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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나의 삶을 정의하다.

 

 

 

 

 

 

 

 

 

나는 산에서 놀기만 하는가?

 

나는 산과 들에서 먹이와 암컷을 찾는 짐승들처럼 헐떡이기만 하는가?

 

산이 한 톨의 식량도 가져다 주지 못하고 산더미 같은 빨래 감에 기진맥진한 피로만 안겨주는데

 

난 왜 또 구태여 배낭을 둘러 메는가?

 

나는 바보인가?

 

잠도 설치고 불편한 차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가 내려서 말 없이 걷기만 하다가 파김치가 되어

 

돌아 오는데 나는 왜 또 밥상머리에서 지도를 펼치고 더 멀리 떠나는 꿈을 꾸는가?

 

정말 원초적이고 소모적인 그 행동에 무엇이 있는 건 아닌가?

 

 

 

그건 마음이 웃고 있는 것이다.

 

영혼이 노래하는 것이다.

 

프리마돈나가 내지르는 고성에 감동하고 찬사를 보내 듯 난 신과 자연이 보여주는 걸작에

 

환호하고 감탄하는 것이다.

 

행복한 삶이 꼭 품격이 높은 삶일 수는 없지만 자신이 인정하고 기뻐하는 삶이라면 최소한 남들

 

눈에 비치는 것보다 더 고상하고 아름답다.

 

 

 

낭만과 추억이 없는 잔을 마시며 삶의 흥에 겨울수도 있지만

 

그 곳에 더 넓은 세상이 있고 더 깊은 사람이 있다.

 

별로 재미 없어 보이는 삶이라는 건 너의 기준과 너의 눈에 비치는 세상의 모습일 뿐

 

드넓은 수림의 바다는 고요한 가운데 장대한 모험과 스릴이 파도 치고

 

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감동이 구름처럼 피어 난다.

 

 

 

반 평생 산을 탔다…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한 시간 보다 난 더 오래 산을 좋아했다.

 

오래 떨어져 있으면 그리움에 사무치고

 

그 앞에 서면 무한한 힘과 에너지가 기쁨과 감동을 가슴으로 실어 나른다..

 

나는 거기에서 세상에서 잃어 버린 것들을 다시 찾아 내고

 

나를 만나고

 

삶의 도를 깨우친다.

 

 

산이란 내게 취미고 , 에술이고, 학문이다.

 

산은 시공을 초월하는 종합예술이고 지리와 역사를 넘어 철학과 문학까지 절충하는 통섭의

 

학문이다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실용 학문이 아니라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더 풍요롭게 하고

 

떠한 태도로 밥벌이를 해야 하는가를 일깨워 주는 인문학 같은….

 

 

 

우린 비슷하기도 할 것이다.

 

너는 늘 세상과 통하고

 

나는 늘 자연과 맞닿아 있다.

 

넌 세상을 깨우치고 나는 삶을 깨우쳤다.

 

너는 돈과 명예로 세상을 즐기고

 

나는 빈 마음과 내공으로 자연을 누린다.

 

 

 

난 이제 산에 들지 않고도 마음이 고요하고 평화로워 진다.

 

너는 오페라를 보고 섹스폰을 불고

 

난 도심 속에서도 풀벌레 우는 소리를 듣는다.

 

크루주를 타고 낯선 세상을 떠돌고

 

난 책상머리에 앉아 칼바람을 맞으며 눈 덮힌 설산을 주유한다.

 

 

 

근데 결국 우리 삶이 무슨 차이가 있겠나?

 

얼마 안 있으면 집 앞에 앉아 있다가

 

좀 더 있으면 따뜻한 방안에 누워 있을 거구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차가운 들판에 눕게 될 텐데…..

 

 



 

 

통섭(統攝)의 정의

 

통합은 물리적으로 이질적인 것들을 한데 한데 묶어 놓은 것

융합은 하나 이상의 물질이 함께 녹아서 화학적으로 서로 합쳐지는 것

통섭은 그냥 거기 섞인 상태로 녹아 있는 상태로 먼춘 게 아니라 거기서부터 무언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게 만들어 지는 즉, 번식하는 생물학적 교합을 의미

나물넣고 ,고추장, 참기를 넣고 비벼서 만드는 비빔밥 같은 게 아니라 발효되어서 전혀 새로운 맛이

나는 김치나 장과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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