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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행

이기자 전우들 봄날 회동 - 식장산

 

이기자 전우들 봄날 회동

 


박전무님이 전화를 주셨다 ··
"
문막에 가 있다메 ! ?"

언제쩍 얘기를 ?
발써 2년이 다되어 가는데 ··

몆 개월 전에는 배회장님이 내가 여기 있는걸 알고
양양 가시는 길에 손수 담근 술 세 통이나 주고 가셨다 ··

모두 십수년 선배님들로 옛날 분들이라 정도 많다 ··

그러고 보면 원로 중에서는 김감사님이 1년쯤 지나 제일 먼저 전화를

하셨으니 그래도 제일 소식통이 좋았던 거다 ·

모두 코로나 때문이다 ··
70
후반의 선배님들이 거의 모임을 못하고 왕래도 끊고 살았다는 거 ···

세월과 같이 늙어가는 처지의 친구들조차 코로나가 무서워 모임을 회피 했으니

코로나가 만든 우리 삶의 팍팍함이 인간 삶의 소중한 관계를 흔들어

나이든 삶을 참 재미 없게 만들고 있다.

 

우리사회의 극명한 대립과 분열 역시 코로나가 잉태한 사회적 고립과

양극화로 야기된 집단 우을증상이 매사 비판적이고 냉소적으로 흐른 탓이

아닐까?


우리는 그렇게 중세 암흑기 같은 어두운 시간을 살고 있다.

마지막 떠나는 길에서도 가족의 따뜻함을 가슴에 담지 못하고

얼마 남지 않은 젊은 시간을 좋은 친구들과 함께 나누지도 못하면서… .

 

일일 확진자 60만으로 솟구친 방역 모범나라 대한민국

세상에서 가장 빨리 늙어 가는 나라에서 이젠 늙어 가는 걸 서로 위로할 수도

위로 받을 수도 없이 외로움과 동거하며 각자도생 해야 한다는 거

 

 

박전무님 왈
요즘은 세종에 있는데
호수공원 산책하는 거 말고 낙이 없다고···

참 그렇네요
돈 있어도 요트사서 호수공원에 띠울 수 없고 ·
맛 있는 식당이 있어도 친구도 후배도 부를 수 없으니 ··

제가 두번 째 은퇴하면 세종에 한번씩 가서 위 선배님들 모두 소집하겠습니다 ··
ㅎㅎ
나도 얼마 있으면 남는게 시간 일 거다.··

내가 아는 몇몇 대선배들은 돈 걱정은 아얘 할 일이 없다.

사실 늙어서 돈 이란 게 너무 없을 때가 문제지 코로나가 없었던 태평성대에도

너무 많은 돈은 애시당초 쓸 일이 별로 없다.

꾸준히 자기 관리들을 하시니 건강이 갑자기 나빠질 일도 없고

그렇다고 벤츠타고 다닐껴 ? 하루 다섯끼 먹을 껴 ?

더 오래 건강하게 살려면 차에서 내려야 하고  때깔 좋고 맛 있는 건 더 적게 먹어야 한다..

가끔 여행이나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나 한잔 기울이며 맛 있는 거 먹고

카톡 좋은 글이나 퍼나르시며 그렇게 사시는데

근데 그런 게 돈이 들어야 얼마나 들겠나?

 

이젠 해외 여행도 못하고 여럿이 어울려 딱 한 잔 술의 취기로 세상의 모든

정치인과 후랴들넘들 까대는 카타르시스도 없으니....

 

그래서 그런지 내 나이에 다시 일을 한다고 하니 본인 일처럼 기뻐하신다.

은퇴와 칩거가 길어지면서 외로음의 본질에 깊이 다가가고
일할 수 있는 기쁨에 더 통절해 지시기 때문이리라 ··
외로우신 거지

일이 떠나고 사람이 떠나는 외로움

옛 사람이 그립고, 그 질긴 세월과 처치 곤란한 자유가 사무칠 수 있는 거다..

 

그래서 가끔 생각지도 못한 후배가 전화를 하면 꼭 통화 끝에 전화 주어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으시고 몇 번 얻어 먹고 나서 술 한잔 사드리려 하면 화장실

가는 새에 또 밥값을 내고 오신다.

사실 인생 강의료로 밥은 후배들이 사야 하는데…..

 

세상의 멍청한 친구들은 잘 모른다.

삶은 낡아가지만 또한 익어 간다는 걸 ...

연륜 속에 우리 삶의 길이 있고 세상사는 지혜가 있다는 걸

세상의 모든 풍파 속에서도 반듯하게 세상을 살아가며 오랜 세월 속에

쌓아 온 지식과 경험이 우리가 더 잘 살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이란 걸

그 분들이야 말로 삶의 책사아자 현자이고 스승이란 걸…..

 

야 후배 이눔들아

수십년을 하루 같이 산에서 도를 닦은 무릉객 선배는 어떨 것 같으냐?

 

나는 그분 들의 성실한 삶과 그들의 생각에서 많은 걸 배우지만

그분들이 늙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에서 더 큰 것을 배운다.

그들은 늘 세월과 똑 같은 소리를 했다.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고

가슴 떨라고 다리심 짱짱할 때 많이 돌아 다니라고 ….

입맛 펄펄 살 때 맛 있는 거 돈 아끼지 말고 사먹고 댕기라고..

 

함께 불편한 동거를 하더라도 이제 오미크 론으로 끝나면 좋겠다.

예전처럼 가끔 그 분들과 만나서 삶의 지혜와 우리 기쁜 노년의 비책을 전수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작년 400~500 명 나오던 시절 친구들이 몸을 움츠릴 때면 나는 괜찮다고 야외 모임을

강행했다.

정작 확진자 60만을 찍는 요즘 친구들이 더 안달한다.

거리 두기 제한도 늘어났다구….

그렇지만 코로나는 대놓고 점점 더 낮은 포복으로 나를 향해 기어오고

나는 칩거와 고독을 즐기고 있다.

 

아그들아 누적 확진자 1000만 이여

국민 5명 중에 1명이 걸린 다는 야그여

시방 조짐으로 볼 때 감기 같이 별거 아니라지만

그 후유증에 관해 훗날 세월이 딴 애기 할 수도 있어.

 

ㅎㅎ 니덜은 노니까 걸려도 괜찮지

걸리면 그 불편함과 민폐는 오롯이 나의 몫이고 그 엄청난 파장은 내가

감당하기 힘들다구…...

글구 사실 느덜하고 노는 거 보다 난 혼자 노는 게 더 재미 있거덩 ….

 

 

 

박전무님 전화로 인해 이기자 전우들 생각이 났다.

문막을 그리워 하고 세종 집으로 날 초대하지 못해 안달 난 엄하사

그리고 오래 보지 못한 은퇴 후 전원 생활 농사꾼이 된 차하사

 

토요일은 친구들이나 마눌과 산에 가기 바쁘고

일요일은 시우 하루 돌보 줘야 해서 영 시간이 나지 않아

당최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아

선거일에 홀로 문막에 머물러 지난 번 비로 포기한 백운산이나 가려다가

이기자에 통발을 넣었다.

 

아직 쪽수가 많은 모임들은 너무 위험하고

이기자는 달랑 세명에 지난 겨울 모임도 경황이 없어서 추진하지 못했으니 ··

세종과 상주이니 대전모임으로 식상산 4시간 반 타고 술이나 한잔 치자고 !··

아침 8시에 대전역 동광장에서 친구들을 픽업해 방일해장국으로 가다 ·
나만 시키고 둘은 보통  !

느덜 벌써 입맛이 깔깔 해졌냐 ?

미세먼지는 좀 있는 편이고 아침에는 다소 쌀쌀했지만
날은 봄날의 환상 그 자체.

양지 바른 곳에서는 새싹이 돋아 난다.


따뜻한 남녘을 바라보는 등로로 봄 햇살은 따사로웠고 웅크렸던 가슴은 갑자기

밀려드는 봄의 기운에 싱숭생숭 물기를 머금는다

그렇게 2022년 새 봄은 이기자 전우들과 함께 맞는다.

··
좀더 큰 산을 갈 걸 그랬어 ·

정말 갑자기 찾아 온 눈부신 봄과 친구들인데…..

 

사실 욕심을 낼 끼도 했지만 당일 산행일 오가는 시간 까지 하면 너무

빡빡한 일정 인데다가 전투력을 많이 상실했을 친구들을 위한 배려 였다.. ·

안나푸르나를 같이 다녀온 차하사도 초야에 뭍혀 체력에 군열이 있을거구

엄하사는 지난 가을 단독으로 끌고 간 북바위산 체력장에서 낙제점을 받고

내게 빳ㄷ루를 먹었었다.

식장산 정상에 올라 독수리봉 가는 길 남쪽 전망대에서 커피 한잔을 마셨다.

나의 선택에 의해서 뒤바뀐 하루

오늘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백운산의 봄도 좋았을 테지…..

 

산 길을 타고 가다가 고산사 위 능선에서 잠시 길을 내려가 고산사 경내를

둘러 보았다.

어머님이 자주 다닌시 던 절

그리고 아버님을 마지막으로 보내드린 절

 

아직 기억에 생생한 그날들이 덧 없은 한낮 꿈처럼 몽롱하다.

그렇게 짧은 게 인생 이려니 ….

그 가까이 있는 죽음이란 걸

사람들이 까맣게 잊고 살아서 한편으로 편안하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내려 놓지 못하는 욕심 아니련가?

 

 

속세의 일과 생각은 웬만해서는 산으로 가져 오지 않는 데

테리네가 또 일을 쳤다.

ㅎㅎ

이것 저것 다 내려 놓으면 가장 좋은 여건 인데 늘 사서 고생하고 어렵게 산다.

 

내려 갈 때 까지 전화기 잡고 이야기 하면서 자문역을 수행하느라 봄과 친구를

함께 나눌 겨를이 없다.

그래도 이해들 하시게

우린 가족 이라네

 

독수리봉에 올랐다가 구절사로 갔다.

구절사로 임도가 개통된 걸 처음 보았다.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한낯의 따사로운 태양이 쏟아지는 절 앞마당에서 잠시 배낭을 내리고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와 여유로운 봄날을 누렸다.

 

이 절집 고양이는 참 순하다.

다가와서 재롱을 떨더니 내가 쓰다듬어 주니 발랑 누워 장난을 청한다.

절 집 아주머니가 사람을 너무 좋아 한단다..

개를 닮은 고양이다.

대청호 자연생태관에서는 아이들을 쫒아 다니며 같이 놀아 달라던 새끼고양이를

보았었다.

너무 나대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잘 따르는 저런 강아지처럼 발랄한 고양이

새끼 하나 분양 받으면 빤짝이와 잘 어울릴텐데…..

콩 심은 데 콩나는 법이니….

 

갑자기 119 구조대원들이 들이 닥쳤다.

길 잃은 큰 개가 한 마리 돌아 다녀서 신도들이 위험할 까봐 스님이 신고 하셨단다.

개가 몇 일을 굶주렸는지 갈빗대 윤곽이 다 드러나게 비쩍 말랐다.

 

스님 왈

경게심이 많아 먹을 걸 주어도 가까이 오지 않는 다고 하신다.….

무엇을 주셨냐고 물었더니

건빵 !”

 

내가 정말 생각 없이 말했다.

애구 고기 같은 맛 있는 걸 주셔야지 건빵을 주니 오니요?

 

모여든 사람들이 다 웃었다. ㅎㅎㅎ

 

안정제가 든 총을 쐈는데도 계속 어스렁 거려서 구조대원들이 그물을 가지고

건빵을 주면서 옆으로 유인하니 배가 고픈지 가까이 다가 왔다.

구절사의 봄에 시간을 너무 지체해서 우린 개를 포획하는 것 까지는 못 보고 다시

여장을 수습했다.

 

몇 굽이 능선을 더 길게 휘돌아 우린 세천 유원지로 내려섰다.

30여분 소요되는 식장산을 가장 크게 도는 등산로인데 너무 여유롭게

세월아 내월아 하는 산행이라 6시간 가까이 걸렸다.

동네산이라도 친구들이 제법 뻐근한 근육의 긴장감을 느낄 만한 운동량이었다.

그래도 좋지 않은가?

친구들과 함께 새봄을 만끽하며 움츠려 들었던 몸도 풀었으니…..

 

우린 택시를 타고 아침에 출발한 들머리로 이동했고 차량을 회수하여 마법사 아구찜으로

이동했다.

그 술 맛이 어땠을 것 같은가?

오랜 친구에, 주리 배에, 일대에 소문이 자자한 일품 요리에….

술 한잔으로 기름을 치면서 모처럼의 회포를 풀었으니 코로나에 녹슨 그 관계의 톱니

바퀴가 다시 잘 맞물려 돌아  좋은 세상 많이 함께 많이 누려야지.

우린 상전벽해하는 세월에도 늘 푸른 까까머리 사창리 청춘들일세..... 

 

 

엄하사는 그 다음주에 득달 같이 집사람을 대전에 델구와서 내가 애기해준 코스를 따라

식장산 전망대를 구경하고 임돌르 따라 차를 몰구 구절사 까지 가서 절구경 시켜주고 

아구찜 까지 잘 먹구  반은 포장해서 돌아 갔다.

 

                                이기자 전우와 함께한   2239 따뜻한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