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기행
다시 봄이 돌아 왔다..
코로나 먼지 풀풀 날리면서…..
내 생애 64번 째의 봄
세상이 뒤집어 지고 있다.
지구는 온통 전쟁 중이다.
변화하는 세상과의 전쟁
정치 전쟁
경제 전쟁
패권을 위한 진짜 전쟁
자연과의 전쟁
신과의 전쟁
4차 산업 혁명이 태동되고 인간은 손가락 하나로
아니 생각만으로 자신의 삶을 통제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애완 로봇의 짖는 소리에 잠을 깨고 스스로 가는 차로 회사로 이동한다
아니 회사는 별로 갈 필요도 없다
업무의 모든 것은 클리우드에 있고 네트웍은 세상을 연결하고 있어서
집에서도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
굳이 매연이 날리고 뜨거운 세상 속으로 여행을 떠날 필요도 없다.
가상세계에서의 여행은 더 안전하고 더 자극적이고 더 리얼하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실현하지 못한 욕구를 가상세계에서 실현할 것이다.
삶도 여행도, 게임도 ,심지어 연애와 섹스도
돈만 많이 벌면 수명은 지겨울 만치 늘어 날 것이다.
유전자 가위로 나쁜 유전자는 도려내고 잘 못된 부품은 갈아 끼고
심지어 생체 스캐너와 3D 프린터로 뇌를 복제하여 로봇안에 이식하면
영원히 죽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기상 이변은 잦아 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오래전에 생태계의 지존으로 등극한 인간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새로운 질서 하에 공동체적 질서를 유지하며 화합하던 세상은
자국의 이익과 다시 불거지는 이데올로기의 패권주의로 인해
전쟁을 부활시키고 신냉전의 카오스로 빠져 들고있다.
세상은 주도하는 자와 휘둘리는 자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늙은 이와 젊은 이
남자와 여자 등의 끊임 없는 갈등 속에서
지구 곳곳은 대립과 반목을 지속하고 있다.
레이다를 피하는 스텔스 드론이 핵을 탑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북한이나 테러리스트가 미국과 동격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늘 세상에는 어떤 형태로든 전쟁이 존재해 왔고
몇 세기에 걸쳐 악마는 예수 그리스도 보다 더 빈번하게 재림 하고 있다.
역사의 가장 큰 아이러리는 인간에게 행복과 평화를 약속하고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태동된 종교가 대부분 전쟁을 이르킨 주범이라는 사실과
악마의 광기를 안고 태어난 몇 명에 의해 인간 세상은 전쟁의 불길에 활활 타올랐다는
뼈아픈 역설 .
7500만명을 학살한 모택동
1700만명 킬링필드 대학살을 주도한 키우삼판외 크메를 루즈 일당들
인간을 태우고 그 기름으로 비누를 만들고 그 머리털로 치솔을 만들었던 히틀러
그리고 그 광기에 놀아난 수많은 전범들
휴머니즘의 종말
그리고 지극한 개인주의와 국수주의의 부활
냉담하고 비 이성적인 세상은 다시 코로나 변종처럼 악마가 깃든 돌연변이 인간의
출현과 태동을 위한 가장 적합한 토양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푸틴이나 김정은이 아니면 바이든이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세상을 향해 그 악마의 광기를 토로할 지도 모른다.
그건 너무도 간단하다.
버튼 하나 누르면 수 억이 죽고 그 것에 대한 보복으로 다시 버튼 하나 누르면
세상에는 지금 까지 본적이 없는 참혹한 지옥도가 펼쳐질 것이다.
어쩌면 그 전에 내내 인간에게 억눌렸던 신들과 자연은 더 이상 참지 못하는 임계점에서
인간보다 먼저 세상을 불바다로 만들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신들과의 전쟁은 늘 인간에 의해 시작되었다.
파국과 극단을 향해 각자의 방향으로 질주하는 세상에서
안간의 삶은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은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다.
아니 사람들은 정신의 가난과 기아란 의미 조차 알지 못할 것이다.
삶과 사람들에 대한 자비와 연민도 사라질 것이다.
정확한 계산과 실리와 효율이 지배하는 세계
로봇은 인간 같아지고 인간은 로봇 같아 지는 로봇토피아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감성은 더욱 메마르고 지적인 호기심과 기억력은 쇠퇴할 것이다.
더 오래 살겠지만 더 행복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쩌면 행복은 물질과 가상의 영역에서 채워지고 더 행복해지기 위해 사람들은
휴머니즘과 사랑을 질식 시켜야 할 것이다.
정말 겁나는 세상인가?
다이나믹한 모험이 기다리는 스릴 넘치는 변화의 세상인가?
나는 그 강렬하고도 스릴넘치는 파도를 타고 즐기며 환호작약할 것인가?
너 몇 살이야?
64살
무릉객 소설 쓰지 마라
그리고 본말을 전도 시키며 혹세무민 하지마라
세상이 아무리 뒤집어 지고 난리부르스를 쳐도 넌 이제 16년 정도면 근육의 힘이
다 빠져 나가고 30년 정도면 날 받아 놓았거나 아니면 이미 갔거나 …
너의 재력 수준으로 네 정해진 명줄보다 10년을 더 늘릴 일 없다.
아인슈타인 할애비가 와도 줄기세포가 아무리 싸져도…..
넌 미세먼지와 탄소가 사람을 질식 시키지 전에 그래도 가장 맑은 공기를 마시며
조용히 역사 속에 사라질 것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너 만의 역사 ……
인생은 딱 그만큼 거리야 …
젊은 날 꺾어서 화병에 꽃아 놓고 싶은 꽃과 늙은 날 산 길에 남겨두고 그냥 바라보고 싶은
꽃 사이
젊은 날 네 식탁에 놓인 꽃 병과 늙은 날의 네 식탁에 놓인 약병 사이
괜히 되도 않은 위기감 조장하지 말고 더 늙어서 돈이 썩어 문들어 지기 전에
가진 돈으로 잘 놀 궁리나 혀라 …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다.
내 가슴을 흔드는 나의 살 맛과 대자연과 교감하는 나의 감동과 기쁨
건강이 바래주는 데 까지는 숨이 턱에 차서 더 높은 데로 오르고 그 신바람과 산바람을
목에 걸고 세상의 아름다움 풍경을 굽어 보아야 사는 맛이 나고
펄펄 뛰는 미각과 술 맛이 살아 나고
달콤한 휴식과 숙면의 기쁨에 빠져들 수 있는 걸
그걸 무슨 수로 컴퓨터와 가상현실이 채워 줄 수 있을까?
그 날이 올 확률보다 지구가 황폐해져서 버리고 다른 행성으로 옮겨가거니 인류가 땅속이나
바닷 속으로 숨어들 확률이 더 크지 않을까?
봄의 끄트머리를 나르는 한 철 나비가 겨울 준비와 이듬해의 눈부신 봄의 여행 계획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우리 늙어가는 젊은 오빠들 한테 가장 큰 리스크는 경제도, 정치도 아니고 코로나도 아닌
봄이 점점 짧아 진다는 거
그 봄 보다 더 빨리 젊음의 샘이 빨리 마르고 있다는 거
너의 봄은 이제 회색 둥지에 앉아 멍 때라고 기다리는 게 아녀 ….
젊은은 가버리고 오지 않는 다고 한탄하는 게 아녀
봄을 만나러 남도로 가야 하고
이제 멀리 가는 젊음은 잡으러 쫒아가야 하는 거여
철든 이후 내 생애에 스토리 없는 봄이 한 번 이라도 있었을까?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일찍 떠났을 터이다.
구례와 하동을 거쳐 광양 까지
월출산의 새 봄을 보지 않아서 조사장과는 시월의 1박2일 남도 산행을 계획했고
마눌과는 3월 넷 째 주 해남과 강진의 일정을 잡았다.
26년전 은비와 태현이 까지 데리고 떠났던 먼 그 길을 따라 ….
마눌이 두륜산 대흥사를 보고 싶다해서 떠나는 길이지만 오랜 그리움을 따라
떠나는 봄 여행이다.
비가 온다고 했다.
괜찮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또 색다른 기쁨의 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일차
해창 막걸리 주조창
송호수욕장
땅끝 전망대
땅끝 탑
땅끝 마을
땅끝 조각 공원
대흥사 와 대흥사 산책길
아침 6시에 일어나 여장을 꾸려 판암동 방일 해장국 한 그릇 씩 비우고 7시 15분 출발하다.
날은 좀 흐리고 조용히 가라 앉은 분위기 …….
남도로 가는 사이 흐리고 미세 먼지 드리우 잿빛 하늘 사이 병약한 봄날의 태양이
수척한 모습으로 떠 오르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너무 많은 곳을 욕심내지 않고 산도 생략하고 남도의 힐링과 미각에 맞추
기로 하다.
해창 주조창
마눌이 정한 코스 인데
지난 겨울 조사장이 갑자기 집에 초대해서 맛 보여 준 술이였다.
대통령이 주문해서 마신 다는 막걸리
이제 까지 마셔 본 막걸리 중에서는 제일 나았다.
내가 마셔본 막걸리?
원 막걸리
증약 막걸리
공주 밤 막걸리
일동 막걸리
포천 막걸리
이동 막걸리
국순당 막걸리
장수 막걸리
원주 막걸리
지평막걸리
그리고 전에 양표가 가져왔던 막걸리가 있었는데 그 것도 맛이 괜찮았다.
걸쭉하고 진하고 좀 더 한국의 옛 맛에 가까워 양반댁 잔칫날이년 마셨을 거 가은 술의 느낌
100년의 역사가 녹아 있는 맛이었다.
남도의 음식처럼 감탄했던 남도의 술 맛. .
고개를 끄덕인 그 맛에 몇 병 인터넷 주문을 해야 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마눌이
그 술도가를 이야기 해서 경로를 잡다 보니 가장 먼저 들르게 되었다.
동네 양조장 보다는 컸지만 그 전국에 떨친 명성에 비해서는 작은 건물이었는데 고풍스런
일제시대의 건축양식이다.
오랜 세월이 가꾼 특색 있는 오래된 정원과 그 곳에 거주하는 고양이들 인상적이었다.
그에 기대어 정원이 아름다운 주조창이란 글귀를 새길만 하였다.
막걸리 2통을 2만원에 사서 다시 해남을 향하다 .
막걸리와 함께 시작하는 나른한 남도의 봄 여행이 어찌 즐겁지 않으랴 ?
봄이라 마눌이 보해 매실농원을 들렀으면 했지만 갈 길은 아즉 멀고 동선은 이미 벗어나
역방향으로 올라가야 해서 다음의 봄을 기약하기로 하다.
근데 쉽게 올 수 있을까?
다시 돌아 오는 데 26년이 걸린 해남 길인데
송호 해수욕장
가는 길에 있었다.
가다가 차를 세우고 잠시 해변과 송림을 거닐다.
해변 모래 밭이 길게 펼쳐지고 거기 한여름의 영광을 증거하는
마치 무더운 이국의 해변 풍경 같은 계절에 낡은 갈대숲 이엉의 파라솔들이
줄지여 도열해 있는
그리고 그 백사장을 따라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건강한 소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어 그 끝까지 걸어 보고 싶은 송림과 사각거리는 모래를 밟고 되돌아
오고 싶은 철지난 조용한 해변.
그 숲 길을 따라 계속 산책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아직 너무 많은 일정이 남아
있어 그렇게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땅끝 전망대
잘 기억나지 않는다.
26년 전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떠난 그 길이...
하도 오랜 세월이 지나 완도에서 배에 차를 싣고 보길도로 넘어가 땅 끝으로 나오던
그 날이
하늘도 땅도 맑은 시절
차로 보길도 이곳 저곳을 돌아 보고 땅끝으로 배를 타고 넘어 가면서 언젠가 다시 돌아와
신 길을 걷 겠노라 했는데 보길도로 다시 가는데 23년이 걸리고
마눌과 땅끝으로 다시 돌아 오는데 26년이 걸렸다..
그 동안 아이는 자라 어미가 되고 난 할아버지가 되었고 까마귀 똥 파헤치듯 파헤쳐진 삼천리
금수강산 하늘에는 시도 때도 없이 미세먼지가 날리고 공기중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가 떠돈다.
.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또 세월은 묵묵히 흘러갈 것이고
또 그 만큼의 세월이 지나면 난 배를 타고 섬을 건너는 것조차 힘에 부칠지 모른다.
선배가 그랬지
60넘으면 70은 아우토반이라고..
세월이란 넘이 무서운 건
전력 질주는 하지 않는데 도통 멈출 줄을 모른다는 거
살아서 꿈틀거리지 않으면 사람을 아주 개무시 한다는 거
이빨을 흔들고 , 머리털을 뭉텅 뭉텅 뽑아 버리고 , 애간장을 녹이다가
그라다 찍히면 한 방에 흑 보내 버린 다는 거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더 늙어지면 못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
그,려 젊어서 노는 게 더 좋지만
대한민국에서 나 같은 사람 아니고는 젊어서 노는 게 어디 그리 쉬운가?
마음가는 대로 먼저 떠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오만 가지 이유로 또 내일로
이월되는 먼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고기도 먹어 본 넘이 먹는 다고
젊어서 못 졸던 놈은 늙어도 늘 그 타령이여
그 세상을 모르는 거구 어디로 가야할 지를 모르는 거지
나중에는 그 바뻣던 시간들이 막막해지고
그 자유가 숨통을 조여오는 거지
잘 놀아 !
혼자건 , 둘이건 , 여럿이건
친구건 , 마눌이건, 가족이건 혼자건
잘 노는 게 습관이 되고
잘 놀 수 있는 넘이 진짜 잘 살 수 있는 거거덩…
이젠 어깨도 가벼워지고 아직 도가니도 싱싱하니
맑은 정신과 가벼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누리는 일만 남았지?
세월이란 넘이 얕잡아 보고 트집잡고 찍짜 붙기 전에…심통을 부리기 전에…..
두고 가기는 아까운 풍경들
순순히 늙어가기 가기엔 너무 억울한 남은 시간들…
사람은 원래 한 쪽 날개를 가지고 태어 난다지…?
고난과 역경의 산을 수 없이 넘어가고 세월의 거친 파도를 무수히 넘나들고 나서야
세상과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고
그 때쯤 되어야 비로소 한 쪽 날개가 나와서 훨훨 날아갈 수 있다지?
코로나 때문에 펼친 날개를 잠시 오므렸지만
오늘 땅끝 까지 보았으니
이제 힘찬 날개짓으로 더 넗은 세상을 향해 다시 힘차게 날아올라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아이들을 데리고 올랐던 땅 끝 전망대 가는 길은 기억이 없다
그 희미한 기억과
그 때와는 다른 모습의 전망대와 펼쳐지는 바다의 모습에 세월의 흐름을 실감한다..
전망대 한 켠의 우체통이 반가 웠다.
열심히 손 편지를 쓰던 시절의 추억
그 때는 누군가에게 많은 편지를 쌌고
지금 난 나와 세상에게 많은 편지를 쓰고 있다.
자연이 내게 얼마나 많은 위안이 되고
세월과 내게 쓰는 편지가 얼마나 기쁨과 추억이 되는지 난 한 번도 한 번도
고백하지 않았다.
하지만 땅끝의 우체통과 해남의 바다는 알고 있으리라 …..
가끔 핼쓱한 태양이 구름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땅끝 전망대에는 등을 떠미는
세찬 바람이 불어 갔다.
그러나 그 바람결은 차지 않았고
그 바다와 바람에 후련해지고 그 추억이 전해주는 따뜻한 상념으로 여행길을
감미로웠다.
우린 에전과는 다른 모습의 탑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남해바다를 내려다 보았다.
아랫 쪽 전망 데크에서 땅끝탑 까지는 바다를 내려다 보는 가파른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600미터 왕복 1.2km
너무 경사가 가팔라서 올라오는데 심신이 약한 사람은 힘이 드니 땅끝마을 3주차장으로
차를 가지고 가서 거기서 가는 편이 낫다는 친절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우린 함께 바다를 바라보는 그 길을 함께 걸어 내렸다.
바람은 소리만 내고 들이치지는 않았고 예전에는 그냥 절벽이었을 그 길은
간간히 벤치도 내어주면서 내국토의 남단 땅끝의 바다를 그렇게 가까이에서
보여 주었다.
땅끝탑은 해안가에 설치되어 있는데 한참 보수작업 중이다.
우린 땅끝 탑은 돌아보고 갈림길에서 마눌은 땅끝마을 제3주차장으로 내려
보내고 나는 온 길을 되짚어 다시 전망대 주차장으로 되돌아 갔다.
땅끝 마늘은 평상시에는 많은 관광객이 드나들던 곳인지 제법 많은 다양한
메뉴의 식당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크고 깔끔한 곳에서 남도의 백반 정식을 먹을까 했는데 마눌이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 현지인 맛집을 섭외해 놓았다.
땅끝 마을 횟집에서 점심을 !
우린 추억 여행 중이고 새벽 6시 30분에 아침밥을 먹고 지금 2시가 다 되어 가는데
무엇인들 맛이 없으랴 ?
마눌이 현지인에게 물어 찾아낸 진짜배기 맛집
해물탕에 낙지 한사라 그리고 맥주한병을 주문했다.
남도의 인심처럼 푸짐한 해물 성찬
우린 26년전의 추억여행과 살아온 날들을 자축하며 술 잔을 높여 건배했다.
땅끝 조각공원을 여행길에 넣은 것은
조각에 대한 조예보다도 아름다운 해안길 드라이브와 바다가 보이는 공원의
풍경 때문이었다.
땅끝 조각공원으로 가는 해안 길은 마치 미조항이 걸친 남해의 도로처럼 아름다웠다.
우린 가끔 동백꽃이 핀 길옆의 쉼터 정자에서 풍경을 구경하기도하고 유채 꽃이 핀
교회 앞 밭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여유롭게 남도의 해안길을 누렸다.
땅끝 조각공원
봄은 봄이다.
보리밭 이랑 너머로 보이는 바다가 남도의 봄을 먼저 알려 주었고 이제 떨어지는
동백이 겨울을 지키던 자신의 시간이 저물어 가고 새로운 봄이 오고 있음을
기별하고 나서 비로소 만난 해사한 봄처녀의 미소 였다.
조각 공원 한 켠에서 목련은 밝게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아직 새순이 돋지 않은 ‘
갈색의 숲에서 연분홍 진달래가 손을 흔들었다.
“너희는 참 빠르구나!”
오늘도 회색 도시에 있었으면 네가 벌써 봄을 데려온 걸 몰랐을 거야 !”
누군가의 정과 칼로 빗어낸 남도의 사색과 명상들이 나의 마음을 감동으로
흔들지는 않아도 잔잔한 기쁨의 파문을 던져 준다.
더 먼 쪽의 기다리는 여인은 해남의 서정과 그리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무릉객 평점 1등 ! 씩씩하고도 아름다운 여인
아름답지만 잔다르크를 닮은 씩씩한 여인의 조각상에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카렛 오하라의 모습과 콜드 마운틴의 니콜키드만 담대한 인상이 투영되었다.
이상할 것도 없다
일상과 같은 평범한 여행길조차
여행이 명작의 소설과 영화를 대하는 감동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은….
숙소 이동
밝았던 날씨는 저무는 날보다 일찍 흐리게 가라 앉고 있었다.
우린 편안한 마음으로 대흥사 경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한옥 숙소 유선관으로
이동했다.
유선관은 마눌이 예약한 숙소다.
유선관은 숙박증을 보여주면 프리 통과다 .
두륜산이 둘러 싸인 대흥사 일주문 코 앞에 위치하고 옆으로는 긴 계곡을 따라 장쾌한
계곡수가 흐른다.
대흥사
유선관에 체크 인하고 대흥사 경내를 돌아 보다 .
봄 날에 두륜산은 서너 번 쯤은 온 것 같다.
마눌과도 백대명산 길에 한 번 왔었다.
어느 날은 대흥사 길을 따라 내려온 적도 있었지만 경내를 돌아 본 기억은 없다.
가끔 비가 한 방울씩 떨어졌다.
다소 무겁게 가라 앉았지만 오히려 그런 날씨가 유서 깊은 역사를 간직한 대흥사에
더 장중한 무게감을 실어 주었다.
대한민국의 명당들에는 다 절들이 들어서 있다.
지리산의 화엄사
오대산 월정사와 적멸보궁
영주 부석사
봉화의 청량사
승주의 선암사 등에 들어서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 지는 느낌을 많이 경험했다. .
몸과 마음이 땅의 기운에 반응하고 있는 거다.
대둔산 경내에는 불국의 자비와 평화가 펄펄 날렸다.
건물 하나 하나 나무하나 하나 탑 하나 까지 찬찬히 돌아 보았다.
날이 좋지 않다고 예보되어서 그런지 절을 왕래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가끔 스님이 자나 갔고
흐린 하늘과 깔마춤하는 회색과 검정톤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물 한 켠 에서는
붉은 동백이 꽃망을 떨구고 있다.
.
스님의 거쳐 마당 안에 활짝 푸른 매화나무의 짙은 향기는 온 경내를 훼집고
계속 우리를 따라 왔다.
나보다 더 오래 살고 있는 절을 돌아 보면서 나보다 236년을 더 산 나무 아래서
제법 오랜 세월을 보낸 무릉객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날은 조금씩 저물어 가서 어느 덧 다섯 시 반이 다 되어 간다.
.그래도 숙소가 코 앞이니 마음이 바삐 가지 않는다..
대웅전에서 부처님에게 삼배를 드리느라 시간을 좀 지체 해서 경내 찻집에서
차 한잔 하렸더니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보살님이 문을 닫고 우리 한 발 앞서
.총총히 절 쪽으로 사라진다.
찻집 앞 벤치에 앉아 넓은 대흥사 마당을 바라보며 대추차 대신 가지고 간 뜨거운
물에 믹스 카피를 타서 마셨다.
매화 향에 얹히는 커피향과 차거워 지는 날의 따뜻한 한 잔의 커피도 좋았다.
지치도록 산을 빠대지 않아도 마음 한구석이 아쉽거나 불편하지 않는 걸 보면
나도 이젠 세월에 조금씩 둥글어 가고 영글어 가는 모양이다.
시공의 합일
저무는 시간의 고요함과 불심의 경건함이 마음으로 전해 오는
색다른 여행의 경험 이었다,
남도의 봄날은 그렇게 숙연한 모습으로 저물어 갔다
6시가 다 되었는데도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 계곡을 따라 산책 길에 나섰다.
이제 바람은 점점 강렬 해졌다.
태풍이라도 오는 건지 대숲은 바람을 안고 이리 저리 휘어지고 반쯤 젖은 낙엽들도
그 서슬에 놀라 이리 저리 흩날려 다녔다.
한 두 방울 씩 흩날리던 비는 우리가 반환점을 돌아 숙소로 돌아 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본격적으로 흩뿌리기 시작했다.
대흥사 부처님과 두륜산 산신령님의 보살핌이었다
우리는 저녁을 먹기 위해 차를 몰고 아래쪽 식당가로 내려갔다.
점심을 워낙 잘 먹었다 보니 딱히 끌리는 음식이 없어 마눌은 비빔밥이나 찌게 한 그릇
먹고 나는 파전 한장을 부쳐가지고 숙소로 돌아가 해창 막걸리나 한잔 치려 했다.
비 온다는 예보와 겹친 비오는 날 저녁이라 인적이 없는 식당가를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마눌이 따끈한 메밀 국수나 한 그릇 먹자고 해서 메밀국수 전문점으로 들어 갔다.
주인 내외는 오늘은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했다.
다른 때 보다 좀 일찍 들어가려고 문을 닫으려는 중이었 단다.
나는 일본식의 조그만 메밀 소바를 생각했었는데 메밀 온면은 마치 잔치국수 처럼
커다란 주발에 가득 담겨 나왔다.
밖에는 차가운 바람이 큰소리로 울고 그 바람에 비가 유리창에 들이치는 두륜산의 밤
에 어울리는 따뜻한 저녁 이었다.
별로 허기가 느껴지지 않았음에도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미각에 끌려 그 많은 메밀국수를
다 비우고 국물까지 짜 먹었다.
그렇게 세찬 바람과 바람과 비 그리고 소박한 메밀 한 사발이 우리 남도 여행 첫날의
대미를 서정적으로 장식해 주었다.
윈 따끈한 메밀 국수 한 그릇을 비룩 비가 더 굵어지고 바람이 거세진 계곡 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 왔다.
숨가빠던 해남의 하루는 그렇게 축축히 젖어 들며 조용히 마무리 되었다.
숙소는 소박하지만 고풍스러우면서도 안락했다.
TV가 없는 자연 속의 거쳐라 굳이 속세를 옮겨 올 필요가 없으니 별로 할 일이 없다.
자연 속에 조용히 머물기 자체가 곧 힐링이 되고 명상이 되려면 좀 더 내공을 쌓아야 한다.
앞으로 마주할 내 삶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흔들리거나 부족함을 느끼지 않고
스스로 고요해지는 것이야 말로 쇠약해지는 낡은 몸으로도 삶을 기쁨과 감동을 잃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술도 한 잔 걸치지 않고 추적이는 빗소리 들으며 책을 좀 읽다가 잠이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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