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으로 출근해야 해서 차를 가지고 온 터라 새벽에 가믄 되니 친구들과 술 한잔 쳐도
되는데 그렇게 보내고 싶지 않은 일요일이다.
여기저기 다 만나야 할 사람들인데 누굴 만나나?
술 한잔 약속이면 또 하루가 다 간다.
친구들아 기다려라 .
비싸게 구는 게 아니라 아직 가을이 물러나지 않은 주말이라 바쁘다,
다시 자유시대가 도래할 날이 멀지 않았으니…..
마눌과도 어제 산책을 했고 시우가 온다는 소리도 없는데 날씨도 포근하고 화창할
것으로 예상 되어 저녁부터 또 역마살이 달뜬다.
어디를 가고 싶니?
조사장이나 친구들과 가기 힘든 곳이면서 멀지 않은 곳
5시간 30분 민주지산과 삼도봉을 휘돌아 내리고 싶지만 거그는 겨울에 눈발 날릴 때
가야쥐
안 가본 길이면서 좀 빡센 길을 떠 올리다가 번뜩 생각난 곳
그래 완주의 해골 바위가 딱이다.!
완주 동상면 운일암 반일암도 지나 가는데 좀 먼 거 아닌가?
차로 1시간 40분씩이나 걸리긴 하지만 2시간은 안 넘어 가잖아 !
기당님의 GPX 파일을 다운 받고 들머리 주소를 챙겨 배낭을 꾸려 놓고 10시 40분에
잠들다
7시부터 산을 타기 위해 5시 30분에는 출발하려 했는데
아침 5시 20분에 일어나서 어제 순대와 막걸리가 어우려져 만들어낸 카리스마 넘치는
슬러지를 말끔히 처리하여 몸을 가볍게 한 다음 뜨거운 물 까지 한 잔 들이키니
시간이란 넘 그렇지 않아도 지혼자 잘도 가는데..
바위산이라 하반신 몸풀기 체조까정 마치고 출발하니 6시가 다 되었다
흐미~~~
가다가 또 추부 인근 로타리에서 잠시 홀망치는 바람에 자동차 알바까지 !
들머리 주차장에 도착 여장을 꾸리고 출발성에 선 시간이 7시 50분이여 !
이거 아침 운동이 아니라 출근일세 …..
처음에 슬로우 모션으로 천천히 워밍업으로 시작했는데 갈수록 포스가 남 달랐어 !
주차장에 산악회 버스가 한 대 서 있는 걸루 봐서는 해골바위는 꽤 유명한 산임에
틀림 없는 겨 !.
가다가 암벽타기 훈련장도 있구….
그 유명한 해골바위 까지는 그리 인상적인 코스는 없는 무난한 길
7부 능선 정도에 위치한 해골바위는 예상대로 멋져 부러
화강암의 단단한 겉 껍질이 깨어져 나가고 오랜 세월의 비바람이 무른 속살을
후벼파서 해골처럼 앙상한 바위를 빚어낸 자연의 걸작
쁑쁑 난 구멍 속으로 들어가서 사진 한 장 찍어야 하는디 찍어줄 사람이 없어라 ….
그냥 한 번 바라 본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거지
해골바위 위에 오르자 반대편 능선으로 떠 오른 태양이 황금빛 햇살을 쏟아 낸다.
그 호젓함에 바라다 보는 풍경의 화려함이 더해져 기분이 더 좋아지는 길이다.
장군봉 가는 길의 풍경은 고도를 높일수록 시야는 점점 넓어져 갔고 풍경은
점입가경으로 차달았다.
이렇게 출중한 산길인데
사람들은 왜 빼어난 능선의 풍경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서 내 뇌리에는 해골바위만
각인되어 있었던 거야?
높이 나는 매의 눈으로 굽어보는 마치 강원도 인 듯한 웅장한 산세
그리고 거친 낙차를 이루며 도열한 다이나믹한 바위 능선들
오르는 재미와 내려다 보이는 멋 그리고 한적한 오지의 호젓한 낭만과 호방함 까지
겸비한 팔방미인이다.
다 좋은데 너무 과도하게 안전 강화를 해 놓아서 산이 많이 아프것어
쇠 발판에 철봉 난간에 로프에 ……
나보다 더 숏다리들은 고생좀 하겠지만
위험한 특급 죄수처럼 이렇게 산에 재갈을 물리고 로프와 쇠사슬로 칭칭 감아 놓으면
워떡하냐구?
좀 위험하긴 해도 로프만 잘 달아 놓으면 되는 건데…
그래야 산타는 맛도 살고 정신집중과 정신수양도되는 거지
이래서 스릴과 서스펜스를 겸비한 오지의 산들은 안타깝게도 인간들에 의해 강제
무장해제 당하고 그 당당한 카리스마를 거세당한 채 서서히 늙어가는 거야
산은 야생마 같은 격렬한 자유분방함이 길들여진 채 풀 죽은 모습으로 나를 바라 보았어
"우짜냐?"
세월은 변함없이 산을 푸르게 하는데
대자연의 한 피조물에 불과한 한철 나비 같은 인간이 스스로 사람의 터전을 파괴하고
황폐하게 하는 격이네
생태게의 지존인 인간만 사라자면 온 누리에 평화가 깃들텐데......
험한산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람 살리려 이렇게 산을 질식시키는 곳에서 떨어져 죽으면
완전 개죽음이여 ….
풀장에서익사하는 꼴 ……
금남정맥 능선으로 올라서서 정상가는 길은 편안한 실크로드 였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 장군봉의 바위벽과 일대를 말 없이 바라보는 두꺼비 바위가 앉아 있고
잠시 숙연한 명상의 시간이 지나면 등로는 계곡 아래로 급하게 쳐 내렸다가 거미처럼
바위벽을 기어 오른다.
장군봉
장군봉의 정상은 오른 쪽인데 난 왼 쪽으로 진행했다.
거기 대적할 수 없는 당당한 장군의 카리스마를 보여 주는 바위들이 있다.
발 아래 오지의 산 세상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출중한 뷰가 단연 압권이다.
표석도 확인 하지 못한 채 난 일대에 군림하는 그 포스에 압도되어 그 곳이 당연히
장군봉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곳에서 다소 늦은 조촐한 아침 식사를 했다.
고구마 1개, 계란 1개, 단감2개, 춐코파이 1개, 두유 1개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 리본이 나부끼는 등로를 따라 하산 했다.
전환이 전화가 왔다.
“남중이 죽었다”
결국 그렇게 되었다.
3년 전 아들 장가보낼 때만 해도 쌩쌩했는데 상태가 안 좋아 병원에 입원해서
투병중이라더니 끝내 박차고 일어나지 못했다.
참 허망한 삶이다.
그렇게 아등바등 해서 아들 딸 다 잘 키우고 살만 해졌는데
이제 좀 홀가분해져서 맘 편히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게 되었는데 서둘러 떠나야
하다니….
영수나 남중이나 그 삶의 궤적이 너무도 비슷하다.
바야흐로 죽음의 그림자가 도처에 난무하는 22년 하반기다.
조부장님이 가셨고
영수가 갔고 관섭아재도 떠나셨다.
불과 지난 주에 젊은 영택이 죽더니 이번에는 아직 한참 대인 남중이도 갔다.
아마도 스트레스가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
영수나 남중이나 모두 총무팀장으로 노조관리를 맡고 있었는데 성격상 감당하기
버거웠던 젊은 날의 그 일들이 명을 재촉하지는 않았을까?
천사의 노래로 고이 잠들기를…
그리고 고통 없는 세상에서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
내려다보이는 구수리 마을이 자꾸 멀어졌다.
“이 길이 아닌 개벼!”
아무래도 이상해서 가딩님의 경로를 열어보니 난 하산로에서 벗어나 열심히
금남정맥 길을 가고 있다.
다시 내려온 길을 되짚어 올라가는 중에 마눌 전화가 왔다.
시우네가 집에 온다고,,,,
지금 페이스면 한 시와 두 시 사이에 도착이 가능할 것 같다고 답하고 회군을 서두르다.
뒷걸음질이 그리 멀지 않아서 어렵지 않게 전망바위에 다사 도착하여 반대방향으로
진행하니 아까 올라온 길 좌측에 떡 허니 장군봉이 버티고 있다.
그려 이정도 수려한 산세를 가진 산봉우리에 표석 하나 없을 리가 없지 .
경치에 취해서 난 장군봉 표석을 찾아 볼 생각도 못 했었네….
장군봉의 뷰도 이미 올랐던 좌측편 바위 전망대에 비교해 손색이 없고 바위 아래는 넓은
공터도 있다.
등과 배 그리고 허벅지 여기 지기 감추어진 쓰린 상처를 안고도 장군은 그렇게 당당했다.
흰 눈이 오는 날 꼭 다시 보러 오고 싶다.…
그 상처가 흰 눈 아래 감추어진 평화로운 모습이 보고 싶고
모골이 송연한 두려움과 처절한 공포 속에서 되살아 나의 야성을 만고 싶고
이 곳에서 눈 덮힌 오지 산하의 장대한 풍경을 내려다 보고 싶다.
겨울에 오면 정말제대로된 산행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주에는 장군봉이 예정되어 있었던 거다.
어제 가려던 세종 장군봉과 장군산에 오르지 못했으니 오늘 완주의 장군봉에 오게 되었다.
우야튼 신기하다.
오기 전까지는 해골바위만 생각했지 정상이 장군봉이라는 걸 잊었었다.
누군가 거기서 황망히 텐트를 걷고 있다.
정상에서 홀로 비박을 한 산님
달팽이 집을 이 험한 산정 까지 가져 올라와 홀로 밤을 보낼 만큼 힘 좋고 열정적이다.
올라온 구수리 마을이 바로 아래로 내려다 보이고 직벽의 바위를 따라 발디딜 곳에 철제
난간이 설치 되어 있다.
올라오면서 바짝 고추선 직벽의 위세에 눌려 망연자실 기가 꺾인 채 오르려 않는 부인을
독려하는 남편을 보며 옛날 생각이 났다.
안전시설이 강화되어 있어도 철계단 같은 안전한 시설이 아니라 위험에 노출되고 공포심을
자극하는 불안한 시설이라 산을 자주하지 않는 사람들이 오기에는 버거운 산이다.
바로 위가 정상이니 힘을 내시라 하고 가던 길을 계속 내려 갔다.
고도는 급격히 낮아 졌고 급하게 하강하면서 바라보는 뷰의 감흥도 떨어져서 속도를 빨리
해서 하산했다.
내림 길에 아직 감이 매달려 있는 감나무를 발로 차서 숲 풀에 떨어진 홍시를 두 개나 주워
먹었는데 차가운 날씨에 숙성된 그 달콤한 맛이 기가 막혔다.
3시간 30분 걸린 빠른 하산 이었다.
난 차창 밖으로 편안한 다갈색으로 물들어 가는 산하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1시까지
회귀하다.
산 행 일 : 2022년 11월 20일 일요일
산 행 지 ; 완주 기차산 장군봉
산행코스 : 구수리 마을 –- 해골바위 – 두꺼비바위 –구수리 마을
들머리 주차장주소 : 완주군 동상면 신월리 62
”
산행소요 : 3시간 30분 (통상 4시간 30분 소요)
날 씨 : 흐리며 맑고 따뜻하고 조망 좋음
동 행 : 나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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