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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행

5월의 계룡산

 

 

어제 비가 온 탓인지

아침 운동하는데 미세 먼지가 하나도 없이 날씨가 너무 청명하다.

다소 차갑지만 맑고 깨끗한 바람이 불어 주니 이런 날은 집안에만 머물기에는 아까운 날씨라

마눌과 산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서둘러 행장을 수습했다..

 

 

시간이 나는 요즈음 차로 2시간 이내의 거리에 있는 괜찮은 둘레길을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데 낙차도 그리 크지 않은 낮은 산들이다 보니 조망도 그리 출중하지는 않고 익사이팅한

파이팅의 묘미도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낯선 길을 배회하는 기쁨이 그래도 제법 쏠쏠 하다.

올레길 전문이면서 2차 백두대간 종주 동기인 가딩님의 추천하는 곳은 그 어느 곳을 가더라도

내사는 가까이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게 길이 출중하다.

세상의 수많은 길을 걸어 본 전문가의 안목으로 추천한 길이니 남다른 멋과 풍치를 자아내는데

높은 산길만 빠대고 다닌 내게 힐링과 명상의 색다른 기쁨을 선사한다. .

봄에 어느 길인들 아름답지 않으랴만 길 위에는 계절의 향기가 가득하고 살아 있는 생명의 기운이

넘쳐 난다.

초록의 봄에 가지 않은 편안한 길을 걸어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는 건 어쩌면 나와 주변을 돌아

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현충원 쯤을 지나 아산 천년비손길 향해 가는데 마눌한테 친구의 전화가 왔다.

날씨가 너무 좋은데 계룡산이나 가자고…..

마눌왈 일찍 전화 해야지 낭군님하고 벌써 떠나는 중일세…!

 

삽재를 막 넘어 갈려는데 마눌이 우리도 계룡산이나 갈까?” 묻는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다 몇 일 비가 오더니 오늘은 참으로 맑고 깨끗하다.

이렇게 바람 좋고 청명한 날은 드물다.

마눌의 말에 자연성릉의 막힘 없는 조망과 그 능선에서 맞을 맑은 바람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 왔다.

지난 2월에 큰 눈이 내린 시린 계룡을 만나고 계절이 바뀌었는데 한 번도 다시 계룡에 들지를 못했다.

오늘 어쩌면 가장 멋진 역대급 계룡의 봄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오랜 산꾼의 촉이 발동하자 우린

추호의 망설임 없이 목적지를 바꾸어 계룡으로 길을 잡았다.

잘 나가다가 우린 삼천포로 빠진 게 아니라 박정자에서 슬며시 빠져 치킨 드래곤의 잔등으로

올라탄 것이다.

 

 

에상대로 멋진 날이었다.

우린 초록의 바다를 유영했고 계룡의 잔등을 타고 눈부신 햇살과 맑은 옥바람을 가르며 신선의

나라를 배회 했다.

어제 내린 비로 계곡의 수량이 불어 생명이 넘치는 푸른 숲에는 낭랑한 물소리와 청아한 새소리가

가득했고 오랜 만에 은선폭포는 굵은 물줄기에 우렁찬 소리를 내지르며 불보라를 날리고 있었다.

무수한 계룡의 봄을 만났고 만날 때 마다 탄성과 감동을 자아내는 계룡의 봄날이지만 계절과 시간

속에 잠드는 기억들이 다시 오늘을 최고의 봄날이라고 추켜 세웠다.

그래서 오늘 내 가슴을 흔드는 풍경이 늘 가장 멋진 풍경이고 그 기쁨이 다시 문 밖의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기대와 갈망에 들뜨게 한다.

 

 

계룡산 풍경의 백미는 단연 자연성릉과 황적 능선의 후련한 조망이지만

동학사 계곡의 신록은 계룡산 5경에 속한다.

관음봉에서 동학사 까지 이어지는 5월의 계곡을 걷노라면 울창한 수림의 초록물이 뚝뚝 떨어져

가슴을 적시고 나뭇잎사이로 부서지는 눈부신 햇살과 맑은 바람은 불국평화와 기쁨을 느끼게 했다.

 

계곡의 표지판에는 이렇게 씌여져 있다.

학바위 앞에서 관음봉 고개에 이르지 까지 약 3.5km 동학계곡은 언제나 푸른 숲에 둘러 쌓여

맑은 물소리와 ,새소리가 청량하다.

계곡의 입구 노거수 속을 걷노라면 비구니의 강원이 있는 동학사에 이르고 바로 그 아래 우리 민족사에

빛나는 충의 절신을 모신 심은각, 숙모전 동계사가 자리 잡고 있다.

동학사 앞에서 눈을 높이면 저멀리 쌀개능선과 서북능선이 시계에 다가 서며 계곡을 1.5km쯤 거슬러

오르면 산수의 조화미를 자랑하는 은선폭포에 이른다.

은선폭포를 지나 관음봉 고개 까지는 다소 가파르다.

신록이 피어나는 봄의 계곡이 으뜸이며 예로부터 봄 동학, 가을 갑사로 널리 알려져 있어 계곡의

5경이라 일컫는다.

 

 

계룡 8경

 

1.천황봉에서 바라본 일출 광경

2.삼불봉을 하얗게 덮어버린 겨울 흰눈

3.연천봉의 낙조

4.관음봉을 싸안고 한가롭게 떠도는 구름

5.봄빛 찬란한 동학사 계곡의 신록

6.가을 갑사 계곡을 온통 붉은색으로 수놓은 듯한 단풍

7.은선폭포가 낙수되면서 하얗게 포말을 일구워내는 물안개

8.남매탑에 반쯤 걸린 달의 모습

이외에도 경치 좋은 곳이 많이 있는데, 산의 북쪽 상신리계곡에 용산 9곡, 계룡 9곡, 갑사 9곡도

이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