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보다 마음이 먼저 늙어가지 않게 하소서!
어린아이의 호기심과 젊은이의 열정을 잃지 않게 하소서
늘 필요한 사람으로 남게 하소서
나의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게 하시고 늘 여유로운 마음으로
내 인생 길의 풍경을 누리고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근심걱정 없이 행복한 삶을 살게 하소서
슬픔과 기쁨이 뒤엉긴 채 세월의 강물은 도도히 흐른다.
산은 늘 내게 말했다.
“일엽편주에 앉아 강물을 거스르려 애쓰지 말아라
소용돌이치는 탁류에 마음 쓰지도 말고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고 시원한 바람과 강둑의 풍경을 즐겨라!
배는 다 제 갈 길로 가는 것이어늘
세상의 길흉화복과 희로애락이 다 작은 가슴에 들어 있는 것이어늘 !”
호랑이의 강인한 체력을 주시고 깨달음에 도달한 현자의 지혜를 허락 하소서 !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제 발 길을 지켜주시고 신들의 정원에서
가슴 뛰는 감동과 기쁨을 마음껏 누리게 하소서!
백두산에서 한라산 까지 !
백두산 !
백살 까지 두발로 산에 가자 !
한라산!
한숨은 날리고 라떼는 잊어라 !! 산이나 가자 !
쟌뮤어도 가고
산티아고도 가고 마추피츄도 가자
또 은퇴하믄 그 때는 에베레스트도 가자.
여서 뜨는 해나 거서 뜨는 해나 다 마찬가지지만
여서도 보고 거서도 보자
암데라도 가고 암데라서도 술 한잔 치자….
산행 길은 인생길을 닮았다.
때로는 힘들고 … 때로는 즐겁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거친 절벽을 올라서면 더 넓고 아름다운 세상이 내려다 보인다,
어둠이 지나야 새 날이 밝아 오고 기쁨은 고통의 언덕 너머에서 우릴 기다린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왜 그 캄캄한 밤에 그 추운 설산에 오르는가?
매일 뜨는 해 인대 아래서 보면 되지 왜 굳이 높은데 올라 바라보아야 ‘하는가?
나는 묻는다.
그대는 밥만 먹고 사는가?
나는 가끔 초컬릿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는다.
오늘은 그냥 술이 땡기는 날이다.
거친호흡과 터져나갈 듯한 심장이 가져다주는 내 영혼의 카타르시스
그게 내 사는 재미다.
말해 보라!
그대의 사는 재미는 무엇인가?
세속에 발을 딛고 있는 속인이 어찌 도를 깨우칠 수 있으랴만
나는 이 영혼의 순례를 통해 스스로 맑아지고 고요해진다.
.
절치부심 !
치악 산신령님은 무릉객이 오면 그저 골탕먹이고 장난치고 싶으신 모양이다.
올해 치악산 일출 산행에서도 어김 없었다.
치악에 들기만 하면 허둥대고 생각지 않은 낭패를 당한다.
젊은 날 치악산 –향로봉 –남대봉 종주 중 발목을 접질려 걷지를 못해 혼자 30분 이상
누워 있다가 아픔을 참으며 하산을 했다.
재작년에는 이기자 산우들과 치악산행에서는 비로봉 정상에서 사진을 찍느라 어깨걸이
가방을 정상에 놓고 바닥 까지 내려 갔다가 다시 올라가 찾아 돌아 왔다..
작년 2월 5일 홀로 산행은 3가지 목표달성을 위한 야심찬 도전장을 던졌다가 쓴 고배를
마셨다..
.1. 생애 최초 치악 일출산행
2. 나만의 시산제
3. 생애최초 치악 겨울종주
왜 ?
단지 파킹 하나 잘못하는 바람에….
탐방지원센터 옆 공터에 주차를 하고 올라 왔다가 전화가 빗발쳤다.
왜 주차장 두고 사무실 옆에 주차를 했냐고…?
창고 앞에 차를 주차해서 공사용 자재 불출이 안되니 빨라 내려와 빼달라고
안 빼면 견인 시킨 다고…
시키던 말던 할 거 하고 내려가믄 되는데 그 또한 산신령님께서 막으시는 거다 싶어
종주길 중도에 행구탐방센터가 있는 보문사 쪽으로 하산했다.
그래서 3번째 목표 야심찬 생애최초 겨울 치악능선종주 도전은 실패로 끝이 났다..
올해는 종주를 떠올리지 못했다.
부곡탐방지원센터 쪽에서 비로봉 코스가 몇 년 전에 개방되어 비로봉에 올랐다가
곧은재로 능선을 크게 휘돌아 원점회귀 하산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그 코스로
일출산행을 하고자 했다.
부곡탐방지원센터 – 비로봉- 곧은재 –향로봉 – 다시 곧은재 – 부곡탐방지원센터
약 13km 정도 거리로 가보지 않은 길인 데다가 체력적인 부담과 택시비 지출없이
원점회귀 할 수 있는 코스라 망설임없이 낙점했다.
네이버 지도를 검색하니 24km 24분 걸리는 것으로 나온다.
그래서 일정을 3시 50분 기상하고 4시에 출발하여 4시반 쯤에 부곡 주차장에 도착해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여장을 수습해서 출발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비로봉까지는 4.6.km에 약 2시간 30분 소요 예상)
근데 4시간 남짓 자고 새벽 3시가 채 안되어 눈이 떠졌다.
덕분에 느긋하게 준비하고 따뜻한 물도 한잔 마시고 몸풀기 다리운동까지 마쳤다.
달밤 체조
차 네비를 켜니 58km에 1시간 30분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나온다.
흐미 먼 일이래 ?
어제 검색한 네이버 네비를 다시 검색하니 24km
그랴서 나비양한테 퉁을 주고 네이버 깃발을 높이든 가이드아가씨를 따라 부곡탐방지원
센터를 찾아 간 거다..
거기 까지는 좋았는데 네비아가씨가 제천 쪽 자동차 전용도로로 빠져서 행구동 쪽으로
나오더니 계속 산길로 올라 가잔다.
뭐여? 이 야심한 시간에 !.
하여간 별수없이 네이버처자를 따라 가는데 교행이 불가능한 포장 산길에 차 앞머리가
점점 더 들리는 가파른 소로 길이 하염없이 이어진다.
사태가 심상치 않아 잠시 주차하여 상황파악을 하려해도 급경사에 길이 좁아 차를 세울
데도없다.
게다가 가뜩이나 좁은 도로 양 옆은 치운 눈이 쌓여 있다.
차를 돌리는 건 언강생심이다.
그냥 심하게 벌렁 거리는 가슴을 안고 따라 쏟아질 것 같은 급경사길을 계속 따라 올라
갈 수 밖에 …
그 길.은 차단기로 막혀있는 곳에서 끝이 났다.
차단기 이후의 길은 더 가파른 경사로 올라가는데 차단기 옆에는 차 3대 세울 만한
공간 밖에 없다
“여긴 분명 부곡탐방지원센터는 아니네!”
추측 건데 난 곧은재 쪽으로 연결되는 어딘가의 등산로 들머리에 있는 거다.
산길 양 옆은 밀어낸 눈이 쌓여서 잘못하면 앞바퀴가 물려 빠져나오지 못하고
앞은 차단기로 막혀 후진을 해서 공터 쪽으로 차를 돌려야 하는데 공간이 좁다 보니
잘못하면 눈 구덩이에 빠져 오도 가도 못할 판이다.
조심조심 했는데 공터의 중앙에서 벗어난 눈이 쌓인 낮은 지형으로 뒷 바퀴가 빠지고
말았다.
“아뿔사 ! 애마야 우리 우짜냐?”
반들반들 윤이 나는 꺼긴 길이니 아무리 액셀을 밟아대도 올라치지를 못하고 헛바퀴만
계속 돌 뿐이었다.
불빛 속으로 눈발까지 날린다.
“흐미 이래저래 오늘 일출은 물 건너 가는 모양이다.”
새벽 치악산 자락에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처절한 애마의 울음소리
그리고 무릉객의 탄식과 한숨소리만 넘쳐 났다.
“참 치악 산신령님 해도 해도 너무 합네다.!”
그랴도 어쨌든 치악에 가고자 왔으니 어디든지 오르면 되지만 내 차가 길과 공터를
다 막고 있으니 차는 빼서 정상주차 해놓고 가야 할 거 아니여?
주차를 해 놓아도 공터가 완전 빙판이라 또 헛바퀴 안 돈다는 보장은 없지만 산행하고
내려오면 사람들도 있을 테니 무슨 수가 나겠지.
근데 새벽 4시반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눈씻고 찾아도 없고 믿을 거라고는 무릉객의
머슬 파워와 애마의 결자해지 뿐 !.
일단은 스틱으로 도로 옆의 땅을 파는데 그 언 땅이 잘 파지나?
일부 흙에 낙엽을 긁어 차바퀴 아래 넣고 그 위에 박스를 뜯어 내어 끼우고 다시 애마
에게 박차와 채찍을 가하기를 반복하며 고난과 형극의 새벽 문을 두드리는 무릉객과
애마의 악전고투 !
급기야는 돗자리 까지 우겨 넣고 덩달아 헛바퀴 도는 앞쪽 바튀에도 흙을 퍼다가 부어
가며 액셀 밟기를 거듭한다..
새벽 말이 애처럽게 울부짖는 소리에도 내다보는 이 없고
이 야심한 밤에 강제노역이 웬말이냐?
치악 신령님 여기가 지금 산인게요? 밭인게요?
갈 길은 먼데 야속한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때 아닌 새벽별보기 노동에 강제 동원된 무릉객 !
이건 완전 쌩쑈다.
치악신령님 키득거리시며 모습이 눈에 선한데….
삼십분은 족히 씨름한 하고 나서야 겨우 공회전을 풀어 주셨다.….
하여간 난 그 추운 산비탈에서 비지땀을 흘리면서 갖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공터 중앙에 차를 올려 놓은 것이다.
추측건대 이곳 등산로는 곧은재 쪽으로 연결될 것 같다.
그러면 오늘 비로봉 일출은 물건너 갔고 향로봉에서 해맞이를 해야 할 것이다.
“그라지머!” 작년에 비로봉 일출은 보았으니 !”
이 또한 치악 산신령님의 눈물겨운 배려(?) 아니신 지요?
그리고 여장을 수습하고 차단기가 쳐진 길을 따라 도로를 오르는데 길이 끝나는
곳에 굳게 닫힌 육중한 대문이 막아선다.
가운데 빗장에는 튼튼한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오잉! 이건 또 무신 시추에이션 ?
등산로가 있다면 절문이 닫아 걸릴 일이 없는데 …
마을쪽 초입 도로에 비로봉 표지판도 있었잖아?
월담은 가능하겠지만 여긴 국공의 관할지가 아니라 잘못하면 과태로로 해결이할 수 없는
낭패를 만날 수도 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부곡 탐방지원 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오늘은 새해 첫날이고 탐방객이 많을 테니 근무를 서는 분이 있을거라…
하여간 전화가 연결되서 아자씨한테 자초지종을얘기 하는데...
지킴이 아자씨 얘기 중에 대뜸 그거 네이버 네비가 잘 못된 거란다.
그런 전화 자주 받는다고 ….
“옴마 그러면 네이버 네비를 교정하셔야지 !”.
오늘 같은 날 눈 쌓여서 미끄러울 텐데 거기 까지 어떻게 올라갔냐고 아자씨가 묻는데
속으로만
“올라 가기만 하는 건 이빨도 안 난 거쥬”
우야튼 어두워 제대로 눈에 뵈지 않던 이 길이 그렇게 악명 높은 길이었고나 !
강제노역에 30분 동원된 한 많은 사연을 설명할 시간도 없고 설명해도 나만 봐보지….
.
근데 이어지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 !
"거기는 등산로가 없어요!"
헐~ 헐 헐~
이 새벽활극이 모두 나의 일출프로젝트를 저지하기 위한 대한민국 최고 검색엔진의
음모였다고?
“그럼 우짜요?”
“곧은재 탐방지원센터 쪽으로 가셔야 합니다.”
“아흐~~~!”
내가 북에서 온 남파 공작원 입네까?
세계 최고 인터넷 강국 코리아에서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얘기 입네까?
우야튼 여기가 지난 번 내려 온 행구 탐방센터에서 멀지 않다는 얘긴데 그러면 비로봉으로
가는 황골도 가깝다는 거
난 아자씨의 전화를 끊고 뿔나게 되돌아 내려가서 애마의 시동을 걸었다.
다시 빙판에서 헛바퀴를 돌까 걱정하면서 …
다행히 더 이상의 쌩쑈 없이 공터 주타장은 무사히 벗어 났고 난 그 가파른 급경사길에서
브레이크가 파열되거나 차가 미끄러져 개골창에 쳐박을까 애간장을 졸이면서 온 길을
되짚어 내려갔다.
그리고 운명처럼 황골로 차를 몰았다.
작년 일출 산행 때 창고 앞에 차를 주차해서 낭패를 당한 그 황골~~~
큰 도로에서 벗어난 황골로 가는 길은 포장된 2차선 길이다.
주차장 500미터 전방쯤 가니 갓길에 세운 차들이 보이고 나오는 차 불빛 들이 보인다.
직감적으로 머리를 스치는 생각 !
저건 주차장이 만차라 갓길에 주차한 거고 저 불 빛은 돌아 나오는 차량 들이다.
눈치가 빠르면 떡덩이 하나라도 더 얻어 먹는 거다.
난 잽싸게 갓길 우측 차 뒤에 차를 세웠디
아니나 다를까 나를 추월하여 지나간 차들은 올라갔다가 엉긴 차들 사이에서 한참의 시간을
낭비하고 차를 돌려 나와야 했다.
시간 허비가 많았고 걸어야 할 거리가 더 늘어 나서 일출 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황골은 산행 거리가 더 짧고 몇 번 올라 본 길이니 우야튼 한번 가보자 !
입석사 가는 길
탐방지원 센터 끼지 500여 미터 도로를 걷고 다시 가파른 포장 길을 따라 올라야
입석사를 만난다.
시간적으로 좀 늦은 감이 있는데 지금도 오르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래도 오늘은 지난 해에 비해 날씨는 그리 차지 않는 편이다.
작년 새벽 일출 산행 날은 하도 추워서 비로봉 까지 손과 발이 계속 시렸다.
속도를 늦추지 않는데 나를 추월하는 자들이 종종 있다.
주로 젊은 친구들인데 그 걷는 폼새로 보아 정상에서 오래 떠는 것보다 체력 믿고
속도전으로 승부하는 산꾼들이다.
흐미
“오늘 나 죽었네 ! 쟈들을 따라가야 시간이 맞는 다는 얘긴데… ”
입석사가 얼마 남지 않은 가파라지는 길 계단근처에서 자켓을 벗었다.
찬 바람이 어깨에 시리게 느껴지지만 도리가 없다.
입삭사에서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되는 데 속도를 내어 올려치려면 아얘 여기서부터 벗고
가는 게 낫다.
비로봉 가는 길
등산로 초입 입석사에서 아이젠을 하고 오른다.
작년은 혼자 였는데 오늘은 새해 첫 날이라 길 동무가 제법 많다.,
늘 그렇듯이 아무 생각이 없다..
무념무상의 길
머리에 불꽁무니 달고 그 불빛의 동심원 속에 비쳐지는 물상만 바라보며 어둠 속을
가르는 길이다.
잠 안자고 오르는 이 길이 고행이긴 하지만 또한 순례와 길이다..
늘 고통과 기쁨은 등을 맞대고 있다.
내가 선택하는 고통이니 이미 그건 고행이 아니라 고행에 업혀가는 내 기쁨일 뿐이다.
작년에는 마감작업과 ERP 스타트로 새해첫날 출근을 했었고 저녁 늦게 대전으로
내려와 2일날 노고산성 일출을 보았다.
그래도 이 때면 기꺼이 순례의 길을 떠나고 싶어진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마음이 동한다는 건 내 가슴이 세월의 바람에 아직 말라가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 고행의 끝에 앉아 있는 감동과 기쁨을 만나고 싶다는 것은 살아 있는 나를 만나는
것이다.
“ 아직 내 가슴에는 열정이 남아 있다 !”
날 것의 야생이 깨어나는 이 시간이 좋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이 원시의 시간 !.
늙어간다는 건 사는 재미를 잃어감의 다른 말일지도 모른다.
매사 시큰둥 하거나 시니컬 해질 때 어쩌면 그 때가 더 높은 산의 새벽을 만나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쌀쌀한 설산의 기운이 몸의 열기를 계속 압도하는 바람에 쉼 없이 빠른 속도로 올랐다.
거리나 시간이 잘 가늠되지 않는다.
다만 바람이 세차 지고 여전히 사위가 컴컴한 능선 쉼터에 도착해 한 숨을 돌리면서
비로소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움직임이 정지되니 체온이 급속히 식어 오래 서 있지 못하고 다시 출발하는데
양쪽이 트인 능선길을 계속 가다보니 세찬바람에 한 쪽 뺨이 얼얼하고 어깨가 시려서
가면서 계속 목두건과 모자를 여며야 했다.
그래도 작년처럼 발과 손이 깨지는 듯 시리지 않아 순례길의 통행세는 헐한 셈이다.
날이 새면서 온통 눈세상과 빙결된 상고대가 눈에 들어 왔다.
비로봉을 1.3km 남겨둔 곳에서 멀리 비로봉 위 동편 하늘이 붉은 여명을 머금는다.
젊은이들 셋이 히히덕 거리면서 미끄럼 타듯 산 길을 지친다.
아이젠을 차지 않았다.
옛날 생각이 났다.
젊은 날부터 많이 빠대고 다녔지만 그 만큼 또한 삶의 고뇌가 많았던 그 때 !
그래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 특별하고 짧은 시간은 수 많은 결핍과 고뇌 속에서 이렇다 할 이정표를 세우지도
못하고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도 못한 채 그렇게 아쉽게 지나 갔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다.
아니 돌아가더라도 지금의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다르게 살고 싶은 내 젊은 날이다.
“아이젠도 안하고 치악산에 오다니 역시 젊음이 좋네 !” 하니
“아저씨가 빨라서 따라 오기 힘들었어요 “ 한다..
말이 되는 경주인가? 아이젠 찬 늙은이와 아이젠 없는 젊은이 .!
내가 빠른 게 아니라 아이젠도 없는 청춘이 원래 그렇게 빠른 거란다.
평생 처음 와보는 설산이라고 하는데 그들의 들뜬 목소리가 조용히 피어나는
감동의 불씨에 바람을 풀무질 했다.
“ 친구와 함께 한 이 멋진 감동을 오래 기억하기를…”
“ 언제나 산을 잊지 말기를 !”
진심이었다.
내게 산은 단조로운 일상에 불어가는 신나는 모험의 바람이고
명상과 사색의 정원이이며 구도와 수행의 도량이었다.
비로봉
입추의 여지가 없다.
여명의 너울이 일렁이는 동편하늘을 바라보며 간신히 사진을 찍을 만한 빈자리로
스며 들었다.
딱 5분 이나 되었을까?
높은 위 가 아니라 그 아래 중간 지점 잿빛 구름 사이로 새해의 붉은 태양이 얼굴을
내밀었다.
누군가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라고 소리 쳤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감동으로 격앙된 소리들 !
“새해 복 맣이 받으세요 !”
그리고 다같이 힘껏 박수를 치며 서로의 새 날을 축하해 주었다.
사위를 둘러보면 온통 하얀 눈 세상
그리고 빙결된 나뭇가지의 상고대 …
오늘 세찬 버럼에 휘날리는 운무가 춤을 추는 치악의 해돋이는 역동적이고 다이나믹했다.
차가운 날씨에 셔터가 잘 눌러지지 않아 계속 장갑을 벗었가가 찍느라 시린 손은
계속 터져나갈 듯이 아프고 발은 계속 시렸다.
하지만 멋진 대자연의 향연에 가슴은 기쁨으로 벅차 올랐다.
다 같은 날의 특별한 마킹일 뿐이지만
오늘은 신나는 한 해 모험의 출정식이고 그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나의 열정을 보여주는
날이다.
내 머리 위에서 빛나는 찬란한 태양으로 인해 올해 모험 가득 찬 내 삶의 여행도 또한 성공
적일 것이다.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두서 없이 계묘년 새해의 소망을 빌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늙어가지 않게 하소서!
어린아이의 호기심과 젊은이의 열정을 잃지 않게 하소서
늘 필요한 사람으로 남게 하소서
나의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게 하시고 늘 여유로운 마음으로
내 인생 길의 풍경을 누리고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근심걱정 없이 행복한 삶을 살게 하소서
한바탕 대자연의 공연이 끝나자 추위와 바람에 지친 사람들은 하나 둘 하산의
길을 잡았다.
일단의 사람들은 비로봉 표석에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만들었다.
한 템포 느리게 ….
기쁨의 여운과 삶의 여유를 음미하는 것은 기다리는 자의 몫이다.
움직임이 유보된 정상의 바람은 차고 추위는 혹독했지만 마음은 더 따뜻해졌다.
제대로 된 겨울 맛이다.
차디찬 맑은 물로 내 영혼을 씻어 내는 느낌 같은 거
그래도 이정도 추위와 이정도 바람을 맞아봐야 또 정신차리고
이 한줌의 감동이 있어야 또 한 해를 잘 살아 가지 .
나는 인파가 좀더 빠지기를 바라면서 시산제 제단을 차릴 곳을 물색하며 비로봉
주위를 한바퀴 돌았다.
쓰나미처럼 일출의 광휘가 지나고 나나 구름 속에 언뜻 언뜻 드러나는 장엄한
치악 세상이 비로소 눈길을 잡는다.
“세상의 아름다움은 도처에 널려 있다 !”
지금까지 만났던 치악과는 결이 다른, 예측을 불허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장대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이 시간에 여기 서 있어야 만날 수 있는 단 하나의 풍경!
어쩌면 우린 영원히 대자연의 진면목을 볼 수 없는 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문을 박차고 나서는 순간 우리 삶의 경의와 살아가는 날의 기쁨이 손을 내밀고
차가운 빵 한덩이를 베무는 수고 정도로 우린 대자연의 걸작을 감상하고 그 감동을 누릴 수
있다.
술렁이던 비로봉에 비로소 고요해 졌다.
빙그레 웃고 있는 동편 하늘 태양을 바라보며 제단을 차린다. .
“사과 , 귤, 빵 두개, 계란하나,고구마 하나” 젯상에 내어놓고 팔도 산신령님들께 막걸리 한
잔을 올려 올 한해 무릉객의 무탈산행을 기원한다.
호랑이의 강인한 체력을 주시고 깨달음에 도달한 현자의 지혜를 허락 하소서 !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제 발 길을 지켜주시고 신들의 정원에서
가슴 뛰는 감동과 기쁨을 마음껏 누리게 하소서!
그리고 나서 술렁이던 인파가 거의 사라진 비로봉 표석에서 나의 사진을 찍었다..
향로봉 가는 길
파란 하늘을 이고 있는 상고대는 참 오랜만이다.
해마다 몇 번을 보고 지나 가던 익숙한 풍경들이었는데 한편으로는 코로나로 인해 또
한편으로는 푹한 겨울 날씨로 인해 자주 보기 어려웠으니 그 또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천방지축 날뛰던 옛 추억과 지나간 시절의 상념을 일깨워 주었다.
갖은 우여곡절 끝에 멋진 일출을 대하고 또 밝은 태양의 기운으로 한기가 많이 수그러
들면서 음과 발길이 편안해졌다.
이러저러 한 상념이 떠오르는 한가로운 눈 길 !
그 때 퍼뜩 스쳐가는 생각 !
“근데 오늘 치악산 종주를 하면 어떤가?”
날씨도 보기 드물게 푸근해 졌고 컨디션도 좋아졌다.
안다리 바깥다리 후리는 전화도 없고 내 가방은 어깨에 걸려 있다.
먼 거리라 해도 꼭두새벽부터 설쳐 댔으니 아직 싱싱한 하루가 많이 남아 있다..
비로소 치악 산신령님의 익살과 조크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그랬구나 !
새벽 일찍 깨우신 것도
내비처녀를 내세워 엉뚱한 길로 인도하신 것도
야심한 밤에 새벽별 보기 노동을 시키신 것도
오늘 그 멋진 일출이 장소에 시간에 맞춰 당도하게 하셔서 떨지 않게 하시고
그 길일에 눈 덮힌 산의 편안한 무등을 타고 마음 먹은 일을 해보라는 심오한
뜻이었음에....
곧은재
곧은재에서 시산제를 올리는 산악회를 만났다.
축문까지 낭독하는 그들을 보며 매년 산 친구들과 함께 올렸던 산신제가 생각났다.
가장 가까웠던 그들.
풀냄새 나는 그들은 잠정적을 멀리 있다.
하지만 다시 찾을 날이 그리 멀지 않다.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고 친구는 쉬 늙어 가지만
오늘처럼 우린 세월의 시계바퀴를 한 번 씩 거꾸로 돌려 다시 젊어지고….
그래서 다시 옛날로 돌아 가야지
올해도 아쉽긴 하다.
내가 자유로우면 백범 회장과 상의해서 산 친구들이 함께할 수 있는 귀연의 시산제 자리를
만들어 많은 산우들 얼굴을 한 번 보았을 텐데…
향로봉
비로봉에서 4.8km 지점이다.
내 생애 통산 3번 째 올랐는데 만난지가 1년 밖에 되지 않았으니 동네 친구 같다.
원주시가 발 아래 가까이 내려다 보인다.
오늘 곧은재 탐방지원 센터에서 올라 왔으면 곧은재에서 1km 남짓한 거리에 있는
이 곳에서 일출을 보았을 것이다.
향로봉은 바람이 잠잠했고 일단의 사람들이 비닐 쉘터에서 음식을 먹고 있다.
그 중 밖으로 나와 서성 거리는 산님 한 분에게 기념 사진을 부탁하고 서둘러 남대봉을
향해 떠났다.
남대봉 가는 길
북쪽에서 불어 오는 찬 바람을 옆으로 맞으며 가는 길이다.
향로봉 이후는 눈 온 후에 인적이 드물어 쌓인 눈이 다져 지지 않았고 찬 바람으로 눈이
뽀송뽀송 해져서 아이젠을 한 발길이 밀려 더 힘이 들었다.
12시가 넘어가면서 식사할 곳을 찾는데 햇빛이 쏟아지는 능선 모두가 바람에 노출되는데다
발목까지 지는 눈 위에는 간신히 길 흔적 하나 나 있어 식사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
지난 번 회군한 길 이후 여기 까지의 등로가 낙차와 굴곡이 심한 데다 허기까지 겹치다
보니 힘들어 계속 산행을 하기 어려워 졌다..
“아쉬운 대로 요기라도 해야지 !”
바위 위에 쌓인 눈을 치우고 앉아 날바람을 쌩으로 맞으면서 언 초코렛 하나 꺼내 먹고
신령님들께 올리고 남은 막걸리 한 잔을 마셨다.
샤베트처럼 얼어드는 차가운 막걸리 …
그대 진정한 막걸리의 맛과 초코렛이 위력을 아는가?
그 소스라친 차가움으로 식도를 타고 주린 배로 내려가며 진행 위치를 가늠케 해주는 얼음
막걸리와 먹는 순간 에너지를 충전하는 초코렛.
.
영남 알프스 9산 11봉을 성공적으로 완주한 건 막걸리의 힘이었다
산행을 하면서 그 때처럼 지친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솜처럼 지친 곳에서 막걸리는 어김 없이 나의 허기와 시름을 한꺼번에 달래 주었다.
얼어 들어가는 남은 막걸리를 다 비우고 싶지만 내려가면 또 운전을 해야 해서 허기만 면하고
식사를 위한 더 좋은 장소를 향하여 출발하다.
먼 길을 갈 때 마다 누군가 그 힘든 길을 굳이 왜 가냐고 물었었다..
힘들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사실 별로 힘들지 않다.
먹고 살라고 하는 일도 아니고 다 나 좋아서 하는 일인데 힘들게 무언가?.
그 것이 사는 재미다.
그 것은 단조로운 내 삶의 창을 열고 맞아 들이는 멋진 변화의 바람이고 닝닝한 삶의 권
태를 한 방에 떨쳐 내는 신나는 모험이다..
산이 내 육체와 영혼의 조련사 였다
거친 길이 나를 단련시켰고 그 길에서 만난 기쁨과 행복들이 내 영혼을 미소 짓게 했다.
모든 것이 얼어 붙는 차가운 계절은 오히려 따뜻했고
모든 것이 잠드는 겨울은 역설적인 충만함으로 가득한 사랑과 모험의 계절이었다.
배가 고파서 그냥 눈 길 위에 바람을 등지고 식단을 펼쳤다.
점심은 호떡 2개 뜨거운 커피 한 잔
애초에 종주 계획은 없었으니 빈약한 점심 이지만 아직 가방에는 귤도 있고 사과도 남아 있다.
산의 굴곡이 거칠고 눈길 위를 걷는 것이 곧은재 갈 때처럼 편하지는 않지만 허기만 면하면
걸을 만 했다.
너무 오래되서 한 가닥 기억의 실마리 조차 남아 있지 않은 이 길은 새로운 길과 다름 없었다.
전망대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곳에서 장대한 치악 능선의 용트림이 한 눈에 둘어왔다
“ 많이도 걸었네 “
.사위가 후련히 트이는 전망대에 오르자 따사로운 햇살애 바람이 오히려 잠잠했다.
참 둏다. 지금 이 곳 그리고 이 시간 !
하늘에서 빛나는 은 태양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까마득히 보이는 비로봉과 갈기를 휘날리며
진군하는 웅혼한 능선이 무릉객의 작은 보폭과 빛나는 하루에 파이팅을 외쳐 주는 곳
그리고 아무도 없는 고원의 망루에서 혼자만의 자유와 고독을 즐기는 이 시간..
여긴 거리낄 것 없는 무릉객의 세상이다.
오늘 내가 밟고 지났던 치악 세상은 광활했다.
한참은 그렇게 홀로 앉아 있다가 마눌에게 소식을 전하고 남대봉으로 발길을 옮기다.
남대봉
오늘의 오메가 포인트는 남대봉이었다.
고원의 망루를 지나 남대봉으로 가는 길에는 다시 거친 바람이 불었다.
옷깃을 여미며 길을 가다가 지붕이 보이는가 싶더니 홀연히 나타나는 건물이 하나 !
남대봉 관리소였다.
관리소는 무인으로 운영되지만 잠겨 있다
남대봉이 겨울 종주객들의 샴발라 였던 건 산 비탈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은 관리소 때문이
아니라 그 건물 앞에 조성된 천혜의 쉼터 데크 때문 이었다.
지나는 바람이 허공에서 목쉰 쇳소리로 우는 데 이곳에는 그 바람의 한줄기 눈물도
떨어지지 않았다.
한 켠에서 산님 하나가 식사를 하고 있고 국공님 두 분이 열심히 표석과 건물 사진을
찍고 있다.
아마도 정기 순찰 인증샷인 모양이다.
잘 되었다
덕분에 나 또한 기념사진 한 장 건졌다.
30대 초반의 젊은 날에 만났던 구면의 봉우리라 그 얼굴은 잊은 지 오래라 생각했지만
사실 나중에 기록을 확인해 보니 2005년 3월에도 우린 만났었다.
어쨌든 오랜만의 그 해후는 너무 낭만적이고 따뜻했다.
산행 길은 인생길을 닮았다.
때로는 힘들고 … 때로는 즐겁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거친 절벽을 올라서면 더 넓고 아름다운 세상이 내려다 보인다,
어둠이 지나야 새 날이 밝아 오고 기쁨은 고통의 언덕 너머에서 우릴 기다린다.
그 산님이 떠나고도 나는 그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차마 발길이 참아 떨어지지 않는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문막을 뜨기 전에 남대봉과 전망대를 다시 돌아 보고 싶다.
이젠 좀더 능선을 따라 진행 하다가 상원사를 거쳐 영원사로 하산 하는 길만 남아서
마치 종주가 완성되기라도 한 것처럼 마음 한켠에는 벌써 이별의 아쉬움이 서성이고 있었다..
영원사 하산길
계곡 길은 낙차가 대단하다..
그 길을 걸어 내리며 어렴풋이 산우들과 함께 했던 옛 기억이 떠 올랐다.
그 당시에는 계단과 같은 인공 구조물이 없는 눈 덮힌 골짜기는 자연그대로의 모습이어서
길을 내려가기가 너무 미끄럽고 길이 잘 분간이 되지 않아 하산이 힘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그 오랜 기억이 17년전 2005년 3월의 기억 이었다..
처마에 긴 고드름이 달려 있던 절이 영원사 인줄 알았는 데 그 절이 바로 상원사였다.
당시 우리는 절골에서 상원사와 남대봉을 거쳐 영원사로 하산 했는데 4시간 40분 소요되었다.
영원사 전방 700미터 지점에서 황골로 원점회귀를 시켜줄 택시를 불렀다.
.영원사아래 들머리고 내려서서 영원사를 구경하는 동안 택시는 바람같이 데릴러 왔다.
내가 새벽에 비로봉에 올라서 하루 종일 걸었던 거리를 택시는 30여분 이동했고 택시비는
39000원 이었다.
그렇게 내 인생의 새로운 기록을 추가한 새해 일출순례와 시산제를 겸한 치악 종주산행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숙제처럼 가슴에 남아 있던 해묵은 숙원을 이루었다.
젊은이들도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홀로 겨울 치악 종주 !
역쉬 무릉객 쌀아 있다. !!
난 올해도 어영부영 늙어 갈 생각이 없다.
하지만 난 혼자 걷지 않았다.
산은 거기서 나를 바라보고 나는 신과 함께 걸었다.
치악산의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지만 그건 역시 징크스가 아니라 계속적인 전화위복과
반전의 묘미와 극적효과 였다.
내게 따라다니는 좋은 기운을 느끼고 내내 신의 보살핌 속에 있음을 더 확실하게 알아차릴 수
있었던 충만하고 행복한 산행이었다.
나는 단지 고요한 새벽 들창을 열어 젖히기만 하면 된다..
거기 위험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펼쳐지고 장난기 가득한 나의 신들은 낄낄대며
그 길 위에서 내게 장난을 걸고 모험 가득한 신비로운 세상으로 인도한다.
슬픔과 기쁨이 뒤엉긴 채 세월의 강물은 도도히 흐른다.
산은 늘 내게 말했다.
“일엽편주에 앉아 강물을 거스르려 애쓰지 말아라
소용돌이치는 탁류에 마음 쓰지도 말고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고 시원한 바람과 강둑의 풍경을 즐겨라!
배는 다 제 갈 길로 가는 것이어늘
세상의 길흉화복과 희로애락이 다 작은 가슴에 들어 있는 것이어늘 !”
올해의 빈 원고지 위에는 나의 가슴을 흔드는 감동의 얘기를 더 많이 쓰고 싶다.
올해의 하얀 도화지 위에는 남들이 좋아할 그림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더 많이
그려 놓고 싶다,
더 많은 사랑과 추억을 만들고 대자연의 빛나는 감동과 기쁨을 더 많이 누리고 싶다..
Ps) 남대봉에 오른 게 30대 초반일걸로 생각했는데 기록을 찾아 보니 2005년에 올랐던
기록이 남아 있었다.
17년 전인데 내 기억은 모르쇠로 일관햇다.
아하 ! 17년 후에 다시 와도 난 또 남대봉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겠구나!
내려설 때 까지 아무렇지도 않고 짱짱 했는데 사우나에 들어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구고 나서
완전 맥아리가 풀리고 나른 해졌다.
한꺼번에 피로가 몰려들어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물안마도 받고 냉탕 온탕을 몇
번 오가다가 휴게실에 널브러져 있기도 했다.
사우나에서 돌아와 내장탕 한 그릇으로 저녁을 때우고 들어와 일찍 잠자리에 들다.
중간에 잠깐 일어 났다가 8시간을 시체처럼 자고나니 몸이 개운 했는데 정작 그 다음날이
더 피곤 했다.
허벅지가 좀 쑤시는 것 말고는 별 다른 증상은 없었다.
설산 종주라 힘들긴했던 모양이다.
하룻밤 자고 난 다음날 부터 이틀 동안 피로가 따라 다니는 걸로 보아 몸의 회복력이 예전보
다 떨어지긴 한 거 같다.
2023년 1월 1일
산 행 일 : 2023년 1월 1일
산 행 지 : 치악산
산행목적 : 새해 해맞이 , 나홀로 시산제 , 겨울치악 종주
산행코스 : 황골-비로봉-곧은재 –향로봉-전망대 –남대봉 –영원사
산행소요 : 약 9시간 30분
날 씨 : 맑다 . 산 아래는 비교적 포근하고 산 위는 춥다.
동 행 : 나 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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