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삼년산성
이기자 모임이 무산되고 다시 회사모임도 무산되다.
가을은 시람을 바쁘게 하는 모양이다.
흘러가는 가을에 손 만 흔들어 주면 되는 건가?
내가 바라보거나 말거나 말없이 익어가다가 어느 날 훌쩍 떠나갈 가을이지만
가슴으로 배웅해야 할 사랑이라
마눌과 허허롭게 가을 속으로 떠나다..
너무 멀지 않으면서 그리 힘들지 않은 곳을 찾다 보니
가딩님이 가까운데 보석 같은 곳이라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삼년산성이 눈에 들어왔다
삼년산성만 돌아보면 다소 짧을 수 있겠지만 농경문화관에서 시작하여 대아리고분군
까지 역사향토길을 연결하고 복원된 산성 까지 돌아보면 쉬엄쉬엄 4시간 정도가 소요되니
부족하지 않은 산책길이 되겠다ᆞ
어머님과 아침식시를 하고 집에 돌아와 출발하댜.
저물어 가는 가을이 아까워 바람 쐬러 떠나는 근교 산책 길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그 길에 내려 앉은 고운 가을 덕에 모처럼 여유롭고 가슴 푸근한
여행길이었다.
구수한 낙엽 냄새를 타고 온 가을은 한껏 치장한 아리따운 처자의 홍안을 바라보는
그윽한 눈길에 머물다가 싱숭생숭 가을을 앓는 남자의 서정에도 무등을 탄다..
한국 대표 가을 산에서 한 껏 높이진 눈에도 전혀 식상하거나 허술해 보이지 않는다
삼년산성 또한 나름의 개성으로 물드는 계절을 채색하고 자신의 목청으로 가을을 노래한다 ᆞ
농경문화관과 삼년산성은 잘 가뀌진 정원이고 대아리 가는 길은 높지 않은 능선을 따라
흘러가는 부드럽고 편안한 오솔 길이다.
삼년산성을 한 바퀴 도는 건
기분좋은 가을 풍경과 역사 속으로의 회귀 !
아득한 세월이 지나고 산성으로 이어지는 그 길은
삶을 지켜내는 비장한 마지막 보루가 아니라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기원하는 탑돌이와 소망 같은 것이었다
사람마다 그리는 노후의 삶의 모습은 각자 다를 것이다 ᆞ
많은 남자들에게 전윈 주택과 아름다운 정원 가꾸기는 삶의 로망이다 ᆞ
하지만 난 전원주택에서 정원을 가꾸며 늙어 가고 싶지 않다.
세상에 널린 게 아름다운 나의 정원인데
계절이 바뀔 때면 무수한 사연과 아름다운 추억으로 심금을 울리는 편지를
보내와도 공사가 다망하여 다 못 가보거늘
그 작은 집과 손바닥 만한 정원을 가꾸느라 노력과 수고를 낭비하면서
낙엽처럼 말라가고 싶지 않다..
난 그 시간에 여행을 떠나겠다
그래서 아름다운 정원과 편안한 쉼터가 있는 곳을 더 많이 알아 두겠다.
삼년산성은 내 생각이 맞다는 걸 알려주는 또 히나의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그런 정원은 나라에서 정원사를 고용하여 관리하지만
나의 정원 대부분은 자연이란 이름의 출중한 정원사가 관리한다 ᆞ
전국방방 곡곡에
아니 세계 곳곳에 내 아름다운 정원이 이렇듯 많은데.
그저 가서 둘러보고 순환하는 계절의 감회에 젖고
살아가는 날의 기쁨에 젖으면 되거늘……
손재주도 없는 내가 굳이 정원을 가꿀 필요가 있능가?
내 수중에 다 가져야 행복한 건 아니다.
내 수중에 없어도 내 것처럼 누리고 내 것으로 생각하면 그게 다 내 것인 데
따로 욕심 부릴 일이 무에 있을까?
단지 욕심과 집착을 내리면 한 발 더 행복에 다가갈 수 있는거 아닌가?
내 사는 집은 도시에 있고 편안한 아파트면 족하다 .
유지하기 위해 애쓸 것도 없이 누군가 다 관리 해주니 그보다 늙어가는
몸을 더 잘 챙겨주는 집이 어디에 있을까?
도시는 노후에 더 필요한 많은 편익과 안락함과 안정감을 준다.
은퇴한 자는 일이 부족하고 시간이 넘친다.
사람들은 전원으로 떠나는 이유는 낭만과 로망을 찾기 위함이 크지만
넘치는 시간을 해결하고 도시에서 소외 받고 싶지 않은 욕망과 기대
또한 살아 있기 때문이다..
늙어서는 사는 게 더 재미가 있어야한다.
왜냐구?
이젠 떠날 날이 점점 가까워 지고 있는거 아닌가?.
아니 떠날 날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해도 떠 나고 싶지 않은 날이 잰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으니 시간이 더 아까운 거다.
이것저것 세상의 욕심을 내려 놓고
또 삶의 많은 짐을 내려 놓아서 홀가분하지 않는가?
구들장 지고 드러 눕기 전 까지는 사느라 바빠서 못한 거 다 해보고
일하느라 못 논 거 제대로 놀아 보아야지.
도시는 재미거리가 많다
도시의 숲인 도서관과 부족한 모험과 여행 채워주는 영화관이 있고
내가 요리하지 않고도 입땡기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나의 심심함을 달래줄 친구도 않다.
혼자 명상하는 시간도 좋지만
늙을수록 우린 가끔은 사람들 사이에서 끈끈한 유대감과 사회적인 연대감을 느껴야 하고
때론 친구와 술 한잔 앞에 놓고 세상 살아가는 얘기도 풀어 놓아야 하지 않는가?
난 느긋하고 여유롭게 그 혜택을 누리다가 도시 생활이 권태로워 지거나 답답해지면
언제든지 내 정원으로 훌쩍 떠나겠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정원을 가꾸는 것 보다 그게 더 내 적성에 맞을 것 같다.
우야튼 도시에 발을 딛고 등을 대고 있으되 자주 밖으로 싸돌아 댕기는게 좋다.
건강을 유지하고 가슴이 메마르지 않게 하지 위해서….
자연으로 돌아 가라
거기 아름다운 내 정원으로…..
도시에 웅크린 삶은 사람의 활력 빼앗아 가고 몸 안에 독소가 독소가 쌓이게 한다.
그래서 세상에서 쌓인 독소를 배출하고 도시에서 잃어버린 기력을 되찾지 위해
열심히 떠나야 한다.
부자는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가진 것에 상관 없이 많은 것을 누리는 사람이다.
돈은 많아도 자신의 정원이 많지 않는 사람은 부자가 아니고 돈 없는 사람보다
더 가난한 사람이다.
우린 늙을수록 또한 자연 속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우쨌든 나의 결론은
도시에서 살면서 문화적 물질적 혀택을 누리고
자주 자연속으로 떠나면서 정신적 정서적인 결핍을 채운다 ᆞ
그리고 친구들과 더불어 즐겁게 늙어간다.
선결요건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ᆞ
아이의 호기심과 젊은이의 열정을 잃지 말아야 한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늙어가게 해서는 안된다.
마음이 편안하면 고요해지고
고요해지면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세상의 소음과 에 휩쓸리지 않는다.
끝 !
이것이 다만 무릉객 개똥철학의 진수다.
우린 가을이 익어가는 메타 쉐콰이어 길을 따라 북문에 올랐고
동문에서 성을 빠져 나가 호젓하고 발이 편한 능선 길을 따라 대야리 고분군 까지 갔다.
중간에 전망대에서 편히 휴식하면서 점심도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셨다.
고분군을 휘돌아 내려와서 산허리 길을 따라 내리면 주차장과 창고 건물로 내려선다.
그 곳에서 과수원을 따라 올라 동문 갈림길로 회귀해서 다시 동문을 통과해 성으로
들어간다.
동문을 들어가면 진행 반대방향으로 진행한다.
남문 서문을 돌아 다시 출발지 북문으로 가서 원래 올라왔던 농경문화관으로 원점회귀한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성문을 한 바퀴 돌아 보는 것 인데 잘 가꾸어진 정원과 같은
삼년산성과 그 산성에 드리운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북문을 지나자 마자 나오는 전망대와 서문 가는 길 전망대에서 바라 보는 주변의
풍경은 가을의 선물에 얹어지는 커피 쿠폰과 같은 보너스다.
산 책 일 : 2022년 11월 5일 토요일
산 책 지 : 보은 삼년 산성
산책코스 : 보은 농경문화관(산림욕장)주차장ㅡ 메타쉐콰이어길ㅡ북문 ㅡ동문
ㅡ대야리 고분군 ㅡ소형주차장ㅡ동문갈림길ㅡ 동문ㅡ남문ㅡ서문ㅡ북문 ㅡ 원점
거 리 : 약 7km 약 15,000보
소요시간 : 천천히 약 4시간
날 씨 : 맑고 바람 시원 / 미세먼지 없고 조망 멀리까지 굿
동 행 : 마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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