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좀더 지난 어느 날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멋진 봄날이 있었고
그 들길을 함께 배회할 좋은 친구들이 있었고
눈부신 세상을 바람처럼 떠 돌 수 있는 자유와 건강이 있었고 …
아침과 자연에 공명하는 가슴과
배낭을 메고 기꺼이 새벽의 들창을 열고 떠날 수 있는 열정이 있었음을….
그리고 이제 소중한 것들이 하나씩 우리 곁을 떠나가고
우리들 가슴속에서 무언가 하나씩 죽어 갔던 것처럼
그것들 또한 그렇게 빨리 우리 곁을 떠날 수 있었다는 걸
그 때는 더 많은 것이 아쉬워 질지 모른다.
누리지 못한 푸른 하늘과 맑은 바람
세상의 소음으로 인해 듣지 못했던 삶의 아름다운 노래와
세월에 잃어버린 친구와 아름다운 풍경들
그리고 노래하고 춤추지 못하고 흘려 보낸 아까운 시간들…..
월유봉 둘레길은 월유봉에서 반야사에 이르는 8.4km 강물 소리 들으며 걷는 길이다.
월류봉 광장에서 원촌리를 거쳐 석천 물길을 따라 완정교까지 이어지고 붉은 목교를 지나
우매리를 휘돌아 반야사에서 마무리된다.
백화산 둘레길은 반야사에서 옥동서원에 이르는 6.6km 숲이 울창한 강변 길이다.
반야사에서 시작하여 호랑이 너덜과 저승골을 지나고 구수정과 임천석대를 거쳐 옥동서원에 이른다
서로 다른 두 길이고 제법 먼 길이지만 좀 욕심을 냈다.
산행을 많이 하지 않은 친구들에겐 다소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평탄한 길이고 때는 바야흐로
꽃피는 춘삼월 호시절이라…
정 힘든 사람은 친구들이 돌아 올 동안 반야사 경내를 돌아보면서 주변을 산책해도 괜찮겠다 싶어서…
그리고 이 정도 길이 벌써 힘들면 안되지
먼 길에도 다들 씽씽한데
하루 전날 까지도 모임을 까맣게 잊고 전주에서 탱자탱자 하다가
비무장으로 덜렁덜렁 길을 나선 양표만 계속 투덜거렸다.
자신에게 더 많은 걸 요구하면 다시는 오지 않겠노라며
협박아닌 협박을 펑펑 해 대면서….
만만한 게 홍해 X라고 옛날 옛적 산길에서 자기 뒤에 있었던 전환이만 붙잡고 계속 시비를 걸지만
양표야 네가 발을 담근 강물이 어제의 강물이 아니 듯 전환이도 이젠 옛날의 전환이 아니다.
누가 보아도 이 봄의 양기는 양표 입과 가운데 다리로만 쏠려서 오늘 체력은 이미 전환이를 따라잡기
역부족이다.
양표의 성화에 못이겨 8km 반야사 휘도는 강둑 길에서 처음으로 휴식을 취했다.
바람 길에 배낭을 내리고 막걸리 한잔 치는데 …
태성이 가져온 제철 두룹과 엄나무 순은 봄의 향기를 입안 가득 전하는 서러운 맛이다..
집사람이 무친 엄나무 순은 그 맛은 가히 일품이라
친구들한테 술 한잔 씩 따라 주고 몇 젓가락 입에 넣나 했는데 기록 보존을 위한 사진을 찍기도
전에 이미 바닥이 드러 났다.
우야튼 친구들이 십시일반으로 가져 온 간식들을 먹느라 충분한 휴식도 하고 우릴 불쌍히 여긴
길손이 주고 간 막걸리 반 통과 손두부 까지 먹다 보니 배까지 빵실 해졌다.
지난 여름 알탕의 추억을 잊지 못한 전환이 계속 알탕을 노래 했지만
많이 가문 날이라 다슬기는 잡아도 알탕을 하기엔 좀 물이 탁해서 굳이 하려면 날머리 보현사
계곡으로 들어가는 게 낫다 싶어 가던 길을 계속 가다..
구름다리를 지나고 저승골을 지나 출렁다리에서 반대편 강변 길로 진행했다.
처음엔 옥동서원 까지 간 다음에 차로 차하사 집에 들으려 했는데 양표가 계속 힘들어 하는 통에
강을 다시 건너서 차하사 집부터 들렸다.
지금은 고향으로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또 한 명의 오랜 친구 …
바람길 원두막에서 차하사 부인이 준비해 준 커피와 과일과 떡을 먹으며 한담을 나누었다.
주변 밭에서 직접 뜯어서 만든 쑥떡이 맛 있었는데 너무 푸짐한 간식을 먹었던 탓에 우린 아깝게
떡을 남기고 마을을 지나 출발지 옥동 서원으로 돌아 왔다.
월유봉 주차장을 출발한 지 약 5시간 만이었다.
우린 차를 회수하고 또 돌아오기가 귀찮아서 양표의 벤츠에 7명이 구겨 탔다.
이동하던 15분여 동안 앞 좌석 가운데 탔던 종경이 고생이 심했다.
성환이 무릎 위에 퍼질러 않으면 되는데 남한테 폐를 끼치거나 신세지지 말라는 어머님 말씀을
평생 새기며 성실히 살아왔던 종경인지라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구겨지고 뒤틀린 채
악전고투하고 고분분투 하느라….
군대시절의 얼차려여 머여??
이게다 노무현이 아니라 양표 때문이여!
운짱이 제대로 중심을 못 잡고 수 많은 사공들 말에 이리저리 휘둘려 마을 길에서 우왕좌왕 했기
때문이다.
하여간 벤츠도 때론 스타렉스가 될 수 있다.
우린 뭇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벤츠에서 쏟아져 나왔고 아무일 없다는 듯이 차량을
회수하여 기분 좋게 뒤풀이 장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숯불에 고기와 살아가는 날의 기쁨을 함께 구어 내며 봄낳의 행복한 여정
을 성대히 마무리 했던 것이다.
즐거웠네 친구들…
이번 여름엔 제대로 알탕 한 번 해보세…
참고) 백화산 등산 풀코스 : http://blog.daum.net/goslow/17940578
'올레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주대간 - 도시의 성곽 능선 길 (0) | 2020.05.30 |
---|---|
서해안 길 1 (학암포 - 구례포-기지포-신두리-소근진성) (0) | 2020.05.15 |
논산 솔바람길 트레킹과 탑정호 산책 (0) | 2020.04.30 |
함라산 둘레길 (0) | 2020.04.28 |
진천둘레길 (나뭇군 옛길 + 초롱길 연계 ) (0) | 2020.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