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생신 가족 모임이라 멀리가기 힘든 날이다 ᆞ
그렇다고 뒷동산을 가는 것도 오늘은 썩 내키지 않는걸 보면
마음은 벌써 미세한 봄의 기운이 조금씩 느끼는 모양이다.…..
그래서 오늘은 용암사 해맞이를 하고 모임지 장태산능선을 타고
데크길을 따라 다시 용암사로 회귀하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
장령의 산세가 맘만치 않은 위세니 근래 드믄 제법 거친 길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나서 여장을 수습했다.
준비라고 해야 뜨거운 물에 고구마와 계란괴 사과와 두유 한 개
가까운 거리니 6시쯤 출발하면 일출어 늦지 않을 것이다ᆞ
가족은 물론이지만 내 친구라면 휴양림에 가보지 않은 친구란 드물 것이다.
그냥 도시의 주점에 죽치고 앉아 술이나 푸는 것 보다는
데크 하나 예약 해 놓고 누군가 준비에 좀 수고를 하면 모두가 만족한 만찬과
힐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자주 친구들과의 모임을 이끌었던 곳이다.
쓸 돈들도 적당히 있것다
이즉 푸루딩딩한 것들이 노땅 행세만 안하믄 세상천지에 재미 있게 놀 만한 데가
한 두 군데가 아니지만 멀리 가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걷는 거 달가와 하지 않는
친구들이 섞여 있는 모임이라면 장령산이 기막힌 절충점이 되기도 한다.
도심에서 정치인들 싸잡아 욕하고 경우 없는 세상에 분노를 퍼부어 대면서 스스로
독배를 마시던 어리석은 시절은 지나갔다.
늙은 아집의 말을 타고 이젠 술 보다 더 빨리 달아오르는 취기와 세개의 다리와 가슴은
바이 패스하고 입으로만 달려드는 주체할 수 없는 양기로는 세상이 절대 정화될
일 없고 빈 가슴의 바람구멍만 커진 다는 걸 아직도 깨닫지 못 한다면 그냥 한세상 그리
살다가 가는 거지
친구라고 죽치고 그걸 들어 주고 앉아 있다면 그게 노환을 만들어 키우는 거고 친구
따라 강남 가는게 아니라 구천 먼저 가는 거지….
장령산 휴양림과 용암사는 산릉을 동서 편으로 등지고 맞닿아 있다 ᆢ
난 용암사 일출도 보고 장령산 능선도 타보았지만 정작 용암사에서 올라 일출을 보고
장령산 능선을 휘둘러서 휴양림으로 내려섰다가 휴얄림 내 조성된 산잭로를 따라
용암사로 회귀하는 연결종주를 마무리 한 적은 한번도 없다.
이제 그 실크로드를 이을 때도 되었다.
올 여름에는 아직 쓸만한 도가니들을 간직한 친구들을 데리고 용암사 순례와 능선 종주로
밥값을 보시하고 나서 휴양림 데크에서 술 한잔 쳐야지….
용암사에는 6시 30분에 도작했다 ᆞ
근데 그 옛날 용암사가 아니네
구비구비 찻길에는 군데 군데 주자장도 맹글어 놓은 걸 보면 옥천벌에 운무가 깔릴 계절엔
손님이 제법 많다는 얘기고 경내 마당은 석축을 쌓아 마음껏 마당을 들이고 스무대 가량의
주차가 가능한 주차장까지 완비해 놓은 걸 보면 살림이 나아지고 완전 패가 풀렸다는 야그.
작은 시골 절이 환골탈티하여 이런 대찰의 풍모로 상전백해를 이룬 것도 드물지라.
경제도 그렇지만 문과 관광 역시 미쿡 CNN의 위력이 대단하이!
대한민국 내노라 라는 50비경 속에 대전에서 사는이 조차 그 이름 들어 본적없는 뜽금없는
옥천 용암사를 떡 올려 놓았으니 그날 이후로 용암사 문턱이 닳고 닳은 것이 안 았것나 ?
돈 냄시 잘맡는 조계종 종단과 지자체에서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을 터이다.
하여간 어둠 속에 떨치고 앉아 아는 체 눈인사를 건네는 용암사가 도무지 낯설다 ᆞ
그려요 !
잘있었능가요 ?
부처님도 옥체 만강 하시지요 ?
주지스님은 뻔칠나게 바뀌었겠지만서두 불제자님들 다들 무고 하시지라?
역시 낯설은 잘 정돈된 데크 길을 따라 운무대에 올랐다.
옥천에서 용났구마 !
이 정도 풍경에 당당한 장령산의 산세마저 든든한 배경이 되고 휴양림 까지 탄탄히 받혀주니
인자 대한민국 어디 내 놓아도 째이지 않는 관광지 아닌가?
게다가 소란스럽지 않고 고즈녘하기 까지 하니….!
운무대에서 새벽의 푸른 어둠에 쌓인 옥천벌과 오색의 여명으로 동터오르는 동편 하늘을
잠시 감상하다가 갈길이 머니 장령산 정상을 향해 발길을 재촉하다.
왕관바위에 도착하니 스님 한 분 서성이시고 계시는데 내가 바위에 오르자 마자 비로소
맑게 씻기운 동편하늘 구름 가운데서 불쟁반 같은 붉은 태양이 떠오르 더라.
달 인양 붉고 큰 태양이 장관이라 오늘 또한 흡족한 여행의 날이 되리란 예감이 팍팍 살아 온다.
스님은 매일 아침 15분걸어 이 곳에서 일출을 보고 정좌한 다음 내려 가신다 했다.
“장령산 자락에 은거한 세계적인 절 아닙니껴? “
“그런 용암사에서 수양정진하며 부처님의 보살 핌을 받고 또 이렇게 매일 좋은 공기를
마시며 태양의 기까지 받으시니 하루히루가 가쁨과 행복으로 충만하시겠습니다.” 하고
덕담을 건넸더니 “하하 ! 그렇지요 !.” 하고 스님이 짧은 추임새를 넣어 준다.
스님은 말을 아끼고 속세의 때가 많이 묻은 나는 주절주절 떠들다가 태양이 솟구쳐 멀뚱멀뚱
내려다 볼 때 쯤 우린 그렇게 자신의 갈 길로 떠나 갔다.
6~7년 전쯤 휴양림에서 마눌과 올랐던 적이 있는 능선길은 오하려 편안 했다
일대에 우뚝한 마성산에서 자즈러진 지맥이 장태산에서 급작스레 융기해 깃발을 휘날리며
남으로 내달리다 보니 사목재를 오르는 4코스 임도길을 제외하면 휴양림의디에서 능선에
오르는 길도 경사가 가파르고 험하지않은 길이 없다 ᆞ
장령정에 오르니 허기가 동해서 아래 햇빛이 번지는 벤취에 식단을 펴고 홀로 아침식사를
한다.
한 번 역마살이 뜨니 객지생활 어언 삼년 인데 그 여세는 주말에도 이어져 이렇게 집에
내려온 날에도 집에서 먼 고봉에 홀로 앉아 청승을 떤다.
하지만 이거시 청승이냐 도에 다가가는 순례의 여정이냐는 그 누구도 판단할 수 없는 것이고
오직 그건 휘날리는 어휘와 상관없이 내 마음만이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닌가?.
우짜든 지난번에 만난 아즘씨는 마눌보고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 모양이라고 했다ᆞ
환갑을 넘긴 남편이 돈만 벌어다 주고 주말에만 한번씩 왔다 간다고.
ㅎㅎ 그것 역시 보는 시각과 당사자의 생각에 따라 그 견해가 달라질 수 있는 일 !
잘된 일이라면 부처님이 득도를 위해 더욱 용맹정진 하라고 판을 깔아 주시는 거고 팔도
산신령님이 나하고 싶은 대로 열심히 빠대고 댕기라고 강원도 수문장 시켜주신 게지 !
잘 된 일이 아니라면 겁을 이어 오는 전생의 역마살 때문 이겠지…
우야튼 전생의 복이든 역마살이든 고향으로 돌아 온 주말 한나절 운동은 보약이 아니 겠는가 ?
두유와 고구마 계란은 다 먹고 뜨거운 물을 마시며 사과 한 잎 베물고 있는데 부부신님이
장령정에 올라 잠시 사위를 내려다 보더니 정상을 향해 떠난다.
날은 아직 차가웠다.
햇빛이 드는 벤취는 찬 바람이 들이치지는 않았지만 서리가 내려 있어서 수건을 깔고 앉아야 했다
그래도 제법 따사로워진 태양 아래서 뜨거운 물과 함께 즐겼던 여유로운 만찬이었다.
제대로 허기를 해결하고 나서 행장 까지 빈틈없이 챙기고 다시 길을 나서니 그리 멀지 않은
장령산 정상에는 아까 그 부부 산님들이 간식을 들고 있었다
왼전 등산 복장이고 배낭도 다 짊어진걸 보니 휴양림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아니다.
비로소 인사를 나누다 보니 그 분들도 대전에서 왔단다.
내 또래거나 좀더 나이가 많거나. !
허기사 젊은 사람들이 별로 유명하지 않은 이런 산에 새벽같이 올라 올 일이 있겠나 ?
난 또 다른 아침 일찍 일어난 늙은 새들로 인해 인증샷 한 컷을 챙겼다.
그들은 1코스를 따라 막바로 휴양림으로 내려 간다고 했다.
나는 휴양림 개념도 상의 가장 먼 길을 따라 휴양림으로 내려 서기로 했다.
장령산 이후 좋았던 길은 갑자기 희미해지면서 노루길로 변했다.
동물적 후각과 감각이 발달하지 않으면 찾기 어려운 길 !
몇 굽이 산길을 휘돌고 제법 가파르게 이어지는 굴곡과 경사를 넘나들며 길을 재촉하다 보니
홀연히 헬기장이 나타났다 .
앞에는 큰 산이 막아서고 이제는 태양이 이제 본격적인 열기로 얼어 붙은 대지를 훈훈히
감싸는 고봉의 넓은 분지에는 평화와 휴식이 펄펼 날리고 있었다.
분위기에 맞춰 추임새를 넣는 듯 거기에는 벤취도 있었다
잠시 그곳에서 앞 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숨을 돌리고 한가롭게 멍 때라는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하산 치점을 헁해 능선을 나아간다.
이 길은 초행인데다가 표지판의 개념도를 따라가는 길이니 거리가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
혹여 우측으로 내려서는 길을 놓칠까봐 주위를 기울여 걸었다.
능선이 자즈러진 고갯길에서 내려서는 길을 만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앞을 막아선 봉우리 올라서자 그 곳에 하산로를 표시하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다
산세가 가파른다 보니 골짜기를 따라 내려서는 것이 아니라 하산길은 분기되는 지릉을 따라
조성되어 있었다 .
그 길을 따라 20여분 내려서자 익숙한 데크 길 반환점과 맞딱뜨린다.
휴양림 데크 길을 따라 수 많은 친구들과 숱하게 걸어 왔던 길의 끝이다.
긴 데크 산책 길을 따라 걸었다.
데크 길은 숲속의 집이 있는 곳 윗 쪽에서 임도로 바뀌고 임도는 사목재를 향해 길게 뻗어 있다.
임도 중간 중간에 장령산 능선에 오르는 들머리가 있다 .
1코스, 2코스, 3코스 들머리를 지나 산 위로 제법 길게 이어지는 포장임도 위쪽 사목재에 있는
4코스 들머리로 장령산 능선에 올라 그 지점에서 500미터 정도 능선을 따라 진행하다가 용암사
갈림 길에서 용암사로 내려섰다.
용암사에서 시작하여 능선과 산허리를 가장 크게 감돌아 원점 회귀한 종주 산행이었다.
예상보다 그리 길지 않은 4시간이 소요된 즐거운 여정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점심은 간단히 콩나물 라면으로 해결하고 모임에 필요한 장비와
기구들을 꾸려 장령산으로 출발했다.
2023년 2월 25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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