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는 날은 흐렸다.
어머니 댁에서 아침을 먹고 8시쯤 길을 나섰다.
고향가는 설레임 보다.
그노무 애물단지….
말고 많고 탈도 많은 논 때문이다.
군말 없이 논을 부쳐 주면 좋은데 세월은 흐르고 승화형은 늙어 가고
쌀 값은 떨어진다니 소작 인들 쉬우랴만
땅 주인과 소작인이 갑과 을을 바뀐 지 오래다.
고향엔 이제 죄 늙은이 들만 있고 경지 정리가 안된 논이라 나설 만한 사람이 없어
승화형이 더 이상 못하면 농지은행에 맡겨야 하는데 받아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절대 농지라 땅 값은 오를 일이 없고
땅을 부칠 이가 없으면 놀려야 하는데 해마다 과태료를 물어야 하고 ‘
팔자니 8년 자경 조건을 충족 못했으니 태반을 세금으로 뜯겨야 한다,
문제는 팔 수도 없다는 거
기계농사를 하기도 어려운데다 축사로 전환이 안 되는 농지라 살 사람도 없다는 거
두 번 째 은퇴하면 주소지 옮겨 놓고 직불금 내가 타고 직접 농사를 지어야지 원
우야튼 소작인의 호출에 할 수 없이 가는 고향 길이다.
문제는 만나서 풀어야 하고 오랫 만에 먼저 회룡포나 돌아 보며 회포나 풀어야 겠다..
승화 형님네 하고 윤택형님네 하고 두 군데 들려야 하니 대전에서 2만원 짜리 천혜향
두 박스 사 놓았는데 모처럼 방문이라 백화수복이라도 한 병씩 더 살라고 점촌 농협에
들렀다.
근데 가만 생각하니 누가 요즘 이런 약한 정종을 먹을까 싶다.
그렇다고 소주 한 박스를 사가면 70을 넘긴 형수들이 좋아할까 ?
그랴서 건강식품 검은콩 두유 2박스를 샀다.
완전 흐린 날씨에 보은을 지나서부터 자욱한 안개가 점촌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더 짙어졌다.
춘삼월 봄날이나 가야 좋을 낀데 오늘은 때도 안 맞고 길일도 아닌 듯 하지만 운동삼아
옛 추억길을 걸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아래 내복을 벗고 위도 등산 쉐터로 갈아 입을 까 하다가 등산화만 갈아 신고 출발 했는데
안개 낀 스산한 날씨는 차갑고 바람결은 제법 매서워서 별 문제는 없었다..
예전에 귀연 산친구들과 하루 일정으로 예천 관광을 했는데 예천인근은 의외로 돌아 볼 곳이
많아서 아주 알찬 하루 여행이 되었다.
친구들과 등산을 하고 회룡포 뿅뿅 다리를 건넌 기억은 나는데 코스는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 때는 청산님이 주선한 스케듈 대로 따라 갔고 큰 산이 아니라 코스에 별로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차가운 바람에 결빙된 소나무 숲과 그 속을 떠도는 안개 그리고 인적없는 사위의
고요함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세월은 많이 흘렀다.
우린 우리가 젊은 시절 밟고 지나 온 아름다운 추억의 장소에 다 가보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새로 가보아야 할 곳 또한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추억의 장소와 새로운 낯선 곳에 대한 마음이 느끼는 감상의 결은 다르다
구수한 된장국의 맛과 산해진미 어우러진 슬 맛의 차이라고나 할까?
옛 길이 추억과 명상에 더 가깝다.
스믈스물믈퍼지는 안개가 산 위에서도 회룡포를 내다 보지 못하게 하고 오래된 추억과
상념들만 자꾸 데리고 왔다.
안개 흐르는 장안사를 돌아 보았다.
천년 신라 때 창건된 절이라는 데 스님들이 썼는가?
안치한 미륵불 칭송이 가히 거침 없는 명문이라!
끝 없는 천지에 꺼지지 않는 큰 등불이요.
기나긴 세월에 진리의 밝은 눈이라
하늘을 이불 삼고 산을 베게 삼아
달을 촛불 삼고 바다를 술 잔 삼아
크게 취해 엄연히 일어나 춤을 추니
문득 큰 소맷자락 곤륜산이 걸리네
경내를 돌아 보고 올라가는 길에는 행운의 계단이 있는데 몇 개의 계단을 올라 설 때 마다
시가 쓰여진 현판이 하나 씩 걸려 있다.
신경림의 나목도 있다
裸 木
- 신경림
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
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
밤이면 메마른 손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
드러낸 몸통에서 흙 속에 박은 뿌리까지
그것으로 말끔히 씻어내려는 것이겠지
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
뒤틀린 허리에 배인 구질구질한 나날이야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어
한밤에 내려 몸을 덮는 눈 따위
흔들어 시원스레 털어 다시 알몸이 되겠지만
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뜨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신경림이 노래한 나목은 애초에 고목 이었다.
푸른 시절을 모두 보내고 이제 상처와 뒤틀린 허리를 들어 내 놓은
나목은 이제 감추고 더 욕심 내고 할 것도 없다.
저자의 시각과 그 시를 통해 고목을 바라 보는 사람마다의 시각에는 편향이 있다.
나무는 메마른 가슴으로 별빛과 달빛을 받아 내며 스스로를 맑게 씻으며 살아 왔다.
어쩌면 그렇게 울음을 터뜨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멀리서 누군가 우는 사람의 동병상련으로 위안 받으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늙은 나목은 지금 그 헐벗음 만으로 외롭고 고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려운 시절도 많았겠지만 고목의 지나온 삶도 우리의 삶처럼 낭만적이고 좋은
날이 더 많았지 않을까?
어렵고 힘든 날들을 꿋꿋이 견뎠기 때문에 초라하지 않고 헐벗은 맨 몸으로도 그렇게
당당히 서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부터 더 힘들어 지겠지만 지금까지 살아 온 그 내공으로 남은 여생 잘 살다가
하나의 밀알로 되 돌아 갈 것이다.
멀리서 부둥켜 안고 울던 사람들이 다 떠나고 난 후 ...
우리가 가늠 할 수 없는 아주 먼 훗날에
지난 번에 읽은 석가모니 말씀이 가슴에 떠 올랐다.
세상 모든 것들은 영원하지 않다.
고통이 너를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네가 그 고통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누구도 우리를 구원하지 못한다.
그 어떤 누구도 구원할 수 없고 하지도 못한다.
단지 자신만이 스스로를 구원 할 수 있다.
길은 회룡포 물길저럼 부드럽고 유유자적 했다..
용포 마을로 내려 설 때 까지 회룡포의 모습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용포마을에서 한 굽이 길을 돌아 오르자 거기 낯익은 회룡포 물줄기가 반긴다.
오늘도 차가운 날씨라 강물에 발을 담글 수 없지만 우린 다시 옛날의 물길에 발을
담글 수 없다.
과거는 지나 갔다.
지금 내가 누리는 현재도 서둘러 과거로 갈 것이다.
석가모니 말씀이 죽비처럼 가슴을 다시 후려쳤다..
결코 과거에 구애 받지 마라.
과거는 단지 교훈이었을 뿐이며 그것이 너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게 해서는 안 된다..
네가 사랑하는 삶을 살아라 .
네가 사는 삶을 사랑하라.
인생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빗 속에서 춤추는 것이다.
예전에는 회룡포 마을 길을 가로 질러 갔다.
이 번에는 오른 쪽으로 둘레길 방향 산길로 진행했다.
그래 ! 이 길을 걸어야 비로소 회룡포의 윤곽이 눈에 들어 온다.
우린 늘 서두르다 보니 너무 멀리서 풍경을 바라보고 발길을 돌리거나
너무 풍경 깊숙히 들어간 나머지 그 전체적인 그림을 보지 못한다.
둘레길에는 벤치도 있고 편안한 오솔길로 이어지는데 평화로운 회룡포가
내려다 보인다.
회룡포 산책은 1시간 30분 걸렸다.
가는 길에 잠시 삼강주막 구경을 허고 용궁 박달식당에서 점심으로 순대국밥을 한 그릇
먹었다.
용궁에서 할아버지 사시던 엣 고향 토치는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승화형네 집에 들러 얘기를 나누다가 논을 돌아 보고 윤택형님네에 인사차 가서 두어시간
이러저러 얘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5시가 넘어 간다.
해는 길어 졌지만
너무 늦으면 또 저녁 때가 되어 부담을 드릴까봐 털고 일어 났다.
노을이 지는 고향 산천의 모습은 먼 옛날 동심에 새겨진 그 모습과는 많이 변했다.
내가 세월에 낡아간 것처럼 고향은 쓸쓸하고 황량해졌다.
그 옛날 물방개 잡던 연못도 사라지고 걸어서 닿았던 기차역도 사라졌다.
연못이 있는 그 곳을 기억을 더듬어 찾아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 다음으로
미루었다.
다만 율현 역 위치를 찾으려고 기차길 옆 도로를 따라 한 참을 달렸지만 어린 날의 기억에
남아 있는 역의 위치를 가늠할 수 없었다.
어땠거나 이래저래 다음에 다시 와야 할 이유가 많은 내 고향이었다.
가는 길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산소에 인사 드리지 못한 것이 생각 났다.
여기 까지 와서도 찾아 뵙지 못했으니 많이 서운해 하시겠다.
“할아버지 할머니 다음에는 꼭 들릴께요 !”
2월 두 번째 주말
어머니댁 7시 30분도착
막걸리 한잔,
다음날 예천기행 회룡포 ᆞ삼강주막
박달식당 ᆞ 순대국밥 곱배기
승화형네 방문 논 돌아봄
윤택 성님네 방문
나 밀라서 잘 몰라 보겠다고하시네ᆞ
저녁에와서 돌아 와서 외식 ㅡ 동태찌게
겁나게 많이줌
산타아리나글루바인 마시다 ᆞ
범죄도시2 관람
스릴과 박진감이 넘쳐서 잠이 달아났다
눈을 떼지 못하게 계속 몰입하게 되는 영화
잔인하지만 영화에 결부된 유머가 잔인함을 누그러 뜨린다 .
일요일 아침에 5시 30분에 눈떠서 똥누고 또 자서 7시40분에 일어나다 ᆞ
인셉션 영화 ㅡ놀란 감독 디카프리오 주연
주연의 다소 난해한 영화인데 이야기 전개가 기발하고 장면이 다이나믹하다.
아침도 식구들과 같이 하지 못학고 끝까지 보다
채이가 와서 재미 있게 놀다
낯설이를 안하고 이제 많이 친해짐
김밥으로 4시에 점심겸 저녁 먹고 문막으로 돌아오다 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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