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일차
버릇이 되어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다시 잠을 청하면 또 잠들 수 있겠지만 이왕 깼으니 잠은 또 오늘 저녁에 자면 되지
리소방도 눈을 떠서 같이 나갈까 했는데 별 생각이 없는 듯 해서 혼자 산보를 나갔다.
태형모가 아침에 같이 간다고 하긴 했는데 이서방이 통화를 하고 답이 없어서 모두 안가는
줄 알고 혼자 차를 몰고 데크가 있던 야외음악당으로 갔다.
상류 쪽에서 정상에 올라 길게 능선을 타고 숙소로 내려오면 2시간 반쯤 걸릴 게다
차를 대고 출발하려는데 태형모 전화가 왔다.
아침 6시에 가기로 해놓고 왜 그리 일찍 나갔냐고?
이서방이 전화를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할 수 없이 되돌아 갔는데 테리모와 이서방 까지 나와 있었다.
대규모 산보단이 꾸려졌으니 가파른 등사로는 생략하고 2시간여 트레킹 루트를 택했다.
약간 흐리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장령산의 아침은 상쾌했다.
계곡의 물길을 바라보며 잘 조성된 데크 산책길을 따라 크게 한 바퀴 돌았다.
돌아와 어제 끓여 놓은 김치찌개로 모두 모여 아침식사를 했다.
좀더 쫄아서 맛이 제대로 우러난 김치 찌게는 진국이었다.
어제 몇 첨 먹지 못했던 항정살이 찌게 속에 꽤 들어있어서 아침부터 김치 맛이 밴
고깃국으로 배를 채웠다.
나도 대단한 노인 아녀?
어제 그렇게 돼지고기를 구워 먹고 또 아침부터 김치국 속의 돼지고기를 건져 먹는
64세 청춘남
그 많던 참외도 바닥을 드러냈다.
식사를 하고 하나 둘 빠숴 먹더니 몇 재 남지 않자 모두들 피라냐처럼 달라 들어
남김없이 아작을 냈다.
침외 한박스는 그렇게 흔적없이 사라졌다.
요즘 설악산 비등을 위해 체중을 줄이고 몸 만들기를 하는 중인데 어제와 오늘은
완전 평상시 태평성대 식단을 훌쩍 뛰어 넘었다.
야유회 시즌이라 친구들과 바닷가로 돌아 치면서 제대로된 운동량 없이 기름진 음식들을
술과 함께 먹어치우다 보니 체중이 79kg 까지 불어 났었다..
옛날 같으면 몰라도 이제는 이 몸매무새로는 12시간 설악 비등 산행은 불가능하다.
등에 돼지고기 일곱근을 지고 등로도 없는 설악 암릉을 탄다는 게 말이 되느냐 말이다.
그랴서 비장한 각오로 단 2주 만에 75kg 까지 4키로 감량에 성공했는데 어제 오늘 다시
띠룩 띠룩 살찌는 소리가 들렸다.
“신에게는 아직 일주일의 시간이 남았 나이다.” .
당장 내일부터 스파르타식 하드 트레이닝 돌입이다.
75kg 감량으로 설악 비등 도전 !
설악산 칠성봉 비등 이란
화채능선 자락을 흘러 가는 바위 등걸을 따라 12시간쯤 설악의 심장부를 헤집어야 한다는 거
다른 곳은 그렇지 않은데 설악산 비등은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그 세상은 공룡능선이나 서북능선 등의 설악의 정규능선과는 또 양상이 다르다 .
용피리 대장과는 몽블랑을 다녀온터라 나를 알고 있으니 받아 준거지
족보 없는 64세 노인이라면 누가 낑궈 주것어?
허우적 거리면서 따라가는 것으로는 의미가 없다.
그 멋진 풍경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없다면 …
뻐꾸기 몸으로 울었다 .
제 작년 처절했던 설악산 형제봉 비등산행에서 뼈저린 교훈 이었다.
그날 설악 오지의 비등이 안나푸르나 보다도 더 힘들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정신을 집중하고 치밀하게 체력을 준비하지 않으면 절대 즐길 수 없다.
설악 비등에서 산 좀 탄다고 껍적대거나 건방을 떨다가는 코뼈 주저 앉는다.
설악 산신령님한테 싸대기 몇 대 맞으면 정신이 번쩍 나기는 커녕
정신이 반쯤 나가 혼비백산 할 것이다.
다시는 안 갈거라 했지만 그 힘겨움 속에서 만났던 풍경은 두고두고 가슴에 사무쳤고
이 여름 설악의 그 고혹적인 유혹을 끝끝내 뿌리칠 수가 없었다.
오늘의 하일라이트 향수길 수변공원 트레킹
아침을 먹고 이동하니 자로 잰 듯 시간이 정확하게 10시 30분이다.
날씨는 아침부터 푹푹 쪘는데 우린 황새터 까지 정해진 수변 길을 걷고 돌아 왔다.
사실은 그 코스가 좀 밋밋해서 며느리재 까지 산행을 연계하려고 마눌과 답사를 한 번 다녀
왔는데 예상외로 산의 굴곡과 난이도가 장난이 아니라 꽁지를 내렸던 것이다.
태형이와 타로술사 테리까지 함께한 이열치열 트레킹은 나름 즐거웠다.
누죽걸산
“누으면 죽고 걸으면 산다.”
두 발이 움직이는 의사라고 대둔산 휴양림에 써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 라고 갈파한 루소의 말처럼
퇴직한 친구들 대부분이 텃밭을 가꾸면서 매일 만보씩 걷는 걸 보면 넘쳐나는 후반부 삶의
일정 시간을 자연과 건강에 할애함은 나름 현명한 처사인 게다
세상에 네 것이 어디 있는가?
너조차 바람에 실려온 홀씨 인 것을…..
늙을수록
네 것이도 정말 네 것이 아닌 것이 참으로 많아질 것이다.
몸은 너의 집이다.
하지만 그 집이 너의 것이더냐?
한 철 나비의 고치가 그의 집이라 할 수 없듯이
평생 렌트라해도 100년을 넘기지 못하는 전세살이 일 뿐
언젠가 임대기간이 끝나면 되돌려 주어야 한다.
네 황금과 보석으로 치장할 필요까지 없지만
하자보수를 게을리하면 임대기간 만료되기 한참 전에도 여기저기 삐그덕 거리고
잘못하면 무너져 내린다.
소설가 박완서 씨가 노년에 그랬지?.
“젊었을 적의 내 몸은 나하고 가장 친하고 만만한 벗이더니
늘그막의 내 몸은 내가 한평생 모시고 길들여온 나의 가장 무서운 상전이 되었다.
훗날 관리부실로 너의 집이 흔들리고 삐걱거리면 너의 삶도 흔들릴지니
아직 힘 있을 때 조이고 기름치고 잘 관리해서 네 삶의 주도권을 네 몸에
넘겨 주지 마라
무릇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움직이는 것이라
세월이 네 몸을 낡아가지 않게 하고
세상이 네 몸을 휘두르게 하지 않게 하고
그래서 네 몸이 너의 삶을 휘두르게 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부단히 꿈틀거리는 것이다.
즐겁게 나대는 거이다.
잘 먹고 잘 노는 것이다.
그래서 네 영혼이 노래하고 네 마음이 웃게 하는 것이다.
오늘 건강한 네 몸을 쓰지 않으면 그 건강은 이월되지 않는다.
지금 안 쓰면 내일 꺼내 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관리소홀로 못쓰는 내일이 더 빨리 다가 올 뿐이다.
그것 뿐이랴?
그라다 드러누우면 완전 사콜이다.
마음대로 걸어 다닐 수 없는 순간에 네 인생에 조종이 울리고
너의 기쁨과 행복이 먼저 머리를 풀고 훨훨 하늘로 날아갈 것이다.
네가 가진 모든 것이 이젠 네 것이 아닌 것이다.
돈이 너의 것이더냐?
무릇 돈의 가치란 세상의 무엇이든 살 수 있다는 것 이지만
너의 돈은 너의 욕심과 만족 속에서 통장 속의 동그라미로 잠자다가.
한 번도 만져 보지 못한 채 어느 날 시나브로 네 곁을 떠날 것이다.
너의 돈이 었으되 너를 위해 쓰인 적이 별로 없고
내일을 위한 돈이 었으되 내일은 정작 쓸일이 별로 없는 그 돈은
너의 돈이 아니다.
예전부터 아무도 널 기다리지 않았다.
단지 네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믿는 것이었을 뿐
어느날 청춘과 사랑이 떠나갔고
사는 재미가 떠나가고 이젠 건강이 널 떠나려고 하는데
넌 오늘도 돈이 그 빈 자리를 대신해줄거라고 믿는다.
아서라
청춘보다 , 사랑보다 더 독한 넘이 그 넘이다.
청춘과 사랑은 정이라도 있어 추억과 그리움이라도 타고 찾아 오지만
철썩 같이 믿은 그넘은 두눈 시퍼렇게 뜨고 침대에 누운 널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사는 재미가 떠나고 건강이 떠나지기 전에 먼저 그 돈을 팍팍 써라.
한철 나비가 늘 걱정하면 살았던 겨울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이 너의 가장 젊은 날이고 .
젊은 오늘이 돈 맛이 제일 달달한 날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
네가 좋아하는 시간과
네가 좋아하는 세상과
네가 좋아하는 사람과 더불어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을 때
남은 네 인생을 더 빛나고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을 위해 그 돈을 써라
기억하라
네 돈은 네가 가진 돈이 아니라 네가 쓴 돈이다
부자는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많은 걸 누리는 사람이다.
아구찜 마법사
오늘은 윤서방이 쏘는 날
몇 번을 쏜다고 했는데 그 때 마다 코로나가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 넘들 눈치도 없지
윤서방이 쏜다고만 하면 생 날리 부르스를 쳤다.
그랴서 한국의 부자는 더 큰 부자가 되는 것이다.
밥 살 건수로 따지면 4~5번은 족히 넘는데
그 많은 날 오매불망 쏘기를 고대하며 대가족의 운집을 기다렸건만
오늘의 절호의 기회마저 아러저런 바쁜 사정으로 다 떨어져 나가고 12명만 남았다.
6만원 밥상 세상아라해도 막걸리 까지 20만원이 안된다.
그랴서 윤서방이 먼저 알아서 설빙 후식 코스까지 추가 선언!
55,000 짜리 소짜에 장정 3인이 버거웠던 아구찜 마법사는 풍성한 양에도 불구하고 맛도
그런대로 괜찮아서 친구들과 자주 찾았다.
물가가 오르니 가격이 5천원 오르고 미더덕이 빠지고 양도 좀 줄었다.
우야튼 우린 즐겁게 보낸 이틀을 자축하면서 막걸리 순배를 돌렸고 인정넘치는 푸짐한
성찬을 즐겁게 누렸다.
고마우이 윤서방!!
근데 내 기억으로는 아직 쏠게 더 남은 걸로 알고 있네
이번 달은 한 번 길이나다 보니 연짱 공밥에 공술이다.
친구들과 엄청 나게 싸돌아 다녔지만 내가 판만 깔아 놓으면 모두가 먼저
돈을 낸다고 난리였다.
나도 돈 있는데 이라다 버릇 되것어….
2022년 6월 26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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