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

속세를 떠나다(다시 우복동천) - 장각동-속리천왕봉-형제봉-갈령

 

 

 

 

행복이 별건가?

스스로 만족하고 기뻐 할 수 있으면 그것이 행복이지

그려 !

인생이란 제멋에 사는 거여.

산이 좋으면 산으로 가고

바다가 보고 싶으면 바다로 가고

아직 내가 사랑하고 내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

그게 살아가는 행복이지 뭐 별건가?

 

속인에게 도가 멀리 있는가?

명상과 수행이 따로 있는 가?

생로병사와 영고성쇠의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깨우침이 도에 가까이 감이요

번뇌와 미망을 내리고 고요한 맑은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으면 그것이 곧 명상

이고 수행이지

내 마음속에서 그 기쁨이 넘쳐나면 그 곳이 천국이고 극락이지

 

그 아름다움은 죽음으로 완성되지만

살아 있는 동안엔 더 뜨겁고 행복해야지

 

 

 

조사장이 울산 출장 내려간 바람에 산행지 선정이 난해 해졌다.

원래 계획했던 알탕이 가능한 화양동 가령-낙영-도명 환종주는 너무 빡셀 것 같다는

거다. 6시간 30여분

그렇다고 모처럼 페이스가 맞는 친구와 흔히 가는 산을 운동삼아 가기는 그렇고 금원

기백 종주와 덕유산 능선 산행을 제안했는데 이동거리 때문에 난색을 표해서 PASS

다시 고심 끝에 우봉동천 구간과 계룡산 비등을 제안하다.

원래 준법정신이 투철한 조사장이라 계룡산 비등은 애당초 고려대상이 아니고 속리산

구간이 집으로 오는 길목으로 차량 이동이 쉬운 구간이라 고기가 미끼를 물 듯 덥석

물었다.

 

사실 산행거리는 금원-기백과 같은 정도 일텐데 그래도 이동거리가 짧고 대전에서

가까우니 훨 나은 선택인 셈이다.

 

밤재에서 형제봉 지나 갈령 까지 숙제처럼 남아 있는 우복동천 구간이다.

금지구역이니 혼자가야 하는 구간이지만 밤재에서 문장대와 천왕봉을 거쳐 형제봉을

아우르고 갈령을 내려서려면 10시간은 걸린다.

밤재에서 문장대 거쳐 천왕봉까지는 이번 추석 혼자 산행 때 몫으로 남기어 두면

6시간 30분정도 소요되는 오늘 구간은 절호의 타이밍인 셈이다.

 

천왕봉만 올라서면 피앗재 까지는 계속 내림길이라 큰 부담을 없을 것이다.

천왕봉에서 형제봉 거쳐 갈령까지 약 7km 구간은 겨울에도 4시간 30분 정도 걸렸으니

장각마을에서 천왕봉에 올랐다가 갈령 까지 6시간 30분 정도면 하산이 가능할 것이다.

 

6시에 조금 넘어 문장대 관광농원에서 만나 갈령으로 이동해서 내 차를 파킹하고 조사장

차로 장각동 마을 깊숙히 들어갔다.

다행이 지키는 마을 사람들이 없어서 산행로 입구 차량 차단기가 있는 곳 까지 최대한

접근해서 얼마 안되는 공간을 비집고 차를 파킹했다.

 

약간 흐린 듯한 날씨에 계곡은 축축히 젖어 있어 등로는 서늘 했는데 속리산 천왕봉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라 생각보다 계곡의 수량이 풍부했다..

천왕봉 최단코스로 소문이 났었는데 거리가 4km나 되니 땀 깨나 흘려야 할 것 같다.

 

그래도 길은 꽤 오랜 시간 완만한 오르막을 보이다가 급격히 가파라 지면서 땀을 짜 내더니

또 능선에 올라서서는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역시 스웨트맨 조사장은 5부 능선에 올라서기도 전에 땀으로 완전 샤워를 해버렸다.

메기탕

누가 보면 옷 입은 그대로 계곡물에 풍덩 뛰어 들었다가 다시 산에 오르는 모양새다.

 

가다가 장각마을에서 우리보다 조금 앞서서 올라간 부부산님을 만났다.

참으로 부지런한 부부..

체력의 궁합도 맞아서 함께 이렇게 거친 산을 같이 탈 수 있으니 얼마나 축복 받은 일 인가?

조사장 부인이 체력이 조금만 좋았더라면 우린 조선 팔도를 함께 누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공평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흔적없이 사라져 무로 수렴되는 것이니

공평 자체의 의미도 없는 셈이다..

 

부부산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재미 없는 장각마을 왕복 말고 내쳐 주능선을 따라

문장대 찍고 화북으로 하산하는 루트에 대해 알려 주었다.

버스도 운행하고 택시비도 얼마 나오지 않으니 그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두 번의 휴식 후에 우리는 천왕봉에 도착했다.

고부기와는 문장대 일출을 보았으나 천왕봉 일출은 아직 못했다. 아직 버킷리스트에 남아 있다.

가까운 곳이니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응께

이번 추석을 내심 길일로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지리산 종주도 하고 싶고, 설악산 화채능선도 보고 싶다.

오늘 장각마을의 등로를 알았으니 언젠가 천왕봉에서 밝아 오는 새날은 성큼 다가 온 것이제….

 

 

천왕봉

속리산은 몇 번 왔지만 아들과 대간 길에 올라 보고 5년 만에 처음 올라보는 봉우리다.

가을 날 같은 여름날 가장 멋진 타이밍에 올랐다.

일망무제의 조망은 끝 간데 없이 열리고 하늘은 드 맑고 푸르다.

첩첩히 푸른 산하는 메마른 가슴을 축축히 젖어들게 하고 속세에서 유리된 깊고도 내밀한

세상의 황홀한 고독은 조용하지만 뜨거운 감동으로 소용돌이 친다.

 

이 맑은 공기와 이 시원한 바람

이 여름의 한 가운데서 내가 누릴 수 있는 대자연의 축복과 감동은 보이지 않은 힘에 의해

비로소 완성된다.

그것이 신일지

자연일지

아니면 나의 운일지 모르지만

어쨌든 시작은 기꺼이 신 새벽의 들창을 열어 젖히는 나의 마음과 작은 발걸음 이었다.

나는 떠나고 나머지는 신과 자연의 알아서 해주시는 거다.

중요한 건 어떤 신의 얼굴과 어떤 자연의 얼굴에도 경외와 가득한 신비가 있고

난 걸으면서 설레임 속에 그 것을 바라보고 느낀다.

 

산은 늘 그랬다.

그냥 거기 묵묵히 서 있는 것 만으로 말없이 나를 가르키고 깨우치게 했다.

산은 내 스승이고 어머니고 내 친구이자 애인이다..

언제가는 이 밝은 세상을 떠나갈 것이란 걸 알고 있지만 마치 먼 나라이야기인 듯 무심히

살아 가듯이

그 보다 더 빨리 산을 내려올 것이란 걸 알고 있지만 그 날을 두려워하거나 그 날은 걱정

하지 않는다.

아모르 파티!!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1”

거기 신과 자연이 같이 하리라 !!

 

할 수 있는 동안 아름다운 세상을 붙잡고 누리는 것이 다만 내가 할 일이다.

다만 오랜 세월을 보낸 내공으로 남은 소중한 삶은 낭비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840분의 천왕봉

거기에는 벌써 기념촬영을 하고 하산을 준비하는 부부산님이 있었다.

뒤이어 내가 도착하고 , 조사장이 도착하고 , 오름 길에 만난 부부산님이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가 사진을 찍으면서 분주하던 사이 안양에서 친구 셋과 함께 왔다는 젊은 친구

한 명이 도착하고 뒤이어 장각마을 에서 슬슬 올라오는데 1시간 30분이 걸렸다는

훤칠한 젊은 준족 한 명이 더 합류했다.

~ 우린 두 번 쉬면서 힘들게 2시간이 걸려 올라 왔는데 설렁 설렁 와도 30분이나 빠르니

그게 60대와 40대의 세대 차이려니

 

우야튼 오늘 천왕봉은 문전성시네….”

젊은 준족이 자기 핸펀으로 사진을 찍자 해서 기꺼이 모델이 되어 주었다.

하기사 이것도 인연이지

숱한 시간과 공간의 바다에서 우연히 같은 날 새벽에 거친 길을 열어 우린 속리산 천왕봉에서

정확히 만났으니….

나의 감동에 찬 표정이 그의 블로그를 장식해도 또한 멋지지 않을까?

따지고 보면 조사장도 젊은 날 지리산 에서 처음 만나 지금까지 친구로 남아 같이 산을

오르고 있지 않은가?

안나푸르나까지 함께 다녀오고… .

 

이별을 고하고 긴 형제봉 능선의 무등을 탄다..

형제봉 7Km 표지판이 나오자 조사장이 놀란 표정으로 돌아 보는데

일반 산길 주행의 평균속도 시간당 2.3km를 대입하면 약 3시간 갈령 까지 내려서도 4시간

정도면 충분하니 별거 아니라고 알려 주었다.

 

어제 고객들과 술 한잔 치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조사장은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은

모양이다.

땀은 멈출 줄 모르고 흘렀고 표정은 점점 무거워 졌다.

중간 바람 좋고 풍경 좋은 바위에서 잠시 휴식하며 간식을 먹었다.

조사장은 늘 아침을 안 먹고 산을 타는 것을 자랑 삼지만 뒷심이 딸리고 갑자기 피로가

가중되는 건 어쩌면 아침을 먹지 않고 출정한 탓인지도 모른다.

난 허기지면 마치 당 떨어지듯 걷기가 힘들어지나 아무리 이른 새벽이라도 배는 채우고

출발해야 한다.

오늘 아침에도 어머님 댁에서 어제 저녁에 먹었던 돼지 고기 김치 찌게를 데워서 먹고 나왔다.

 

조사장도 잠시의 휴식으로 기력을 회복하고 표정이 조금씩 밝아 졌다

이 정도면 길은 아주 편안하다.

첩첩 산중의 오지 길인데 완만하게 내려가는 육산이라 그다지 힘들지 않는데 구름 속에서

오래 머무는 태양은 나름 오늘 산행을 충실히 후견하고 있다.

가는 길에 나리 꽃이 손을 흔들고 가끔 나무들 사이오 우리가 내려 왔던 천왕봉이 올려다

보였다.

사진을 찍느라 발길이 조금 씩 느려 진다는 건 단조로운 등로에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피앗재

고단한 나그네길의 주막 같은 곳이다.

숱한 산객들이 이 곳에서 다리쉼을 하고 갔다.

오늘 우리가 걷는 이 길은 의미심장한 길이다.

백두대간이 흘러가는 길이고 서원리에서 시작하는 충북알프스가 구병산을 휘돌아 이 길목

으로 내려서는 것이다.

그리고 우복동찬은 속리산과 형제봉 시루봉과 도장산 청화산의 혈맥을 환형으로 감싸는

지역이다.

이곳에서 길은 잠시 고도를 낮추어 숨을 돌린 다음 다시 천천히 융기하여 마지막 힘을 다해

천왕봉으로 솟구쳐 오른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문장대 까지 달려 가는 것이다.

전력질주를 한 후에 대간길은 문장대 우측 능선을 따라 밤머리 재로 떨어져서 아애 바닥에

드러 누워 휴식을 취하다가 피로를 털고 일어나 다시 청화산으로 줄달음 치고 충북알프스는

가파르게 내려 앉아 속리 깊은 곳에서 배회 하다가 걸출한 관음봉을 치솟아 올리며 북으로

힘차게 진군해 나간다.

세상의 휴식이 필요한 자들이여 모두 여기로 오라 .

거침없는 젊은 열정과 삶의 빛나는 꿈들이 잠시 숨을 돌리는 이곳

 

백두대간을 두 번 하고 충북 알프스를 두 번 했으니 나는 오늘 역사적인 우복동찬 주막에서

통산 다섯번 째 휴식의 취하는 것이다.

 

조사장이 자꾸 남은 거리를 묻는다.

여기서 형제봉 까지는 1.5km 오름 길이고 그 다음 갈령 까지는 1km 정도 편하게 하산 하는

길이다.

사실 형제봉에서 갈령 까지는 약 2km 정도의 거리인데 지레 힘빠질 까봐 1km 줄여서

얘기했다.

 

먹은 물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린 조사장이 남은 물을 물었다.

400ml 정도 남았다고 보여 주었다.

지신과 비슷하게 남았다고 하면서 나중에 물을 좀 얻어 먹어야 겠다고 했다.

~

조사장이 힘들긴 힘든 모양이다.

조사장은 2.5리터 물을 가져와서 400 리터 정도가 남아 있고

1.8리터 정도 물을 가져와서 400리터 정도가 남았다.

 

어제나 그렇듯이 힘빠지 막바지 오르막이 가장 힘든 법이다.

오르막을 치고 올라서 이제 형제봉에 다 왔다고 하는 곳이 형제봉 전위봉이다.

그게 작은 형제봉인 모양이다.

 

그 곳에서 잠시 휴식을 했다.

조사장은 완전 후기 인상파로 되돌아 갔다.

젊은 친구 하나가 피로한 기색도 없이 달려 왔다.

온 곳을 물으니 묘봉 쪽에서 왔단다.

허걱!

묘봉이라….

가는 길을 물으니 구병산으로 간단다.

자기가 타고 있는 길이 충북알프스인 것도 모르는 보기엔 헐렁헐렁해 보이는 이 친구는

사실 엄청난 체력의 준족이다.

일행과 같이 오고 배낭의 부피를 보니 비박 종주를 하는 팀이다.

하루 비박으로 약 40키로의 충북 알프스를 주유하는….

나는 2 구간으로 나누어 총 22시간에 충북 알프스 종주를 완성했다.

이 친구는 내가 충북알프스에 심취하던 그 날보다 더 젊고 내 젊은 날의 체력보다 더 출중하다.

 

 

형제봉에서는 태양이 구름 밖으로 나왔다.

표정관리가 안 된다고 한사코 사진을 찍지 않겠다는 조사장을 채근해서 형제봉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남은 물 절반 이상을 따라 주었다.

 

까마득히 먼 곳에서 천왕봉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 무수한 산릉들은 인적이 사라진 곳에서

신나는 그들만의 어깨춤을 추고 있다..

 

백두대간 때 처음 만난 이후 20년의 세월이 훌쩍 흘러 갔다.

좋아하는 산을 원 없이 빠대고 살았고 회갑을 넘은 지금도 거친 길을 이렇게 웃으며 걸을 수

있으니 아쉬울 것도 후회스러울 것도 없다.

내 힘에 부치면 산 길에서 내려서서 대한 민국 올레 길을 걸으면 될 터이다.

 

그 때는 우주가 알려 줄 것이다.

그 때까지는 미리 예단하지 말고 마음이 동하는 대로 살자

나이 육십이 넘었으니 더 이상 나대지 말라는 둥

늙어서 건강하려면 소식해야 한다는 둥

그런 시답잖은 말에도 신경 쓰지 말자

그냥 해오던 방식대로 만나고 싶은 친구 만나고 가고 싶은 산에 가는 것이다.

먹고 싶은 음식 먹고 맛나는 것을 먹게 되면 과식도 하는 것이다.

 

내 몸을 나보다 누가 더 잘 안다는 말인가?

내 마음을 나 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누구인가?

 

형제봉에서 갈령 삼거리 까지 약 700미터

그리고 갈령 삼거리에서 갈령 까지가 1.3km

 

형제봉에서 갈령 삼거리 가는 길의 암봉들과 소나무 그리고 내려다 보이는 속리 세상

또한 아름답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편안한 마음으로 하산 하는 길

 

등로가 안부로 떨어지길래 갈령 삼거리가 나와야 비로소 백두대간에서 내려와 갈령

내림길로 접어든다는 생각도 까맣게 잊고 하산 하는 길로 생각했다.

지도를 보고 한 굽이 언덕을 올라 서야 한다고 얘기하자 실망감이 역력한 조사장

 

우린 바람 좋은 안부에서 다시 한 번 휴식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갈령 삼거리는 바로 그 언덕 너머에 있었다.

그 곳에서 형제봉에서 휴식하다가 뒤따라온 충북알프스 산객들을 다시 만나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큰 바위를 휘돌아 그렇게 애마가 기다리는 갈령에 내려섰다.

장각마을을 출발한 지 7시간 만이었다. .

 

 

조사장은 늑대를 피하려더 호랑이를 만난 격이다.

제대로 땀흘리고 제대로 소모되고 소진되었다.

고통스러웠지만 한 주만 지나고 나면 뿌듯함이 살아오고 다시 거친 길을 꿈꾸게 될 것이다.

 

오늘은 나 또한 나태했던 시간들 때문에 좀 힘든 길이었지만

천왕봉과 형제봉에서 내려다 본 풍경 하나로 모든 것이 상쇄되고도 남았다..

난 젊은 날의 향기를 맡았고 내가 나무등걸에 혹은 바위 위에 걸어 놓은 빛 바랜 추억

들을 다시 만났다.

아직 거친 길 위에서 아름다운 세상의 풍경에 젖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걸은 길이었다...

 

좀 뻐근하긴 하지만

7시간 만에 우복동천 남은 숙제의 반이상을 해치웠다.

이 뿌듯한 피로감이 좋다.

계곡에서 알탕을 하고 송어회를 먹기로 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

막바지에 이 비를 맞았으면 자연샤워에 세탁에 멋진 카타르시스였을 텐데

나는 애석해 하고 조사장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정작 땀에 흠뻑 젖었던 조사장은 큰일날 뻔 했다고 한다.

큰 일은 무신 큰일?”

땀에 완전히 전은 사람이 비에 젖는 걸 도대체 왜 두려워하는 것인지?

 

나는 비와도 계곡에서 알탕하고 옷을 갈아 입고 싶은데

조사장은 또 난색이다.

ㅎㅎ

이 차이가 백두대간의 성공자와 실패자를 갈랐디.

허기사 백두대간에 실패하고 경영자로 성공했으니 더j 잘된 일이긴 하겠지만….

 

우야튼 우린 이렇게 다른 데도 같이 다닌다.

다른 점은 서로가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비가 오니 생선회는 맞지 않을 거구 거친 운동후에 염소탕이나 매운탕으로 보신하

렸더니 식당을 볓 번 지나치는 바람에 우린 결국 김치찌개 한 그릇씩 나누고 헤어졌다.

해탈과 세례가 빠진 땀내 나고 꿉꿉한 최악의 뒤풀이 였다.

 

난 아직 산 기슭을 어슬렁 거리는 늙은 하이에나가 아니다.

내 가슴은 아직 뜨겁고 나는 아직 늙을 생각이 없다.

내 눈이 더 먼 곳을 바라보게 하기 위해

내 가슴에 출렁이는 바다를 들여 놓기 위해

내 다리는 더 놓은 곳으로 오르고 싶다.

 

내겐 걷는 것이 명상이고 수행이다.

오래 길을 걷다 보면 어느 길에서도 마음이 고요해지고 즐거워진다.

내리고 비우는 도의 경계를 넘나들다 보면

힘든 길도 즐겁게 걸을 수 있는 내공이 쌓인다.

 

어느 날 풍경이 말을 걸어올 것이다.

산이 하는 말 바람이 전하는 말을 알아듣게 되고

자연의 섭리와 삶의 이치에 고개가 끄덕여 질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도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산 행 일 : 2020829일 토요일

산 행 지 : 속리산 일원

산행코스 : 장각마을-천왕봉-피앗재-형제봉-갈령

소요시간 : 7시간

경유지별 시간

06:40 : 장각동 출발

08:30 : 천왕봉 (20분 휴식)

11:28 : 피앗재 (10분 휴식)

12:30 : 형제봉 (형제봉 앞 전위봉에서 약 10분 휴식)

13:40 : 갈령

 

날 씨: 흐리고 맑음 그리고 대찬 소나기

동 행 : 조사장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막 명봉산  (0) 2020.09.26
가을로 가는 길목 - 덕유산  (0) 2020.09.07
칠보산 - 속세에서 놓여나 쌍곡에 노닐다.  (0) 2020.08.23
힐링포인트 -축령산  (0) 2020.08.23
8월의 뱀사골 - 장마와 태풍 사이  (0) 2020.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