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운동을 갔다.
새벽에 비가 또 내렸는지 길이 축축하다.
은은한 안개가 깔리는 솔 숲에서 코로 들어 오는 공기가 청명하다.
도솔산에서 하늘을 10번 올려다 보고 10번 하늘을 돌렸다.
내가 생각해 낸 운동법이지만 정말 그럴 듯 하다.
점점 병들어 가고 오염되어 가는 금수강산이지만 그래도 도시의 손바닥만한 숲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안깐힘을 쓰고 있다..
나도 덩달아 도시에서 말라 죽지 않으려고 새벽에 가려운 콘크리트 둥지를 박차고 나간다.
오늘은 이 녀석들의 정체를 밝히겠다
몇 일 째 웅덩이에서 신나게 물장구를 치고 놀던 이넘들은 내가 옆으로 가기만 하면 쥐죽은 듯이
고요해 졌다.
내가 스틱으로 나뭇잎이 쌓인 웅덩이를 휘젓어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래 함 해보자는 거지?
나는 나무처럼 웅덩이 옆에 서 있다.
이 중간의 산책로는 인적이 없어 참으로 고요하다.
까마귀가 까악 소리를 내고 지나간다.
참새들이 내가 서 있는 것도 모르고 후드득 날아들어 짹짹거리다가 사라진다.
웅덩이는 아직 고요하다.
가만히 웅덩이를 들여다 보니 하늘이 들어와 앉아 있다.
가끔 올라 오는 물방울이 물에 비친 나무들을 일렁이게 한다.
이렇게 조용히 서서 내 주변을 찬찬히 관찰하고 맑은 고요에 귀를 기울인 적이 언제였던가?
한 두 녀석이 물방울을 쏘아 올리며 헤엄을 치다 내 그림자에 놀랐는지 다시 물 속 나뭇잎 속으로 들어간다.
개구리 알들이 떠다니는 데 올챙이는 아닌 것 같고 미꾸라지 새끼 같다.
잠시 후 한 두 녀석이 물 속에서 꼼지락 거리다 사라진다.
자세히 보지 못했다.
드디어 한 녀석이 물 위로 솟구쳤다가 가만히 나뭇잎 위해 앉아 있는데 가만히 보니
이녀석 도룡룡일세…..
니덜 벌써 나왔냐?
난 이겨울에 눈도 흠뻑 맞지 못했는데....
도령룡은
겨울이 지나가는 짧은 시간 동안 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에서 태어나서 이 땅과 이 하늘이 온 세상인 듯
즐겁게 살다가 자손을 퍼뜨리고 자연으로 돌아 갈 것이다.
더러는 가뭄에 죽고 더러는 천적에 잡혀 먹으면서….
나나 도룡룡이나 다름이 무엇인가?
살아감이 기쁘고 즐겁지 않으면 내가 도룡룡보다 더 나은 게 무엇인가?
이 웅덩이에도 우주가 있다.
난 내 삶의 궤도에서 단지 1분을 비켜나가 10여분을 기다려 그 우주를 만났다.
단 몇 분을 기다리지 못해 떠나 보내야 했던 기쁨과 감동이 얼마나 많았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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