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삶이란
바람이 불어가 듯
구름이 피어나 듯
그렇게 조화롭고 자유로워야 하는 것인데
어지러운 세상에 물든 어지러운 생이 삶을 힘들고 복잡하게 한다.
마음의 평화를 유지 하지 못하면 스스로 흔들릴 것이다.
세상이 세뇌하는 왜곡된 가치에 마음을 빼앗기고
세상이 조장하는 두려움에 휘둘릴 것이다.
꼭 산꼭대기에 올라야 행복한 것일까?
우리가 꼭 어디를 가야 행복한 지점 이란 없다.
삶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은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교행하기도 하고 교차되기도 한다.
그렇게 행불행의 날실과 씨실이 교차하여 우리 삶을 만들어 간다.
인생이란 물레에서 행,불행의 실은 자아내는 것은 다 마음이 하는 일이다.
같은 길을 걸어도 찡그리고 힘들게 걷는 사람이 있고
콧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도 항상 부족함에 전전긍긍 하는 사람이 있고
더 적게 가지고도 많이 가진 것처럼 여유로운 사람이 있다.
정말 행복한 사람은 많은걸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자신이 가진 것으로 많은 걸 누리는 사람이다.
보고 싶은 풍경이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고
먹고 싶은 음식이 있고
하고 싶은 게 있고
가고 싶은 데가 있는 그런 사람
우리는 습관적으로 불평을 입에 달고 살고 마음의 저울은 불행 쪽으로 더 기울어
있지만 생각과 마음을 바꿈으로서 저울을 반대편으로 기울게 할 수 있다
행복은 늘 여기저기 아무렇지도 않게 뒹굴어 다닌다.
단지 황금에 눈이 먼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는 것일 뿐
찾으려 마음 먹으면 한나절에도 배낭 가득 실어낼 수 있다.
행복은 비어 낸 마음의 그릇에 담긴다.
내 그릇이 쓸데 없는 무언가로 가득 채워져 있기에 내 행복이 담길 데가 없는 것이다.
삶의 이치가 다 그렇다
스스로 고요하고 맑아지면 세상 또한 맑고 고요해 진다.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면 내게 좋은 친구가 생기고
내가 아름다운 것들을 바라보고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기고 보이지 않던 행복이 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래야 사는 게 즐거워지고 남은 인생 세월에게 네다바이 당하지 않을 것이다.
작년 여름 조사장과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며 두타와 청옥길을 걸었다.
9시간여 산행으로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은 평화롭고 내내 즐거웠다.
청옥의 보물을 손에 넣으려면 두타의 문을 지나야 한다.
우리는 그날 두타의 관문에 들어서지 않고 학등의 날등을 따라 직접 불국의
보물이 보관되어 있는 청옥산 정상에 올랐다.
불국 수호병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내밀하게...
그리고 시침 뚝 떼고 마치 오래 전에 불국에 들어 소요하다 속세로 돌아가는 듯
천연덕스럽게 두타의 문을 열고 나와 유유자적하게 선계의 구름이 일렁이는
몽환의 길을 따라 속세로 돌아 왔다.
그날 우리가 불국의 보물을 손에 넣었을까 넣지 못했을까?
난 그날 내내 행복했고 그 여운은 오래 남았다.
내 가슴 속에 쌓여 있던 수 많은 세속의 찌꺼기들이 녹아 내리고 그 곳에는 큰 산의
울림과 아름다운 풍경들이 채워졌다.
난 안다.
그것이 청옥의 정상에 감추어진 불국의 보물이 아었다는 걸.
그날 조사장이 신문 기사를 보고 와서는 그 힘겨운 와중에 내게 베틀바위를 보여 주었다.
자기는 안 보아도 상관 없지만 내가 좋아할 것 같다며 굳이 어렵게 내려 온 산길에서
오름 길을 헤집어 두타의 옆구리에 비장된 베틀바위를 보여 주었다.
나는 그 풍경에 경탄을 금치 못했고 올 가을 마눌에게도 그 풍경을 꼭 보여주기로 했다.
세월은 빠르게 흘러 갔다.
내가 언제까지 문막에 있을지 모른다.
있는 동안 친구들도 자주 왔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내 산 욕심을 채우기는 어려웠다.
혼자 많이 떠났다.
주말에 집에 내려가기 바쁜 와중에도 계절이 바뀔 때면 짬짬히 틈을 내서 야음을 틈탄 추억
여행과 명상 여행을 감행했다.
마눌과는 두 해에 걸쳐 함백산에서 두문동재를 거쳐 검룡소 하산하는 고원의 실크로드를
걸었다.
다시 가을이 돌아 왔다.
바람결은 싸늘해지고 산은 그 여름의 전설을 내리고 풍요와 성숙의 빛으로 겸허해졌다.
올해 가을 마눌과 다시 두타에 드는 날짜는 이미 오래 전에 확정되었다.
두타의 단풍이 가장 좋을 셋째주 금요일 .
그곳을 주말에 간다는 건 자연 속에 아니라 그냥 사람 속에 부대끼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의사표현일 뿐이다.
난 도시의 탕아였다ᆞ
이렇게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걸 오늘에사 알았다.
아니 어느 새벽길 명봉의 숲이 황금색으로 물들고 바람길에 단풍나무가 안개속에서
유난히 붉은 옷을 입은 걸 보긴 했는데 신계행의 가을사랑이 떠오르는 대신
그 가을은 씻김굿의 서늘하고도 섬찟한 느낌으로 찾아 왔었다.
오늘 무릉계를 거쳐 두타의 문을두드리니 비로소 가을 대문이 활짝 열였다.
무릉객이 1년 만에 마눌을 대동하고 다시 무릉계를 찾아 온 거다.
그 길에서 뻣뻣하게 굳어가던 감성이 촉촉히 되살아 났다.
다시 송벽 난간에 기대어 탄성과 한숨을 내쉬다 보니 아해의 호기심이 푸득푸득
홰를치더라
가을은 요산요수이고 유유상종이다.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슬기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가고 바다로 가지만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끼리 모여서 무리 지어 떠나고
불행한 사람들은 그늘진 도시의 구석에서 그들끼리 어울려 세상을 성토하고
암울한 인생을 비관한다.
근주자적
붉은것 가까이 있으면 내 마음도 붉어진다
행복하기를 원하면 네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곳으로 가라
잃어버린 열정이 다시 꿈틀거리고 다시 꿈꿀 수 있는 나를 만나고 싶으면
대자연이 붉게 타오르는 가을 숲으로 가라.
그리고 나서 비로소 겨울 속에 잠들어라…
또 내년의 아름다운 봄을 꿈꾸면서…
세상은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자꾸 헷갈리게 하지만
산이 자장 아름다워지는 계절을 잊지 않는 것 만으로도 사는 게 즐거워질 수 있다.
2년 째 봄 꽃과 가을 단풍의 빛깔이 좋지 않다.
인간이 만들어낸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에 따른 물 부족 현상 때문이다.
여름이외에 고르게 유지되던 강수와 강설량은 꽃이 개화하는 봄과 나무가 결실을 준비
하는 가을에 지속되는 만성적인 가뭄으로 건조한 상태가 되어버리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내가 세월에 늙어가듯 아름다운 자연도 만족을 모르는 인간의 욕심에 의해 더 일찍 늙어 간다.
그래서 지금이 너의 가장 젊은 날이고 지금의 자연이 가장 아름다울 때이다.
지금 떠나지 않으면 내일 떠나지 못할 지도 모른다.
설령 더 훗날 떠나더라도 분명 지금보다 재미 있지 않을 것이다.
나는 늙어서 힘들과 자연은 목마르고 아파서 힘들고…..
두타산 베틀바위와 마천루 산행을 위해 마눌이 목요일 저녁에 올라와서 함께 저녁을 먹고
문막에서 하루를 유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여장을 수습하고 6시 30분 쯤에 집을 나서서 중간 바다가 보이는
동해 휴게소에서 잠시 바닷바람을 쐬고 9시 30분 경에 두타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근처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한 그릇씩 비우고 10시에 배틀바위를 향해 출발했다.
바람은 다소 세게 불고 날씨는 흐렸지만 바람결은 그리 차지 않았다.
베틀바위의 낙차가 너무 크다는 생각에 마천루에서 역방향으로 회귀할까 했는데 인터넷
정보검색으로 잔뜩 겁먹은 마눌이 베틀바위 산행 후 마천루 산행은 접고 중간 산길에서
비상탈출로를 통해 하산할 기상천외한 궁리를 했다.
나는 계속 진행하여 마천루 까지 산행하면서 크게 돌아 내려오고 마늘은 중간에 내려서서
얼레지 쉼터에서 견우직녀처럼 만나자고…
상황에 따라 그것도 나름 괜찮은 생각일 수 있어서 “그라지머”하며 베틀바위로 올랐지만
우리 길은 이미 가을과 두타가 확정해 놓았다.
매표소를 나서자 마자 베틀바위 오르는 길이 있다.
입구에서 1.5 km정도 거리 인데 낙차가 크고 가파르다 보니 한 시간은 잡아야 한다.
고은 시인이 노래했지?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그 꽃 !”
마눌의 페이스에 맞추어 찬찬히 그 길을 오르다 보니 그날 조사장과의 급한 내림길에서
보지 못했던 미세한 풍경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단풍의 빛깔은 예전 만큼 화려하지 못해도 잿빛도시에서 늙어가는 늙은 새에게
두타의 숲은 여전히 그윽한 향기와 눈부신 자태로 유혹하는 젊은 연인이었다.
“안녕 ! 나여 . 무릉객 ! 1년 만이네 !
난 베틀바위에서 많은 사진을 찍었고 우린 베틀바위에서 오래 휴식 했다.
조사장과 두타산 하산길에서 베틀바위로 이동할 때는 몰랐는데 베틀바위에서 갈림길
비상 탈줄로까지 길은 생각보다 낙차가 큰 내림길이 이어졌다.
그건 베틀바위 쪽 등산로가 힘들다고 반대편 마천루부터 오르고 베틀바위로 넘어가는 것
또한 만만치는 않은 길이라는 거
비상탈출로 갈림길에서 마천루 까지는 오름길이 이어지겠지만 1.2km 거리에 불과 했다.
마눌이 혼자 비상탈출로로 내려가는 것보다 좀 힘들어도 마천루를 돌아보고 보고 내려가는
게 훨씬 타당한 결정 이었다.
지금 놓고 가면 두고두고 후회할 천상절경을 지척에 두고..
마천루 가는 길에서 바라 본 두타산과 청옥산의 자태는 웅장했다.
정작 9시간에 걸쳐 두타와 청옥을 종주하는 장도 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두타와 청옥의
장대한 파노라마가 물결쳤다.
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주고 풍경은 갈수록 점입가경이어서 거친 길의 힘겨움을 의식할
새도 없이 가슴은 부풀어 오르고 입에서는 탄성과 신음이 절로 났다.
처음 대하는 내 산하의 아름다운 풍경
마천루 가는 길에서는 놓고 가기 아까운 풍경들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아니 그 위에 단지 가을애 내려 앉은 것 만으로 풍경은 이미 이승의 경계를 넘어섰다..
우린 충분히 휴식하고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그 풍경을 만끽 했다.
마늘은 다소 힘이 부쳤겠지만 충분히 감수하고 남을 만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나는 길길이 날뛰는 종마처럼 바위 벽을 넘나들면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난간 없는 바위 절벽 앞에 까지 가서 사진 찍는 나를 가슴조리며 바라보던 여자 산님이
오죽했으면 제발 안으로 들어오셔서 사진 찍으시라 했을까?
날씨와 풍경의 많은 후원이 있었지만 마눌은 오랜만에 제법 거친 장도를 무탈히 마무리했다.
“그랴 이정도는 소화해야 무릉객과 같이 남은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무리 없이 돌아볼 수
있는거지”
잘한 일이여 !
마천루에서 바라본 두타세상이며 팔 장끼고 내내 우리를 내려다 본 고릴라 바위며
나야 언젠가는 또 다시 오겠지만 마눌은 오늘 아니면 언제 또 베틀바위 보다 더 아름다운
마천루 길을 걸어 볼 수 있겠능가?
베틀바위 산성길은 동해시와 동부지방산림청에서 무릉계곡 숲길 내 안전사고 예방과
보호가치가 높은 산림보호구역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된 공동산림사업으로 2019년
9월 착공해 2020년 8월 1일 베틀바위전망대가 1차 개방되고 지난해 6월 10일 두타산
협곡 마천루까지 4.7km 전 구간이 2차로 완전 개방됐다.
산꾼의 산에서 일반인의 산길로 내려선 투타의 실크로드는 말만 들으면 실감이 나지 않는다.
가을에 꼭 가보시라 !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 거기 있더라
그 동안 베일에 가리고 갈 길이 막혀 있던 그 풍경들에 길을 내어 신선의 나라로 다리를
연결해 놓았더라..
2022년 10월 21일 셋째 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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