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지산 새벽 산행의 덤이었다.
가슴에 남아 있었으니 가슴을 흔들 수 있는 것이었다.
바라만 보던 그 길을 걸으면서 생각했었다.
달이 노닐던 봉우리일까?
흐르던 달이 풍경에 반해 머물다 간다는 봉우리일까?
그리고 또 생각했다.
달빛이 휘영청 밝은 날 등불 없이 그 길을 걸으면 참으로 아름다울 거리고…
달빛은 태양보다 강하지 않지만 어쩌면 더 사람을 매혹시키는지도 모른다.
내 가슴에 각인된 아름다운 달밤의 상념은 흐르는 세월에도 마르지 않는 낭만과 서정의 샘이었다.
햇빛은 사람을 웃게 하고 달빛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
달
정지용
선뜻 ! 뜨인 눈에 하나 차는 영창
달이 이제 밀물처럼 밀려오다.
미욱한 잠과 베개를 벗어나
부르는 이 없이 불려 나가다.
한 밤에 홀로 보는 나의 마당은
호수 같이 둥긋이 차고 넘치노니
쪼그리고 앉은 한 옆의 흰돌도
dak가 유달리 함초롬 고아라
연연턴 녹음 수묵색으로 짙은데
한참 때 곤한 잠인 양 숨소리 성귀도다.
비둘기는 무엇이 긍거워 구구 우느뇨
오동나무 꽃이야 못 견디게 향그럽다.
서울신문의 한 기자는 보름달이 뜬 월유봉을 이렇게 묘사했다.
월류봉이 한천과 몸을 섞는 끝자락에는 서수(瑞獸)의 뿔처럼 기암 하나가 솟아 있다. 그 위에 단청 곱게
칠한 정자가 서 있어 운치를 더한다.
한천8경의 백미는 단연 월류봉이다. 말 그대로 ‘달이 머무는 봉우리’. 월류봉을 타고 오른 달이 서편으로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월류봉 주위에 시립해 있는 사군봉 능선을 따라 흐르듯 사라진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비를 뿌려대던 먹장 구름이 사라지며 맑게 갠 밤하늘. 월류봉 절벽을 타고 오르던 보름달이 봉우리
사이에 그야말로 ‘휘영청’ 걸려 있다
때마침 차가운 한천과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부딪히며 몽실몽실 안개를 피워 올린다.
구름을 닮은 안개는 때론 월류봉을 가득 품었다가, 또 때론 산 중턱을 어루만지며 흘러 가기도 하는데,
보름달과 어우러져 선계(仙界)가 따로 없을 풍광을 펼쳐 낸다.
달빛에 홀린 월광병 환자를 루너티큐(lunatique)라 했던가. 함께 가자는 듯, 달이 손짓해 부르는 것만 같다.
월광병 환자가 될망정, 부디 이 밤 더디 새시라.
후딱 올라가 월유봉에서 풍경 한 번 보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가볍게 올랐다가 5봉을 모두 섭렵하다보니
2시간이 꼬박 걸렸다.
음풍농월
바람도 시원하고 햇빛도 부드러운 가을 같은 봄날 갑자기 가슴으로 뛰어든 풍경은 과연 그 옛날 시인과
문객들이 반할 만한 빼어난 경승이었다.
올 가을에 해 보고 싶은 일이 또 하나 늘었다.
월유봉 달빛 산행!!
참으로 아름다운 여행길이 되지 않을까
백두대간 고랭지 채소밭을 휘영청 밝히던 달빛과 쏟아지던 달빛
한계령을 불빛 없이 넘어가던 날 능선의 실루엣 위로 흐르던 몽환의 달빛은 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높이는 400.7m이다. 깎아지른 절벽산인 월류봉 아래로 물 맑은 초강천(草江川) 상류가 휘감아 흘러
수려한 풍경을 이룬다.‘달이 머물다 가는 봉우리’라는 뜻의 월류봉(月留峯)이란 이름처럼 달밤의
정경이 특히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이 일대의 뛰어난 경치를 ‘한천팔경(寒泉八景)’이라
하였다.
한천팔경은 제1경인 월류봉을 비롯하여 사군봉(使君峯)·산양벽(山羊壁)·용연동(龍淵洞)·냉천정(冷泉亭)
·화헌악(花獻岳)·청학굴(靑鶴窟)·법존암(法尊巖)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부분 월류봉의 여러 모습을
지칭한 것이다. 화헌악은 월류봉이 진달래와 철쭉으로 붉게 물든 모습을 가리키고, 용연동은 월류봉
아래의 깊은 소(沼)를 말하며, 산양벽(산양암)은 월류봉의 가파른 절벽을 이르는 것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제16권 충청도 황간현(黃澗縣) 불우조에‘심묘사(深妙寺)의 팔경(八景)’으로
기록되어 있는 곳이 바로 한천팔경이다.
우암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은 한때 이곳에 머물며 작은 정사를 짓고 학문을 연구하였는데 월류봉
아래쪽에 우암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한천정사(寒泉精舍, 충청북도문화재자료 제28호)와 영동 송우암
유허비(충청북도기념물 제46호)가 있다.
출처 월류봉 [月留峯] (두산백과)
월류봉 아래를 흐르는 한천은 물이 차다해서 붙은 이름이다.“물한계곡 등 깊은 계곡을 돌아 나온 물이
도무지 덥혀질 틈이 없어 여느 계곡수에 비해 차다.”해서. 냉천(冷泉)이라고도 불리는데, 지금은 사라진
한천8경의 하나인 냉천정도 거기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지만 실제 들어가 보면 얼음장처럼 차지는 않다.
그저 시원하다는 느낌이 드는 정도.
비교적 수심이 얕은 곳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모래밭과 미루나무가 있는 풍경과
마주한다.
어릴 적 마을 앞 개천에서 흔히 보았던 낯익은 풍경이다. 모래밭을 가로질러 산자락을 20m쯤 오르면
정자에 닿는다. 이 곳에서 바라 보는 풍광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월류봉은 맞은편에서 보면 암릉들로 이뤄진 악산이지만, 뒤편에 보면 산세가 유순한 토산이다.
지레 겁먹고 등산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우천리를 들머리 삼아 월류봉을 거쳐 원촌리로 하산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4시간 정도 걸린다.
월류봉 정상에서는 한반도를 빼닮은 원촌리 마을을 볼 수 있다.
월류봉에서 국도를 빠져 나오면 경북 상주시와 이웃한 석천계곡과 만난다. 계곡길은 500년된 배롱나무가
한창 꽃을 피우기 시작한 반야사까지 이어져 있다.
절집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깊숙이 들어가 보면 마치 딴 세상에 온 것 같다. 물소리와 바람소리, 새소리가
더없이 청신하다.
천길단애 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문수전도 빼놓지 말아야 할 감상 포인트.200여개의 계단을 올라
문수전에서 바라 보는 계곡의 자태가 빼어나다.
●포도밭에서 열리는 국악축제
충북 영동군은 주곡리, 심천리 등 포도 명산지들을 아우르고 있는 국내 포도 생산 1번지.‘국악·포도·와인과
함께 하는 한여름의 축제’란 주제로 22∼26일 영동군 일대에서 신명나는 축제가 열린다. .
영동포도축제도 같은 기간에 열린다. 나만의 와인만들기, 포도밟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영동군민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토종 와인업체 와인코리아는 축제를 기념해 ‘국악와인’ 1만병을 한정
생산한다.
“참나무(오크)통에 담긴 채 CD를 통해 국악연주를 들으며 익었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 여행수첩(043)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황간나들목→삼거리 우회전(추풍령, 김천 방향)→황간 소재지 전 마산삼거리
좌회전→원촌교→월류봉. 영동군청 문화공보과 740-3201. 와인코리아 744-3211∼5.
▶맛 집 30여년 전부터 한천에서 잡아 올린 고기로 매운탕을 끓여 내는 한천가든은 민물매운탕과 복요리가
유명하다.742-5056. 백두산식당은 생선국수가 별미인 집.742-4364.
▶잘 곳 월류봉 앞에 월류봉(742-8652)과 달이 머무는 집(742-4347) 등 민박집이 있다.
▶주변 볼거리 ▲물한계곡은 황간에서 579번 지방도로를 타고 상촌 쪽으로 가다 만나는 골 깊고 물 맑은
경승지. 기암괴석과 폭포가 연이어 펼쳐진다.
▲노근리는 6·25전쟁 당시 미군이 250여명의 양민을 학살한 통한의 현장. 황간 나들목에서 영동 방면으로
2㎞ 거리에 있다. 콘크리트 교각에 아직도 총탄 자국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이밖에 민주지산, 천태산,
옥계폭포, 난계국악기체험전수관, 영화 ‘집으로’ 촬영지 등도 둘러볼 만하다.
글 사진 서울신문 황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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