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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봄날의 화암사 - 야생화 천국

 

 

화암사 가는 길

날은 참으로 따뜻했다·

7
년을 기다려 꽃을 피운다던
얼레지 한송이가 눈에들어 왔다
눈에 익은 고운 여인의 반가움이다 ·

바람난 여인

그 옛날 연인산 정상에서 지천에 피어난 얼레지를 보았고
2
년전 5월 전선 두의봉에서 그 여인들을 다시 만났었다

깊은 산중에서 만난 바람난 여인의 역설적인 다소곳한 자태에서 풍기던

에로스의 향기는 바람결에 강렬했다 ·

그러데 내 사는 근교의 야산인 이 불명산에 얼레지는 한 ·두송이가 이니었다 ·
주체할 수 없는 뜨거운 정열을 억누르려 애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듯한

그러나 보랏빛 연정으로 발샨하는 치명적인 매혹을 감출 수 없는 팜므파탈

참 귀한 봄이고 귀한 꽃이다.

 

 

복수초도 보았다
겨울이 가기전에 눈속에서 성급하게 노란 꽃을 피워 멀리서 달려오는 봄을

먼저 알리는 봄의 전령
마치 설악에라도 든 것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지경이다.

그 난데없는 반가움에 여러가지 형태로사진을 찍느라

발길이 계속 밀리는 데··
그 수가 점점 많아지더니 급기야 복수초 밭이 나타난다 ·
대한민국의 숱한 산을 빠대고 다녔어도 이런 복수초 군락은 처음이다 ·

여긴 그 귀한 복수초가 노랑 민들레처럼 흔하고 봄개나리처럼 흐드러졌다 ·
누군가 가꾼 유해꽃밭에 들어와 사진을 찍는 것 같다 ·

우리의 눈을 피해다니는 복수초는 네잎크로바 같이 귀해서
신비의 베일을 쓴 봄처녀 같이 얼굴 보기가 힘든데
여긴 봄날의 꽃밭처럼 너무 흔해서 복수초 체면이 말이 아니다 ··

이 꽃밭을 본 사람들은 이게 복수초라고 생각이나 할까?

이른 봄에 꽃이 피는 복수초는 그 특징 때문에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꽃이 황금색 잔처럼 생겼다고 측금잔화(側金盞花)라고도 부르고, 눈 속에서

꽃이 핀다 하여 설연화(雪蓮花), 얼음 사이에서 꽃이 핀다고 하여

빙리화(氷里花)나 얼음꽃, 설날에 꽃이 핀다고 하여 원일초(元日草)라고도 한다.

또한, 복수초(福壽草)는 꽃말도 다양하다. ()과 장수()를 의미하는

한자어로 꽃말은 '영원한 행복', '슬픈 추억'이다.

일본에서는 '새해 복 많이 받고 장수하라'는 의미로 복수초를 선물하기도 한다

 


깊은 산에서나 운 좋으면 볼 수 있는 꽃들이 따사로운 봄햇에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내마음에서는 수미산 가는 길에 차오를 법한 볍열의 기쁨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났다.

영원한 행복은 바라지도 않지만 오늘 하루 문부신 봄날의 행복은 복수초가

전해 주었다.


기분이 절로 좋아 지는 길이다 ··
일주일의 차이
그 일주일 사이에 남도의 봄은 대전 근교애도 이렇게 봄을 마구 흩뿌렸다.

그 길을 걸으면 마음에 일던 먼지가 조용이 가라앉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
그리고 거친 계곡을 거슬러 오르고 도솔천을 건너면 거기 매화향기 가득한

불국이 선다·.
여기가 불국의 수미산이다·

지나는 바람에 극락전 풍경은 청아하게 울고
목이메는 목어는 애써 반가운 울음을 참느라 애쓰고 있다··

작은 절이 통채로 문화재다 ·
극락전은 천연기념물이고 우화루는 보물이다 ··

여기가 안도현 시인이 잘 늙어간 절
감추고 몰래 보고 싶은 절이라고 찬양에 마지 않던 화암사다 ··

처음 이 절에 들 때는 비가 추실거리는 날이었는데
중국의 깊은 산중을 배회해는 이국의 설레임이 계곡 길 내내 따라 왔다 ··
장가계의 산수를 보았던 탓이었는지도 모르지만 ···

계곡은 깊고 험해서 마치 심산유곡에 은거한 절을 찾아나서는 신비감이

가득한 길이었다 ··
그 길에 이렇게 귀한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니 ·!·

3
월 중순에 동네 야산에 먼저 놀러오는 봄처녀를 모르고
그리움의 향기를 쫓아 난 으레 그렇게 머언 남도를 배회했고나! ··

어유롭게 경내를 돌아보며 따사로운 햇살아래 한가롭게 오래 머뮬렀다가
내친 김에 불명산에 올랐다.

그리고 다시 내려와 임도를 걸었다.

봄볕이 너무 좋고 봄날이 향기가 너무 좋아 마눌이 먼 길을 돌아가자 해서…..


이쉬움이라면 문화재청에서 그 계곡 험한 곳 여기저기 데크공사를 해놓고

화암사 코앞까지 임도를 개설해서 신비한 절은 이제 대중의 절로 치환되고

있다는 거

안도현시인이 다시 돌아오면 세월 따라 변해가는 잘 늙어 간 절을 보고 어

떤 생각이 들까 ?

 

이젠 매년 봄이 오는 3월 중순에는 나도 잘 늙은 모습으로 화암사에

들어야 겠다.

 

                                                 2242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