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봄날이되기도 전에 조사장 덕에 봄날의 미각 쭈꾸미를 먼저 만났다.
HIOF 친구들에게 그 맛과 봄날의 풍경을 보여 주렸더니 고부기가 사고를 쳐서 별렀던
봄날의 부부동반 여행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랴도 마눌한테 봄날의 미각 쭈꾸미는 맛보게 해줘야지…..
친구들과의 여행은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해야 했지만 우리는 무청포를 향해 떠났다.
양각산은 순전히 쭈꾸미 맛을 돋우기 위한 에피타이져 였다.
친구들과 함께 가는 일정이 아니니 간 곳을 다시 돌아보는 것도 식상한 일이라 보령 주변의 야산
들을 물색하다 보니 아미산과 양각산이 눈에 들어 왔다 .
둘다 보령호를 굽어보는 출중한 조망의 산이지만 보령 인근에서는 오서산의 기세에 눌려 조용히
재야에 은거하는 산들이었다.
아미산이 3시간 30분
양각산이 2시간 30분
마눌을 위한 무창포요 무창포를 위한 양각산이지만 그 양각산은 또한 마눌을 위한 선택지였다.
삶을 즐겁게 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공과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출중한 내공과 실력이 있으면 내 삶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의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능력과 실력이 없으면 참을성이라도 있던지 매사에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던지…
뭐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 힘겨운 인생길에서 만나는 나쁜 운을 몰아내고 삶의 어깃장을 바로
잡을 수 있지 않겠나?
갈 길이 구만리 인데
아직 돌아보아야 할 세상의 아름다움은 저리 많은데 ..
벌써 퍼즐러 앉아서 손바닥과 상자안의 그림자 세상만 들여다 보다 떠날 수는 없지 않겠나?
양각산이 말했다.
내 머리 위의 뿔을 보지 말고 내 무등을 타고 내 뿔을 잡고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봐 !
잠깐의 힘겨움이 열어주는 아름다운 세상과 뿌듯한 자부심
그리고 그 열정으로 허기진 나의 위장이 가져다 줄 감칠맛나는 봄날의 미각까지 만나 보라고..
세상의 밝은 면을 바라 보라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흉한 곳과 추한 곳 보다 아름다운 곳이 더 많고
살아가는 날에는 나쁜날과 슬픈 날보다 좋은 날과 기쁜날이 훨씬 더 많다고...
굳이 왜 그런걸 찾아서 바라보고 기분 상하느냐고....
어느날 삶의 여행길에서 만난 칙칙한 거리의 풍경 하나로 세상은 어지럽다고 말하지 말고
지극히 짧은 한순간의 마주한 힘겨움으로 즐거웠던 여행의 기억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지금까지 잘 그려왔던 여행 스케치까지 그 우울하고 칙칙한 색깔로 덧칠해 버리지 말라고...
뿔난 양각산은 날카롭게 바위 날을 세우고 화가 잔뜩 난 표정이었지만 속내는 진달래의 수줍은
웃음처럼 살랑거리는 봄바람처럼 그렇게 부드러웠다.
여행길에서 우리의 눈은 진정 무엇을 보고 있는가?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그 길 위에서 무엇을 만나는가?
양각산은
편견의 안경을 벗은 진정한 여행자의 눈에 비치는 세상은 어떤 색깔 인가를 가르쳐 주는 산이다.
"어떤 길을 걷느냐?"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마음으로 길을 걸어야 하느냐"는 거 아닐까?
길이란 늘 우여곡절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에 힘들어도 또한 지루하지 않은 여행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힘든 시간이 짧은 즐거운 시간을 더 빛나고 값지게 하는 든든한 뒷배가 된다.
힘들 건 어렵건 그 어떤 길에도 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즐거움이 숨어 있다.
그 길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얻느냐는 자신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린 풍경에 대한 독해력을 늘려야 한다.
그 풍경은 그대로 거기 있지만 우리 마음의 해석에 따라 더 아름다워 질 수가 있다.
내가 걷기로 한 길이다.
미세 먼지 피는 날이지만 이렇게 멋진 봄날 우리는 산에 오를 만큼 건강하고
이 아름다운 봄날에 공명할 수 있는 가슴은 아직 메마르지 않았다.
처음 바라보는 풍경이고 오늘 내가 만난 풍경이니 의미 있고 사랑스럽다.
그러면 다 좋은 날 아닌가?
봄날의 무창포 해변은 여유롭고 한가롬고 그리고 너그러운 사랑이었다.
2023년 4월 1일 토요일 양각산과 무창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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