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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제주3일차-성산일출봉,섭지코지,광치기해변,다랑쉬오름,절물오름,

 

 

 

제주 3일차 20111023

성산 일출봉

섭지 코지

나는 성게미역국 그리고 마눌은 쑥 떡국 (조식 포함 숙박)

다랑쉬오름

절물휴양림 & 절물오름

 

그렇게 많이 돌아 댕겼어도 TV 없는 호텔은 또 처음이다.

맥주 한 잔 마시며 마눌과 얘기하다 책을 본다고 폼만 잡다가 잠들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 났다.

마눌은 9시 까지 명상과 요가교실 스케쥴이 잡혀 있으니 오히려 자유롭게 제주의 새벽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성산 일출봉의 일출은 올 때 마다 보았으니 오늘은 광치기 해변 일출을 볼까 했는데 그랴도

이젠 다시 오는데 몇 년씩 걸리는데 그랴도 성산 일출봉엘 올라야지….

그리고 광치기 해변은 아침 먹고 마눌과 함께 들르기로 했다.

일출봉에 오르는 데 30분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잊고 1시간 이나 남겨 놓고 출발했다.

 

성산 일출봉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포구를 밝히는 달빛이 고왔다..

이렇게 맑은 고요가 또 있을까?

그 엣날 달 빛에 길을 묻던 한계령이 생각났다.

대청봉 가는 길에 이마의 등불을 끄고 휘영청 달 빛을 따라 오르던 그 아름다운 무채색의

설악 세상

나는 그 때처럼 달빛에 드리운 성산포의 낭만을 즐기며 아주 천천히 일출봉에 올랐다.

해안을 떠도는 새벽 공기는 청명하고 바람은 시원했다..

익숙하지만 그래도 먼 여행지의 설레임이 살아 오는 이 호젓한 섬의 새벽이야 말로

마음 하나로 누릴 수 있는 이승의 천국이 아닌가?.

 

구름이 있어 그 위로 태양이 떠 오르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바람은 싸늘했지만 그 결이 그리 차갑지는 않았다.

기다리던 사람들의 많은 술렁임과 설왕설래 속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조용히 묵상한 채

새날을 축복을 기다렸다.

숱한 날 숱한 곳에서 일출 앞에 섰던 나로서는 구름과 하늘에 퍼지는 붉은 햇살로도

그 시간을 가늠할 수 있지만 그 기다림 조차 경건한 구도의 시간임을 또한 알고 있다.

 

수 많은 사람들의 탄성과 함께 새날의 태양이 동해 바다 위로 솟구쳐 올랐다..

무얼 더 바랄 수 있으랴?

이 만큼의 건강과 이 만큼의 행복을 누리며 살아 가고 있는데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나와 가족들의 평화로운 삶을 보살펴 주시기을 기원했다..

 

섭지코지

동화 속의 집과 아름다운 해안 풍경의 잔상이 남아 있는 곳이다.

일출봉을 내려와서도 시간이 남아 눈부신 햇살을 어깨에 걸고 예사롭지 않은 섭지코지의

아침 풍경을 가슴에 담았다.

신선한 아침 공기가 좋고

사람이 붐비지 않는 조용한 해변 길이 너무 좋다.

 

빼어난 풍경이야 익히 알고 있지만 가을 아침은 주는 신선한 느낌은 그 길을 더욱 낭만적

으로 만들어 마치 새로운 이국의 여행지를 떠돌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등대에 올랐다가 다시 해변을 걸어 아침에 올랐던 일출봉이 코 앞에 보이는 언덕에

올랐는데 세상의 파도에 씻겨간 일출봉의과 변함 바다의 풍경이 또한 새롭다.

사진을 찍는다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가 멀리 용암 해변에서 사람의 모습이 있어그 곳

까지 내려 갔다..

바람은 세차고 파도는 자못 거칠 게 표효하며 용암 해변에서 부서진다.

 

생각지도 못한 장쾌한 풍경이었다.

얼마간 밀려 오는 파도를 넋 나간 듯 바라 보다가 닥치는 대로 셧터를 눌렀다.

같은 장소에서 찍어도 저마다 다른 파도의 모습으로 일출봉의 느낌은 모두 달랐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파도와 바람과 놀다가 화들짝 놀라서 서둘러 귀로에 오르다.

 

섭지코지의 숨겨진 비경이었다.

아마 다음에도 제주도에 오면 또 새벽 같이 성산 일출을 보고 이 곳으로 달려 올 게다.

아니 파도치는 이 해안에서 일출봉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섭지코지의 일출이 더 아름

다울 지도 모른다.

그랴!

다음엔 섭지코지에서 일출을 보고 아침 산책을 하자!~

 

광치기 해변

마눌은 아침 명상에 참가하고 요가 수업을 받다가 오늘 써야할 체력의 많은 부분을

소진해버려서 아침부터 피곤이 휘감긴 초췌한 모습이었다.

그러니 요가를 하던 사람도 아니고 생뚱맞게 휴가지까지 와서 그런 수업에 참가하여

아침부터 힘을 빼고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냐고?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으로 마눌은 쑥 떡국을 먹고 나는 성게 미역국을 먹고 광치기

해변으로 갔다.

광치기 해변은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일출봉을 코 앞에 놓고 보는 바다의 뷰가 인상적이다.

섭지코지에서 보는 일출봉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몇 년 새 일출 명소로 급 부상하고 있는 곳이다.

숲 속에 있으면 숲이 보이지 않듯이 일출봉에 오르면 정작 일출봉의 모습을 가늠하기

어렵고 단지 둥근 분화구 한 켠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감상한다.

광치기 해변에서는 각도에 따라 다양하게 일출봉과 일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일출봉이 배의 형상 이라면 뱃머리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찍을 수도 있고 배이 몸통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찍을 수도 있는 것이다……

마눌과 해변의 일부를 걷고 바다와 일출을 배경으로 해국이 흐드러진 해변의 모습을

찍었는데 그 장면이 유채 꽃이나 일출과는 또다른 모습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다랑쉬 오름

해변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다랑쉬 오름으로 이동했다.

오래 전 우연한 기회에 김영갑이란 사진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를 읽었고 자연과 함께하는

사간이 많은 사람으로서 깊은 공감을 느꼈다.

그는 병적으로 제주도의 자연과 오름에 집착했고 루게릭 병으로 두모악에서 생을 마감했는데

자연을 향한 그의 탐미주의적 시선과 광기어린 애착에 호기심을 갖게 되면서 그의 생을

엿보게 되었다.

그가 가장 사랑한 것이 용눈이 오름 이었다.

난 지난 6년 전 여행길에서 처음으로 용눈이 오름에 올랐고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예술혼과 삶의 열정을 불태웠던 두모악을 둘러 보았다

두모악에서 그의 작품을 둘러보던 날의 남다른 감회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나는 용눈이 오름에 오르고 나서 제주의 오름에 매혹되었다.

내가 다녀온 후 용눈이 오름은 휴식년제로 출입이 금지 되었다.

 

오름의 여왕

다랑쉬 오름에 따라 붙는 수사다.

다랑쉬란 분화구가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랑쉬 오름은 용눈이 오름과 거문오름과 더불어 제주 대표 오름에 속한다.

용눈이 오름의 멋진 풍경과 좋은 추억 그리고 김영갑의 기억이 이 이번 여행에서도

세개의 오름을 편입시키는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거문오름은 허가를 득해야 출입이 가능해서 다랑쉬 오름을 오르기로 했다.

오름 까지 가는 길은 외지고 잘 다듬어지지 않았다.

명성에 걸맞지 않게 별로 볼 것이 없어서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막상 오름 앞에 도착하자 정비되지 않은 주차장에는 꽤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긴 계단을 오르고 나면 지그재그로 조성된 길을 따라 정상에 오른다.

고도도 제법 높아서 다른 오름보다는 힘을 좀 써야 하지만 오름을 오르면서 내려다 보는

제주 동부해안의 풍경은 압권이다.

고도가 높아 짐에 따라 구체화되는 작은 다랑쉬(아끈다랑쉬)와 주변의 목가적인 풍경도

인상적이.

다랑쉬오름의 오르가즘은 단연 정상에서 내려다 본 후련한 동부해안의 모습

성산 일출봉이며 산방산 등이 제주의 나침반 인양 한 눈에 뚜렷이 들어 온다.

그 투명한 풍광을 위해 맑은 날씨와 후련한 바람이 한 몫을 했다.

다랑쉬의 조망을 놓고 보면 높은 산에 오른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리 높지 않은 고도에서도 이렇듯 제주의 해안의 절반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장쾌함이야 말로

제주오름의 경이로움이자 치명적인 매력이 아닐까?

 

용눈이 오름과 다랑쉬 오름은 가히 오름의 미학이고 정수라 할 수 있다.

제주의 추억과 감동을 배낭과 가슴에 더 담아내기 위해서는 웬만한 제주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것 보다 이 두 오름을 올라 보는 더 나을 것이라고 이 연사 강하게 아주 강하게 외칩니다…!!

 

다랑쉬 오름을 내려와서도 오랫동안 행복한 여행의 느낌과 여운이 따라왔다.

요가교실에서 힘빠진 마눌이 힘들어 할 것 같아 절물 휴양림 한군데 만 더 돌아 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식당에 들러서 한치물회와 전복뚝배기로 점심식사를 했다.’가격은 16,000원 같았지만

뚝배기 맛은 어제의 삼보식당 보다 못했고 밑반찬은 가짓수가 더 많고 먹을 만 했다.

 

 

절물 오름

잘 가꾸어진 정원의 쉼터….

늘 느끼는 것이지만 자연이란 이름의 정원사와 자웅을 겨룰만한 세상의 정원사는 없다.

거친 비바람에 맞 선 담대함도 없고 자기 의지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자유분방함도 없다.

그냥 너는 예쁘고 단정하다.

비바람이 가린 온실에서 어려움 없이 자라고 매일 가꾸고 토닥여 주는 손길로 시름없이 곱다.

여름날 숲에서 머물며 느리고 게을르게 휴식하기 좋은 곳이다.

하지만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없으니 내 취향에는 맞지 않는다..

더 멀리 장생의 숲길까지 연계해서 크게 돌면 4~5 시간 걸을 수 있다.

 

우리는 휴양림 안을 산책하고 절물 오름에 올랐다.

구름에 감긴 한라산이 가까이에서 올려다 보이는 다소 규모가 작은 오름 이지만 그래도

제법 고도감이 있고 관목이 우거진 분화구를 둘레를 거니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절물 오름에서 내려오면서 땅거미가 깔리고 있었다.

우린 절물오름으로 3일차 여행을 마무리하고 제주시 호텔로 이동했다.

동문시장 근처의 호텔은 교통이 가장 편리하고 지금까지 묵었던 다른 호텔들 보다

시설이 좋았다.

데스크에서 횟집과 동문시장 위치를 파악하고 거리로 나섰다.

호텔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횟집이 형성되어 있다.

예전에 정식 횟집의 횟갑이 너무 바쌌다는 기억이 남아 있어서 동문시장을 구경할 겸

걸어서 동문시장으로 갔다.

여긴 코토로나와 상관없는 다른 세상이었다.

회집마다 문전 성시고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우리는 그래도 운 좋게 한 자리를

확보하고 마음 편히 한 잔 술을 치면서 제주의 마지막 밤을 기념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가장 훌륭했던 오늘의 만찬이 가장 싼 저녁이 되었다.

술도 기분 좋게 마시고 싱싱한 회도 맛 있게 먹었다.

구태여 바닥에 깔리는 스끼 때문에 회집에 갈 것도 없이 여기 시장이 맘 편하고 좋다.

다금바리회에,뿔소라, 전복 , 문어 한치에 이르기 까지 주문만 하면 저렴하고 풍성하게

만찬을 즐길 수 있다.

 

우리는 강렬한 제주의 네온 빛이 춤추는 길을 따라 호텔로 돌아와 그렇게 바쁘고 분주했던

제주의 3일을 낭만적으로 마무리 했던 것이다.

 

내일은 1시 비행기

아침을 먹고 수협에 들러 젓갈 좀 사고 제주해안 산책하다 렌터카 반납하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 간다.

 

감질나는 제주도….

훗날 은퇴하면 한 달쯤 제주에 머물려 개발에 땀나도록 빠대고 댕기다가

제주 바람과 태양에 꾸들루들 말려서 돌아가야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