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말했다 ᆞ
나의 삶은 너무 산에 치우쳐 있다고 ᆞᆞ
동생도 말했다 ᆞ
너무 산에 집중하면 나중에 내려와야할 때
삶이 너무 허하지 않겠냐고ᆞᆞ?
글쎄 ᆞᆞ
일견 맞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전혀 아니다.
아니 적어도 내 기준에는 맞는 말이 이니다 .
내겐 산이 다만 오르고 내리는 대상 만이 이니기 때문이다 ᆞ
단순한 취미 활동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ᆞ
산은 내 삶의 역사이고 내 영혼의 안식처였다 ᆞ
내겐 어머니고 스승이고. 친구고 애인이었다 .
나는 내 인생의 많은 날들을 산에서 보냈다.
아마 1주일에 한 번도 산에 가지 않은 날은 손에 꼽을 정도 일거다.
지금도 주말에 한 번 쯤은 산에 오르지만
내게 산이란 밥을 먹거나, 밥 먹고 산책에 나서거나 책 한 장 넘기는
것처럼 그냥 평범한 일상이다.
그대는 나 보다 더 적게 산에 오르겠지만
그대는 몇 권의 책을 읽고
몇 편의 영화를 보고
몇 번의 음악을 듣는가 ?
그리고 여행은 몇 번을 떠나는가 ?
난 그대 못지 않게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여행을 자주 떠나지만
사실 난 도서관의 책과 거실의 영화와 음악보다
대자연의 살아 있는 책과 사계절 살아 움직이는 풍경과
바람의 악사가 연주하는 음악이 더 아름답고 감동적이라 생각한다.
내겐 산 자체가 도서관이고 영화관이고
기대와 기쁨이 충만한 삶이 휴양지이자 아름다운 여행지이다.
명상과 사색의 정원이다.
산은 내게 책보다 더 큰 영감과 깨우침을 주고 메말라 가는 감성을 일깨우고
어느 날 갑자기 가슴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선물한다.
아름다운 예술작품의 전람회장이다.
대자연의 화폭에는 늘 가슴을 흔드는 아름다운 그림이 걸리고
산들바람이 부는 맑고 푸른 마음의 창에는 시도 때도 없이
한 편의 시가 그리움으로 날린다.
난 그 곳에서 인간이 만든 어떤 작품보다도 아름다운 무수한 신의 걸작을
감상한다.
삶을 배우는 인생대학이고 궁극의 깨달음을 구하는 수행의 도량이다..
아름다운 문학과 예술에 대한 강론을 듣고 무수한 생명의 역사에 다가간다.
안일함을 떨치는 모험의 길에 오르게 하고 도전과 열정에 관해 일깨운다.
궁극적으로 인생이란 짧은 여행길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는 지혜와 깨달음을
얻게한다.
산 이외에 내가 누리는 별다른 기쁨이 없을 거라는 생각은 운명적으로 산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내 삶의 역사를 옆에서 지켜본 친구들의 선입관 때문일
것이다 ᆞ
단지 그들의 기준에서 바라 본 산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내 삶의 한 축은 산으로 기울어 있었고 일하는 거 이외는내게 산 말고
별다른 취미활동이나 운동이 없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다른 어느 것들보다 산이 더 좋은걸 어쩌랴?
세상이 모든 것들의 가치는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값을 매기는
가에 달려 있거늘.
내게 산은 친구들이 별개로 생각하는 그 모든 삶의 황동과 취미들을 포괄하는
통섭의 학문이고 종합예술이다.
그것은 중세의 암흑기를 극복하고 르네상스를 이룩한 시대정신처럼 내 영혼과
정신을 바로 세우고 변혁시키는 혼불이었고 그것은 또한 배움이고 격조 높은
문화생활이며 구도의 길이었다.
조만간 내려와야 한다고?
산과 마찬가지로 우린 머지 않아 밥숟가락을 놓아야 한다.
그대가 밥숟가락 놓는 날을 걱정 하지 않는 것처럼 나 또한 산에서 내려오는 걸
걱정하지 않는다.
언젠가 인생대학을 졸업하겠지만 훗날의 졸업을 염두에 두고 미리 이별연습을
하기에는 우리 인생자체가 너무 짧다.
세월은 말했다.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흘러가는 거라고 …
산은 늘 내게 말했다.
카르페디엠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고…
"지금 나의 사랑을 보여주어야 한다" 고….
대학을 졸업해서 그 졸업장으로 30년을 잘 살았던 것처럼 인생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그 곳에서 쌓은 지식과 지혜로 또 한 30년은 잘 살 수 있지 않겠나?
졸업할 때 사람들은 오히려 공부에 열을 올리는 것처럼 졸업할 날이 가까워 지니
더 열심히 오르고 더 많이 배워야지
나는 단순이 산에 오르는 게 아니라 도를 닦고 있는 것이다..
그 도란 도인들이 오랜 고통과 피나는 수행의 통해 깨달음을 얻음으로써 궁극에 도달
코자 하는 피안의 지복과 같은 거창한 도가 아니라 단지 오랫동안 산의 언저리를 기웃
거린 것 만으로도 다가갈 수 있는 한 줄기 깨달음의 빛 같은 것이다.
근본 없는 마음의 두려움과 미망에서 벗어나 원래의 평화로운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나의 도란 산에 오르거나 산을 내려오거나 변함없이 잘 살아 갈 수 있고 산을 내려놓고도
산에 든 것처럼 편안하고 고요해질 수 있으면 족한 그런 도이다.
단지 아직 그 때가 아니라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분에 넘친 행복을 누리고 있을
뿐이다.
나는 추억여행 중이다.
나 홀로 혹은 산 친구들과 함께한 30년 세월
그 바람 같이 흘러간 30년 세월에 대한 민국의 웬만한 산은 다 올랐다.
지금 가는 어느 산이라도 나의 땀과 아름다운 추억에 관한 기쁨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 시간들이 나를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고 세월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나를 만들었고
많은 부족함 속에서도 정신적 풍요를 누릴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게 즐겁고 기쁘게 살아온 나의 역사로 인해 나는 남은 나의 인생 역시 허비하지 않고
잘 살아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
내가 산에 오르지 못하는 날은 신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산에 오르기 못해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고 지금까지 그래 온 것처럼 잘 살아갈 수
있으리란 걸...
그 때 쯤이면 나의 도는 경지에 올라서 산에 오르지 않아도 아파트 창가에 앉아서 부드러운
고원의 산바람을 느끼고 들개처럼 용명스럽게 백두대간을 질주하지 않아도 거친 호흡과
장대한 대자연의 흥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란 걸.
숱한 세월에 벼리고 산 속에서 맑고 고요해진 마음이 그렇게 만들어 주고 나의 타임캡슐인
내 블로그가 도와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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