삼켜야 했던 여행객들….
당사자가 아니고선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슬픔들이지만
하지만 잊을 수 없지만 잊어야만 하는 슬픔들로
언제까지나 슬퍼할 수 있으랴
모두 슬픔을 딛고 일어나기를…
가슴에 아픔을 건 채 살아가기 너무 힘든 이 세상에서.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한 줌의 먼지로 돌아 가는 여행길에서 …
조도 가는 길
지난 번 보길도 갈 때 보았던 바다와 비슷한 풍경이다.
전복 양식장이 줄지어 있고 여기저기 흩어진 섬들이 떠 있다.
날씨는 좀 흐리고 바람이 시원하다
양복을 입은 어지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고향에 다니러 간단다.
여름에는 다른 곳으로 피서 안가고 친구들과 동 부인해서 조도로 낚시하러 온다고 …
조도의 볼거리들과 특산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톳, 미역, 멸치 전복 쑥과 같은….
낚시하면서 잡은 고기와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사진을 보여 주었다.
창유항
버드 아일래드에 여장을 풀었다.
먼 섬임을 감안하면 생각보다는 깨끗한 민박이다.
잠시 짐을 정리하고 하조도 등대로 갔다.
등대에는 아무도 없고 거센 바람만 무심히 불어 간다.
바다는 후련하고 봄이라 바람의 뒤 끝은 그리 차지 않고 시원했다.
하조도 등대는 1909년에 만들어져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높이 48미터의 유인등대이다.
주변의 풍경이 수려하고 아름다워 영화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란다.
도라산 전망대 (210m)
상조도에 위치하는데 하조도 창유항에서 차를 가지고 연결된 대교를 건너서 가야 하는 데 20여분
가까이 걸린다.
전망대 바로 아래까지 차가 올라간다.
가끔 구름 밖으로 나오는 태양이 조금씩 붉을 색을 띠어 갈 때 우리는 전망대에 올랐다..
해발이 좀 더 높을 뿐인데 정상에는 추위를 느낄 만한 거센 바람이 불어서 두꺼운 옷을 갈아 입었다.
처음으로 대하는 장관의 풍경은 대마도 에보시타케 전망대 생각이 났다.
아 우리는 쉬 늙어가는데
이 땅 위에도 아직 이렇게 미답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많이 남아 있다.
파노라마처럼 아름답게 펼쳐지는 다도해의 조망이 일품이다.
조도군의 154개 섬을 360도를 둘러가며 조망할 수 있는 조도의 1경으로 한국의 카프리라고 불리운다.
헐~ 내가 카프리 맥주는 마셔보았지만 카프리는 가보지 않았으니 비교는 성립 불가!
여하튼 2006년에는 한국관광공의 “국내우수 관광상품”에 선정되었을 정도로 내려다 보는 일대의
풍경이 장관이다.
서산 노을의 빛은 약한데 그래도 왔으니 아름답다는 해넘이를 보려고 주변을 배회하다가 추워서
마눌은 차 안에 있고 나는 멀리 보이는 전망대까지 다녀 왔다.
날씨가 다소 흐린 탓에 인상적인 일출을 보지 못했지만 가슴 후련한 바람과 아름다운 풍경이 메말라
가는 가슴에 감상의 단비를 흩뿌려준 시간이었다.
조용히 어둠 속으로 침잠하는 땅거미를 몰고 다시 숙소로 돌아 왔다.
근처에서 밥을 먹고 들어가려니 식당이 두 군데 있는데 모두 문을 닫았다.
헐 ~~ 오늘이 토요일, 연휴 천 날인데 이게 무신 일이여?
동네 사람들한테 물어 보니 이곳은 장사가 잘 안되어 식당이 별로 없고 면소재지인 창리 마을에
식당이 몇 개 있다고 했다.
물어 물어 창리 마을에 도착해서 한 음식점에 들어가니 사람이 다 차서 장사 끝이란다.
또 한 군데는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리니 어쩌니 하면서 안 한다고 하고
대마도의 악몽이 되살아 난다.
흐미~~ 한국이 아름다운 관광지라 하더니 구경도 하기 전에 굶어 죽게 생겼다.
3시 20 분 배만 해도 60대 차량이 들어 왔는데 그 사람들은 다 어디서 저녁 먹고 있는 겨?
대성식당에 들어가니 김치찌개를 해 줄 수 있단다.
남해의 섬에와서 간신히 기아를 면했다.
내 돈 내고 사 먹는데 삭당 아줌마 그 말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60이 넘은 식당 아줌마 왈
단체 손님 아니면 잘 안 받으려고 한단다.
그리고 산 타는 사람들 빼면 실제 관광객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고…
금오도 선착장 식당주인 아줌마처럼 볼멘 소리를 하신다.
정말 육지 사람들 뿔나게 많이 들락날락해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음식과 술은 죄 싸가지고 와서 먹고 쓰레기만 남기고 가니 섬 사람들한테는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
아줌마 고객들은 관광객이 별로 없고 주로 공무원이나 근처 농협,우체국,마트 등에 근무하는
직원들이란다..
밥을 주문한 사이 아저씨가 들어와서 대화 상대가 늘었다.
70이 넘었는데 페인트 칠하는 일을 하면서 농사를 짓는다는 식당 아줌마 남편 .
그 나이에도 단련된 근육이 꽤 우람하다.
산행 들머리와 종주 시간을 물었는데 5시간 30분은 잡아야 한다시는데.
마눌은 5시간 넘게 걸리면 힘들어서 못 탄다고 벌써부터 엄살을 부린다.
지도를 보니 8.4km 내가 4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했더니 아저씨가 정색을 하시면서 하는 말
“지금까지 나 보다 산을 더 잘 타는 사람을 만나 보지 못했는데 내가 4시간 꽉 걸리는 험하고 먼
길이여.” 하신다.
나는 속으로 "그럼 3시간 30분이면 되겠네요" 했지만 겉으로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하여간 체력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대단하다.
퇴직 인생 강의는 도영태가 아니라 이런 사람한테 받아야 한다.
해발 300미터 아래를 흘러가는 섬의 산릉들이 험해야 얼마나 험할까?
사실 섬산행에서 발길이 늦어지는 건 산행력 때문이 아니라 아름다운 풍경 때문이다.
처음 만나는 멋진 풍경에 매료되어 이 바위 저 바위에 올라 사진 셧터를 누르다 보면 자연 발길이
밀릴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마눌을 대동하면 5시간 30분은 족히 잡아야 하는 터라 내심 걱정을 하고 있는데 지난 번
계족산 둘레길 풀코스 14.6km를 5시간 넘게 걸려 걷다 보니 힘들었는지 마눌은 그렇게 오랜 시간을 못
탄다고 미리 발을 빼고 나왔다.
그러면 내일 새벽에 종주 산행은 혼자 하는 편이 편이 낫겠다.
마눌과는 산을 타고 내려와서 차를 가지고 여기저기 마을을 둘러보면서 여행을 하고 시간이 나면 또
다른 산 길 하나를 택해서 같이 걷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마눌의 의견을 물으니
마눌도 그렇게 하는 편이 낫겠다고 동의를 해서 식당 아줌마한테 콜택시를 물어 조도의 유일한 택시
여기사님 전화번호를 하나 땄다.
내일 산행을 끝내고 하조도 등대로 내려와 차를 파킹한 산행마을 들머리까지 이동을 부탁하기 위해서….
조도 택시 : 061-542-5071
010-7244-5071
어째든 우리는 시장하기도 하거니와 다행스럽게 손 맛 괜찮은 식당아줌마를 만나서 저녁식사를
맛있게 하고 돌아왔다.
배가 부른 상태다 보니 지난 번 소매물도처럼 입에 쩍쩍 붙는 맛이 살아나지 않지만 냉장고에 보관해
둔 회를 놓고 술 한잔 쳤다.
앞에 멋진 풍경을 놓고 또 술친구가 함께 하면 더 풍미가 살 수 있겠지만 먼 남도의 낯선 섬에서 마눌과
하루를 유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기울이는 술 잔이란 것만으로도 충분히 낭만적인 오늘이 아닌가?.
더 뭘 바래나?
인생 후 반에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아름다운 풍경 속을 떠 돌며 삶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데…..
그렇게 조용히 조도의 하루는 깊어갔다.
2019년 5얼 4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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