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청호 500리길

19구간 보충산행- 상산마을-곰실봉-청남대 왕복




























































































하이오프 친구들

어쩐지 쉽게 날짜를 잡는다 했더니 또 사콜이다.

나쁜 녀석들

황찬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또 목전에서 취소다.

황찬은 선비라 늘 괜찮다고 얘기하지만 애꿏은 휴일만 하나 날렸을 터이다.

 

하여간 모임이 이리저리 휘둘린다는 건 이 만남에 대한 너희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려니

니덜 하고 싶은 대로 하그라.

 

토요일은 은비 생일 행사를 집에서 하기로 해서 아침 일찍 청소하고 장보고

일요일은 계좌산 9봉우리 찍으러 갈뫼 산악회와 합류하렸더니 성원 미달로 취소여

몽블랑 브라더스들 한 달 전에 잡아 놓은 스케쥴 펑크낸 거까지 하면 삼진아웃

~~ 정초부터 여기저기 빵꾸 터지는 소리

 

수십 개 산악회의 산행공지를 보는데 내가 안 가본 산을 가는 데가 한 군데도 없다.

가본 산을 또 가는 게 무슨 문제가 있으랴만 요즘처럼 눈도 없는 겨울엔 딱히 끌리는 곳이 없으니

 굳이 멀리까지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오늘 산행은 지난 번 대청호 길에서 만났던 초록감투마을 등산로를 파악하고 대청호 500리 길을

연계하여 청남대 까지 다녀오는 코스로 잡았다.

사실 내심 가장 큰 목적은 청남대 무료 입장을 위한 신루트 개발

 

근데 너무 안일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중국 여행 사진 작업을 하다가 여느 때처럼 9시에 아침밥을 챙겨 먹고 계란과

고구마 까지 삶아 느릿느릿 집을 나섰으니….

 

초록감투마을 주차장을 거쳐 신덕리 상산마을에 도착하나 1130분이다.

~~~

자칭 새벽나그네 무릉객 체면이 영 말이 아니다..

해도 짧은 겨울날 벌건 대 낯에 일을 시작해서 뭘 어쩌겠다고?

 

곰실봉에 올랐다가 학바위 찍고 되돌아 청남대 길을 가렸더니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해발 제로 까지 내려 가서 물길을 확인하고 다시 비탈길을 치고 올라 왔다.

아마도 거기서 제1목교와 제2목교를 거쳐 학바위 까지 가는 길은 호수를 따라 가는 평탄한 길이고

거리도 그다지 멀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힘을 다 빼면 청남대 갔다가 돌아 올 시간도 기력이 없을 것이다..

 

 

다시 능선 갈림길로 돌아와 지난 번 산친구들과 함께 걸었던 창남대 위 경계초소 까지 진행했다.

 

 

지금은 비어 있지만 능선의 길목에 몇 개의 경계초소가 설치되어 있다.

그 옛날 청남대 미개방 시절에는 경계근무를 섰을 것이고 대통령이 휴가차 내려 왔을 때는 거의

비상경계 태세로 난리 법석을 떨었을 것이다.

 

가장 위에 있는 초소의 철책 안으로 들어가서 능선 길을 따라 5분여 가니 청남대 철책과 마주한다.

그 곳이 바로 김대중길 제 2 전망대 이다.

김대중길은 산길이라 원래 많은 사람들이 잘 걷지는 않는데 사람들의 소리가 두런 두런 들려온다..

예상대로 초소길은 청남대와 맞닿아 있었으니 제대로 길을 잡은 셈이다.

 

이젠 둘러쳐진 철책의 개구멍을 찾아 내는 일이 남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그 넓은 지역을 둘러싼 철조망은 분명 허술한 곳이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 철책은 후방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철조망이 아니었다.

27사단 이기자 부대에서도 흔치 않은 비무장지대 철책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살벌한 철조망 담장이

둘러쳐져 있다.그건 벽처럼 견고하고 높고 게다가 위아래 모두 둥글게 감는 철조망을 이중으로 설치

해서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만한 데라고는 눈 씻고 찾아도 없다.

철책 안은 시멘트 처리를 해서 땅을 파낼 데도 없고 훼손되거나 파손된 곳도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은 담장 비탈을 따라 500~600 미터 진행했지만 철벽

수비는 빈틈이 없다.

 이건 끝까지 다 볼아 보아도 마찬가지다.”

등산로 비등 철책을 안방 드나들 듯 넘어 다니던 나이지만 이건 개념을 달리하는 철보망 담장이다.

한나라 대통령의 별장이라 이렇게 만드는 거구나

다시 온 길을 되짚어 개발에 땀나게 돌아가서 원래 500리길로 청남대 제 2문이 위치한 도로 위로

내려섰다.

오백리 길은 우측 차도를 따라 진행되는데 지난 번 친구들과 그 길을 일부 걸었다..

좌측으로 200미터 남짓한 거리에 청남대 매표소가 위치한다.

 

매표를 하고 시간을 확인하니 시방 타임 230

5시가 폐장 시장이니 2시간 반이 남은 셈인데   대통령 길을 다 돌아보기 힘들게 생겼다.

 

일단 그 전에 가 보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 길을 먼저 돌고 노태우,전두환,김영삼,노무현 길을 돌아

보기로 했다.

산길인 김대중 대통령 길은 그 전에도 돌아 보았으니 오늘은 시간상 생략하지만 나머지 길도 시간

내 돌기에는 빠듯하게 생겼다.

 

일단 다리에 모타를 달고 뛰다 싶이 걸었다.

주마간산 이란 말이 어울리겠지만 꽃 피는 시절에 몇 번 돌아본 곳이라 호수의 풍경 말고 눈길을

잡는 것이 별로 없으니 발길이 더딜 이유도 없다.

호숫가를 따라 가는 노태우,전두환 길을 돌아보고 김영삼 길을 걸어 가는데 5시가 폐장이라고

안내 방송이 나왔다.

430분 마지막 피치를 올리며 호수길을 따라 조금 더 진행하는 주에 관리소 직원 아가씨가

저지한다.

어디 가세요?”

: “노무현 대통령길 걸을 라구요

여자 : ““지금 들어 가시면 시간 내 못 나오셔요…”.

: “ …”

속으로는. “난 아닌데하면서도 그럼 길 끝에 초가정 만 보구 서둘러 나올께요.”

그리고 나서는 길 끝부분에서 노무현 대통령 길로 올라 섰다.

매표소에 도착하니 정확히 5 5분전

가히 컴퓨터 산행이다.

서산으로 넘어가는 태양이 호수 위로 석양의 잔광을 드리우며 숨가뻣던 하루는 조용히 저물어 간다..

 

우야튼 전쟁을 치르듯 5대통령길을 두 시간 30분 만에 돌아보고 나오긴 했는데 산너머 4km 거리를

돌아 갈 생각하니 아득하다.

곰실봉 까지는 계속 오르막인데 청남대 대통령 길에서 서두르다 보니 예상보다 체력소모가 많았다.

주변 풍경이 워낙 수려해서 그 전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사실 걷기에는 별로인 길이다.

길은 나름 잘 조성되어 있지만 김대중 대통령길과 일부 데크 길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길을 콘크리트로

포장해서 다리에 무리가 많이 간다.

다리의 피로도가 산 길의 두 배 이상이었다.

 

도로에서 산 길로 접어들어 능선으로 올라 치는 중에 콘크리트 길을 걸을 오래 걸은 탓인지 장딴지와

발목에 통증이 많이 느껴진다.

예상대로 능선에 올라 서자 날은 저물어 간다.

능선에서 구비구비 산길을 따라 곰실봉 까지 치고 오르는 구간에서도 다리에 경련 까지 일어나고

허벅지 안쪽이 담이 결리는 것처럼 쑤시는 증상 까지 나타난다.

~~ 이게 뭔일이래?

요새 중국여행과 해파랑길에서 탱자탱자 하면서 보낸 운동부족 여파가 여실히 드러나는 모양새다.

 

오가면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한 그런 한적한 산길에서 혼자 고분분투하는 외로운 무릉객

바람은 점점 차가워지고 날은 어두워 지는데 곰실봉은 어디 간겨?

늘 그렇듯이 되짚어 역으로 올라 가는 길은 훨씬 멀어 보인다.

 

그래도 별로 걱정은 되지 않았다.

지금 나의 시간은 쫒기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누리기 위해 있는 것이다.

서둘러 목적지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난 아무도 없는 컴컴한 산의 적막과 고독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설령 길을 잃으면 어떠랴?

길은 곧 나타날 거고 나타나지 않아도 점점이 떠 있는 불빛을 따라 내가 만들면 그 뿐인데….

엉뚱한 곳으로 내려오면 또 어떠랴?

인근 마을에 들러 상산 마을을 물어 물어 찾아가면 되지

 

하여간 어둑어둑한 상태에서 곰실봉에 도착하고 거기에서 약 2km 정도를 걸어내려 원래의 출발지

상산마을에는 캄캄한 630분에 도착했다.

어두운 산길 이었지만 난 무사히 도착했다.

늦게 출발해서 그래도 7시간 꽉 채운 산행이 되었다.

 

 

기온이 뚝뚝 떨어져 가는데 여장을 정리하고 예열된 따뜻한 차에 오르니 허기가 밀려 온다.

원래 좋은 입맛은 타고 난데다 등가죽이 뱃가죽에 붙는 시장한 터에 무슨 음식인들 맛이 없을까?

만병통치약이 따로 있으랴?

몸이 찌뿌둥하고 입맛이 깔깔해지면 그냥 산으로 가면 된다.

평범한 음식이 진수성찬으로 변하고 그 밥 한 그릇의 고마움을 새삼 느껴볼 수 가 있다.

 

봉산동 그린나래에 근무할 때 자주 가던 충남순대에 들렀는데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다.

장사가 워낙 잘되고 보니 일요일도 쉬는 모양이다.

다음으로 간 곳이 관평동 이화수 육계장

웬걸 거긴 800원 짜리 전통육계장을 시키면 막걸리가 무한리필이다.

막걸리 한 잔을 마셨는데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던지….

차를 타고 왔으니 두 잔은 먹지 못하고 8000원 내고 삼만원 짜리 음식 먹은 것처럼 달게 먹고

집으로 돌아 오다.

역쉬 대청호는 늙어가도 변함없는 내 놀이터여 ….

 

 

산 행 일 : 2020112일 일요일

산 행 지 : 대청호 500리길 19구간 일부

산행코스 : 상산리- 2목교-곰실봉-청남대  이후 온길 따라 원점회귀

산행거리 : 20km

산행소요 : 7시간

   ; 흐린 중에 가끔 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