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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구룡폭포와 산수유 마을 - 이기자 전우들

 

 

 

오늘은 군대 친구들과 동부인 해서 떠나는 남도 여행길이다
40
년 지기들과 떠나는 계절 여행이라  오래전에  지리둘레길 특별코스 트레킹과
산수유  마을관광을  염두어 두었었다.
3
째주면 산수유 마을이 포커스고  넷째주면  트레킹에 별표가  찍히는 거다.

3 3째와 4째주늘 놓고 고심을  하다가  4째주낙점했다.

동부인 해서 가는 날이라 봄이 좀더 가까이  다가올  날이 좋을 것 같아서..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토요일의 날씨가 다 흐렸지만  마눌괴 여행한 세째 토요일은 남도에 도착했을 

보란듯이 화창하게 개였다 .
부드러운 해풍도 시원하게 불어주어서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섬에  도착한 봄처녀와
반갑고도 즐거운 해후를 했다

기대했던 네 째 주는 아침부터 잔뜩 흐렸다.

이건 봄이라기 보다는 숫제 쌀쌀한 겨울 끝자락 같은 날씨다.

마눌이 7시에 어머님 댁으로 와서 날 픽업하고 엄하사외 방일 해장국에서 만났다.

해장국 한 그릇씩 비우고 관용차인 엄하사 차로 가기로한 터라 아침 밥 값은 내가

계산하려 했는데 그마저도 엄하사가 계산해 버렸다.

우야튼 올 때는 술 한잔 치고 윤여사에게 운전대를 맡겨야 하니 갈 때는 내가

운전대를 잡고 구례를 향해가다.

 

지리산 남원 주천 안내센터에 우리가  20분 늦게 도착해서 차하사와 합류하였다.
근데  웬걸  잔뜩 찌푸리기만 했던 날씨가 창밖으로 나가자  추적추적 비를 쏟아

내기 시작한다.

흐미  먼일이여? 봄처자는  왜 우는겨 ?”


엄하사는 군대적  기억이 싸그리 지위진 모양이다.

행군 때 웬만해서는 판초우의를 안쓰는 게 낫다는 걸….
두 부부는  싸늘한 날씨와 날리는  가랑비에 화들짝 놀래서  우비를 쨍겨 입느라고

야단 법석이다.

~근데 난 서두르다 보니 등산화를  놓고 왔다ᆞ 대전에 ~~

흐미~ “돌격앞으로 !”  함성만 요란했지 지 앞가림도 못하는 형편없는 분대장이여.

전쟁에 나가는 데  고무신 신고 가는  격이네.

랜드로바로는  신발이 망가질거 같아서 엄하사 운동화늘 신고  빗속으로 떠나는데 

백구두에  배낭을 맨것처럼 우짜 패션이 좀 거시기 하다.


예상대로 개미정자에서  엄하사부부는 우비를 벗어 던졌고 다른 사람들도 젖는

두려움보다 더 큰 무게로 다가오는 거친호흡과  땀의 공세에  웃옷을  벗어 던졌다.

그래도  동부인 모임 중 가장 전투력이 막강한  부인들이다.

세월이 여자들의 체력부터 갉아먹기 시작해서 60줄을 넘어서자 트레킹을 제대로 할

만한 할마씨들이 그리 많지 않다...
남자들의 체력도 역시 중상이다 .

야인으로  돌아가 시간도 많은데다  개인적인 어려움의  극복을 위해  환골탈퇴하여 

체력을  가공할 수준까지  끌여 올렸었던 엄하사는  회사의  대표로 취임하면서 

다시 헝그리 정신이  희미해졌다.

은퇴 전의 위상을 회복하다 보니 다잡은 초심도   슬며시 꽁지를 내리고 배에 다시

기름기가  끼기 시작하면서 그간의 절치부심이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았다.

차하사는 나와  안나푸르나까지 댕겨왔으니 기본 제력은 출중함에도  초야에 묻혀

농사에 매진하다보니  정신력과 전투력에 손상이 있었다..

안 쓰면 퇴화되는 것이 무릇 생명과 자연의 법칙이라..

하여간 우리는  청승맞은 날씨와  안개 낀 산허리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군의 북소리를 드높였다.

지리산 둘레길이지만   산길의 낙차가 있어서 오히려 쌀쌀한 날씨가 산행에 도움이

되었다
가볍게 피어오르는 산안개에 비안개가 어우러지면서 산길이 멜랑꼬리 해지고  

붉은 조동아리  달싹이는 수다에 여념이 없던 봄처녀는 안개  베일 아래로 수줍게

배시시 웃으며 앙징 맞은  모습으로 우릴 맞아 주었다.

봄비에  풀잎이 자라나는 모습이 보이고   진달래가 떠뜨리는 폭소가  들릴 지경

으로 봄은 일주일 만에 그렇게 지리산 자락을 제세상으로 만들고 있었다.

우린 중간 능성이 안부에서    배낭을 풀고 막걸리 한잔 씩을 걸쳤고   11 30분이

되어갈 즈음   축축히 젖어가는 허물어진 묘지 옆 잔디 위에 화려한  만찬을 세팅

했던 것이다.

막걸리를 마신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차하사 와이프가 준비한  김밥을  맛있게 먹고 

각자 준비한 음식을 즐거운 담소와 함께 맛 있게 나누었다.


2
년전 장마에 파손되어 오랜 기간 출입이  통제되었던 구룡계곡은  멋지게 복원되어 

있었고  몇년 보지 못하는 사이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

폭포 위 평지 공터에 계곡물 정화처리장 까지 설치한 걸 보면 천혜의 절경을 제대로

된 관광지로 조성하겠다는 지자체의 야심찬 포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산을 올라 논과 밭이 있는 평지길로 내려 섰는데 그 곳에서 산기슭으로 내려가자 마치

중국의 양삭과 같은 산자수명의 멋진 계곡이 거기 있더라 .”

처음 가면 그것만으로도 신비로운 경험이다.

 

우린  최고 높은 계단길 전망대에  돗자리를 깔고 퍼질러 앉아 휴식하기도 하고 예상을

뛰어넘   가경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기도 하면서 그렇게 즐겁게 트레킹을 이어 갔다.

젊은 봄날에 친구들과 몇 번 오긴 했지만   세월이 훌쩍 흘러간  어느날의   풍경은 또 색다른 

정이  느낌이었다.

 

더 반가운 것은 오늘이 마지막 인사일 지도 모르기 때문 게다.

몇 년 새에 이례적으로 산수유 마을은 뻔질나게 다녔으니 당분간을 갈 일이 없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절경이긴 한데  별로 갈 만한 기회가 없을 거란 얘기다.

어느 날 나 혼자 가서 후다닥 돌아 보고 올 만한 데는 아니고 60중반에 드니 이정도

길도 선뜻 따라나설 찬구가 점점 줄어든다는  거다.


오늘 처음으로 그 꽃이 내게 말을 걸어 왔다.

주로 봄에만 왔으니   그 꽃을 보지 못하지는 않았을텐데 그냥 바라보고 지나쳤거나

아니면  같은 빛깔로 산수유려니 했던 모양이다.

화사하고 기품있는  꽃의 자태에  나무박사  차하사 한테 물어보니  히어리란다.

난 히어리 꽃은 몰라도 그게 순우리말이라는 건 안다

히어리 
노랑 꽃잎이지만 꽃잎이 앏아 빛을 투과하면 희어진다하여 히어리라고 불렀다는 설과
그 옛날 큰 골짜기 시오리 마다 큰 군락이 자생했다는 데서 시오리가 히어리로 정착되었

다는 설이 있지만 이름과는 달리 미선나무처럼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한국 특산종

의 귀한 식물이다.

하여간 히어리는 또다른 의미에서 내게 각별했다 ᆞ
20
년을 훌쩍 넘긴 어느 날로 거슬러 올린 가면 인테넷에 한국의 산하라는 대한민국의

유명한 등산 커뮤니티가 있었다.

수 많은 산악인들이 사진과 산행 글을 올리는 산악 동호사이트였다.

그 곳에서  히어리는 멋진 등산풍경  사진을 올리는 유명한  산꾼이었고  나는   내가 올린

산행기로  무릉객이란 이름이 알려지고 댓글로 교류하는 우호적인 산꾼들도 꽤 많이

생겨났다.

내가 허리를 다치고 칩거하면서 올렸던 산행기에 구름 같이 달렸던 산꾼들의 많은 걱정과

격려의 댓글을 아직도 가슴 짠하게 기억한다.

너무 용량이 늘어나면서 메모리와 관리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던 쥔장은 아쉽게도 사이트를

폐쇄하기에 이르렀고 수 많은 산꾼들은 당시 생겨나기 시작한 지역의 산악회 까페로

뿔뿔히 흩어져 갔다.

 

한국의 산하에서 히어리 님의 사진은  출중했다
사진은 평범한 그의 산행기를 빛나게 했다.
가끔은 나의 글에 그 정도의 사진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나 역시 몇 년 후에 DSLR 카메라로 바꾸어 어디를 가나 가지고 다니는 통에  장비의

도움으로 사진빨이 좀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사진술과 감각은 당시 히어리님이나

한국의 산하 사진가들과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아마츄어리즘의 한계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랴도
왕년  잡지사의 사진 공모전에서  디카로 찍은 사진이 두점이나 입선한 적도 있다.

그러고 보면 멋진 사진은 장소 발과 타이밍이다.

사진사들이 많이 꼬이는 장소에서 새벽부터 죽치고 앉아 하염없이 최적의 타이밍을

다리는 그런 사진이 아니라 열심히 산 길을 가다가 갑자기 만나는 숨막히는 풍경 ! 

그 순간의 풍경과 그 경험 그리고 카메라에 박제된 그 아름다움이 소중한 것이었다.

그건 계절과 날씨와 풍경이 조화를 이루며 맞아 떨어질 때 가능하다.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는 나만의 풍경이라 더욱 아름답고 값진 추억이 된다.

 

사진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은 시실 멋진 작품을 찍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즐거운 날의

기록을 남기겠다는 생각이다 보니 카메라 공부에 크게 공을 들이지 않는 탓일 것이다.

 

진짜 히어리꽃을 만나고 떠올린 히어리님이고  지나간 그 옛날의  아름다운 단상이었다. 

 

한국의 몇 안되는 이 지리산 계곡의 히어리 군락지를 지나면 구룡계곡의 끝 지점인

육모정이 멀지 않다.

우리는 삼월의 우중충한 봄날에 중국의 비경에도 별로 째이지  않는 출중한계곡의

풍경을 탐험하며  즐겁게  트레킹을 마무리 했다.

차를 회수 하여 지리산 산수유 마을로 유명한 반곡 마을 일대를 산책했는데  산수유

꽃은 절정기를 이미 지나고 있었다.

예상 대로 지난 주말이 피크였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지난 주에 모임을 진행했으면 휠씬 좋을 뻔 했지만  지리산

자락의 몽환적인 산안개와 흐드러진 진달래는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구룡계곡의

히어리  노란 꽃이 갑자기 가슴속으로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 또한 지리산 신령님의 뜻이려니….

 

세상의 운행은  우연과 의외성의  연속인것 같아도 사소한 하나하나도 다  운명의

실타래처럼 필연으로 엮여 있다.
변덕이  죽끌듯이 갈피를 못 잡다가 오랜 시간  고뇌 후에 결정한 일도  잘 인 풀려서

후회가 막심하기도 하고  즉흥적인 감으로 결정한 일이 예상을 뛰어넘는 진행으로

마음의 안정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또 후회가 밀려드는게 인지상정이지만  세상 일의 진행을 누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인가 ?

엇박자조차  "그려려니 !"  할수 있음이 삶의 내공이다.
수많은 변수와 경우의 수를 예측하고 돌다리도 두드리는  치말한 성격이야 말로 

어쩌면 자기 신세  자기가 뽂고 세상 피곤하게 사는 데 공헌할 뿐이다.

세상사는 현명한 이치는 결정을 미루어 마음의 고뇌와 갈등을 늘이지 말아야하고

일단 결정하고 나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내 노력을 다했으면 결과에 마음 쓸 일이 아니다.

판단미스였다면 나의 부족함이고 판단은 옳았고 노력도 했지만  잘못되었다면 

그건 애초 나의 몫이 아니었다.

 

반곡 마을 예술가의 집에서 우린 산수유 막걸리를 시켰고 차하사 부인이 호기롭게

앞으로 나가 음악애호가들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예술인들은 반곡마을의 농가를 구입하여  자신들메게 맞게  고쳐서 함께 어울리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스타일로 인생을 즐기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맛없는 산수유막걸리와

값싼 뻥티기 안주를 이색적인 경험과  분위기와 엮어  나름 소소한 수입까지 모색 중인

듯 보였다.

 

 

석양이 기울어지고 찾아온 개와 고양이의 시간에 우리는 산수유마을 산책을 마무리

하고 지리산온천의 산하가든으로 이동하여  흑돼지 삽겹살을 안주로 소주를 마시며

그날의 멋진  봄나들이를 자축해  마지않았던 것이다.

 

회 동 일 : 2023325일 토요일

회 동 지 : 남원,구례 일원

    : 지리산 둘레길 순환코스 : 남원,주천 지리산 둘레길 안내센터-개미정자

             구룡치-회덕마-구령폭포 유선대-육모정

             구례 산동면 산수유 군락지 산동마을 , 반곡마을  산책

소요시간 : 약 5시간 

날      씨 : 흐림 (비 조금)

동     행 : 이기자 전우들 동부인 

 

 

 

 

동행 사진첩