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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신과의 동행 - 계룡산 눈세상 1 (지석골-삼불봉)

 

 

 

갑작스레 날리는 눈에 지라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216일은 전인회 송년회 날인데 이기자 송년회는 토요일을 피해 일요일로 확정되어

토요일의 자유가 주어졌다.

 

애초에 무모 했었다.

전인회 송년회에서 술을 자제할 것도 아니면서 다음날 천왕봉 산행을 할꺼라고 호기롭게

배낭을 꾸렸으니

그것도 백무동 왕복으로 마무리하는게 아니라 연하선경을 따라 촛대바위를 보고 한신계곡

으로 내려오겠다고?

이건
독아의 목마름인가?
쇠락을 거부하는 존재의 몸부림 인가 ?

무릉객 ! 요즘 몸 좀 가벼워졌다고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녀?”

계획은 창대하고 그 용기는 가상하지만 이 깊은 겨울에 그 앞뒤 안 돌아 보는 무모함은

어머니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그리고 이젠 겸손 하고 조심해야지

어느 날 세월에게 느닺없이 뒷통시를 가격당할 빌미를 만들지 않도록

 

모처럼 술자라에서 술술 넘어가는 술에 제동도 걸지 않고 2차에 노래까지 몇 곡 부르고

11시다 되어 집으로 돌아와 지리산의 여장을 꾸렸다.

술기운에 객기까지 얹어 보무도당당하게 ᆢ!

그리고 리고 12시가 다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음날 새벽 5시에 일어나긴 했는데 머리가

아프고 몸이 무겁다 ᆢ

어제 그렇게 술 마시고 이 추운날씨에 2시간 차 몰구 가서 9시간 산타고 내려와 
다시 2시간

차를몰고 오겠노라고 ?
아서라 무릉객 ! 애초에 그건 만용 이었어
겁을 상실하고 개념을상실한 늙은 노인의 주사

깨갱깨갱 !”
나는 그렇게 꽁지를 내리고 계룡산으로 떠났다ᆞ

계룡은 무릉객의 봉이여
언제나 제대로 계획 잡아 간일 별로 없이 늘 자선으로 택하는 밀려 가는
오늘 무릉객 계룡산 신령님께 또 한 대 허벌나게 까이게 생겼네?

 

 


지석골 학림사
6시기 좀 넘은 캄캄한 밤에 학림사 일주문네 도착했는데 창을 열고 나가니 이거  뭔일이다냐 ?
시방 여기가 북극이여?
생손이 쇠에 쩍짝 달라 붇고 찬바람이 목과 코를 아프게 후비는 이 아침은  ?

지석골은 자존심이었다.

명색이 지리산 천왕봉을 호언하고나서 큰 배재 길로 올라가기에는 좀 낯 부끄러워서

겨울산의 고행보시라도 해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서 ...

아직 들 깬 음주보행에 계룡 산신령님 가호가 있기를 !

 

남매탑 가는 길
반디를 걸었다ᆞ
고어텍스 자켓 미트로 스미는 한기에 발이 시리고 어깨기 시리댜
치악산 일줄 산햄 만은 못하지만 상황을 보니 얼린 손과발은 오래 해동되지 않을 모양이다.

학림사를 지난 산행들머리에 붉은 전광판이 번득인댜
한파 및 대설 주의보 - 입산통제 !
그리고 차단기가 엄중히 내려져 있다

어짜피 말 들을 무릉객이 아니니 앞으로는 이렇게 띠워 주세요 !
무릉객 제외 모든 산객 입산통제 !

예상외로 적설이 제법 많다
어둠 속에서 광포한 바람의 흔적도 잡힌다 ᆢ

등산로에서 몸에 열이 오르기 전 까지는 나를 감싸는 어둠 속에서도 잡념을 떨치기가

어려운데 떠오르는 상념이 내 생각이 아닌 듯 밀쳐 두기로 했다..

그냥 빛의 동심원 안에 들어온 어둠 속의 풍경들을 묵묵히 바라보고 물끄러미 나를
들여다 보기로 했다 ᆞ
아이젠을 하지 않았다 .
발이 밀려야 오르는 길이 더 힘들고 힘이 들어야 몸에 열기가 빨리 오를테니

 

날은 조금씩 밝아 왔다.

적당한 열이 오른 작은 배재 갈림길에서 눈밭 위에 배낭을 내리고 아이젠을 했다.
갑자기 산님 한분이 올라 왔다
인사를 건네니 의외의 만남이라는 듯 한참을 바라보다 인사를 하고 내쳐 갈 길을 간다..


저 진구도 능선을따라 큰배재로 내려설 모양이다ᆞ
뒷 태에서 뿜어 나오는 고강한 고수의 포스

익숙한 지석골 능선에 올라섰다
한단계 더 심오해진 싸늘한 냉기가 온몸을 휘감고 바람은 쇳소리 내며 열심히 올려 놓은

체온을 한 방에 날리며 섬뜩한 인사를 건넨다..

능선에 올라섰다고 넋 놓고 서 있다가는 동태여 !”

눈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그렇지 않아도 거친 길이긴 한데 많은 눈이 쌓여 있으니 진행이 더디다.

다져진 눈이 아니라 부슬부슬 쌓인 채로 러셀이 되지 않은 눈

 

열심히 가는 길에 하늘에서는 떡가루 같은 하얀 눈이 춤추며 내렸다.

눈은 싫증나도록 많이 다녀 이젠 지루할 지경인 그 길을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로 만들어

놓고 길은 느닺 없이 안면을 바꾸고 예의를 치리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마치 쌩까며 같이 히히덕거리다가 점호시간에 표변하던 이중사저럼 .
"
흐미 ~~ 이 길이 내가 뻑하면 새벽 같이 달려외 걷던 그 길이 맞는겨? ?"

늙는다는 건 마음이 먼저 약해지는 것이지만
몸도 마음도 다 변함없다고 우겨 대도 몸의 유연성과 반사신경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세월에 뻣뻣해진 몸은 그만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아진다는 의미ᆞ

설악 비등에서도 통절히 느꼈는데, 눈덮힌 절벽과 미끄러운 바윗길을 로프를 잡고 오르내리

자니 오늘도 나이와 세윌은 못 속인다는 그 말이 마음에 새삼 와 닿네

술은 이미 확 깨고 정신은 번쩍 났다 .

한겨울 적설이 이렇게 많을 때 이 구간은 걸어본 적이 없다.

속도가 늦더라도 최대한 안전을 도모하다 보니 속도는 느리다. !

신렁님 위엄과 가오다시 짱 ! 이건 완전 눈 내린 공룡능선 포스여 !.

계룡산신령님 무릉객 기죽이기….

승냥이 울음소리를 내는 칼바람에 눈발까지 세차게 휘날리면서 장대한 백두대간의 추억과

긴장감마저 소환하며 압박을 가하신다..

눈이 귀해진 대전에서 쉽사리 좀처럼 보기 힘든 많은 눈이다.
또 대차게 많은 눈이 내린다 해도 푹해진 겨울 날씨에 오래 남아 있지 않으니 통제가

풀리면 눈 꽃은 쉽게 져버려 맥빠진 풍경이 되기 일쑤다
오늘이야 말로 대차게 추운 날씨에 거센 눈발까지 위날리니 제대로된 타이밍이다.

이 길은 몇일 전 큰 눈이 오고도 지나간 산객이 없었던 모양이다.
길 위에는 선명한 발지국 하나만 나 있었다.
아까 작은 배재에서 나를 추월해 가던 그 친구 빌자욱

능선이 트인 곳에서는 굵은 눈이 정면에서 돌진 해왔다.
장엄한 풍경이었다ᆞ
대천 해변에서 만났던 그날
이후 늘 만나보고 싶은 풍경중의 하나였다
눈은 능선에서 비람의 강렬한 비트음률에 맞춰 역동적인 군무를 추고

내 가슴은 지나간 날의 추억과 뜨겁게 포옹했다.

임금봉에서 함박눈이 정면으로 달려드는 통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ᆞ
산에서 이런 눈을 맞는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난 아무런 사고 없이 폭설의 눈밭을 거쳐 무사히 큰배재로 내려서서

이젠 목가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편안한 길을 따라 남매탐으로 넘어 갔다.

 

남매탑
눈덮힌 오뉘탑은 말이없다.
배가 고팠으므로 요기할 곳이 필요해서 암자로 내려서서 처마 벤취에 눈을 쓸고 앉았다..
손과 발은 시리지만 바람이 막히니 살 것 같아 허기가 동한다.
빵과 고구마, 계란으로 요기를 하고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마시는데 또 앞이 안보이는 함박눈이

쏟아진다 .
바람조차 없으니 눈과 동심의 기쁨이 함께 춤추며 내려오는 여기가 번뇌와 미망이 사라진 불국

이다.
그 흥에겨워 암자 마당으로 뛰어나가 사진을 찍는데 나도 나무처럼 금셰 흰눈을 뒤집어 쓴다.

 

음식도 먹고 뜨거운 커피가 몸 안으로 흘러드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고 힘이 다시 솟구친다.
그 불국의 풍경과 그 곳에 걸린 고요와 낭만을 홀로 한 참 누리다가 삼불봉의 길을 잡는다.

 

삼불봉가는길

부부산님이 내려온다ᆞ
능선에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 도저히 삼불봉에 오르지 못하겠어서 내려오는 길이란다.
아깝다.
오늘같은 이런 황금의 기회에 계룡에 들고도 중도에 하산을 하다니..

"
잘가세요 !"
부부산님의 그 얘기는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입산은 통제됐고 난 이 기막힌 절경을

맑은 아침으로 다시 깨어난 순백의 신의 정원을 혼자 누릴 수 있다는 거 아닌가 ?

삼불봉

아무도 없는 봉우리

아무도 없지만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남아 있는 봉우리

아무도 없는 봉우리는 한 두 번 보나 ?

근데 아무도 없는 봉우릭에 홀로 서면 내려다 보이는 세상이 다 내세상만 같아서 더 기분이

좋아 진다.

 

                                                                                                           12월 17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