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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아름다운 데이지 꽃길 - 변산 마실길 1~2코스

 

 

 

부처님 오신날에는 내려가지 않고 오대산 소금강 산행이나 할까했는데 지난주 비소식으로

인해 마눌과 마실길을 유보한 터라 홀로 산행을 포기하고 내려갔다.

 

마눌이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6시도 채 안되어 출발이다.

자욱한 안개를 헤치고 달리다 보니 전주 톨게이틀 빠져 나오면서 밝은 태양이 솟아오른다.

청명한 날씨의 예감과 함께 멋진 바닷길 풍경이 그려진다.

 

변산 마실길은 200910월에 만들어졌고  20114 새만금전시관에서 줄포까지 66km

4구간 8코스로 확장 조성되었다.

 

2009년은 2007년 허리를 다친 이래 마눌과 100대 명산 유람을 하면서 칩거와 은둔을 하던

시기였고 2010년부터 허리가 다시 좋아지면서 잃어버린 세월을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  

산친구들과 어울려 낙동길과 대한민국 대표 오지 산들을 신나게 빠대고 다닐 때 였다.

 

전국 오지의 고봉준령을 넘나들며 그 지역의 부동산을 마구 사들일 그 때는 해발 500미터

에서도 한참 아래에 속하는 서해의 땅들은 내 눈에 들어오지 조차 않았다.

은퇴를 몇 년 앞두고 내 나름의 잃어버린 옛 친구찾기 프로잭트를 진행하면서 태안 솔향기길

안면도 노을길 등 걸었고 그 길 위에서 뒹구는 또 다른 기쁨을 만났다.

 

세월은 인생의 여울목을 구비구비 돌고돌아 난 이제 60 고개도 얼렁뚱땅 넘어가고 있다.

아직도 여전히 큰소리치며 고원의 땅들을 욕심내고 있지만 새월은 내게 타이른다.

이제 조금씩 준비하라고….

 

건강이 판가름하겠지만

70대 중반 까지는 여전히 높은 산들의 추억과 욕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코로나가 풀리면 가보고 싶은 이국의 산들도 너무 많고 돌아보아야 할 추억과 풍경도 많다.

 

하지만 이제 마눌이나 옛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살아가야할 시간이 더 많아지니

해발 500미터급 아래 땅들도 많이 사들여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서해바닷가 땅들이야 말로 노년에 더불어 기쁨을 누리기 안성맞춤인 곳 아닐까?.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가 즐비한 곳

바다를 보면 후련해지고 걷는 걸음마다 절경이 이어지니 모처럼 코에 바람 넣는 기분이

제대로 난다.

산길을 싫어하거나 산길이 무리인 친구들도 나름 만족도가 높고 트레킹을 마치고 펼펄 뛰는

회로 술한 잔 치면 말라들어가던 우정도 촉촉한 물기를 머금을 것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 계속 유보만 했던 마실길을 마눌의 채근으로 가게 되었다.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마실길이 데이지 꽃이 환상이라고

그 풍경을 꼭 보아야 한다고….

 

마음이 동하지 않는게 문제이지 가고 싶다면 어디 인들 못갈까?

우리 나이에는 먹고 싶은 것 먹고 보고 싶은 거 보고 만나고 싶은 만나면서 그렇게 사는 거지 

오대산이든 마실길이든

부처님 오신 화창한 봄날이니 어딘가는 가야할 거구

두어 시간 가까이 차를 몰고 가기만 하면 속이 후련한 바다 풍경이 다 공짜인걸….

 

대신 1~2코스를 걷자고 했다.

11km

혼자면 새만금전시장에서 격포까지 18km를 모두 걷겠지만 마눌과는 무리일 것이다.

 

 

다행이 전시관 못미쳐서 아침식사가 되는 식당이 있다.

전원 레스또랑 풍차 

이제 막 문을 열고 청소 중인데 개시 손님으로 들어가 백합죽 2그릇과 왕만두 하나를

시켰다.

죽이라 모자랄 것 같아 만두를 시켰는데 양이 많아서 만두 2개는 다 못 먹고 포장을 했다.

 

시작점은 새만금 전시관 맞은편에 있다.

주차장이 좁아서 9시경인데도 주차공간이 몇 자리 남아 있지 않다.

날은 완전히 화창하게 변했고 모처럼 마주한 후련한 바다풍경과 시원한 바람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데이지는 출발점 근처에 장관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구절초와 비슷하지만 하얀 색이 더 짙고 촘촘히 피어서 보기에 좋다.

치명적인 핸디는 향기가 없다는 거    

보기 좋은 떡이 맛 있기도 하다드만 우아하고 화사한 여인을 감싸도는 이 향기는 아카시아와

찔레 향이다.

그래서 미관상 산만한 아카시아 나무와 찔레 꽃을 베어 낼 수 없다고….

시작점에서 만난 자칭 데이지 꽃밭 조성자라고 소개하신 분의 말이다.

 

전국 3대 걷기길인 마실길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가을에는 데이지 베어내고 코스모스 씨를 뿌릴거니 그 때 또 오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마실길이 전국 3대 걷기길이라고..?

지리산 둘레길, 대청호500리길, 태안 솔향기길, 안면도 노을길, 진안 고원길 ,군산 구불길 등

그래도 제법 많은 길을 걸어 보았으니 오늘 걸어보면 비교가 될 터이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아쉽게도 1구간 등로 끝날 때까지 시작점처럼 눈길을 끄는 데이지 꽃밭을 만날 수 없었다.

   

길은 부드러운 흙길 이다.

아카시아는 끝물이고 찔레 꽃은 활짝 피어 한창이지만 바닷바람에 실려 은은하게 퍼지는

그 꽃 향기는 걷기를 아름다운 봄날의 유희로 만들어 주었다..

 

변산도로는 젊을 때부터 무던히도 지나 다녔던 길이다.

대청호 길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 차도 아래 숲길과 바닷길이 번갈아 나타나는 그런 멋진

걷기 길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 길을 걸으며  오래 전 친구들과 동부인하여 걷던 태안 솔향기길과 안면도 노을길의 낭만과

추억이 되살아 왔다..

흘러가는 세월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친구들을 길 위에서 내려가게 했지만

그래도 우린 여전히 세상의 아름다운 길을 걷는 기쁨을 누리고 있으니 감사할 일이다.

 

지루할 틈이 없다

부드러운 흙 길의 촉감과 조화로운 풍경

그리고 모처럼의 눈부시게 맑은 날씨와 부드러운 바람 속에 마주하는 홀가분하고

여유로운 시간

 

길은 숲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둔덕을 넘어 해변으로 내려선다.

초입에 만났던 몇몇 사람은 데이지 꽃밭을 돌아보고 돌아 갔는지 길 위에는

가끔 바위 위에서 다리쉼하는 갈매기 외에 그 길을 걷는 이 없다.

해수욕장 못 미친 한가로운 해변에서 마눌은 반바지로 갈아입고 난 뜨거운 커피를

한잔 마셨다.

 

밀물시에는 해변을 걸을 수 없어서 해변 위로도 길이 만들어져 있다.

조금씩 밀물이 들어 오고 있었지만 우린 한적한 해변모래사장과 풍화된 바윗길을 걸어

변산 해수욕장 전망대에 올랐다.

차를 타고 수없이 지나쳤던 전망대에 비로소 처음 올라 본 셈이다.

정자 앞으로 멋진 바다의 조망이 펼쳐지고 공원 옆으로 내려다보이는 변산해수욕장

해변은 생각보다 꽤 넓었다.

해수욕장은 날씨가 좋은 탓인지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이 모처럼 찾아온 눈부신 해변을

즐기고 있다.

우리도 해변 한 켠 그늘에 앉아 냉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오늘 벌써 두 잔이여.

 

해수욕장의 끝머리가 1코스 종료지점인 송포항이다.

2구간은 송포항 끝에서 야산길을 따라 휘돌아 가는데 9월 노랑 상사화로 유명한 길이다..

연인들의 사랑패가 걸려 있는 산 모퉁이를 돌아 해안가로 나가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천상의 화원 같은 데이지 꽃밭이 펼쳐진다.

1코스 초입과 2코스 초입인 이 곳에서 데이지 꽃들이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는데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절경이 마치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설레임을 불러 일으킨다.

  

마눌이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모르지만 이 꽃구경을 하기 위해서라도 충분히 두어 시간

차를 모는 수고를 감수할 만한 그런 풍경이었다.

우리는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대자연의 꽃밭에서 오래 머무르며 바다와 꽃이 그리는

멋진 풍경을 마음껏 가슴과 사진에 담았다.

부처님 오신 날 제대로 누린 아름다운 봄날 이었다.

 

2코스 길은 한적한 해변 길을 따라가다가 팬션타운을 가로질러 고사포 해수욕장으로

진행하고 해수욕장의 끝자락 성천항에서 끝이 난다.

고사포 해수욕장은 한 번도 들르지 않았던 해수욕장인데 넓은 울창한 송림과 넓은 해변이

인상적이었다.

 

성천항 콜택시 아저씨의 설명에 따르면

솔밭과 해변 모래사장은 변산해수욕장이 따라올 수 없는 규모이지만 찾는 사람이

변산보다 적은 이유는 해변의 낙차가 크기 때문이란다..

수심이 갑자기 깊어져서 아이들이 물놀이 하기에 위험하고 여름에 익사 사고자 자주

일어 난다니 해수욕장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일제시대 떼 해변 위로 둑을 쌓고 송림을 조성했는데 해방되고 그 땅을 마을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지금은 해변 송림의 일부를 마을사람들이 유료 오토캠팽장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공간은

지자체에서 취사가 금지된 휴식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아무리 변산과 격포의 명성에 가려진 곳이라 해도 이런 멋진 해수욕장에 한 번도 와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한적하고 낭만적인 바다

한 여름의 나른한 휴식이 감돌고 있는 송림.

어쩌면 이곳은 물장구치면서 놀일 별로 없는 노땅들을 위한 휴식과 힐링의 해변이고

사람이 붐비는 한 여름보다 노랑 상사화가 필 9월쯤이나 데이지 꽃이 만개한 요즈음이

돌아보기 좋은 곳일 것 같다.  

 

굳이 트레킹을 안하더라도 5월의 봄날에 데이지 꽃 군락과 격포 채석강을 돌아보고

항구에서 회 한사라 떠다가 고사포 해수욕장 송림에 돗자리 깔고 앉아 술 한잔 치면

꽃과 바다가 함께 가슴에 뛰어들고 그 향기가 술잔에 뜨는 멋진 소풍이 되지 않을까?

 

우리는 고사포 해변에서 휴식하는 대신 성천항 까지 코스를 모두 마무리하고 격포

어촌계에서 펄펄 뛰는 회 한사라로 회포를 풀고 돌아왔다.

 

                                                        2021년 5월 19일 수요일 부처님 오신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